▲ 4월 27일부터 새롭게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를 맡게 된 권순표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 오프닝멘트 모습. (자료 : MBC)


뉴스데스크 '불편함' 버리고 '편안함' 찾나

MBC는 지난 4월 21일 앵커 오디션을 실시, 모두 50여 명의 기자들이 앵커 오디션에 참가했다. 이들 중 적절한 인물을 22일 아침 편집회의부터 부장단과 협의한 의견을 종합해 논설주간·보도제작국장·보도국장 대행·보도본부장의 회의에서 결정한 뒤 엄 사장이 결재해 확정 발표하는 형식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포스트 신경민 앵커"의 색체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4월 27일 새 앵커들의 첫 방송에서 드러난다.

MBC 뉴스데스크 평일 메인 앵커 권순표 기자는 오프닝 멘트부터 말을 아꼈다. 차가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새로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 첫 소식입니다."

클로징 멘트에서 오프닝의 '온도'를 확인함과 동시에 경영진의 '새로운 방침'(?)까지 읽을 수 있을 듯했다.

"오늘부터 진행을 맡은 저희들의 바람은 MBC 뉴스가 여러분께 보다 더 믿을 수 있고 더 편안한 뉴스로 다가서는 겁니다." (권순표 앵커의 클로징 멘트)

뉴스데스크의 뉴스에 대한 멘트를 분석해 보면 '팩트'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권순표 앵커가 뉴스에 대해서 재구성한 구절이라곤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와 OECD는 이달 초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부동의 세계 1위에서 3위로 낮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어수룩한 행정, 엉터리 통계였습니다. - <'엉터리' 자살통계‥자살률 축소 1위가 3위로?>

경기도 가평군이 군예산 수천만 원을 경찰과 기자들에게 격려금으로 제공해 온 것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세금을 뇌물로 제공한 셈입니다. - <경기도 가평군, 세금을 예산으로 버젓이 상납>


내가 10년 동안 뉴스데스크 아낀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 아니었다

오프닝, 뉴스멘트, 클로징멘트를 종합하면, 좋게 표현해 '노회한 진행', 나쁘게 표현하면 'KBS와 다름없는 뉴스'라고 말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KBS뉴스는 4~50대들의 호감을 얻는다. 한겨레21은 KBS뉴스와 MBC뉴스의 세대별 시청률 상관관계를 짚었는데 "한국방송 1TV의 주요 시청층이 여전히 TV를 즐겨보는 40~50대 이상인 데 비해, 문화방송의 시청층은 다매체 시대를 영위하는 30~40대라는 점도 문화방송 시청률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라고 했다.

젊은 앵커의 무척이나 보수적인 진행을 보면서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MBC뉴스데스크가 10년 시청률 하락을 감수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것은 이른바 "뉴스 철학"이었다고 생각한다.
MBC뉴스데스크를 10년간 봐온 30대 시청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뉴스데스크의 특징은 '불편함'이었다. 뉴스가 편안하다면 MBC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다. 소설가 '김훈'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면서 2분법을 구사하지만, 뉴스 독자의 관점으로 보면 "사실과 의견 사이에서 고뇌"해야 하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사실과 의견 사이에는 실로 엄청난 구덩이가 숨어 있어서 사실(fact)만 가지고 '사실상' 거짓말을 만들어내면서도 숨어 있을 수 있다. 사실만 전달하고 의견을 배제한다면 더욱 풍부한 팩트가 담겨 있는 KBS를 봐야지 굳이 MBC를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결국 KBS가 2개인 셈이므로 MBC뉴스데스크가 필요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권순표 앵커의 클로징 멘트처럼 "불편함"을 버리고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될지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 
시청률이나 광고 수주로만 따지지만 편안한 뉴스를 진행하는 게 좋다. 하지만 뉴스데스크가 지금까지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인정 받고 존경을 받았던 것은 단지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10년 내내 KBS에 밀려 있었으니까. 이 설명할 수 없는 뉴스데스크의 가치가 새 앵커들, 정확히 말하면 새 앵커를 발탁한 경영진의 방침에 의해서 훼손된 것 같아 씁쓸하다. 10년 동안 뉴스데스크를 지켜보던 애정을 더 지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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