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1심 판결 "일단 안심"

▲ 인터넷에 정부 정책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0일 오후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미네르바에 대한 1심 재판이 '무죄'로 결론나면서 각계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 네티즌들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반면 '준법'을 구호로 내걸고 '미네르바' 구속을 준법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정부의 시도가 제동을 받는 분위기다.
족벌신문들은 판결 결과에 몹시 불편해 하면서도 대놓고 이야기를 하진 못한다. 그러면서도 미네르바를
“경제학을 전문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던 30세의 무직 청년 박씨” 따위로 폄하하기에 바쁘다.
가장 분통이 터지는 사람들은 검찰이다.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3차장은 "판결문을 본 결과 재판부가 증거의 취사 선택을 잘못해서 사실관계에 대해 오인했고 박씨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배척해 공익침해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미네르바 1심 판결을 맡은 유영현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그것만으로는 유죄라고 하기에 부족했다”고 밝혔다. 오직 법리로만 판단했다는 판사에게 법리문제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했으니 두 사법 기관의 자존심 대결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제2미네르바에 대한 대비, 어디까지 진행됐나
지난 4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저작권 개정안은 정부의 야심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 저작권 위반이라고 하면 원저작자와 저작권 침해자(침해 의심자) 양자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의 경우 저작권자와 저작권 위반자, 심지어 양자와 상관 없는 저작물 유통 관리자(포털 등 게시판 관리자)를 모두 정부의 손아귀에 넣은 것이다.
정부여당의 독소조항으로 유명한 사이버모욕죄조차도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할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라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지만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울트라 독소조항'이라고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예컨대 정부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유통하는 누리꾼과 주요 게시판을 모두 제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가 많이 올라오는 게시판에 인력을 고용해 감시활동을 벌이고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발생할 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명의의 명령을 내리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장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도 있다. 이번 개정된 저작권법을 '언론검열'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저작권법 개정안에 '반의사 불벌죄'와 같은 장치를 두지 않으면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법을 집행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게시판이 어디까지 해당하느냐는 문제를 두고도 논란이다. 개인 블로그가 게시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유권해석으로 충분히 '저작물을 올리는 모든 웹 공간'으로 법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블로그는 포털사이트와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의 위법사항을 근거로 포털에 대해서 제재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누리꾼의 입장에서 보면 '불펌'으로 메일확인 등 포털의 기본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미네르바는 출소 후 인터뷰에서 "도전받는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미네르바가 글을 쓸 때는 전과 같은 상황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선 기사나 도표, 정보 인용을 할 때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원 저작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게시자를 제재하거나 게시판 자체를 폐쇄할 수 있는 무서운 조항이기 때문에 미네르바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해서 글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표 인용 같은 것은 제약이 많을 것이다. 도표를 분석하고 그 요지를 싣든가 아니면 새로 도표를 그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네르바를 포함해 앞으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은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연구를 면밀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독소조항만으로도 인터넷은 완전 정복된 상태다.
MBC는 헛발질, MB는 환한 미소
이명박 정부는 여러가지 다양한 경로로 언론탄압과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KBS와 YTN 낙하산 사장 임명과 MBC PD수첩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 통제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해 그런 의지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탄압대상은 MBC인데, 요즘 아주 우스운 꼴이 되었다. 신경민 앵커의 하차 문제로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의 이사들은 이사회에 해암안을 제출한 상태다. 방문진 이사의 구성 면면을 봤을 때 부결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해임 여부와 상관 없이 이번 경우는 MBC의 패착이자 정부에게는 요행이다.
엉뚱하게 앵커 문제를 가지고 MBC가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은 정부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 이 기회에 엄기영 사장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자면, 그는 원만한 처세로 사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원만한 자세 때문에 공적이 된 좋은 반면교사다. 엄기영 사장이 앵커 교체를 반대하고 신경민 앵커를 지켰더라면 MBC와 반MBC의 전선이 명확하게 펼쳐질 수 있었을 텐데, 신 앵커 문제에 개입하면서 전선이 왜곡됐다. 엄기영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만약 YTN 사장처럼 MB맨이 된 것이라면 그의 처세가 나쁘지는 않겠지만, MBC맨이라면 패착을 범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모든 경황을 놓고 봤을 때 미네르바 출소 후 이전의 영향력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네르바가 옥고를 치르는 동안 별도의 전략을 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