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의도를 묻는 거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는 내가 궁금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장면을 왜 그렇게 한 거냐?"

<밤은 노래한다>의 작가 김연수가 <할매꽃>의 문정현 감독에게 대뜸 물었다.
<밤은 노래한다>의 경우 주인공 해연은 원수와의 재회에서 그에게 복수하지 않았다.
김연수는 그를 죽이지 않은 것은 그를 용서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가족을 불행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었으면서도 그 가족을 웃으면서 맞아야 했던 할머니의 가슴앓이가 깊게 녹아 있는 다큐멘터리의 최대의 고민은 당사자가 아닌 후손으로서 그의 후손(친구이기도 하다)을 만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이다. 재회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멈추지만 관객들 중에는 어머니로 하여금 그 친구를 만나도록 강요한 감독을 원망하는 사람도 많았다.
소설가 김연수도 "안 갔으면 좋았겠는데 가더라"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김연수 작가(왼쪽)는 다큐멘터리에 약하다. 푸지에를 보고 나서 '준비되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워낭소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김연수의 블로그에는 다큐멘터리에 관한 글들이 많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알라딘과 인문사회출판협의회는 김연수 작가를 시사회의 게스트로 초대했다. 오른쪽은 <할매꽃>의 문정현 감독


문정현 감독은 담담하게 답했다.
만약 이 영화에서 패배의식을 읽으셨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한계이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상대, 중대마을과 하대 마을 어른들이 화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
그 자식들인 어머니 세대에서는 화해가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하려고 강요도 하고 오버도 했다고 말했다.
솔직한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심오한 의도와 철학적인 답변이 아니라 내 이웃, 내 친구에게서 들을 수 있는 답변이라 더 좋았다.

김연수 작가가 동석을 해서 그런지 관객들은 <밤은 노래한다>의 내용과 결부시켜서 질문을 했다.
김연수는 소설의 작업과 다큐멘터리의 작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만드는 직업은 상당히 이념적이다. 내가 이런 결말을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오히려 사실과 결부되기 때문에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다큐의 묘한 매력이다. 팩트도 있고 드라마도 있지만 흐름 자체에 몸을 맡겨야 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


▲ 자기 개인사와 결부된 현대사를 표현하는 것은 보통 작품을 표현하는 것보다 갑절의 고민과 공력이 든다.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자기가 입은 피해의식과 대중의 인식 사이의 벽이 너무도 단단하기 때문에 창작자는 그 역사를 온몸으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정현 감독의 <할매꽃>이 역사를 온몸으로 승화시켰다고 묻는다면 확실히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가족과 이웃 사람이라는 소박한 관계망으로 승화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제주도 사람으로서 나도 제주 4.3에 관해서 형상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좀처럼 형식이 잡히지 않았다.
자기가 입은 피해의식과 대중의 인식 사이의 벽이 너무도 단단하기 때문에 창작자는 그 역사를 온몸으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정현 감독의 <할매꽃>이 역사를 온몸으로 승화시켰다고 묻는다면 확실히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가족과 이웃 사람이라는 소박한 관계망으로 승화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 감독은 언제부터 이것을 만들려고 생각했을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최초의 시점은 언제였을까?
그는 2003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라는 어머니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아 다큐멘터리가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문 감독은 영화를 접으려고 했다.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도 할머니에 대한 선물이라는 소박한 목적이지만, 영화를 접으려는 것도 역시 할머니의 죽음에 의한 영화 정체성에 대한 불확신이다. <할매꽃>은 철저히 문정현 감독의 사적인 영역에 있다. 이것은 단점이기보다 오히려 강점일 수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표현하지 않고 사적인 영역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능력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