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이 한 달 내에 부대복귀를 해야 하는 이유


▲ 왕년의 아이돌 스타 젝스키스 출신 이재진 씨.

군대에서 병 인사를 담당하던 입장으로 이재진의 탈영 사태를 바라보면 이번 군무이탈의 경우 '예외적'으로 오래 걸린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군무이탈은 3일 내에 복귀하거나 검거되는 식이기 때문이다.
2003년 부대생활을 할 때부터 2년간 군무이탈자가 그 이전 2년에 비해서 5배 가까이 늘었다. 전군에서는 군무이탈 사건이 늘어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고심을 거듭했다. 군무이탈이 늘어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대 부적응자들이 해마다 늘어난 상황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군대에서는 새로 입대하는 병사들이 선임병에게 육체적이나 심리적 폭력을 받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인사지침을 하달하기까지 했는데, 분대장 이외에 병 상호간에는 누구도 지시를 할 수 없다는 방침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부대에서는 이등병을 '이등별'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이등병의 눈에 어긋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병사들은 신병을 무서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이등병들의 탈영을 얼마나 완화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재진은 이달 초 질병상의 이유로 휴가를 나가 지난 6일 부대 복귀 예정이었다. 하지만 귀대 예정일에서 17일이 지난 23일 현재까지도 자대에 복귀하지 않았다. 3~5일 정도 내로 군무이탈 사태가 끝나면 부대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볼 수 있다. 영창은 피할 수 없지만 '기록'은 피할 길이 있다. 1개월 정도 안에 복귀를 하면 여지 없이 구속이 되지만 군무이탈 만큼의 군생활을 더 하기 때문에 영창에 있는 날이 많아질 뿐 본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은 피할 수 없다. 군무이탈로 구속된 기록은 전역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개인의 신상과 상관없이 무조건 복무해야 하는 규정 재검토해야..

문제는 장기 군무이탈 사태가 지속될 때다.
내가 근무하고 있을 때 근무이탈이 6개월 넘어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단기 근무이탈은 상급부대 헌병대의 영창생활을 하게 되는데, 장기 근무이탈의 경우 육군교도소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다. 초범인 경우 재판을 통해 형량이 가볍게 나올 수 있지만, 육군교도소로 간다는 사실 자체는 본인 경력에 엄청난 누를 남기게 된다.
때문에 인사장교들이 신병교육대나 부대교육 때 병사들을 향해 "최악의 경우 군무이탈이 일어났을 때 일주일 안에는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군무이탈을 할 수 있지만, 냉정함을 발휘해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충고다.

살인죄의 경우 '시효'가 있지만, 군무이탈의 경우 평생 시효라는 게 없다. 매해마다 국방부장관 명의로 부대복귀 명령을 내리는데, 10년이 지나건 50년이 지나건 군무이탈자는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명령불복종죄로 다스려지게 된다. 탈영자에 대한 군대의 조치는 이 정도로 엄격하다. 이재진이 해외에 망명할 것이 아니라면 그 역시 이러한 조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군무이탈한 병사들의 인사기록을 남길 때는 사유를 적게 돼 있다. 사유의 90%는 이성 문제이다. 정말 이성문제 때문에 탈영이 대부분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헌병대에서 탈영병에 대해서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 주기 때문에 이 데이터는 100%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헌병대도 관료제이기 때문에 보고서를 남겨야 한다. 특이한 사유가 나오면 별도의 보고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있는 사유 중에 일반적인 것을 적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재진의 탈영으로 인해서 그의 입대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 참으로 답답한 사정이 있었다. 2006년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했으나 부실복무 혐의로 재입대 통보를 받은 데 불복, 서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재진은 끝내 패소해 지난해 8월 현역으로 조용히 재입대했다.

지난 2006년 아버지를 여읜 이재진은 군 복무 관련 행정소송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 5월 다시금 모친상을 당해 충격이 컸다. 부대 적응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입대 후 이재진은 이따금씩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국군병원을 오가기도 했으며 측근의 주장에 의하면 그가 군 복무 당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육군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군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진은 탈영병과는 분명히 다른 상태로 군 역시 걱정하며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자진 복귀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군 생활을 하다가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군 생활을 중단하고 문제를 해결한 후 남은 복무기간을 채우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재진의 경우 우울증이나 양친의 부고가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제도로서 이재진을 감싸지 못했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군대는 심신이 건강한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현역 복무나 예비군 훈련 등 군대와 관련한 규정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격한 편이다. 군이 이재진의 군무이탈 사건을 쉬쉬하는 게 우연은 아니다.

규율만을 강조하는 일방주의적 군 행정은 앞으로 이런 사건사고와 피해자들을 계속 양산해낼 것이다. 만약 이 사건이 이재진의 부대복귀로 인해 조용히 해결된다면 군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끝나겠지만, 돌발변수로 사건이 확대된다면 군 행정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가 시작될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 법무관들을 파면조치하고 병사들에게 불온도서를 금지한 군대는 지금 이재진 한 사람을 노심초사하며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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