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작고 20년이 됐다.
모두들 기형도를 신으로 만들려고 난리가 아니다.

나도 그 흐름에 동조하기는 했지만,
기형도 작고와 현재 사이에 청년 한 명이 지나갈 나이도 됐고,
그 청년도 이제 성인이 되었을 법도 하니,
이제까지 보였던 신화적이고 약간 유치한 관점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기형도의 나쁜 점을 들춰보려 한다.
기형도 시인도 이에 대해 별 유감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구상중...

"도대체 무엇이 젊은이(기형도)로 하여금 이토록 단정적이고 단호한 언사를 사용하게 만들었을까" - 이문재




나쁘게 말하다 
 
 
                                      기형도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눈치 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 
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잠겼다. 
멈칫했다, 석유 냄새가 터졌다. 
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 
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 
담뱃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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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3-1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승주나무님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저는 시는 잘 모르겠고, 그의 소설은 확실히 별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승주나무 2009-03-13 14:04   좋아요 0 | URL
시간을 쪼개면서 까는 말들을 하나씩 만들어내보려구요...ㅎ21주년이 되기 전에~

2009-03-1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7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