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증후군이라는 말은 내가 만들어낸 말이다.
철학자가 쇼펜하우어의 단면이 잔뜩 담긴 사례를 이야기했다.
쇼펜하우어는 헤겔과 같은 학교의 교수로 있었는데,
일부러 헤겔과 같은 강좌를 개설했다가 그야말로 처참하게 깨지고 대학교수를 그만두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염세는 시대가 만들어낸 염세다.
10여년 전 나를 철학으로 처음 인도해준 <철학이야기>의 윌 듀런트는 쇼펜하우어 탄생 이전의 절망적인 상황을 괴테의 입을 빌려서 말했다.
"모든 것이 좌절된 이 절망스러운 상황에 내가 젊지 않다는 것을 신께 감사한다."(괴테 말년)
쇼펜하우어는 살아생전에 성공을 누렸다.
윌 듀런트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게걸스럽게' 자신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구하기 힘든 자료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해서 밤새 관음증 환자처럼 즐겼다고 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진단하며 "쇼펜하우어 증후군"이라고 단정지었다. 아예 이 제목의 진지한 글까지 쓴 적이 있다. (당신은 혹시 쇼펜하우어 증후군?)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 나처럼 PC방에서 밤새 외신 기사를 서캐훑이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것은 쇼펜하우어 증후군과 국가주의, 민족주의의 합병증이다.
어떤 글을 쓰고 댓글을 확인하는 것을 정도껏 하는 사람에게 이 병증을 꼭 들이댈 필요는 없다. 나는 그 정도가 심하다. 글이 베스트에 올라 하루에 수만, 수십만 명이 올랐을 때 하루에 접속하는 횟수를 상상을 초월한다. 초연한 듯 보여도 속은 게걸스럽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지나치게 심하다.
그런 나에게 참으로 감당 못할 일들이 일어난다.
오마이뉴스 메인에도 올라가지 못한 글이 방송에 채택돼 방송과 책으로 만들어지게 된 한편, 인터파크 희망의 인문학 인문분야 선정위원 섭외, 최근에는 기형도 관련 전화인터뷰 요청...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름 파워블로거로 공인되기라도 한 듯이 이런저런 시선을 끌고, 또 나도 시선을 끌기를 싫어하지 않는 중증환자의 면모가 나타나고 있다.
그냥 이런 시선을 발사대로로 삼아 우주로 날아가버릴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