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용산'을 아시나요?


▲ 용산 참사 사고 당일인 지난 1월20일 남일당 건물 3층에서 철거민과 대치하고 있는 호○건설 용역 직원들.(사진 :시사IN)


'고담시'(gotham city)는 미국 영화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이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에서 따온 말로 범죄와 부패, 사건·사고가 들끓는 어둠의 도시이며 배트맨의 활동 무대이다.
'고담'이라는 말은 엉뚱하게도 국내에서 유행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최근 곳곳에서 대형참사와 범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지하철 상인동 가스폭발사고(1995년), 지하철 방화 참사 사건(2003년)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한 대구에는 '고담대구'란 말이 한동안 유행이 되기도 했다. 비단 대구뿐만 아니라 '심시티서울' '라쿤광주' '갱스오브부산' '뉴올리언스수원' '마계인천' 등 전국적으로 15곳 등이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 새롭게 '고담'의 이름을 얻을 곳은 용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74호에서는 용산참사에 목포의 조직폭력배 'ㅅ파'가 깊이 관여하였다는 보도가 다수의 설득력 있는 증거들과 함께 소개되었다. 해당 기사에는 조직폭력배와 용역직원들이 용산을 비열한 폭력의 도시로 만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지난 여름부터 철거를 거부한 세입자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매일 아침 오물과 음식 쓰레기가 수북이 쌓였다. 벽에는 섬뜩한 낙서가 가득했다. 빈집에는 밤마다 불이 났다. 용역들의 소행이었다. 철거민이 떠나고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들수록 폭력의 수위는 높아만 갔다. 어렵게 식당 문을 열면 험악한 용역들이 들이닥쳐 손님과 시비를 벌였다. 편의점에서 손님이 술을 마시면 술 먹는다고 때리고, 쳐다보면 쳐다본다고 때렸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는 일이 용산에서는 다반사였다. 철거 회사 용역들은 노인·어린아이 가리지 않고 욕을 해댔다. 팬티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 시사IN 74호 중에서..


▲ 용산구청은 용산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21일, 서둘러 문제의 철거민 비난 입간판을 떼어냈다.(사진 : 뷰스앤뉴스)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그물질(罔民)을 하다

용산이 폭력의 도시가 되게 된 데는 공권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용산참사가 벌어진 당일날까지 용산구는 구청 앞에 철거민을 폄하하는 대형 입간판을 달았고, 구청장은 참사 직후 보광동 주민센터에서 한강로 개발공사를 설명하던 중 "이 세입자들은 세입자들이 아니에요. 전국을 쫓아다니면서 개발하는데 마다 돈 내라고… 이래서 떼잡이들이에요"라며 철거민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조직폭력배를 잡아야 할 경찰은 도리어 조직폭력배로 의심받는 용역직원들과 서민들을 폭력진압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고, 검찰은 이를 두둔하려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자 수사의 방향을 급선회하는 등 모든 공권력이 절박한 서민들의 마음을 난도질하고 용역깡패들을 두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통령조차도 유감표시는 커녕 폭력성을 부각시키며 '법치'를 운운하고 있다. 대통령의 '법치' 운운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이런 행태는 2천여 년 전에도 국가 지도자가 가장 피해야 할 습관으로 비난받아 왔다.

맹자가 제나라에 방문했을 때 제나라의 선왕이 가르침을 청했다. 맹자는 "백성들이 일정한 벌이가 있어야 준법정신이 생길 수 있는데, 백성들의 생계를 걱정하지도 않으면서 법조문만 들이대는 것은 실로 백성들을 그물로 잡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지도자가 된 사람으로서 백성들에게 그물질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짓입니다."(맹자 양혜왕 상)

국민에게 가혹한 법조문만 강요하며 탄압을 하는 것을 망민(罔民)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철거민들이 망루 위로 올라가게 된 사정을 빤히 알면서도 법조문만 강조하고 있으니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지지율 바닥에서 헤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권리금 1억을 주고 가게에 입주한 사람에게 몇 백만원을 쥐어줌 권리금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다. 더군다나 건설회사에 있어 봐서 권리금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어디다 하소연할 데 없는 사람들이 봇물처럼 늘어나고 있다. 물이 고이면 방둑을 터뜨리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방둑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이것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이한 버릇이 있다. 같이 이웃하며 살고 곤경에 빠진 사람들이라도 그것이 '비정규직'이나 '철거민'이라는 말로 애써 구분을 지으려고 한다. 철거민들이 돈 몇 푼 받으려고 떼를 쓴다는 몇몇 언론의 막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자신과 철거민들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들이 돈 없어서 달라붙는 철거민이 아니라는 사실. 평생 철거민이라는 말을 듣지 않고 살 것 같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철거민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사IN 74호의 기사를 인용한다.

같은 날 망루에서 숨진 양회성 아저씨(55)도 2억여원을 들여 100평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던 분이다. 아저씨의 두 아들들은 일식 요리사를 준비하며 삼부자 일식 요리집을 낼 계획이었다. 이들은 하나네 식당 노부부와 같은 영세 상인도 아니었다. 무섭지 않은가? 철거민 문제는 더 이상 달동네에 사는 빈민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재개발의 광풍은 이러한 큰 업소의 '사장님'들도 철거민으로 만들었다. 애초에 철거민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재개발의 덫에 걸리는 순간, 우리 모두는 철거민이 되어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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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2-0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의 경찰은 60년에 고등학생들에게 최루탄을 박아 죽였고, 이제 불을 질러 죽이고 있죠. 용역은 경찰이 고용한 깡패인데, 철거민들은 다 압니다. 뉴스에 안 났을 뿐이죠. 정치깡패는 가끔 뉴스에도 나지, 철거지역의 깡패의 유치찬란 치사빤스는 영화에나 가끔 날 뿐, 눈뜨고도 안 보이는 존재들이죠. 그리고 철거민이 '난쏘공'의 극빈자가 아닌 요즘엔, 용역의 불량한 행동이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극빈자를 쫓아내기보다 사업자 쫓아내기가 더 힘드니까요. 이번 용산 사건이 더 커졌던 건 그런 배경도 있지 싶어요. 판자촌 사람들과 많이 다르죠. 법원에서 경찰더러 '참 잘 했어요.' 하고 씨부릴 줄 다들 알았지 않나요? 미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