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부터 몸이 안 좋아 서울대학교 병원에 많이 들락거렸는데,
80년대의 서울대 병원이랑 지금이랑 많이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은 수많은 비둘기떼입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 방문객들이 매점에서 과자를 사다가 비둘기들에게 자꾸 주니까 비둘기들이 야성을 잃어버리고 서울대 병원을 떠나지 않아서 골칫거리가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과자 주는 것을 금지했다는 소식도 들었고요.
하지만 대학로는 여전히 먹을 게 많이 있나 봅니다.
연극을 보려고 대학로에 갔다가 뚱보 비둘기 부부를 발견했습니다.
어찌나 몸이 비대한지 짧은 목을 쑥 집어넣고,
제가 사진을 찍으려고 접근해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녀석만 사진에온전히 담아 봤습니다.
정말 뚱뚱하지요. 날 수는 있는지 걱정이 됐습니다.
비둘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미국 맨하탄의 유명한 박물관에서 실제 일어난 일인데,
다른 박물관에 비해서 그 박물관만 벽이 엄청나게 지저분한 겁니다.
아무리 청소해도 떼가 가시지 않았죠.
아무리 청소 용역 업체를 고용해서 청소를 하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용하다는 업체에 컨설팅을 맡겼습니다.
용역업체는 당장 조사에 착수했고,
몇 주 정도의 정밀 분석 끝에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보고서는 단 한 줄로 이루어졌습니다.
박물관이 보고서에 있는 한 줄의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자
박물관이 감쪽같이 깨끗해지는 거였습니다.
한 줄에 적혀 있던 내용이 무엇일까요?
정답은 "박물관의 개관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길 것!"
그 박물관은 다른 박물관에 비해서 한 시간 정도 늦게 닫았기 때문에
불빛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고 나방들이 불빛을 보고 모여들었습니다.
다시 나방들을 보고 비둘기들이 날아들었습니다.
비둘기들은 맛있는 먹이인 나방을 잡아먹고 닥치는 대로 똥을 누는 바람에
그 박물관의 외벽은 깨끗한 날이 없었던 것입니다.
비둘기 하니까 생각나네요.
혜화동의 뚱보 비둘기 부부가 다이어트를 해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