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공판(일명 '언소주 재판')에서 롯데관광의 증인이 피고측 사람들으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받았다며 증언을 거부하는 이른바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나는 언소주의 회원으로서 당일 재판소에서 언소주의 당사자들을 일일이 취재해 전모를 밝히고자 한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려고 하였으나 한쪽으로 치우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 블로거 주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현장의 재구성

사건의 최초 발단은 롯데관광 증인과 50대 언소주 여성 회원 간에 벌어졌다.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언소주 50대 여성회원은 재판도중 잠깐 밖에 나와 다음 증언을 대기하고 있던 롯데관광개발 광고담당 반모씨에게 웃으면서 “롯데에서 나오셨느냐”고 먼저 인사를 건넸고, 롯데관광의 이미지에 관한 긍정적인 이야기와 여행업계의 생리나 관광업계의 현재 시장동향에 대한 대화를 서로 정중하고 편안하게 나누었는데 증인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것은 바로 그 다음이다.
증인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발을 꼰 상태에서 의자에 반쯤 누워 발을 쭉 뻗고 있는 자세였고, 50대 여성회원은 그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도중 가방을 추스리다 실수로 증인의 무릎에 손이 닿자 "야, 어딜 건드려!"라고 다짜고짜 반말을 했다고 한다. 여성회원에 따르면 증인이 바로 직전과는 너무 다른 태도를 보여 당혹스러웠지만 애써 무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인은 그 후에도 두 번이나 "어딜 건드려!"라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성 회원은 “왜 갑자기 반말을 하세요?”라고 반문했고 마침 법정에서 나오던 남성 회원이 그 상황을 보고 “왜 반말을 하세요”라고 여성회원을 보호하고 나서자, 증인은 “내가 반말 하면 안돼? 내 맘이야!”라고 언성을 높이며 회원들을 자극했다. 

뿐만 아니라 증인은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회원에게 "왜 쳐다봐"라고 언성을 높이며 자극하자 그 회원은 “너 말조심하라. 아무한테나 반말하고 그러지 마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그  증인은 “내 맘이다. 이 새끼야”라고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이에 흥분한 회원이 증인의 몸을 밀치려는 액션을 취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갔으나 다행히 다른 회원이 중간에서 몸으로 두 사람 사이를 막아 불상사는 없었다. 여기까지가 신문지면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며 그 다음은 신문지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증인이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며 증언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증인한테 뺨 맞고 신문에게 두 번 맞다



위 사건은 거의 모든 신문사에서 대서특필됐다. 신문들마다 사건 자체의 뼈대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논조는 조금씩 다르다. 세계일보,연합뉴스,쿠키뉴스, 아시아경제, 뉴시스 등은 이 사건을 '소동'으로 이해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논란'이라고 표현했다. 신문사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이지만 '소동'과 '논란'은 무게감이 다르다.

증인과 피고측 방청객들의 주장을 비교적 균형감 있게 다룬 언론사는 머니투데이와 쿠키뉴스 정도다. 나머지 언론사는 모두 '증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다가 퇴정당했다'는 식의 표현을 쓰고 있는 데 반해, 두 언론사는 방청석에 있던 한 여성은 증인의 위증 의혹을 제기한 대목과 "재판장이 왜 한쪽 의견만을 듣느냐"고 항의한 대목을 상세히 다뤘다. 특히 머니투데이는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민감한 문제라 재판 관계자들이 순간적으로 흥분해 발생한 일 같다", "이런 사안일수록 양측이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도하는 등 이 사건에 대해서 발빠르고 성실하게 취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내용을 보면 증인의 증언 내용에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증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다가 퇴정당했다'는 표현은 '보도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이 직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단 후에 "증인으로 나온 피해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재판을 두 번 참관했던 사람으로서 재판부가 증인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 찬성한다. 

예컨대 문제의 발언으로 재판정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롯데관광 반모씨는 80킬로그램정도의 건장한 체구였으며 같이 출석한 롯데관광 소속 증인 서 모 씨는 위 반모대리는 평소에도 다혈질이라서  여러차례 질책했다는 증언을 했을 정도다. 언소주에는 여성 회원들이 많은데, 이번 사례처럼 방청한 회원들도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특히 재판정에 출석한 증인들은 방청객들과 피고소 회원들을 적대시하는 경우가 많다. 말을 몇 마디 나누고 싶어도 마음의 벽을 닫아버려서 한마디도 건넬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라면 증인과 방청객을 격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28일 2차 공판 때도 재판부는 검찰과 예상문제를 교환한 증인을 법정으로 호출해놓고도 필요한 답을 듣지 못한 채 퇴장을 시켜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언론사들의 보도와 같이 증인의 신변보호라는 특정 관점뿐만 아니라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증인관리 부분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다. 
 


▲ 언론사 중에서 '경향신문'은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가 사실확인 후 기사를 삭제했다.



언소주 내부 "우리가 너무 경솔했다"는 반응

언소주는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상정하고 의견을 공유했는데, 방청한 회원으로서 행동이 경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이 초미의 관심사이며 언소주 자체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조그만 행동이라도 조심하지 못했던 점은 옳지 않다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롯데관광 증인과 함께 언론에 보도된 해당 회원은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사과했다. 그는 "제가 너무 경솔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언소주가 현재 재판에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도 도덕적 우위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롯데관광 증인처럼 위압적인 태도로 나온다거나 폭력을 사용할 경우 맞대응하기보다는 차라리 매를 맞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언소주는 롯데관광 증인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 거대한 권력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총력을 다해야 할 부분을 분명히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언소주 회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인지 몸소 체험했다. 우리들이 가진 재산은 '도덕성'밖에 없으며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비록 위험이 따르더라도 옳은 과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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