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의미를 붙일 것은 없다.
정치란 국내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기주의이거나 집단이기주의이다.

사람들은 오바마가 당선된 것을 계기로 세계의 평화기조가 도래할 것이라거나
미국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세계의 평화가 도래한다면 그것은 세계의 평화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전제를 만족했을 때뿐이다.

우리는 클린터 대통령의 슈퍼301조를 기억한다.
민주당의 다크호스 클린턴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보복관세를 휘둘렀다.
그렇게 해서 고질적인 미국의 재정적자를 흑자로 돌려놓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비록 부시가 다 까먹어버리기는 했지만)

미국의 노동자, 중산층, 하층민들에게 감세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 노동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오바마는 세계 지도자이기 이전에 미국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자국의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망설임 없이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칼을 들이댈 것이다.

한미FTA에서도 오바마는 FTA가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에서는 '자동차 협상' 부문만 강조하며 FTA가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것처럼 언론을 호도했다.
그것은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을 위한 압박일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가 한미FTA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저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자동차 부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처럼 굴욕적인 선택을 할 위험성이 다분히 큰데,
이혜민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가 말한 것처럼 자동차 협상 수정 때는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고, 이제까지의 협정 내용을 전부 재부팅하거나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왠지 후자쪽으로 갈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다시 말하건대 오바마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세계 평화의 지도자가 아니다.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봉사해 재선을 노릴 것임이 틀림없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 돼지저금통 모으기처럼 소액기부금으로 선거자금을 확보했다는 것(구글의 소액광고주 전략과 유사하다)과 풀뿌리, 젊은층들을 정치에 참여시켜 되도록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면 이 역시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한 단계 진보를 바란다. 하지만 그 진보를 위해서 다른 나라의 시민들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공자와 맹자의 충고를 덧붙인다.

내가 생각할 때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은 가난해지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부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 공자(논어 6장 계씨 편)
丘也聞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단규가 맹자에게 말했다. 저는 우임금보다 치수사업을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맹자가 대답했다. 자네가 틀렸네. 우임금의 치수는 물의 흐름을 잘 살폈기 때문에 사면의 큰 바다를 구덩이로 삼았지만, 지금 자네는 이웃 나라를 구덩이로 삼아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닌가. - 맹자(맹자, 고자 하편)
白圭曰 :  丹之治水也愈於禹.  孟子曰:  子過矣. 禹之治水, 水之道也.  是故禹以四海爲壑, 今吾子以鄰國爲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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