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공포에 시달리는 금융시장




한국의 주식시장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사실상 주식시장이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달 9월 1681억원으로 8월의 5212억원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초이후 외국인들이 거래소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29조3천억원에 달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2조7천억원을 순매도해 총 32조1천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9월까지의 주간 환율과 10월의 일간 환율을 비교해보면 10월이 얼마나 폭등락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대체로 10월은 폭등세인데, 주식을 대량매도한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달러송금을 하면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했기 때문이다.

자본이 자유롭게 들어온다는 것은 자유롭게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금융시장 자유화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경고다. 그에 따르면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변동 환율제 아래에서 대규모 자본이 급작스럽게 유입되면 해당 국가의 통화에 대해 절상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국내 통화의 대폭 절상은 (국내 소비재에 비해 가격이 낮아져) 수입을 증가시키고 (다른 나라의 소비재에 비해 가격이 상승해) 수출을 감소시키므로 국제수지 악화라는 문제를 초래한다. 또 해외 자본의 유입은 국내 정책 결정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강화시킬 수 있다. 극리고 국내 자원에 대한 외국인의 통제와 소유권 역시 도에 넘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 151쪽)
여기까지가 IMF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시장 상황이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되는가? "급작스런 대규모 자본 유출은 국내 통화를 절하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본 이탈은 종종 추가적인 자본 이탈과 통화 가치 하락, 부채 상환 압력, 그리고 주식 가치 하락을 불러 온다. 이는 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이 앞 다퉈 보유 자산을 팔아 예상되는 통화 가치 하락에서 발생하는 자본 손실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본 이탈은 이런 방식으로 기존 거시 경제의 취약성과 금융 불안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킨다. 이런 사오항은 금융 위기 때 최고조에 달해 경제 실적과 생활수준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때때로 외국인이 국내 정책 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게 만든다. 끝으로 시장을 통한 자본의 국제적 배분 역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며, 장기적 발전의 측면에서 비생산적인 방식으로이루어지는데, 그 폐해 정도는 정부가 자본 배분을 주도하는 경우보다 심각하다."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 151쪽)

말 그대로 금융시장 자유화는 상황이 좋든 나쁘든 최악이든 외국 자본의 권한만 비정상적으로 늘려줄 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피해갈 수 없다. 외국 자본이 많이 유입되면 사사건건 정책에 대해서 시비를 걸고, 외국 자본이 유출되면 정책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자유의 비용'은 비효율, 낭비, 비생산적 그 자체다. 금융 선진국들이 초유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바라보는 공통점은 '통제'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자유'에 기대고 있다. 금산분리, 종부세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인 한물간 정책을 펴면서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지만, 후진국 다운 발상이다. 강만수 장관은 1997년 IMF 위기 직전에도 '펀더멘털' 이야기를 하더니, 올해도 펀더멘털 이야기를 한다.

"11년 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탄탄해졌다. 하지만 정부 위기대응의 펀더멘털을 제자리걸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경향신문 사설(2008년10월25일)

경향신문의 사설이 현재 정부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강만수의 펀더멘털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영화 <타짜>의 '호구' 생각이 났다. 호구는 타짜와 설계사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돈 많고 멍청한 사람'을 가리킨다. 허구헌날 돈을 잃고 속는 줄도 모르면서 돈을 갖다주기 때문에 호구라고 한다.

화투는 운7기3이야. 운이 70이고 기세가 30이거든. 기세란 게 결국 판돈이거든.
노름이 뭐야? 그래 파도,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야. - 영화 <타짜>의 호구

그때와는 다르죠. 지금은 우리 경제 체력도 달라져 있고, 기업들도 부채들이 많지도 않고 보유고도 많고, 그때와는 어려움이 전혀 다릅니다. 비교가 안 되죠. KBS1 <단박인터뷰>의 강만수 장관(2008년 9월 3일 방영)

영화 <타짜>에서 설계사 정마담에게 노름에 대해 한수 가르치려 드는 호구(왼쪽). 나중에 전재산을 털린다. 오른쪽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IMF를 두 번 자초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영광(?)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 장하준의 신작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부키)의 내용을 참조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싣고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치는 식으로 서술돼 있는 신자유주의 본격 비판서다.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의 허름한 기조를 뛰어넘기 위해 머리를 골몰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철저하게 헤아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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