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는 운7기3이야. 운이 70이고 기세가 30이거든. 기세란 게 결국 판돈이거든.
노름이 뭐야? 그래 파도,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야. - 영화 <타짜>의 호구

그때와는 다르죠. 지금은 우리 경제 체력도 달라져 있고, 기업들도 부채들이 많지도 않고 보유고도 많고, 그때와는 어려움이 전혀 다릅니다. 비교가 안 되죠. KBS1 <단박인터뷰>의 강만수 장관(2008년 9월 3일 방영)

▲ 영화 <타짜>에서 설계사 정마담에게 노름에 대해 한수 가르치려 드는 호구(왼쪽). 나중에 전재산을 털린다. 오른쪽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IMF를 두 번 자초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영광(?)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지난 9월 강만수 장관을 인터뷰한 '단박인터뷰'에서 강만수 장관이 10년 전에 들먹였던 '펀더멘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을 보고 영화 '타짜'의 호구가 생각났다. 그때부터 나는 강만수 장관의 별명을 '강호구'로 정해놓고 있었는데, 타짜의 스토리 중후반부 정도에 와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니 확신이 생겼다. 9월에 이야기했던 펀더멘털은 10월에 아마도 반타작났을지도 모른다.

그 인터뷰를 보고 생각한 것은 '강만수가 10년 동안 배운 게 하나도 없구나'이다. 그야말로 경제 지체아다. 지금까지 좌청수 우만수를 끼고돌며 강만수를 붙들어주던 이명박도 아마 지금쯤이면 마음에서 강만수를 떠나보냈을 것이다. 그 날 강만수가 발언했던 또 다른 충격적인 내용은 "돈을 갖고 돌아가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그러면 우리 펀더멘털이 괜찮지 않다고 말하겠느냐"는 것이다. 외국인이 보기에 이 발언은 말 그대로 사기 아닌가. 그 때 외국인 투자가들은 강만수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깨뜨렸을 것이다. 한 번 깨진 신뢰가 10년이 지났다고 복원될 수 있을까? 지금도 강만수는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이야기하는데, 10년 후 이 대목에 대해서 질문한다면 또다시 그는 "외국인이 돈 가지고 나가려고 하는데 그러면 펀더멘털이 괜찮다고 하지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능력도 신뢰도 책임감도 없는 인사에게 경제부총리를 안기려는 청와대의 내부문건이 코미디인 까닭이다.

단박인터뷰 강만수편 보러가기(9월3일)=>클릭


"11년 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탄탄해졌다. 하지만 정부 위기대응의 펀더멘털을 제자리걸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경향신문 사설(2008년10월25일)

경향신문의 사설이 현재 정부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강만수의 펀더멘털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영화 <타짜>의 '호구' 생각이 났다. 호구는 타짜와 설계사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돈 많고 멍청한 사람'을 가리킨다. 허구헌날 돈을 잃고 속는 줄도 모르면서 돈을 갖다주기 때문에 호구라고 한다.


호구가 돈을 따는 법은 없다. 호구가 돈을 딴다는 것은 그의 수십 수백배를 긁어먹고자 하는 타짜들이 미끼를 던진 것뿐이다. 어떻게 호구가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수 있을까. 선수를 바꾼다고 딱히 대안이 없겠지만, 그래도 호구보다는 어린애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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