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품 수집 할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하네요. 할머니는 지금 일방통행 길로 가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이사 때문에 분주합니다.
하루에 폐품 수집하러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꽤 됩니다.
그 중에 한 할머니가 이사가는 사정을 아시고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번 오셨습니다.
버릴 게 무엇인지 몰라서 폐품을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죄송해서 감귤 두 개를 드리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요즘 폐품 일 하시는 분이 많아서 사정이 안 좋아지셨다고 들었어요?"
- 말도 마. 예전의 반도 안 되는 것 같아
"요즘에는 2~3만원 정도 버신다고 들었어요."
- 2만원은 무슨. 1만5천원 벌어도 잘 번 거야. 나야 자식들한테 짐 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을 하는 거지만.. 예전에는 3만원 정도 벌었던 것 같아. 폐품 일 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값도 많이 떨어져서 쉽지 않아.
"킬로그램에 얼마 정도 하나요?"
- 킬로그램당 60원.
"이 일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으실 거 같아요."
- 이 일에도 상도라는 게 있어. 폐품을 가져갈 때는 주인한테 일단 허락을 얻어야 하지. 그런데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회사의 서류를 그냥 박스채 가져가는 일도 많아. 자주 가던 회사에서는 그것 때문에 담당하시는 분이 얼굴이 완전 노랗게 되었더라고. 그 후로 그 회사에서 못 들어오게 하잖아.
"그러면 그런 데 또 못 가시니까 수입이 또 줄어들겠네요."
- ......

얼마 전 신문에서 기자가 폐품 수집체험을 하고 나서 쓴 르포 기사를 읽었습니다. 특히 무가지 회사에서 듣기 민망한 욕을 먹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폐품으로 팔려고 쌓아 둔 무가지를 훔쳐갔다느니 하면서.
저는 예전에 시사IN 창간을 도우면서 창간호와 기념품을 거리에서 돌려봐서 길거리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의 설움을 잘 압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폐품수집하시는 분들이나 전단을 돌리시는 분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분들도 당당한 시민이므로 존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사무실에 폐품을 수집하러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존경심이 들 정도로 인사성이 밝으시고 상도를 지킬 줄 아는 분들이라 제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입니다. 할머니가 오래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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