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동네 1000원샵'이라는 글에서 서민경제가 어려워 1,000원짜리 상품이 급증했던 사례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슬픈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시장을 보러 까치산시장으로 갔습니다. 과일도 사고 반찬도 사다가, 야채 파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야채 파는 할머니라면 전봇대 아래 대충 좌판을 깔아 놓고 직접 따온 야채를 파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할머니의 야채 가게는 그래도 조그마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배추 하나에 1,000원이어서, 고기에 싸먹고 국도 끓여 먹을 겸 배추 하나를 샀습니다.
할머니는 계산을 마치고 손을 가져가더니 푸른 풋고추를 함줌 쥐어서 비닐봉지에 넣어주시는 겁니다.
참 오랜만에 보았던 시장 인심이었죠.
그것도 서울에서 한줌의 인심을 맛본 게 얼마만입니까.


▲ 시장 할머니가 배추 위에 풋고추를 한 줌 쥐어주었습니다. 오늘 고기 싸먹을 때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을 생각입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 슬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님이 많이 오나요?"
라는 물음에
"아이구 말도 마~ 감자 한 알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니까."

'감자 한 알'이라는 말이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감자 한 알은 원래 규모가 너무 적어 팔지 못합니다.
감자 한 예닐곱 정도는 돼야 봉지에 넣어서 1,000원을 받든 2,000원을 받든 하는데,
감자 한 알은 도대체 얼마에 팔아야 할까요.




2008년 들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MB물가가 허탕치면서 정부는 물가정책에 아예 손을 놓고 있습니다.
강만수 장관은 '유동성을 풀어서 환율을 잡겠다'는 말만 합니다.
환율대란 다음에는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아마 절반이 망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6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6월은 7월과 8월에 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200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서울신문 자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금의 상황이 그래도 그나마 나은 상황이 아닐까.
1년 후에, 아니 6개월 후에는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을 부러워하고 있지 않을까?
주식시장에서는 바닥 아래, 지하 1층, 2층, 3층 이렇게 내려가는 흐름이 있습니다.
요즘같은 장에서는 지금이 지하2층인지 지하3층인지 알 길조차 없습니다.
금융강국인 미국에서도 현재의 상황은 2년 후쯤에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서민경제도 지금이 지하 2층인지 지하3층인지 모르는 상황이 아닐까요.
서민들의 공포심이 '감자 한 알'에 고스란히 배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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