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에 재직 중인 군인 친구가 휴가차 서울로 왔습니다.
간간이 통화를 했는데 '불온도서'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통신보안 때문에 물어보지 못하고 이번에 온 김에 물어봤습니다.

친구의 말로는 '불온도서'는 국방부 책상에서나 존재하는 목록이지
자기네 부대를 포함해서 최전방에는 전혀 소식도 없다고 합니다.
근냥 대외용 이미지용으로 국방부에서 급조한 것 같다고 합니다.
하기야 국방부에서 해마다 불온 비슷한 거를 발표해왔었다고 하니 알 만한 일이겠지요.
오히려 이게 이슈가 되니까 국방부에서 당황한 흔적이 역력한 것 같습니다.

군내에 진중문고 같은 게 있는데
일종의 군내도서관이라고 보면 되는데 거기에는 통제가 될 듯합니다.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아마 군대를 졸업하신 모든 분들이 안타까워하실 것 같은데
자연스러운 대화체로 옮겨봅니다.

승주나무 : 국방부 불온도서라고 세상이 떠들썩한데 군내 분위기는 어때?
최전방 : 국방부의 '국' 자도 모르는 일이야. 국방부 책상에서나 도는 리스트겠지.
승주나무 : 그러면 그 책을 부대로 보내줘도 되는 거야?
최전방 : 그거야 모르지. 행정적으로 어떻게 조치를 취했는지도. 아무튼 국방부 불온도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간부를 포함해서 거의 없다고 봐야 해. 우리 부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부대도 상황은 비슷한 듯.(이 친구는 직책상 다른 부대원들을 자주 만나 사정에 밝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일이 나서 걱정이야
승주나무 : 그게 뭔데?
최전방 : 전투체육이 없어졌어!
승주나무 : 뭐라고? 수요일에 정신교육 받고 나서 오후에 공놀이하고 뛰어노는 시간 말야?
최전방 : 응
승주나무 : 어쩌다가?
최전방 : 국방부 장관이 바뀌었잖아. 그런데 예전의 기조가 '강한친구'란 말이야. 친근하게 다가가고 전우들끼리 우애를 중시하던 거였지. 그런데 장관이 바뀌니까 기조가 '강한전사'로 바뀐 거야. 전사로 키우겠다는 거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들어갔어. 특히 수요일 전투체육을 빼 버린 게 가장 큰 타격일듯. 정신교육도 토요일로 바꿨어.
승주나무 : 뭐야? 그러면 주5일제에서 주6일제가 되는 거잖아.
최전방 : 그런 셈이지. 토요일에 정신교육을 받고 나서 휴식을 취해야 하니까..
승주나무 : 이런 된장... 이거야말로 심각한 문제군

*전투체육 : 군대 다녀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요일 오후3시부터 장병들의 훈련,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거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 일정을 멈추고 축구나 족구 등 각종 운동경기를 하도록 지정한 일조의 규칙입니다. 전투체육을 할 형편이 되지 않은 부대가 많았지만, 이 덕분에 수요일은 한 주일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었습니다.



▲ 수요 전투체육 모습. 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 :
http://cafe.naver.com/rokmc2006/2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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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8-1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좋아 전투체육이지 저는 최전방에서 전투체육하는 날 진지구축을 위한 노가다 일 했던 것 밖에 기억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ㅎㅎ

승주나무 2008-08-20 02:31   좋아요 0 | URL
저는 나름대로 챙겨먹어서 유감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