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의 저자 우석훈 박사


반전파는 전쟁파를 이길 수 없을가?

역사의 과정은 한마디로 '전쟁파'와 '반전파'의 싸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야누스 신전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고 한다. 로마 사람들은 그 문을 전쟁의 문이라고 부르는데, 전쟁시에는 열어두고 평화시에는 닫아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이 닫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로마 제국이 강대해지고 점점 커지면서, 이웃의 민족들과 적들이 끊임없는 도전을 해왔기 때문에 평화로운 때가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우구스투스가 안토니우스를 정복한 다음에 단 한번 성문이 닫혔을 뿐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 1권) 현대전에는 '비지니스'라는 개념이 하나 더 추가된다. 그것이 전쟁경제학이다. 우석훈 박사가 소개한 미국의 '전쟁 정의'에 의하면 어디서든 참전한 상황이 전쟁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미국은 1945년 이래로 계속 전쟁중이며, 한국 역시 이라크 전쟁 이후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통한 비용과 수익의 흐름을 보면, 전쟁파들이 전쟁을 일으키며 '단기 이익'을 챙기면, 전쟁의 피해자들과 반전파들이 매우 오랜 시간동안 비용을 내는 방식으로 흘러왔다. 결국 전쟁파든 반전파든 궁극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자기 영토 안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전쟁파에게 불리할 게 없다. 현재 지구상에서 자기 영토 안에서 전쟁을 하지 않고 용병을 써서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우석훈 박사는 평화경제학을 일종의 주식투자 개념으로 풀어서 설명했다. 예컨대 전쟁을 해서 주가가 폭락하는 기업과 반대로 주가가 폭등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느 상황에 처한 기업이 많으냐에 따라서 전쟁의 운명이 결정난다는 거다. 예컨대 전쟁 피해주들이 많다면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 할 거라는 거다.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은 사실 평화경제학과 전쟁, 제국주의를 언급하고 있지만,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모든 개념을 설명한 책이다. 평화의 달콤함을 한번 맛본 자는 그것을 잊지 않는다. 이것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강력한 이유이다.
6회째 맞는 리더스가이드의 저자간담회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반독자 2명이 우석훈 씨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방청객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이다. 공동진행단은 행사 전에 3회 이상의 사전조율과 '작전회의', 출판사와의 조율을 마쳤으며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이제까지 간담회를 빼놓지 않고 참여했던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했던 간담회 중에 가장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8월 14일 저녁 7시 영풍문고 갤러리에는 40명이 넘는 방청객들이 찾아 평화에 대한 열망과 우석훈 씨에 대한 호감을 보여주었다. 특히 우석훈 씨의 팬클럽이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액션대로망' 카페 회원들이 많이 찾아주었다. 2시간으로 예정된 간담회는 열띤 질문과 토론으로 30분 정도 늘어났고, 간담회 이후 뒤풀이에서 남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주제는 크게 네 가지로 ▲ 한중일의 전쟁위기 어디까지 왔나, ▲ 대안으로서의 에라스무스 모델, ▲ 10대들에게 희망을 읽다, ▲ 아직 못 다한 이야기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이번 작가와의 만남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석훈 씨의 책을 좋아하는 일반독자 2명이 질문지를 만들어 공동진행하는 방식으로 꾸몄다. 질문의 수준과 독자들의 흥미를 고르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은 기자, 가운데는 리더스가이드(알라딘) 리뷰어 제이드, 오른쪽은 우석훈 씨


한중일의 전쟁위기 어디까지 왔나

"딴지일보에서 우석훈 경제학을 ‘호러경제학’이라는 표현할 정도로 경제대안시리즈에서는 대안보다 처절한 현실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신문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데 그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까닭은 무엇인가요? 희망을 불어넣기 전의 단계리고 봐야 하나요?"

- 책을 주로 새벽에 써서 그런 거 아닌가 싶구요.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를 읽었던 게 중학생 시절이었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88만원 세대는 원래 처음 버전은 되게 슬픈 이야기잖아요. 20대의 사회부적응자에 대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요. 제가 명랑제왕이라서 눈물 짜는 것들은 많이 뺐거든요. 궁상맞다고 뺐는데 슬픈 것을 뺐더니 공포만 남았어요. 희노애락을 다 넣고 싶은데 슬픈 것은 빠지고 즐거운 것은 충분치 않고 공포만 남은 셈이죠. 어떻게 보면 한국이 이미지를 벗기고 나면 사실 지옥이거든요.


"우석훈 박사의 메일 계정의 뜻이 ‘메도우 여사에게 영광을’이라는 뜻인데,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읽으니 왜 그렇게 제목을 붙인 지 알 것 같습니다. 여성 경제학자, 특히 메도우 여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죠."

- 저도 여성경제학자라고 해서 좋아했던 건 아닌데, 5년 전쯤에 제 이론을 구성하는 경제학자를 찾아보다가 공교 롭게도 3명이 모두 여성이더라구요. 좌파로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있었고, 우파는 조안 로빈슨이 있었고, 로마 클럽의 집필자였던 메도우 여사가 있었어요. 하고 보니까 세 명 다 여성학자, 세 명 다 전쟁을 반대했던 사람이었죠. 케인즈도 그렇고 남자 경제학자들은 이론을 전개하다 보면 전쟁을 그렇게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전쟁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이런 식이죠. 맑스가 전쟁을 반대했겠느냐 의문입니다. 전쟁을 안 하면서 경제학을 구성하는 사람을 보니 여성 경제학자만 남은 거죠.
메도우 20대에는 엔지니어였습니다. MIT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자원과 인류의 미래를 시뮬레이션을 했죠. 40대 중반에 귀농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칼럼을 쓰고 자기 연구를 계속 했는데, 그렇게 살면 굉장히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안타깝게 장수는 못했고 60세 좀 넘어서 급사를 했습니다. 그게 2002년. 연구를 했을 때 맨 마지막 파일에 2030년에 전쟁이 일반화될 것이다 돼 있던 건데, 갑자기 급사해서 뒤에 어떻게 하면 좋을 거를 남기지 않아서 안타깝게 됐습니다.


"반전과 평화를 지향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오드리 햅번을 많이 좋아하는데요. 오드리 햅번이 어떻게 해서 삶의 평화를 찾았나를 좇다 보면 햅번이 결혼을 실패하고 그럴 때는 행복하지 않았는데, 육아를 하면서 행복을 느꼈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으니까 이탈리아로 갔죠. 이태리로 가니까 기자도 많이 따라다니고 이태리 사람들도 많이 괴롭히니까 스위스의 제네바로 가서 비로소 삶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그가 왜 거기 갔는지 추적하다 보니까 일단 조용할 것, 그리고 전쟁이 없야 한다는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전쟁이 없다는 것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하니까, 저도 만약에 제가 아무 상관 없이 전 세계 어디든 고른다고 친다면 맨 처음 고르는 데는 전쟁이 없는 곳을 찾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전쟁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게 바보같은 것이고, 내가 사는 곳을 전쟁이 없게 만드는 것이 궁극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3권은 한중일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베이징 올림픽 이야기를 좀 해보죠. 한국팀이 경기할 때 중국응원단이 야유를 보내고, 또 중국팀이 저조한 플레이를 할 때 한국팀 응원단이 환호를 하는 등 일반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반발감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쓰촨성 지진이라든지 친미 일변도의 대외정책에 이어지는 현상이지만, 권부와 언론 외에 대중의 차원에서까지 반한감정이 일반화되는 것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석훈 씨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 전형적인 촌놈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정신분석학 용어를 하면 자기정체성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 하는 개념을 무아포(moi-peau, 피부적 자아)로 설명하는데요. 자기가 생각하면 피부의 안쪽은 나고 피부의 바깥쪽은 내가 아니라는 심리현상이 있는데, 자기 피부가 정신적인 게 돼 있는 것 같아요. 나라는 피부를 못 만드는 사람들이 다른 데서 피부를 빌려오는 것, 회사가 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피부를 자체적으로 못 만들어서 회사의 피부를 빌려오는 거고, 가장 또라이들이 국가라는 피부를 빌려오는 거거든요. 국가가 곧 나다 라고 생각하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정신지체아, 자기가 누구라는 자기정체성과 정신적인 피부를 못 만드는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따라보면 형편 무인지경에 있는 거고,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프랑스, 영국, 스웨덴 같은 데 보면 전쟁을 덜 하고 사회가 좀 안정된 곳에서는 개인이 다 피부를 만들어요. 미국도 어떻게 보면 넓은 나라라서 개인을 피부로 못 만드니 국회를 피부로 쓰는 셈이죠. 모자란 나라들이 싸우니까 오죽하겠냐라는 건데, 그 중에서 일본은 상당부분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서 자기 피부를 만든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가 보기에는 다 극우파 같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죠.

중국 한국은 피부가 없는 사람들이 모인 거고, 이 둘이 붙었으니 볼 만한게 아닌가 싶어요.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은 자기 피부를 자기가 가져서 나의 취향은 이거고 이게 나라는 건데, 그런 게 없으니까 국회를 빌리고 국가를 빌리고. 다른 가정이나 동네나 이를테면 스위스 같은 경우는 지역을 만든 사람이 많거든요. 국가를 자기 피부로 가진 사람이 많았을 때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촌놈>은 이대로 가면 30년 안에 동북아 삼국 사이에 전쟁이 필연코 발생하므로 평화체제를 지금부터라도 구축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인데 동북아 삼국 간에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얘기는 말하자면 일종의 묵시록적 경고(비유적 표현)인가요, 아니면 과학적 전망에서 나온 저자의 확신인가요? 독자들은 묵시록적 경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30년을 길게 잡은 것은 2040~50년에는 메도우의 전망에 의하면 전세계의 자원이 어쩔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오거든요. 공급이 줄어서는 아니고, 중국을 포함한 제3세계 국가들의 자원수요가 증가해서 공급이 감당할 수 없어서에요. 전체적으로 희송성 시대가 온다는 데 50년을 물질적으로 본다는 거고, 그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황포하게 전쟁이 벌어지죠. 물 같은 것은 더 빨라서 국지전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2030년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것보다 훨씬 더 빨리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빨리 올지 몰라서 넉넉잡아 30년을 잡은 거지 저는 10년 안에 생길 거라고 봅니다.

전쟁에 대한 정의가 우리는 국토 내에서 벌어지는 것을 전쟁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전쟁이라는 정의는 어디서든가 참전입니다. 그래서 1945년 이래로 계속 전쟁중이죠. 늘 교전중이었는데 한국도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라크 전쟁 이후로 계속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죠.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데, 중국, 일본, 한국이 늘 같은 편에서 싸우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지금 중국, 한국, 일본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붙을려면 붙어보자’는 식인 것 같아요. 이것을 제어하자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 독도문제가 퍼진 것도 일본의 사회당, 공산당이 그런 사람인데. 워낙 몰리다 보니까 포퓰리즘으로 가게 됐습니다. 한국도 전쟁을 반대하자는 세력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보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세 나라에 전쟁을 말자는 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우려됩니다.


동북아 주변의 안보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평화보다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경제학자로서 한일, 한중, 남북 관계의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크게 보면 정권이 냉전이 30년 정도 지속되다가, 냉전이 없는 시대가 10년 정도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신냉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북한과 남한의 국경이 작은 것인데, 이게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 커진다고 한다면 안보비용은 더 늘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통일을 할 거고 어떤식의 지역체계를 만들 것이냐와 상관없이 안보비용은 늘기 마련인데, 어떤 장치를 만드느냐에 따라서 안보비용이 더 늘거라 이거죠. 우리가 생각하기에 통일이 되면 국방비용이 준 대신 복지비용이 늘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국, 러시아이랑 우리가 싸우든 국경을 지킨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거거든요. 그런데 스위스나 스웨덴, 벨기에 생각해볼 때 그 사람들이 국경에 돈을 써야 한다면 엄청 써야 되는데, 국경에 사실 별 거 없거든요. 경찰인데 주로 마약 단속을 위주로 가는데, 지금 우리나라 하는 꼴을 보면 진짜 총을 들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평화보다는 외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싼데, 한국은 말로 하기보다는 힘으로 보여주자는 거죠. 지금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4~5년 이후에 진짜 돈이 많이 들 거라는 거죠.


재작년이었던가요? 신문에서 아주 깜짝 놀랄 만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중국의 청소년정치학원 청소년정책연구소, 일본의 쇼케이대학원대와 공동으로 3∼6월 한중일의 중고교 2학년생과 대학생 등 29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쟁이 나면 참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일본(41.1%)이 중국(14.4%)이나 한국(10.2%)에 비해 훨씬 높았다는 건데

이렇게 한중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전쟁설문조사’를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신문사에서 굵직하게 다뤘습니다. 보도의 내용도 충격이었지만, 2006년 8월 13일~14일을 전후해 언론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 독일국민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이었는데, 경제위기가 생기면서 전쟁국면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히틀러도 점잖은 사람들이고 독일인도 문화인들이어서 프랑스도 독일의 침공에 대비하지 않았죠. 독일이 침공할 줄 알았으면 프랑스도 준비를 했을 텐데, 1~2년 사이에 사태가 돌변한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평소에 얌전하다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전혀 상관 없이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오면 1~2년만에 바뀌게 되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전쟁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하고, 내가 가지 말고 용병을 시키고, 그렇게 하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뿐입니다.
러시아와 그루지아 전쟁도 한달 전만 해도 몰랐죠. 조건이 생겨서 전쟁이 들어가는 데 한달도 안 걸렸습니다. 뭔가 터지면 한달만에 갈 수 있는 건데, 한국은 보니까 일주일 만에 갈 놈들이 눈에 보인다는 거죠. 평상시에 만드는 장치라는 것을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습니다.



▲ 촌놈들의 제국주의, 우석훈, 개마고원, 278쪽, 12,000원



대안으로서의 에라스무스 모델

선생님은 한중일 평화 인프라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대안으로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꺼내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에라스무스 교육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될 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 아무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천 명 수준에서 시작했죠. 스위스도 다른 것은 참여 안 했지만, 에라스무스 모델은 그것만은 참여했어요. 지금 유럽은 전체 평균으로 10% 대학생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대성공을 거둔 거죠. 전체 대학생의 10%가 짧게는 한두달에서 6개월~ 길게는 1년. 성공하게 된 계기가 취직이 잘 된 거예요. 기업체 입장에서 볼 때는 바보처럼 한 나라에 있었던 사람보다는 여러 나라를 갔다 온 사람을 뽑은 건데 한국 같은 경우는 그것을 개인 비용으로 하잖아요. 그것을 정부가 돈을 냅니다. 비용이 클 것 같지만, 국방비, 도로 만드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갔다 와 보니까 효과가 좋았고 취직이 잘 되더라는 거죠. 용돈도 넉넉히 있어서 월 200만원씩 챙겨주면서, 국가의 명예를 걸고 빈민처럼 지내지 마라, 이러니까 오히려 딴 나라에 있을 때 돈이 넉넉하고 품위있게 생활하게 되는 겁니다. 최근에 정치학 하는 사람들의 평가를 보니까 에라스무스 세대라고 하더군요. 다른 나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넓게 보는 사람이 어른이 되면 진짜 평화가 올 거라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1,000만원 시대라고 표현될 만큼 엄청난 등록금인데, 이 상황에서 에라스무스 모델을 찾는다는 게 가능한지 회의적인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 일본도 사실 부자국가고 한국도 부자국가고. 물론 중국 전체가 오면 부담스럽겠죠. 1만명 정도 온다고 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200만원~100만원 하자 하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한중일이 같이 만드는 것이라면. 국회의원 20명 정도씩 협의해서 시범사업 하면 된다고 봅니다. 성과가 나면 점점 늘려가면 되죠. 조금 더 확장시키면 그게 외교지. 탱크 사고 비행기 살 돈 보다 그게 훨씬 쌀 거 아니에요. F18 한 대 살 돈 가지고 한다면, 비행기 한 대 값으로 학생 몇 천명을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한 대가 지켜주는 것보다는 이것이 더 많이 지켜주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것이 더 좋은 것은 다음 세대에 대한 투자도 되기 때문이죠. 놀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겠다는데. 성공사례가 이미 있는 거기 때문에 노하우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10대들에게 희망을 읽다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는 10대에서 88만원 세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집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두 가지를 나눌 수 있는데, 평화에 대한 것 하나. 진짜 문제가 될 때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이 10대라고 생각해요. 만으로 40살인데 30년 후에 70대입니다. 그때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해도 잘 먹히지 않을 거 아니에요. 영감이 뭘 알겠어 이러겠죠. 10대들한테 몇 명에게라도 얘기하겠다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다른 하나는 10대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던 점입니다. 처음에는 안 통하더라도 자꾸 얘기하다 보니 어떻게 얘기하면 되는지 알게 될 거 아닌가 싶어요.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대학생들이 읽는 것만큼 10대도 많이 읽더라는 겁니다. 스폰지처럼 막 흡수하는 나이입니다. 20살 넘으면 도저히 어려워서 못 읽는 것도 10대때는 다 읽었습니다. 잡는데까지가 어렵지 잡으면은 노력을 할 거라는 가냘픈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대와 채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 10대는 마음을 잘 안 열더군요. 점잖게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듣는데, 뒤에 가서 ‘저 꼰대’ 이러는 것이 100%인입니다. 개인적으로 성공한 것은 담배필 때는 진짜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머지는 접대용 멘트. 그것을 대화로 넘어서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마음을 열게 하는 첫 번째 계기가 너무 쉽지 않죠. 선생님은 학생과 터놓고 대화를 했다고 하는데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절대로 얘기를 안 했다고 반론합니다. '저 사람(선생님) 아무것도 몰라요' 이런 식이죠. 그러나 책이나 편지 같은 데서는 마음을 열기도 했습니다. 대화할 수 있다는 첫 번째 벽을 여는 게 되게 어려웠스니다. 권위가 통할 것 같은데 잘 안 통하고 그래서 제가 해본 전략은 웃기거나 웃어주거나 지거나, 권위를 버려야 좀 봐줄까 해요.

88만원세대도 그렇지만 블로그 활동 등 ‘소통’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10대와 소통하는 데 대해서 어려운 점은 어떤 점이었습니까?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소통을 강조하는 선생님의 소통과 이명박의 소통이 같은 건가요?

- 소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방향이고 얘기를 하면서도 본인도 바뀌도 들으면서도 바뀌고, 단어와 대화 말고 상당히 많은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과정이거든요. 서로 이질점이 존재하는데, 공통적인 뭔가를 만드는 작업이거든요.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소통은 PR이라는 거고, UN 용어로 하면 public awareness라는 게 대중들한테 그것을 알린다는 겁니다. 듣는 것은 생략돼 있다는 것은 소통이라기보다는 여론조작 같은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제가 가까운 거리에서 볼 때는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가 아니고 내부에서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거든요. 자기들끼리 얘기가 안 된 상황에서 따로따로 얘기를 하니까. 그 이유가 제가 생각을 해 볼 때는 대운하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우파 내에서도 인재풀이 굉장히 많거든요. 좌파는 사람이 없고 우파는 사람이 많은데. 이명박 정부에서 말하는 자기네 편은 대운하를 찬성하고 그리고 똑똑한 걸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똑똑하면서 대운하를 찬성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상식적으로 그렇고. 지금 경제정책이 이상해진 게. 경제학과 행정을 잘 하고 대운하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 강만수 외엔 없거든요. 그래서 강만수를 못 바꾸는 거죠. 2만불 넘어가면 지시가 잘 안 먹히거든요.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좀 인간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미래세대를 위해 구성된 책이니만큼 미래에 중요하게 다가올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평화라는 키워드 말고 다른 키워드 중에 주목하시는 키워드라든지 실제로 집필 중인 게 있는지.

- 저는 미래세대라는 용어 자체가 생태경제학 키워드거든요. 생태가 왜 중요하냐면 부모세대가 다 쓰면 홀랑 다 쓰고 나면 어쩔 거냐. 좀 오래된 말을 하면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쓰게 해야 할 것 아니냐. 거기서부터 시작을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10대한테 투자하는 그런 건데 이 사회가 과잉 투자를 하고 잘못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 사람 사는 게 똑같은 거 같은데,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많이 배울 수 있게 해주고, 그러다 보면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기본 원칙이거든요. 부모들이 뭘 생각하냐면, 놀면 얘네들이 깡패가 된다고 생각을 한 거거든요. 놀면서도 깡패가 되지 않는 사례를 만들면 되거든요. 얘네들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있다면, 중학교 1~2학년 때 사회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영화를 2~300편 만들 수 있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학교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 영화를 두세 편 정도 찍어보고 졸업을 할 수 있게 해주자.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되면 유화 그림을 4~50개는 그려볼 수 있게 하는 게 사회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긴 인성과 그렇게 생긴 경험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 거지, 대치동 학원 프로그램이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그림은 이런 겁니다. 부자들이 아니라 좀 가난하더라도 할 수 있는 장치를 사회가 좀 해주면 사실 다른 대안은 별로 필요 없거든요.


아직 못 다한 이야기

월간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무척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독자들이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렇게 다작을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제가 원래 스무살 때 저랑 한 약속이 '40살 되면 그냥 놀아야지'였습니다. 2~30대가 저도 괴로운 시기였었어요. 잠을 잘 못 자고 늘 과로상태, 그때가 마흔 되면 신나게 놀아야지 하는 일념으로 살았기 때문에 빨리 빨리 끝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우리나이로 작년에 40이 됐거든요. 올해가 되니까 만 마흔이 된 거죠. 그러면 내년 초에는 뭐라고 내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지 고민입니다.
요즘 제가 종합일간지 비슷한 게 있어가지고.. 제가 칼럼도 거의 다 줄였다가 요즘 프레시안만 쓰고 있다가, 칼럼 되게 많았는데 다 없앴어요. 한겨레 3주짜리 1개, 경인일보 4주짜리 2개만 가지고 있는데 눈물나는 사연이 너무 많아서 종합민원실이 됐거든요. 칼럼을 요즘 다시 매주 쓰는 걸로 바꿨거든요. 책도 약간 민원실 비슷해요. 계속 그럴 순 없고 좀 하다 말 거에요.

한국 경제대안 시리즈가 4부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4권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주세요.

- 2권이 워낙 안 팔려서 2권 전면 개정판하고 같이 가면서 9월 초순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구요. 4권이 약간 어려운데, 상당히 재밌어요. 사실 1~3권이 수학식이 많이 들어갔는데 많이 뺐거든요. 4권에는 수학식을 많이 담지는 않았지만 어떤 이론이라는 것인지 정리를 좀 했거든요. 그래서 경제학 입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한국 경제론에 대한 또다른 접근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구요. 이명박이 뭐가 문제인지 볼 수도 있습니다. 13개의 강의 형태로 돼 있어요. 강의록 형태구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서 1학기 강의를 디자인을 한 거거든요. 하다 보니까요 보통 대학에서 20학점씩 주는데, 1강좌에 100만원이거든요. 강의가 100만원짜리인데 책 한 권이 1만5천원이면 꽤 싼 거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설에 대한 애착으로 보면 안 돼요. 강의로 보면 좀 복잡하지만 재밌을 거에요. 3권보다는 어려울 것 같고, 좀 복잡한 그림들이 나오거든요. 부제가 적분항 모양으로 돼 있거든요.

혹시 이 책에 꼭 넣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한 말씀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이 책을 처음 생각한 것은 2004년이거든요. 생활경제학을 것을 하면서 한국경제학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가지고, 전쟁이 날 것에 대한 수 모델, 예측 모델을 만들려고 했어요. 한중일 경제에 대한 6,000개의 방정식(각각 2,000개)으로 데이터 집어넣으면 몇 년쯤 후에 전쟁이 난다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알고리즘은 뻔하지만 혼자 하기에는 벅차거든요. 기회가 되면 평화경제학에 대한 실증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못 집어넣은 게 좀 아쉽고요. 두 번째는 국방경제학에서 평화경제학으로 경제학 이론이 바뀐 것에 대한 설명을 좀 하고 싶었는데요. 2권때 앞에 조직론에 대한 정리를 했었거든요. 악명높은 게 돼서 되게 안 팔렸는데, 다음에 하지 하면서 뺐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평화경제학을 저 말고 공부할 사람이 당분간 없을 것 같은데. 국방경제학 끝에 있던 거랑 평화로 넘어갈 때 이론적 얘기들 하고 몇 개 프레임에 관한 얘기를 정리하고 싶고 그것을 못 넣게 된 게 아쉽고요. 남신의 전쟁에 대한 민감도와 여성의 전쟁에 대한 민감도를 넣고 싶었는데 입증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성별 평형 같은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업이 부족해서 뺀 거거든요. 세대간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좀 정리를 해본건데. 젠더에 관한 문제를 못해본 게 좀 아쉽습니다.




▲ 독자와의 만남을 끝내고 우석훈 팬클럽 액션대로망과 리더스가이드 회원들이 우석훈 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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