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죽을 각오로 쓴 '농심 포용론'(고재열의 독설닷컴)

주소 :
http://poisontongue.sisain.co.kr/115

고재열 기자의 글을 읽고 받아들일 수 있는 논점은 두 가지다.

1. 농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2.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논점으로 들어가면 길이 협소해지고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사실상 글의 논지도 두 번째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포용론 역시 포용의 주체인 소비자를 지시하는 말이다.
농심과 소비자는 각각 주체이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결국 각자의 입장을 표현하는 것만 가능하다.

소비자의 행동에 반응하는 사례로 농심과 조선일보는 좋은 비교가 된다.
소비자가 두 회사에 회초리를 때렸는데,
농심은 회초리를 맞았고, 조선일보는 왜 때리냐며 오히려 몽둥이를 들고 소비자를 내리쳤다.
조선일보는 옆에 있는 검찰과 정부더러 같이 때리자며 패싸움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회초리를 맞겠다는 농심더러, 너는 왜 '빙신'처럼 맞고만 있냐? 억울하지 않냐? 같이 때리자며 농심에게도 몽둥이질을 하고 있다. 활극도 이런 활극이 없다 ㅋ

고재열 기자는 여기에 각주를 하나 더 달았는데, 회초리를 때리던 소비자가 분이 안 풀렸는지 몽둥이로 농심을 또 때린다는 거다. 회초리인지 몽둥이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겠지만..

여기서 언론소비자운동 중 네거티브 운동의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네거티브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곳곳에 지뢰가 많다. 그래서 매우 정교한 테크닉과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며, 상당히 논리적인 명분이 확보돼야 한다.
둘째, 네거티브의 명분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네거티브의 취지를 옳게 해석했을 경우에만 네거티브의 목적이 달성된다.

시사저널 사태가 한창일 때 시사모 회원들은 당시의 금창태 표 시사저널을 거부하고, 진품 시사저널을 회복하자는 의미로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을 전개했다. 이것은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모두 포함된 캠페인이었는데, 결국 금창태 사장에게 영업방해 명분으로 고소를 당했다. 운영진은 검찰에까지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당했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주도한 네티즌에게 검찰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시사점을 주는 데, 그 중에서 과연 검찰의 이러한 조치가 타당하느냐는 부분은 논외로 치더라도, '전략' 부분에서는 충분히 성찰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조선일보와 검찰과 정부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는 전략적으로 미숙했다고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검찰이나 조중동의 어이없는 태도에 대해서만 비판을 하는 흐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한다. 결국 그들은 명박산성을 계속 쌓을 것이기 때문에 명분 싸움은 별 의미가 없다.

먼저 흘러간 이야기이지만,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을 주도한 시사모 운영진이 고소당하고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금창태 표 시사저널이 영업방해로 공격할 틈을 열어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자신들의 상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자는 캠페인에 대해서 영업방해라는 명분을 씌우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전략적으로 이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영업방해 등 명분을 씌울 수 없도록 정교하게 가다듬어졌어야 한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해서 붙은 죄목은 협박이라든지 건전한 영업행위의 방해 등 시사저널 사태와 비슷하다. 촛불시위에서 비폭력을 외치지만 경찰의 폭력 진압과 폭력 유인 전술에 낚이는 시위자들을 통제하기 힘든 것과 같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정중히 조중동 광고 철회를 요청하는 모범답안지 외에 다소 감정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글을 남기는 네티즌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람은 저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는 같은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모범답안 대로 하지 못하는 네티즌을 비판하거나 통제하기도 어렵다.

결정적으로 회초리를 맞겠다는 농심에 대해서 소비자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인지가 이번 국면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체류 한국인들이 농심 수출품에 MSG를 첨가하는 점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남은 문제에 대해서 끝까지 주장을 펴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농심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이번 캠페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네티즌이 농심과 연대하여 일간지에 의견광고를 싣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고, 네티즌만 실을 수도 있다. 의견광고의 내용은

"농심은 조중동에 광고를 실었던 대표 기업이었고, 농심 관계자는 성의 없는 답변으로 네티즌의 분노를 불러왔다. 이 점에 대해서 네티즌은 합리적인 대응을 하였다. 농심 역시 이러이러한 점에 대해서 사과를 하였고 성의를 보인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만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000은 농심의 성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흡하니 이 점을 시정하기를 바라며, 소비자의 목소리를 항상 경청하는 기업이 되기를 당부드린다."

예전에 100분토론에서 맥도날드 관련 파문을 일으킨 이후 일간지 광고에 뉴라이트의 입장과 맥도날드의 입장이 전면광고로 실린 적이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콘셉트로 가도 좋을 것 같다. 농심의 논쟁 자체에 대해서 모르는 독자들도 많으니 환기도 시켜주고, 농심과 네티즌의 '느슨하면서 긴장감 있는 연대모델'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하나다.

"다음 플레이가 매우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