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산성과 국민토성은 2008년 현재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키워드다.
저마다 조형물에 뜻을 담았다.

명박산성은 물리력에 의존한 반면, 국민토성은 그 상징성에 방점이 찍혔다.
물리적으로 국민토성은 청와대는커녕 전경버스조차 제대로 넘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주머니를 애써 옮겨 가며 토성을 쌓은 것은
정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읽어주지 않기 때문에 조형물로서 마음을 기탁해본 것이다.

쌓는다는 행위 또한 의미가 있다.
7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2차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는 뜬금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39만표, 노무현 전 대통령은 57만표, 이 대통령은 500만표 차이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받은 표는 중요하게 보면서, 국민이 하나하나 쌓아놓은 분노는 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토성의 높이가 아니라 토성을 받친 모래주머니 하나하나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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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아놓고 국민을 한껏 조롱하자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래주머니를 날라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6월 26일 광화문에 길다란 인간띠를 만들어 모래주머니를 옮기고 있다.

토성을 쌓은 과정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토성이 어긋나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논의를 하며 어디에 모래주머니를 둘지를 정하였고, 토성 쌓는 벗의 손이 다칠까봐 손수 장갑을 사다가 공수하기도 했다. 장정뿐만 아니라 노약자, 어린이까지 토서 쌓는 데 동참했다. 심지어 외국인도 거들었다. 특히 두 줄로 늘어선 길다란 인간띠가 모래주머니를 하나하나 나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맹자에 "무력으로 사람을 진압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단지 힘이 부족해서 굴복할 뿐 마음으로 굴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덕으로 사람을 굴복시키면 마음속이 기뻐서 진실로 복종하게 된다."(以力服人者, 非心服也, 力不贍也; 以德服人者, 中心悅而誠服也. - 공손추 상)라는 말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태생적으로 도덕적으로 치명상이 있어서 이 말이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르지만, 권불십년이라. 권력은 오래 가지 않는다.

정부와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가진 거라고는 '도덕성'밖에 없다. 도덕성이라는 것은 고도의 실천이 요구되는 무기다.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도덕성을 정교하게 다듬고 부자신문들이 트집을 잡을 수조차 없도록 해야 한다. 다급하다고 빈틈을 보이면 다시 진흙탕에 빠질 뿐이다. 차분히 스스로의 페이스를 지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제 앰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은 촛불집회에 대해 평화의 집회, 신개념의 집회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것이 세계시민의 보편적인 평가다. 이들의 지지를 계속 받고 측면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도덕성의 유리그릇을 깨뜨리지 않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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