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의 시대


삼성재판 제6차 공판이 한창이다.

이번 삼성 재판이 시민은 물론 법조계에까지 두루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새로운 '공판중심주' 떄문이다. 시사IN의 보도에 의하면 올해 초 개정된 형사소송법에는 "법원이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를 조사한다"라는 조항이 신설됐는데, 삼성 재판장은 이번 공판에서 개정된 조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특검이 재판부의 이런 의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구형을 깎아내리는 인상까지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공판을 위해 오랜 준비 기간을 가졌고 1차 재판 때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하는 등 달라진 법원의 위상을 한껏 뽑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이제까지 법원이나 검찰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사회 통념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검찰로 나날이 변모해 가며 '언론소비자운동'을 벌인 네티즌 20명을 출국금지시키는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태를 보인 반면, 법원은 특검에게 더욱 강도 높은 조사를 명령하는 등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1일 낮 12시 40분 시작된 제6차 삼성공판은 장장 11시간 가까이가 흘러 다음날 0시10분경에야 끝났다. 장영희 기자가 취재해 시사IN 43호에 보도했고, 김경수 화백이 동참하여 5장의 그림을 남겼다.

특검과 이건희 피고측은 여전히 아 옛날이여~~


방금 전 특검이 이건희에게 징역7년에 벌금 3,500억원을 구형했다는 소식이다.
조준웅 특검은 삼성 특검 조사 기간 동안 '특별변호사'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는데, 가히 '특별변호사'에 어울리는 구형이 아닐 수 없다.
시사IN 43호 제6차 삼성공판 보도에 의하면 임직원 명의의 차명 주식 거래에서 계열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양도차익을 노린 거래 의혹에 대해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거 조사를 명령한 사안에 대해서 특검은 "그런 혐의거래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특검이 진정한 특검이라면 이 부분에 공력을 집중시켜야 했음에도, 구형 내용은 '대 바겐세일'을 연상케 한다.

특검의 구형의 '변'을 들어보자. (뉴시스 보도 참조)

"이들은 우리나라 최대 재벌 기업의 핵심임원으로 기업총수의 사적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

"범행을 일부 수긍하는 점, 모두 국내 최고의 기업인으로 국내 경영에 기여한 점, 포탈세액의 상당부분을 납부한 점 등을 구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판에서 피고인 이건희는 "이재용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없다"고 잘라말했다.
즉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서도 이재용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으며
자신 역시 재산을 관리인들에게 맡겨 놓았을 뿐 재산을 어떻게 운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증언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변호사 사단을 거느린 회장다운 발상이지만, 그래도 도의적 책임 정도는 인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고 악의적으로 퍼뜨린 기자들이 잘못했을 뿐이라던 발언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전 회장 등 8명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6일경으로 예측된다.





 

▲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X파일 사건에서부터 최근의 삼성비자금 사태까지 삼성이 벌이고 있는 광범위한 불법, 편법, 탈법 의혹을 내부고발자와 경제학자, 입법 정치인과 기자, 노동운동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각 인물들의 인터뷰는 물론, 새로 만든 만평, 사건개요와 핵심 요지 등을 짜임새 있게 담았다. 새로운 문제제기나 출판의 차별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삼성의 문제점을 한 자리에 압축해 놓았고, 용기 있게 세상에 선보인 점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