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
하재근 지음 / 포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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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오해를 위한 변명

<서울대학교학생선발지침>(이하 <서울대지침>)을 읽으면서 선뜻 떠오르는 오해는
첫째, 이 책이 마치 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서 마련된 지침서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이나 문구를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글의 전체적인 내용과 제목이 부조화인 것은 분명하다. 좀더 나쁘게 말한다면 자극적인 제목을 덧붙인 것 같은 느낌이다.
둘째, 교육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온통 신자유주와 경제문제가 나온 점에 대해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겨울 정도로 동어반복을 보이기는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하나의 환기가 될 수 있다. 교육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특수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현대사의 모든 욕망과 가치가 덧붙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교육문제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신자유주의 키워드를 지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재근에 관한 인상과 <서울대학교학생선발지침>에 대한 다소의 아쉬움

<서울대지침>에 대해서 말하면서 하재근의 인상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평소의 행보와 이미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문학비평으로 따지면 '작가론'의 영역일 텐데, 이 책은 '작가론'을 분석하면 좀더 내용이 잘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하재근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은 디워논쟁으로 100분토론에 나온 그를 보면서이다. 진중권과 맞서는 위치에서 디워에 대한 네티즌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그 자리에 나왔다. 하지만 내내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보이거나 딴지를 거는 듯한 인상이 아쉬움이었다. 그 때 내 주위에 들려온 말은 하재근은 말보다는 글이 낫다는 거였다. 혹은 글에 비해서 말은 정말 못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쓰촨성 지진에 관해 그가 써놓은 칼럼("누리꾼이 괴물이 돼버렸다")을 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는 쓰촨성 지진에 대해서 중국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한 기사에 관한 인상을 적어놓았다. 악플러들이 달아놓은 악성 댓글을 성토하는 내용이 골자였는데, 나는 다소 편파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글에는 3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는데,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비판하는 사람들이 혼재돼 있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괴물'이라는 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이었다. 그 글을 읽고 쓴 글이 "쓰촨성 지진사태에 대한 악성 댓글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는데, 거기서는 하재근이 악플보도의 문맥은 보지 않고 악플 자체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정을 넣었다. 중국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협의하기는 했지만, 중국은 한국에게 어떻게든 한방을 먹일 태세였다. 중국을 거의 왕따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미 일변도로 흐르면서 북한카드를 버렸고,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해 버렸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미국에게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가 돼버렸다. 한국 네티즌 악플에 관한 기사는 이런 문맥에서 나온 것인데, 이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는 것은 하재근이 이 이 문제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접근함을 보여준다. 만약 <서울대지침>을 400여쪽이 아니라 200쪽 미만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논리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함

<서울대지침>을 보면서 갑자기 '타짜'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거기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두 개 나온다.

1. 대학교수가 노름에 빠져 아들 병원비를 날려버렸다. 고니가 불쌍히 생각해 돌려주지만, 교수는 그 돈을 가지고 다시 노름판으로 달려갔다.
2. 정마담이 제대로 설계한 호구(권태원)는 정마담에게 이렇게 말한다. "노름이 뭐냐~ 파도 아니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거야"

대학서열제 중심의 입시체제에서 이미 판돈을 가져갈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판돈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돈만 허공에 날리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가난한 집의 사람들이 100만원을 벌면서 6~70만원을 아이들 학원비로 낸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10배~20배 넘는 부자들의 판돈에는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자신들의 판돈을 모두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비평준화로 가고 있는 지금 세태에서는 모두가 1등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상황이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평준화가 실현된다면 저 사람은 공부를 잘 할테고, 나는 만들기를 잘한다는 식으로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 창의성이 말살되고 있는 구조를 문제시한 점이 좋았다. 그리고 신문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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