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이다 싶은 언론사들은 특징이 있다. 독자에 대해서 독특한 입장이 있다.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같은 인터넷 매체들이 견딜 수 있는 것은
'독자'라는 든든한 자원군이 있어서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독자와 언론사 간의 소통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오마이뉴스나 미디어다음의 블로거기자와 같이 독자들을 직접 기자로 만드는 방식
이 경우 전문성은 다소 부족할 수 있으나 현장성과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다.
다음은 기자가 독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매주 목요일마다 오피니언 면에 <블로그 속으로>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독자의 칼럼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독자가 언론사에 의해서 채택되는 방식은 오래 전부터 언론사가 즐겨 쓰던 방식이었다.
이밖에 언론사는 자사의 며체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모니터링이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한겨레21 독자위원회)

하지만 두 가지 소통 모델은 한계가 분명하다.
공통적으로 협력 플레이가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독자가 직접 기사를 쓴다고 하더라도 기사의 내용에 대해서 언론사 편집부에 피드백을 받는 것은 가능하지만(오마이뉴스 생나무클리닉 등) 이 경우에는 독자와 기자가 별개이다.
'독자 채택'의 경우 역시 기자가 주체라는 점에서 두 주체 간의 긴밀함이 별로 없다.

독자와 언론사의 소통 모델이 나와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류 언론은 국민들의 여론을 완전히 비켜 가고 있고,
독자들이 스스로 언론이 되어 의제를 설정하고 있다.
독자들이 의제를 설정하는 것은 단기적인 상황에서는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장기적인 실천과제로 삼거나 성찰할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언론사의 경우 지식인들과 협력관계가 있기 때문에
언론사와 독자가 적절하게 협력할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의제와 실천, 그리고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1인미디어의 시대라고 하면서 독자의 위상을 한껏 치켜올렸지만,
블로거로서의 독자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이를 극복하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
나는 그것을 독자와 언론사(기자) 간의 협력 모델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사in의 경우 협력모델의 징후가 일찍부터 발견됐는데,
시사저널 편집권 투쟁부터 새매체 창간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은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기자들과 대등하게 행동했다.
예컨대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이라든지, 자발적 구독운동은 독자들의 전매특허다.
그리고 기자들의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 거의 모든 상황에서 독자들이 함께 했다.
이것은 독자와 기자가 동등한 상대로서 각자 동반자의 입지를 다진 셈이다.
이것을 시사in에서 어떻게 발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당장의 대안은 좀 시시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독자가 해오던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필수 전제 조건이다.
매주 발간되는 매체에 대한 모니터링과 리뷰가 제시돼야 한다.
제보나 공동취재 등 기사작업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조금 더 진전된 모습이다.
책 관련 기사의 경우는 독자가 단독으로 기사를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웹2.0이라는 기반을 이용해 기사에 대한 공동작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 주에 실을 기사에 대해서 편집국에서 논의를 하게 되는데,
이 중에서 독자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기사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미리 공지를 하고 요청 내용을 올릴 수 있다.
독자들은 공지 내용을 보고 제보나 의견을 달 수 있고,
기사의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만약 공지의 내용과 긴밀히 관련돼 있거나 당사자라면 좀더 긴밀한 취재가 가능하다.
이때 독자는 취재원이자 공동 취재기자이자 설문조사의 대상자이자 편집국의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다.
지면에는 <독자와 함께 실은 기사>라는 표시를 어딘가에 해둔다면,
그 기사에 기여한 독자들은 자긍심을 얻을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을 보면 4단계가 존경 욕구(Esteem Nddes)인데,
이는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존경을 받고, 타인에게도 존경을 받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자존심, 자부심, 성취감은 매우 고차원적인 욕구로 이것이 충족돼면 독자는 행복하다.
사실 이것은 독자들이 오래 전부터 품고 있었던 욕망인데,
언론사는 이 점에 대해서 너무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기사에 대해서 독자들과 함께 취재할 수는 없겠지만,
매주 1개 정도는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거나 해도 괜찮은 기획이 있기 마련이다.
독자를 독자로만 머무르게 하는 언론사는 곧 망하겠지만,
'독자의 가능성'에 영감을 주는 언론사는 오래도록 살아남는다.
나는 이것이 언론사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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