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석 선생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못내 아쉬웠다.
정리한 분량도 짧지 않지만,
문맥에 따라 내용을 맞추다 보니,
문맥에 들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이 실리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67년의 선거 이야기는 꼭 담아야 했던 것인데, 담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67년경부터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베트남 파병이나 각종 차관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선거가 엉망이 되었다.
관광버스에서 사람들을 실어 날랐고,
전국은 향락의 도시가 되었다.
서중석 선생은 그때의 선거를 최악으로 꼽았는데,
그것은 '돈으로 영혼을 산 선거'이기 때문이다.

87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는 민주화 세력들이 분열되어
지역구도가 고착화되기 시작했지만,
67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2007년의 대선과 2008년의 총선에서
67년보다 더 영혼에게 미안한 선거를 남기고야 말았다.
사실 이명박의 '경제'는 어떤 경제인지 살펴 보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BBK 스캔들은 검증의 기회를 동시에 날려버린 셈이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이 되었으면'이라고 적은 어느 취업희망생의 메모가 떠오른다.

영혼이라는 게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하지만,
그 자체로 돈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혼이 있기에 우리는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돈이 순식간에 거덜날 수도 있고, 돈이 순식간에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돈의 처분'에 따른 것으로, 우리는 돈님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영혼을 팔아먹었을 때는 그렇게 된다.

영혼은 뚝배기 그릇이 참 어울린다.
천천히 끓지만, 한번 끓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오래도록 온기를 잃지 않는다는 점.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 뚝배기와 참 닮았다.
이번에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여러분은 냄비가 아니라 뚝배기입니다."
사실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은 정치선동에 의한 동원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그들에 대한 민심은 오래 전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늘 아내를 위해서 한우로 만든 소고기를 넣고 미역국을 끓였다.
냄비로 끓이면 편리하지만,
뚝배기를 꺼내서 정성을 들여 끓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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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뚝배기로 살자고요~
부인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이신건가요? ^^

승주나무 2008-05-05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미역국 끓이기를 취미로 해서 자꾸 끓인답니다. 저도 먹을 요량으로요^^
얼마 전 처제가 곰탕을 고와 줘서 곰탕미역국을 끓이고,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좀 사다가 소고기미역국을 끓였는데, 소고기미역국이 더 맛있다고 하네요.
나는 소고기 맑은미역국을 만들고 싶었으나, 초짜라서 뿌연색 미역국이 되더라구요 ㅎㅎ

Mephistopheles 2008-05-05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뚝배기는 절대.절대. 세재로 닦으면 안된다네요. 숨쉬는 그릇이라 틈틈히 세재가 잠입한 후 열을 가열하면 다시 밖으로 배출된데요..^^

승주나무 2008-05-05 03:38   좋아요 0 | URL
네~ 예전에 아는 선배네 집에서 좋은 사기 그릇이 왔다길래 구경갔었는데, 서제로 설거지 하는 이야기를 했더니 막 팰려는 눈으로 보더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