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사IN 3수생이다.
시사인 공채에 떨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공채는 내가 알기로 한 번밖에 안 했으니까.

그보다 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3명의 시사IN 기자에게 줄을 댔다.
알 만한 사람은 알 테니까 망설임 없이 그냥 쓴다.
A라는 기자와는 창간 국면에 함께 했다.
서포터스를 모아서 판을 만들고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판을 만들기 위해 여기 저기 부딪치면서 뛰어다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만들었다고 기억하지만 A 기자와의 기억은 별로 없다.

B기자와는 더 기막힌 사연이 있다.
A기자의 일이 B 기자에게 이첩되면서 나는 자연히 B 기자에게 줄을 대게 되었다.
B기자는 열정적이었고 다재다능하였다. 시사IN의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B기자에게 올 초에 한 장의 기획안을 제출한다.
시사IN을 일으켜보고 흩어졌던 동지들을 불러모으자고 계획안을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알음알이들을 술집으로 소환해 설득을 했다.
이 문제는 그들에게 이미 지나간 문제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원맨쇼하다가 아파서 그냥 누워버렸다.

실패의 원인을 생각하기보다 나는 재수 실패에 대해서 두 가지 입장을 가지기로 했다.
그것은 내가 빠져나갈 구멍이었고,
나에게는 살길이었다.
그만큼 나는 너무 아팠고 지금도 너무 아프다.
그리고 아픈 것을 기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첫 번째 입장은 연이은 큰 선거였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잔치에 기자들은 음식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름 위안이 좀 되었다.
두 번째 입장은 '리쿠르고스'였다. 리쿠르고스는 국가정체를 완성한 플라톤의 정신적 스승이자 롤 모델이다. 국가정체는 플라톤이 리쿠르고스의 사상을 모델로 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리쿠르고스에 대한 헌사가 되겠다. 리쿠르고스는 실권한다. 주민들에게 맞아죽을 위험을 느껴 도망치다 동네 청년이 던진 돌에 한쪽 눈이 실명하는 사고를 당한다. 리쿠르고스는 그 소년을 자기 집에서 살게 하고 2년 동안 함께 지내 진정한 그의 지지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장단점과 첨단 기법 등을 익혔다. 그의 조국 스파르타는 점점 분열상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계상황까지 직면해 리쿠르고스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리쿠르고스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보다 더 강력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고 이를 관철시켰다. 그는 역사적인 개혁작업을 시작한다. 리쿠르고스 조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1권에 기록돼 있는데(범우사판) 오래 전에 읽어서 생각은 안 나지만 그가 남긴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법은 돌에게 새기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의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스파르타에서는 성문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의 미국도 불문법 체계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시사IN이 자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동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제기'와 '위기의식'이 싹트기 시작하고 그런 상황이 점점 길어지고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생긴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최악이지만, 언제 맞이할지 모를 개혁의 길을 얼른 선택하는 것만이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되는 상황이 온다. 이것이 나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다가 오늘 시사IN 근처 맥주집에서 C 기자에게 고백한 두 번째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C 기장게 줄을 대기로 했다. 3수째다.

A,B 기자는 나의 요청에 의해서, C 기자는 기자의 요청에 의해서 3수가 이루어진 것이지만, 4수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 만나게 되든지 간에.
아직도 나는 시사IN이 단순히 언론사나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사인은 대한민국의 완충지대며, 자유언론의 완충지대임을 믿는다. 완충지대가 없어진다면 언론이 살아갈 수 없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지 않은 언론의 상황이 올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부러 글을 도발적으로 썼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변화시키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이기적인 마음에 스스로 다짐을 받아두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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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사IN 구독하시는 분들, 손 한번 들어봐 주세요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08-04-26 02:09 
    시사인의 젊은 기자들이 '소통의 시사인'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단 정기구독을 하시거나 가판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시사인에 대한 모든 생각이나 인상, 불만, 느낌 등을 경청하겠다고 제게 약속을 했습니다. 시사인 홈페이지는 앞으로 확연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귀띔을 하면, 블로그 커뮤니티 체제로 재편될 것입니다. 잔치가 벌어지면 윷판이 생겨나듯, 손님들이 필요한데, 1. 시사인을 정기구독하시는 분들
  2. 참언론은 불가능한가? ; '시사IN'의 예
    from 일체유심조 2008-04-27 22:37 
    요즈음 민언련 주관의 언론학교에 다닙니다. 어제는 '시사인' 문정우 편집인 겸 편집국장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이건희 구속'이라는 만우절 거짓말로 강의를 시작한 문국장은 언론과 삼성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미리내 2008-04-2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정기구독하고 있는데요~

승주나무 2008-04-28 20:50   좋아요 0 | URL
아~ 미리내 님.. 그래서 시사인에 관한 페이퍼가 있었네요. 혹 부탁드릴 거 있으면 블로그로 연락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