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이학수 부회장은 '참담하다'고 말했는데,
'참담하다'는 말은 삼성에서는 인사치레로 하는 말처럼 들린다.
쇄신안의 내용을 듣고 나서 참담해진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나다.
이건희 일가의 쇄신안 정도는 될 수 있겠으나 삼성쇄신안이라고 말하기는 민망하다.
왜냐하면 삼성쇄신안이 되려면 삼성그룹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가 논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
에버랜드는 곧 팔겠다 정도의 수준이다.

삼성은 꼬리자르기나 물타기 식으로 언론을 이리저리 요리하기로 유명한데,
이번의 발표는 '큰 꼬리자르기' 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큰 꼬리든 작은 꼬리든 꼬리가 몸통이 될 수는 없다.
이건희 회장은 회장직과 삼성 관련 모든 직에서 물러난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한 10년 정도 전에 이런 말을 했으면 순진하게 믿어줄 사람이 많겠지만,
지금 그렇게 믿어줄 정도로 사회가 녹록하지 않다.
이건희 회장은 어차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자 어둠의 대통령인데,
그가 어둠에 몸을 담고 수면에 머리를 내밀다가
수면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무엇인가?
정말로 쇄신안이 되고자 했다면
스스로의 몸에 위치추적기를 달든가
어두운 그의 방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쇄신안에 사람들이 기대하던 바는 '진정성'이었을 것이다.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특검 발표'를 근거로 삼을 것이 아니라,
'특검 발표'를 넘어서야 했다.
어차피 시효가 지난 일은 처벌도 받지 않으니,
이 회장 말마따나 도의적 책임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설명해 주어야 하지 않나?
야합이다 봐주기다 등등 국민의 법감정에 한참 모자라는 특검이 그어진 선 안에서
쇄신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 쇄신에 관심이 없다는 말과 다름없으며,
결국 이것이 꼬리자르기라는 반증밖에 될 수 없다.

이건희 회장 퇴진, 이재용 CCO 사임과 백의종군(?), 홍라희 관장 사임, 전략기획실 해체, 은행업 진출 포기 등등.. 구조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펼쳐진 패를 뒤집는 수준에 불과하다.
오늘의 발표를 통해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회장의 사카린 패러다임에 갇혀 있음이 더욱 명백해졌다. 도대체 뭘 얘기한 것인가?
언론의 李비어천가 또한 구역질이 난다. 영욕의 수십년이 과연 뉴스가치가 있을까?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대통령에서 하야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그들의 천박성이 우습다. 드라마 말고 진짜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은 기대할 수 없을까?
에이~ 또 새벽이 끝나간다. 자기 전에 화장실에서 귀를 씻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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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23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되어가는 현실. 1%를 위한 대한민국......ㅠㅠ

승주나무 2008-04-24 00:32   좋아요 0 | URL
1% 하니까 삼성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1%밖에 없을 거라는 삼성관계자의 호언장담이 생각나네요 ㅡㅡ;

순오기 2008-04-24 19:23   좋아요 0 | URL
그 말이 맞을지도...저도 친정가니까 다들 분위기가 그쪽이더라고요. 마치 삼성 건드리면 대한민국이 파산할 것처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