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 유대인은 선택받은 민족인가 고정관념 Q 8
빅토르 퀘페르맹크 지음, 정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큰 솥 주위를 빙빙 돌아라, 독 있는 내장을 집어넣어라…… 도롱뇽의 눈알과 개구리의 발톱, 박쥐의 털과 개 혓바닥, 독사의 혓바닥과 맹사의 가시, 도마뱀의 다리와 올빼미 날개, 무서운 재앙을 일으키는 부적이 되게, 지옥의 국과 같이 펄펄 끓어라……

마녀의 미라와 게걸들린 상어의 밥주머니와 창자, 밤에 캐낸 독 있는 당근의 뿌리, 신을 모독하는 유대인의 간장(肝臟), 터키인의 코, 타타르인의 입술, 창부가 개천에서 낳자마자 목을 매어서 죽인 갓난애의 손가락, 제 새끼 아홉 마리를 먹어 버린 암퇘지의 피를 퍼부어라. 살인자의 교수대에서 흐르는 기름을 불길 속에 집어넣어라.

- 셰익스피어, <맥베스>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맥베스에게 치명적인 저주를 가하기 위해 넣은 교수대의 기름이나 독사의 혓바닥과 같은 성질의 재료로 묘사되는 바와 같이 유대인은 역사상 가장 오랜 세월 동안 고난을 겪으면서 지독한 저주에 시달렸다. 그보다 가깝게는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유대인은 나치의 학살에 대해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장면이 유대인을 비판하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무기력한 모습’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나의 고향 제주에서는 1948년을 기점으로 수년 동안 인구의 1/3인 8만명 정도가 ‘무기력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개처럼 취급되었는데, 어린 시절에는 총 한번 빼앗아보지 못했던 희생자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해본다면 살아남은 가족의 안위가 달려 있는 상황에서 저항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홀로코스트에 직면한 유대인 역시 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유대인에 대한 지나친 관념화와 차별, 폭력은 유대인과 이웃하는 사람들의 공포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치의 히틀러도 유대인에 대해서 피해의식을 가졌던 듯하다. 가까운 예로 ‘제노포비아(xenophobia)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러시아와 유럽에서 일기 시작한 외국인 혐오증과 이를 실천하는 조직적 움직임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주로 이민자들과 현지의 저소득층 간의 갈등이 인종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경기침체와 실업문제, 양극화 등의 사회문제의 원인을 이민자들에게 덮어씌우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고정관념Q> 시리즈의 하나인 <유대인 편>을 보면서 나는 유대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상황은 물론, 유대인들이 왜 그렇게 ‘안보’에 목숨을 걸고 ‘적’에 대한 적대감이 분명한가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대인을 옹호하는 듯한 몇몇 구절이 거슬렸는데, 이것이 나의 독해 부족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런 느낌을 받는 사람이 나 한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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