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 사람들












★ <이주의 신간브리핑>은 리더스가이드 회원들과 운영자들이 직접 읽고 추천할 만한 책만을 골라 한땀한땀 채워가는 착실한 도서정보 콘텐츠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즈음하여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새판짜기>(미들하우스), <나쁜 사마리아인들>, <법률사무소 김앤장> 등 책으로 계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독재 시대를 우려하는 출판계와 학계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내놓은 해법으로는 약자와 강자의 화합이거나 약자들의 연대와 저항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나지만 궁극적으로는 '관계의 재구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사랑에 관한 두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푸른숲)의 작가 모모 카포르는 소중하게 가꾸고 지켜나가는 사랑의 모습, <첫사랑>(낭기열라)의 페르 닐손은 첫사랑이 흘러가는 야릇한 시간들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미 지나간 사랑이든, 현재 진행형인 사랑이든 '사랑'이란 인간을 키워내는 토양임에는 분명합니다. - 편집자




◈ 경제사회

민 대중이 집권자가 시혜적으로 던져주는 것을 받아먹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능동적 주체로 나서는 거지요. …… 지금까지 침묵했던 수동적 대중들이 그런 법적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기득권 구조를 바꿔낼 수 있는, 밑으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개혁은 국민이 자기 이익을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그리고 그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는 그런 방식의 개혁이어야 해요

그들의 비판에 수긍이 가는 이유는 그들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한 명은 노무현 정부 안에서 경제 정책을 주도한 경제학자로서 자신이 입안한 정책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똑바로 목도했다. 한 명은 지속적으로 경제 시민운동을 전개한 행동주의 경제학자로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경제 모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던져 왔다는 점에서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경제학자들이 범할 수 있는 거대담론이나 이론에 함몰되지 않고 현장성 있게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양심과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든 도덕성을 저버리든 간에 ‘경제’만 살린다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경제살리기’란 우리 사회의 경제주체들이 공정한 룰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노동자, 자영업자, 일반 시민들이 소박한 삶을 안온하게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소한 품격 있는 시민으로서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천민자본주의 세상이 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천민’이 되는 것이다.

☆ 한국경제 새판짜기, 김상조 외(대담집) / 미들하우스 (2007)



글쓴이 : 알지나무

 



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키케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 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케로의 이 말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발전 정책을 계획하는 분야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 말의 중요성은 이 분야에서 가장 흔히 간과되고 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들은 많지만, 우리는 이런 경험에서 배우려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 정책을 통해 발전했다는 널리 알려진 신화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98~99쪽)

‘개구리가 올챙이 적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에 꼭 맞아떨어지는 사람들이 바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성경 속의 착한 사마리아인은 욕심이 많기로 평판이 좋지 못한 족속이지만, 예수의 시험을 받은 한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당해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나쁜 사마리아인은 나쁜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나쁜 일을 하게되는 사람을 말한다. 두 사마리아인은 자신이 착한 일을 행한다고 믿는다는 공통점까지도 가지지만, 나쁜 사마리아인은 잘 못된 것을 선행으로 알고 행함으로써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사마리아인은 ‘더 나쁜 사마리아인’이 된다. 나쁜 짓을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에 항상 압박을 받지만, 자신의 일을 착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양심의 가책 없이 영원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이데올로그’다.

반면 장하준은 자신의 아들인 진규의 예를 들며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해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사마리아인들은 여섯 살때부터 생계에 참여해서 세계의 당당한 일원이 되라고 요청하는 반면, 장하준은 아이를 큰 인물로 키우고 싶기 때문에 일정한 기한까지는 부모의 보호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섯 살때부터 생계에 참여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평생 원시적인 노동과 그에 따른 수입밖에 얻지 못하기 때문에 뇌과학자나 변호사 같은 고급 직종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업에 적용해도 똑같다. 자본과 시장을 개방해 버리면 경쟁력이 부족한 국가의 기업은 고사하고 영원히 세계의 리더가 되지 못한다. 노키아는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적자를 내면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세계 1류의 전자회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17년 전에 개방을 했다면 아직도 강대국의 조그마한 하청 중소기업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모든 장벽을 깨고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는 사마리아인들의 주장과 국가와 기업의 상생, 선진국과 개도국의 상생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장하준의 주장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 많은 논쟁의 여지를 선사해 준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이순희 옮김) / 부키 (2007)

글쓴이 :
알지나무


◈ 청소년

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의 작가 모모 카포르는 고요한 눈빛으로 하염없이 별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며, 새로 산 자전거를 가장 먼저 타게 해주고, 하트를 정성껏 그린 다음 그 안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적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첫사랑』의 작가 페르 닐손은 그 사랑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소년이었다가 그 사랑이 끝난 이후엔 남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기에 겪는 사랑은 생애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아픔과 상처가 깊지만 시간이 상처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서서히 알게 되면서 그만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보여준다.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가 '길들이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모모 카포르가 말하는 사랑은 '지켜나가는 것'이다. 사랑을 시작하고 그 사랑을 변함없는 마음으로 지켜나간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 사랑에게 너만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내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믿음을 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푸른숲, 2007년)은 진정한 사랑은 과연 무엇이며 그 사랑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가? 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작가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으로 예쁜 일러스트와 더불어 따뜻하고 아름답게 빚어냈다.

유독 이성에 관심이 많아지는 청소년들에게 사랑은 이제 패스트푸드와 같은 일회용 사랑일 뿐이다. 예전보다 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에 사랑의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헤어지는 일이 더 쉬운 그들에게 참사랑의 본질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어쩌면 시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은 '사랑은 손만 뻗치면 닿을 만큼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정성 들여 가꾸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

☆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모모 카포르(김지향 옮김) / 푸른숲 (2007)


르 닐손의 『첫사랑』(낭기열라, 2007년)은 십대들의 사랑과 성性, 그 달콤씁슬한 통과의례를 진솔하게 다룬 청소년 로맨스 소설이다.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인상 깊게 연출해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 상대방에게 퇴짜를 맞은 십대라면 누구라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십대가 아니더라도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첫사랑』은 첫 눈에 반한 상대에게 '사랑의 기쁨'을 느끼기 전과 '사랑의 기쁨'을 느낀 후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풀어 놓았다.

제목처럼 '첫사랑'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 간 사랑을 말한다. 그 사랑은 과거가 되었기에 아픔과 상처가 고스란히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처음 그 사랑을 만나 기쁨에 들뜨고 행복했던 순간은 사라지고 이젠 실연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과정, 과연 그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걸까? 어른들에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첫사랑의 모습이지만 페르 닐손은 그들의 소란스러운 관계를 조심스럽게 밟아가면서 십대들의 생각과 감수성을 간결한 문장으로 섬세하게 드러냈다.

☆ 첫사랑, 페르 닐손(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2007)

글쓴이 : 알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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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0 0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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