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한 사람들












이번 주부터 리더스가이드에 들어오는 책들을 중심으로 신간브리핑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지 회원님들과 운영자들의 취향이 제각각인지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주의 신간브리핑>은 리더스가이드 회원들과 운영자들이 직접 읽고 추천할 만한 책만을 골라 한땀한땀 채워가는 착실한 도서정보 콘텐츠입니다.


신문을 창간하면서 기자들은 하루하루를 빚갚는 마음으로 산다고 합니다. "결호(缺號)를 내지 않는다"는 절대원칙을 지켜가며 기사를 애써 채워갑니다. <신간브리핑>을 힘들게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운영자들이 일주일에 2~3권씩 읽으며 원고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모든 회원들이 한권씩 감명깊은 책을 소개하며 착실하고 다양한 코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첫주의 책들은 인간적인 주제가 되었습니다. 조선시대를 군림하였지만, 이보다 조선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히 투쟁했던 왕들의 내면을 살펴보는 기회이자 그 관계의 역사적 의미를 궁금해하시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왕의 투쟁, 페이퍼로드) 마르크스는 노동자와 탄압받는 이의 관점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휴머니즘'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지적이고 낭만적인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에코의서재)에서 그 향취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일상적인 생활의 언어를 통해 삶을 차분히 관조하듯 그려가는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문학동네)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베트남 이곳저곳의 풍경을 그림과 함께 수놓은 엽서 같은 책 <베트남 그림여행>(북노마드)에서 감성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


◈ 역사

선시대 왕과 신하의 관계를 성군과 폭군으로 알려진 네 명의 왕을 통해 조망했다. 조선시대의 역사, 위기 극복, 그리고 임금에 대한 다양한 역사서가 있어왔다. 하지만, 이 책만큼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한 조선조 임금과 신하들의 관계 속에 있는 밝음과 어두움을 잘 보여주고, 폭군과 성군이 종이 한 장 만큼의 차이로도 가능한 상황설명을 잘해주고 있지는 않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역사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만인지상의 위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조선시대 왕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권력을 잡기위해 힘쓴 조상 덕에 왕에 오를 핏줄을 이어받고, 지난한 권력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등장한 왕. 조선 팔도가 임금의 것이요. 하늘과 같은 존재인 임금을 누가 감히 따지고 피곤하게 할까?

조선조에 들어서 유교의 원리를 지배이념으로 삼으면서 성리학은 임금에게도 도리가 있고, 신하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백성들의 어버이가 되도록 매일 실천하여야 한다는 ‘마땅한’이념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언관들은 각종 경전해석을 연구하여 임금에게 건의하고, 의정부에서는 조정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임금도 신하들과 함께 경연을 통해 지배 이념에 대한 학습을 토론식으로 수업하여야 했다. 성리학에 심취한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상소로 임금을 비판한다. 한편으로 피곤하고 한편으로 귀찮고 한편으로는 가당찮다. 이런 끊임없는 견제는 절대권위의 왕으로서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에이 피곤하니 내쫓자, 귀양 보내자 해도 또 들어오는 관료들이 그 모양이고, 좀 심하게 몰아치니 싶으니 쓸 만한 인간들 모두 일하려 하지 않는 사보타지를 감행한다. 무엄한 것들. 나를 이해해줄 후중을 찾아 위안을 얻으려하니 대비전에서 또 말이 나온다. 무시하려 하니 이제는 쿠테타가 왕를 기다린다. 그래 어쩌면 차라리 목숨만 살려주어 시골에 가서 나의 시간을 가진들 어떠하리~! ”

조선조뿐만 아니라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언론과 언로의 보장은 중요하다. 도와 의를 숭상한 선비들이 ‘실’을 숭배하지 않아 조선이 망했다고 하지만, 자기 이득만 추구하는 언론 권력들이 ‘도’와 ‘의’에 대한 배반이 존재하는 비뚤어진 현세를 새롭게 보게 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 왕의 투쟁 / 함규진 / 페이퍼로드(2007)

 

◈ 철학

연 현실의 좌파는 있는가? 좌파에 대한 정의조차 모호한 이때에 ‘좌파는 휴머니스트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내용을 담은 책이다. 자본주의 모순은 극대화 하지만 아직 대안에 대한 모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현실에서는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이유가 되는 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사상의 본질은 개인과 전체가 서로의 발전과 행복을 돕는체제, 다른 무엇보다도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목적이 되는 체제이다. ’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는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 등의 철학적 에세이들로 잘 알려진 에리히 프롬이 마르크스를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마르크스의 사상이 경제주의적이고 쾌락주의적인 유물론이라는 비판과 개인의 창의성을 부정하고 인간을 획일적으로 몰고갔다는 세간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논지를 펴고 있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한마디로 저항의 철학이다. 그의 철학에는 인간의 소외, 그러니까 인간이 자신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사물로 변모하는 사태에 대한 저항이 담겨있다. 이런 저항의 정신의 밑바탕은 휴머니즘이다. 저자는 스스로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나 자산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또한 휴머니스트라는 뜻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휴머니즘 관점에서 바라보는 마르크스의 사상은 인간성이 끊임없이 상실되어가고, 갈수록 생산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실의 우리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싶다.

☆ 에리히 프롬, 마르크스를 말하다/ 에리히프롬(최재봉 옮김) / 에코의서재(2007)

 

◈ 문학

'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레이먼드 카버는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지음/김연수 옮김/문학동네 2007년)은 전미비평가모임상과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는 등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그는 이 작품에 수록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을 두고 그 두 작품이 살아남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버의 문체는 늘 간결하고 일상적인 대화로 삶의 상처들을 무심하게 내뱉으며 소통을 구하고 있다. 특히 위의 두 작품이 보여주는 소통의 단절은 그 절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전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 카버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스물두 살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으며 실직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런 경험들이 고스란히 그의 작품 속에 녹아든 것은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쓰기밖에 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카버가 말하는 삶이란 희망을 품는 순간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무의미하고 무심한 등장인물들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카버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런 불편함과 고통을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적확한 언어로 표현함에 있다.

1983년에 출간한 『대성당』은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서로 단절된 채 소통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거나, 직장을 잃거나 알코올에 취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 그들의 삶은 어딘지 어긋나 있는데다 삶의 방향 감각마저 상실한 상태다. 카버는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인 대화로 이들의 삶을 스케치하듯 보여준다.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카버의 작품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가능한 의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카버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미학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2007)

 

◈ 취미

트남은 요즘 떠오르는 여행지이다.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 최수진이 두 번이나 다녀왔다.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베트남 종단 여행을 하더니 그게 아쉬웠는지 '사파'로 다시 찾아가 머무는 여행을 했다. 그 기록들이 고스란히 『베트남 그림여행』(최수진 글·그림·사진/북노마드 2007년)에 담겨 있다.

최수진의 글은 유쾌하고 물먹은 듯한 색들이 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베트남 스케치는 사진이 주는 매력도 좋지만 사진에 길들인 우리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기도 한다. 도착하자마자 내리는 비를 헤치고 버스를 타면서 시작된 그녀의 베트남 종단여행은 호치민을 시작으로 무이네, 달랏, 락 호수, 호이 안, 사파, 하롱 만을 거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편지 쓰듯,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 소제목을 담아 그곳의 정보를 알려준다.

무이 네에는 Desert가 아니라 Dune이 있을 뿐이며, 베트남의 카페는 우리네 '서울집', '마포상사', '최씨네'와 같은 영업소를 일컫는 일반적인 명칭이고, 달랏에 가면 그곳의 명물인 이지라이더(자유계약직 오토바이 가이드)를 타고 관광을 할 것이며, 하롱 만에서는 꼭 보트 위에서 하룻밤을 자 보길 권유한다. 그리고 그가 다시 찾은 사파, 방에 들어온 구름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모든 것을 잊고 머물게 만든 그곳에서 현지인이 되어 머물러보길 권하기도 한다. 어떤 여행 가이드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그림으로 채워진 최수진의 유쾌한 베트남 여행 에세이, 따뜻함이 전해온다.

☆ 베트남 그림여행, 최수진(글과 그림) / 북노마드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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