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준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글을 시작할까 어제 오늘 고민을 많이 했다.
시비돌이 님이 인터뷰한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내가 생각한 내용이 언급됐다.
그러니까 장하준의 정체가 무어냐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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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님은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제가 얘기할 때는 경제에서는 세 가지 기준이 있을 텐데요. 우선 노동자 편이냐, 자본가 편이냐, 아니면 돈 있는 삶 편이냐, 돈 없는 사람 편이냐는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은 둘이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거기서는 중도고요. 또 하나는 국가냐, 시장이냐는 건데 저는 국가가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 면에서는 좌파고요. 또 하나의 기준이 뭐냐면 온건과 급진이 있거든요. 전통적으로는 온건이고 좌파는 급진이에요. ...
저는 그런 면에서는 우파거든요. 저는 점진주의자예요. - 76~7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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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장하준에 대한 독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예전에 그리스철학(희랍/헬라스철학)에서 보았던 소크라테스의 모습과 흡사해 보였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등에다. 사람들의 생각에 붙어서 타당성을 끝까지 물고늘어져 괴롭힌다"
장하준을 '소크라테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철학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했던 역할을 장하준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문장은 바로 "장하준은 등에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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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 책을 리뷰하시면서 저더러 '등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를 좋게 봐주시고, 제 갈 길을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등에로서의 역할을 계속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 17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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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장하준은 박쥐 취급을 받거나 좋지 못한 평판을 들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장하준의 저작을 거의 '전작주의'로 살펴보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장하준은 인내심을 갖고 귀기울여야 하는 텍스트다. 기존의 인식 틀로 분류하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인식 틀을 반성한다는 의미로 바라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들의 '흑백논리 병증'은 생각보다 심중한 상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