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말고 가래떡 데이로 하자는 의견이 있던데, 괜찮은 생각인 거 같아요.
가래떡 4개를 수직으로 세우면 빼빼로보다 더 멋진 1111이 되지요
| [교단일기]가래떡 잔치 |
| 입력: 2007년 11월 06일 18: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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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초 환경운동연합 에코생협 강서점을 운영하시는 박선생님을 만났다. 11월11일 우장산 공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빼빼로 데이’에 맞서 ‘가래떡 데이’ 행사를 하려 하는데 함께하자는 것이다. 매년 유래가 분명하지 않은 무슨 ‘데이’마다 아이들이 초콜릿, 사탕,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것을 보며 단오나 칠월칠석날에 아이들과 떡이라도 나눠 먹으며 풍습의 유래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던 터라 박선생님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나는 행사를 도와줄 자원봉사 학생 모집과 동네에 홍보하는 일을 맡았다.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우리 쌀 지키기 운동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가래떡 데이’ 행사 목적이었다. 어린이들이 사탕에 들어있는 화학 색소 실험을 하고, 무농약, 무방부제, 무색소 과일 주스와 과자 맛을 체험하게 하였다. 실험과 체험을 마친 어린이들에게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구워주었다. 희고 길쭉한 가래떡처럼 피부가 뽀얗게 되고 키가 쑥쑥 자라나라고.
박선생님이 봉사 활동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맛 체험 방법을 알려주고, 친환경 농법과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박선생님이 “농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흙 토(土)자는 열십(十)자와 한일(一)자로 풀어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월토일(土月土日)인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고, 토월토일토시(土月土日土時)인 11월11일11시에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열립니다” 하고 설명하자, 아이들은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미끼(?)였던 ‘가래떡’ 덕분에 공원에는 동네 어린이들이 북적댔다. 프라이팬에 가래떡을 굽던 자원봉사 아이들도 덩달아 바빴다. 나도 가래떡 한 개를 집어 들었다. 문득 연탄불에 가래떡을 구워 먹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래떡은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나는 담임을 맡으면 그 해 학생의 날에 반 아이들과 빵과 음료를 먹으며, 학생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올해는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 잔치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들려 줄 노래도 준비했다. 영화를 보고 난생 처음 OST 음반을 샀는데 출퇴근길에 차안에서 들으며 연습했다. 제목은 ‘터질 거야’, 영화 ‘즐거운 인생’에서 주인공들이 부르던 노래다.
오늘은 11월3일, 학생의 날, 78돌 광주학생항일운동 기념일이다. 나는 교실에서 “얘들아, 학생의 날, 축하한다! 수학능력시험 대박 터트려라” 하고 준비한 CD 플레이어를 틀었다. 그리고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터질 거야’를 따라 불렀다. 아이들은 가래떡을 흔들며 흥겨워한다. 음악에 맞춰 어깨춤을 추던 동우가 “선생님, 수능 끝나고 노래방 한 번 가요” 하고 애교를 부린다. “규호야, 몸무게 두 자리 수 유지해야지?” 하고 반에서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규호에게 가래떡을 하나 더 건네자, 규호는 “네, 수능도 가래떡처럼 언, 수, 외, 사탐 모두 1, 1, 1, 1등급 맞겠습니다” 하고 웃는다.
나는 “얘들아, 남은 가래떡은 싸가지고 가서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눠줘라” 하고 조용히 분필을 들었다. “우리 쌀을 지키는 것이 우리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무심코 칠판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권태운 화곡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