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독자들의 마지막 반란
- 참언론독자단 마지막 캠페인 "자발적 구독운동"


'창간기자'보다 더 바쁜 '창간독자'

창간을 하루 앞둔 <시사IN> 기자들은 마감을 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바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참언론독자단(옛 '시사모')이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벌려 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캠페인에 들어갈 <시사IN 독자판>은 마감을 끝내고 출력이 진행중이고, 함께 들어갈 휴대폰 액정 클리너와  A4 투명화일은 도안을 늦게 넘겨서 일요일까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은 리플렛 한 장 달랑 주면 반응도 안 하고, 휴대폰 액정 클리너를 증정하면 잘 팔린다고 하니 '끼워팔기'도 이런 끼워팔기가 없다. 하느님 맙소사. 내가 <시사IN> 때문에 장사꾼이 다 됐나 보다.
다행히 시사모의 회원분 중에 휴대폰 클리너 사업을 하시는 분이 있어 원가로 제작해 주셨다. 감사드린다. 덕분에 금쪽같은 제작비가 엄청 살아났다. 이번에는 합병호라 좀 일이 많은가. 표도 제작해야 하고, 표지 이미지며 각종 사진이나 그림은 왜 이렇게 많은지 미술부 기자들은 5분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한다. 그 옆에서 서성거리다가 회의가 잠시 멈추면 다가가서 일거리를 내민다. 이번 캠페인에 동원된 제작물들은 순전히 '시사인 미술부'의 공이다. 가만 있자, 일단 <시사IN 독자판> 1만부는 금요일에 오기로 했고 휴대폰 클리너는 토요일에 배달이 된다. 대충 '잔치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생각지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1만부를 포장하고 분류할 박스는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114에 전화를 걸어서 폐지회사에 전화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거기는 수거만 하고 팔지는 않는단다. 이걸 어쩐담. 생각해 낸 게 인터넷이다. 역시 인터넷에는 박스만 전문으로 파는 곳이 있었다. 이것으로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물품 배달처를 확인해야 하고, 작업 장소를 섭외해야 하고, 서포터스에게 나와주십쇼 하고 공지에 문자까지 다 보내야 한다. 오늘은 웬걸. <시사IN> 기자들과 함께 야근을 했다. 문정우 편집국장 왈, "아니, 자네도 오늘 야근인가?" <시사IN> 독자 하기 정말 힘들다. 에휴~


'시사IN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참언론독자단의 전신인 '시사모'는 2006년 10월 16일 시사저널 사태에 공분한 지식인, 일반 독자들의 열의가 모여 결성됐다. 그 동안 유의미한 캠페인을 몇 개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나도 고소하라' 운동과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이 가장 알려졌다. 알고 보니 '나도 고소하라' 운동은 내력이 있다. 1999년 조선일보가 최장집 교수를 빨갱이로 모는 이른바 '사상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이를 비판하던 지식인들을 모조리 고발 조치하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비판 기자인 월간 <말> 지의 정지환 기자에게 400만원, 비판매체인 <인물과 사상>과 전북대 강준만 교수에게 700만원을 지급하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물과 사상 자유게시판(통칭 '인자게시판')에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까지 공개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나도 고소하라'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서명 대열에 합류한 대표적 지식인 중 한 명인 당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인 홍세화 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자가 최장집 교수를 빨갱이로 몰기 위해 ‘스승의 등에 칼을 꽂은 청부살인업자’가 되어 ‘마조히즘적인 정신분열증상’을 보이며 사상 검증을 했던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나를 고소하라! 서명 홍세화” (시민의 신문, "금창태 씨! 나도 고소하시오")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은 기존의 소비자 운동이나 미디어 소비자 운동과는 구별되는 캠페인이었다. '불매운동'이나 '안티 조선일보 운동'은 대체로 네거티브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진품 예약운동'은 기자들이 일선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리 구독을 약정하는 캠페인이다. 현재 추진중인 '자발적 구독운동' 역시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의 취지를 계승하고 있다.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을 펼치던 시사모 운영위원들이 금창태 사장의 고발조처로 검찰에 출두해 찍은 사진. 웃으려고 하지만 저마다 표정이 쓸쓸하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시사모 운영위원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우연찮게도 오는 10월 16일은 '독자단'의 생일날이다. 창간으로부터는 한 달이다. 독자단은 남은 한 달 동안 모든 열의와 역량을 쏟아부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남기기로 결정했다. '참언론독자단(
www.sisialove.com)'의 공지에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고인 물은 썩듯이 좋은 뜻도 오래 가면 여기저기 탈이 나는 법. 이제 '시사모'와 ‘독자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왔던 독자 미디어 운동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온 듯합니다. 이번에 제안하고자 하는 캠페인은 그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우리의 마지막 잔치가 될 것입니다. (중략) 그리하여 그 날 10월 16일에 '일반 독자'로 돌아가려 합니다.  - "
마지막 프로젝트 '자발적 구독운동'을 제안합니다"

독자단이 마지막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떠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단은 '선거대책위원회'가 아니다. 참여정부든 그 이전 정부든, 또 그 이전 정부든 정권을 위해 몸바친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한 자리를 꿰찼다. 김대중 씨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엄청난 달러를 빚졌지만, 노무현 대통령 역시 엄청난 빚을 졌다. 단지 그것이 '달러'에서 '공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회전문 인사'는 코드정치의 허물이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공신록(功臣錄)'에 적혀 있는 빚을 청산하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우리 '독자단'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며 경계한다. 우리들은 '공신'이 아니다. 수사를 붙이자면, 차라리 '의병(義兵)'이다. 이제 특별한 상황이 끝났으니 다시 '생활인'으로 돌아가려는 것일 뿐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우리는 1개월이라는 일몰 시점을 둔 것이다.


'자발적 구독운동'에는 어떻게 참여하나?

우선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교란한 행위에 대해서 반성한다. 아이를 강가에 남겨두고 가는 에미처럼 <시사IN>을 언론 시장의 생태계로 놓아주지 않고 붙들고 있는 모습이 답답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독자는 기자를 믿었고, 기자는 독자를 믿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기자들이 14개월 동안 싸워 주었다면 독자는 기자들에게 고마움이라도 표시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까지 등록된 정기구독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지금 이대로라면 기자들이 다시 '광고'를 걱정하며 자신 있게 기사를 쓰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이 운동을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물론 독자 캠페인을 했다고 해서 엎드린 구독률이 벌떡 일어나 질주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창간'이라는 잔치상이 펼쳐졌다면 '바람잡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독자단'의 중론이다.
'자발적 구독운동'은 독자들이 독자들에게 새매체의 일독을 권장하는 캠페인이다. 때문에 이에 소요되는 발품과 제작 비용 일체를 독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부담한다는 원칙이 전제돼 있다. 구체적인 참여 방법은 다섯 가지를 제시했는데, "(1) 지역 캠페인 신청하기, (2) 배포도우미로 참여하기, (3) 지역 파견도우미로 참여하기, (4) 후원금으로 참여하기, (5) 의견이나 아이디어로 참여하기"이다. 이번 캠페인의 가장 주된 목적은 '지방 독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시사IN>이 서울만의 매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투쟁 과정이나 창간 과정에서 지방의 독자들은 어느 정도 소외를 받아 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의 독자들과 지방의 독자들이 만나 '잔치'를 벌이는 것이 최대의 목표다. '지역 파견도우미'는 그래서 필요하다.
발품을 팔 형편이 못 된다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모 사단에서 복무중인 한 병사는 월급을 아껴 1만5천원을 만들어 보내 주었는데, 그것도 많다. 천원 이천원 마음이 가는 대로 참여할 수 있다. (후원계좌 : 농협 079-02-901233(조형근)


<군 복무중이러서 함께 싸우지는 못하고 군인으로서는 거금인 1만5천원을 대신 보냈다. 돈에 전투력이 실린 것일까. 성금과 투자금은 수십만 배로 늘어서 하나의 회사가 되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댓글 한 줄'이면 참여가 가능하다. 공신력 있는 배포처나 눈이 번쩍 빛나는 배포 아이디어를 보관하고 있다면 댓글에 굶주린 독다단 일꾼들에게 제보를 해달라. 아직 대한민국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달라. 돈이나 권력만으로는 세상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해 달라. <시사IN>과 함께 해왔던 1년을 멋지게 마무리하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 비겁하게 기사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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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7-09-1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이에요. 배포 아이디어는 없지만... 함께 힘내요.^^

승주나무 2007-09-15 09:44   좋아요 0 | URL
냐오 님 감사합니다. 취지가 있는 만큼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