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서 즐겨 보는 논객이 두 명 있다.

한 사람은 '언론인 이광훈' 씨, 나머지 한 사람은 국제에디터 이대근 씨이다.
두 사람 다 숙련된 칼럼니스트로서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 좋다.
이광훈 씨는 오랜 시간 언론에 구르다가 최근에 명예퇴임을 했는데, 문장이 구수하고 비유가 비근해서 저잣거리의 어린아이들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한다.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근 씨의 맛은 직설적이지만 세련됐다. 직설과 세련은 좀처럼 어울리기 힘든 특징이지만, 한 사람이 고루 갖췄다. 무리한 수사와 논리를 동원하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는 듯 보여도 원칙이 분명하므로 본인에게는 하나도 아슬아슬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자 칼럼에서 그가 '아슬아슬한' 글을 써서 화제가 되고 있다. '프레임 전쟁'이라는 리뷰에서 나는 중도통합신당을 "수학적으로 가운데점에 위치한 오합지졸의 정치인들이 급조한 정치집단" 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대근씨는 거기서 더 나아가 대실패연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간만에 과격하면서도 시원한 문장을 감상하시라!!

아래는 전문


[이대근칼럼]신당, 그 무덤에 아무도 초대말라
입력: 2007년 09월 12일 18:13:34
 
아무리 못난 놈이라 해도 어느 한 군데 예쁜 구석은 있게 마련인데, 이것은 곱게 봐줄 구석이 하나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 들여다 볼수록 밉상이요, 시간이 갈수록 가관이다. 정말 이러기 쉽지 않다. 사라진 정당의 정강정책을 베껴 급조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른 정당 이름과 쉽게 혼동할 수 있는 약칭을 사용해 덕 좀 보려다 사용불허 판결을 받고 만다. 선거인단 모집이 대성공이라더니 상당수가 가짜·엉터리·유령 선거인이다. 1차 경선을 통과한 후보 5명의 득표순위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다 공개하고, 그 순위도 뒤바꿔 발표하고는 또 정정한다.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하지 않기로 해놓고 경선 진행중에 경기규칙을 바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야겠다며 하루 사이에 당헌을 바꾼다. 이렇게 남의 당 흉내를 내려 기쓰고, 자기의 결정을 쉽게 뒤집고, 시시때때로 사고치는 게 대통합 무슨 당이 안고 있는 문제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이 당을 매우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이 당이 당면한 진짜 문제는 정체성 상실이다. 왜 존재해야 하는지 누구도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뭉쳤는지도 모른다.
대통합했다고 하지만 뚜껑을 여는 순간 열린 우리당에서 의원 한명 나가고 한나라당 경선 탈락자와 민주당 몇명 들어온 순도 99% 열린 우리당임이 금방 발각된다. 짝퉁이 아니다. 신당을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을 잠시 헷갈리게 했지만, 그 내용뿐 아니라 행태가 꼭 열린 우리당이다.

-대통합 아닌 ‘대실패연합’ -

이 ‘99% 열린 우리당’은 노무현 정부와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계승한다고 하는데 무엇이 공이고 과인지 구별할 줄 모른다. 범여권으로 불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집권당 행세는 하려고 든다.

그들이 누구인가. 손학규와 정동영, 그리고 노무현의 아들 딸들인 이해찬·유시민·한명숙. 여당과 야당에서 실패한 이들이다. 이 실패세력이 똘똘 뭉쳐 질서있게 구축한 것이 대통합민주신당, 아니 ‘대실패 연합’이다. 위기일수록 뭉쳐야 한다는 생존본능의 명령을 철저히 따랐다. 그러나 이 ‘대실련’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꺼진 열정을 다시 살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휴대폰 투표니 하는 경선 신기술을 내놓고 대박이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기교에 능한 그들은 대통령 선거도 비디오 게임이나 경마·고스톱 판쯤으로 여긴다. 아무 판이나 벌여 놓으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실패세력의 잘못과 그로 인한 고통을 금세 잊고 게임에만 빠져들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세력이다. 그들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이야기 하나 하자. 그것은 실패세력이 뭉치는 순간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이 과연 집권할 것인가’라는 반신반의가 사라졌다. 대통합 이전만 하더라도 ‘이들이 정신만 차리면 이명박 집권은 장담 못한다’는 말이 저잣거리를 떠돌았지만, 대통합 무슨 당이 탄생하는 바로 그 순간 일말의 기대는 꺼지고 정권교체 전망이 밝아졌다. 정권교체가 된다면 그것은 대통합 신당의 공이 될 것이다.

애초에 열린 우리당이 공중분해되지 않은 것, 그래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실패한 정치인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숙주가 된 것, 그들이 다음 숙주로 옮겨갈 수 있게 생명연장을 한 것이 문제였다. 우리당이 흔적없이 사라져 그들의 과거와 뒤엉킬 계기가 없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제 그런 기회는 없을 것 같다. 대통합의 죽음 위에 새로운 개혁 정치 탄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낡고 실패한 가짜 개혁·기득권 운동세력을 완전 해체시켜야 한다. 대통합의 기회주의자들이 나중에 또 반성합네 하고 새 숙주로 옮겨가지 못하도록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합이 기여할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버려야 할 모든 것들이 이 한 바구니에 담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 소신없인 손잡지 말라 -

대통합민주신당은 무덤이다. 문국현이든 누구든 더 이상 이 죽음의 집으로 초대해서는 안된다. 문국현 미풍이 불고 있지만, 이 신인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명백한 것은 그가 대통합과 손을 잡는 순간 죽음의 키스가 될 것이라는 점뿐이다.

물론 이 죽음의 잔치에서도 살아 날 수는 있다. 자기 원칙과 노선, 정책을 견지하며 외롭더라도 꼿꼿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비장함이 죽은 열정을 살려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미래가 있는 패배’는 할 수 있다. ‘올바른 패배’도 준비해야 한다.

〈이대근/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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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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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4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4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4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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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7-09-15 09:43   좋아요 0 | URL
그래요. 꼭 맛난 거 한 번 사주셔야 해요~~
브루마블, 그레이트란 게임이 있는데, 우대권 한 장 받은 느낌이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