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사태를 고민하면서 많은 우리가 언론에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하는구나 하는 불만이 일반적이었다. 기자들, 참여하는 독자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시사저널 사태 관련 기사를 모두 훑어봤더니, 73개 매체(대학신문 포함)에서 822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시사저널 운동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이 사람들은 '약자'가 아니라 '강자'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로 말하면 '강소국'인 것이다.

세상 어느 고에 파업을 하고 나서 회사를 차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것은 '기자'라는 권력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오늘 '기자단' 홈페이지에서 글 하나를 읽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는 자극이 되었다. 그래서 전문을 올려본다.




시사인 기자분들이 부럽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길에서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던, 천막을 치고 단식을 하며 힘들게 투쟁했던,
생계가 어려워 집에 있던 에어컨을 팔아야했던 시사인 기자분들....
그런 기자분들이 차,라,리 부럽습니다.


남편이 다니는 경기도 평택 한 장투사업장은 벌써 700일째, 교섭하지 않겠다는 회사에 맞서 투쟁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은 파업 45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분회장, 부분회장, 사무부장등 조합에서만도 구속자가 셋이었고,
지회나 지부 또는 경기도본부 등 우리 투쟁과 관련해 구속된 동지들이 수없이 많았음에도

지난해 법원에서, 금속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단체교섭 응낙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하루에 30만원씩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이행강제금 지급 판결을 내렸음에도
(그동안 가처분 신청만 있었지 이행강제금에 대한 판결은 거의 없었기에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었답니다.)

또한 회사가 낸 가처분이의 신청이 고등법원에서까지 기각 당했음에도

언론도 사회도 작은 장투사업장엔 눈을 돌리지 않고 있으니까요.



시사저널 사태가 일어나고 기자들께서 파업하며 천막농성을 벌일 때,
전국에서 지지 방문을 하고 MBC등 공중파 방송에서 수없이 관련 보도를 내어줄 때
전국에 천막농성을 벌이는 장투 사업장이 얼마나 많았는지 혹시 알고 계시나요?


이젠텍만해도 회사 안에서 회사 밖으로 그리고 평택시청 앞에서 또 원청회사 앞에서,
이리 저리 옮기며 1년이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언론의 관심은 늘 딴 곳에만 있었지요.

부부가 조합원이라 몇 달씩 월급을 못 받으며 생활을 해도
대학입학을 앞둔 딸에게 대학을 포기하라는 말을 하면서 가슴을 치는 조합원이 있어도
팔아서 돈으로 바꿀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하나 없이 살고 있어도

아무리 방송국과 신문사에 제보를 하고 투고를 해도 그들의 관심은 KTX나 시사저널, 이랜드일 뿐....


남편이.......하도 답답하니 타워 크레인에 올라가겠다고 하는 걸 그래도 소용없을 거라고,
그런다고 알아주기나 하겠냐고 말리면서 속으로,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시사저널 사태가 일어나고 파업을 벌일 때, 거대 권력 <삼성>에 맞서 싸우는 언론인들이 다 있구나, 하는 마음에 반갑기도 했지만
또 다시 우리들 투쟁은 묻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디수첩을 비롯해 공중파 방송에서 나오는 보도들을 보면서 파업도, 투쟁도, 농성도 역시 배운자들이, 가진자들이, 해야 이슈가 되는구나.
철도 공사, 이랜드 그룹, 삼성처럼 막강한 자본을 가진 자들과 싸워야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구나.....하는 먹먹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하더라도 시사인, 지지합니다.

그렇게 싸우는 시사인 기자분들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신문과 진실-송건호>이라는 글을 가르칠 때 좀 더 많은 얘기들을 해 줄 수 있게 되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시사인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받은 관심의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도 받지 못하며 천막에서 몇 번의 겨울을 나고 있는,
소외된 장투 사업장이 있음을 잊지 않아주셨음 합니다.


이젠텍, 동희오토, 코레노, 승림분회, 대우자판, 르네상스 호텔, 하이닉스, 기룽전자, 콜트 악기, 콜텍, 테트라팩, 동방산업 등
너무 많아 미처 다 말하지 못 하는 수 많은 장투 사업장에도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9월 12일, <노조 설립 700일, 파업 450일 투쟁 문화제>를 기획하고
한달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뜬금없이 9월 12일, 뉴코아 매장 점거 투쟁이 잡혔다는
민주노총 공문을 보고 속상한 마음에 하소연처럼 주절거렸습니다.
그것도 똑같은 시각, 늦은  6시에 말입니다.

비정규직 싸움의 중요성을 알기에 남편과 함께 서울까지 올라가 이랜드(뉴코아) 투쟁에 결합하고 있지만
힘들게 준비를 시작한 문화제가 이랜드에 묻혀 또 다시 관심밖의 행사로 치러지게 될 것 같아 속상한 마음에 잠 한 숨 못 잤답니다.
이런 호소, 시사인에서는 받아 주실 것 같아 주절거렸는데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그래도 문화제 끝난 다음날부터 이랜드 투쟁에 결합해야지요.

출처 :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www.sisa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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