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기자스케치'는 글쓴이의 간단한 주석과 기자 관련글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계획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노순동 기자 편은 노 기자의 풍성하고도 의도적인 제보에 힘입어
글쓴이 주석만으로 채워보려 합니다.
그래도 노순동 기자의 글을 보고 싶으신 분은
차형석 기자가 1인칭 시점으로 내래이터한 '9분 짜리' 동영상과 고백체인 문정우 단장의 편지 등을 보시면 됩니다.

1. 남의 입속으로 숨다, 혹은 현대판 매문(賣文)

헌책방에 눌러앉아서 옛책들을 뒤적이다 보면 가끔 '소화(昭化) 몇 년'(일제시대 당시 천황의 연호로, 당시의 대부분의 출판물은 이 연호를 써야 했다)이라는 출판정보 아래 '김수영'이라는 크레딧이 찍힌 번역서를 볼 수 있습니다. 김수영은 자신의 산문집에서 이러한 행위에 대한 소회를 적어 놓았는데요. '장당 30원씩 받는 청부번역', 심지어 '구걸번역'이라고까지 쓸쓸히 표현합니다. (『김수영 산문전집』'번역자의 고독' )

나는 40여년 동안을 문자 그대로 피해 살기만 한  셈이다. 매명의 구원. 지난 1년 동안에만 하더라도 나의 산문행위는 모두가 원고료를 벌기 위한 매문(賣文), 매명(賣名) 행위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진정한 <나>의 생활로부터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나의 머리는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받을 원고료의 금액에서 헤어날 사이가 없다. ('말리서사')

오늘날로 따지면 번역이나 각종 투고가 모두 그의 당당한 포트폴리오쯤 되게지만, 작가 자신에게는 최대의 약점이요 치욕이라는 김수영의 고백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수영의 이러한 고백에 뒤통수를 맞은 사람은 전 시사저널의 김상익 전 편집장. 책 '기자로 산다는 것'에서 그는 이 글귀를 읽고 나서 당장 매문행위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노순동 기자의 글을 쓰면서 뜬금없이 김수영의 매문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지면을 잃어버린 기자의 왕성한 펜이 각종 짜투리글로 산화하는 모습이 함께 오버랩되었기 때문입니다.

노순동 기자는 점잖게 이것을 '복화술'이라고 묘사하도록 요청했지만, 저는 특유의 '나대는 솜씨'를 발휘해 볼 요량입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기자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든 가장 먼저 '노순동 기자'를 만납니다. 시사모 사이트나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 사이트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이라는 크레딧으로 올라오는 공지며 각종 특보는 대개 노순동 기자의 펜에서 나옵니다.
노순동 기자가 시사기자단에서 맡은 보직은 '선전팀장'입니다.

예전에는 '선전' 하면 선동적이고, 선정적이까지 해서 요즘은 완곡하게 '광고'니 '홍보'니 하는 말을 쓰는데 선전팀이라니, 좀 과격한 감이 있군요.

어쨌든 무엇이든 팔아야 하고, 어떤 사연이든 장작때기로 써야 하는 보직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판 것은 후배 기자의 에어컨입니다.

어제는 그 후배가 저에게 와서 소곤거립니다. “선배, 제발 이제 그 얘기 좀 하지 마세요.”
그런데 저는 오늘 그 사연을 또 팔고 있습니다. (노순동 기자가 MBC <여성시대>에 보낸 사연 중에서)

가히 현대판 매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후배를 팔고 사연을 팔고, 독자들의 '순수'를 팔면서 고백하는 노순동 기자의 '비애'를 듣는 독자의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2. 김훈 작가와의 연이은 악연

몇 년 전 한겨레21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김훈이 '쾌도난담'이라는 제하의 인터뷰를 했는데 이것이 이만저만한 파란이 아니었던가 봅니다.
그 일로 김훈 국장은 시사저널을 떠나게 되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시사저널의 한 기자 때문에 시사저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기자는 당연히 노순동 기자입니다.
노순동 기자가 어떤 점에서 분개를 하였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몇 가지 혐의점을 분석해 본다면

(1) 가부장 친화적인 걔들(?)

최보은: 어쩌다 김훈 선배는 그런 못된 사조에 물드셨어요. 마초…. <시사저널>엔 여기자들도 많은데 그렇게 말하세요? 페미니즘 같은 것에 물들지 말라?
김훈: 걔들은 가부장적인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것 같더라고.
최보은: 네? (웃음) 이런 말 기사화해도 상관없으세요?
김훈: 괜찮아. 아무 상관없어. (웃음)


(2) 여성관(?)

김훈; 난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 안 해.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여자를 위하고 보호하고 예뻐하고 그러지.
최보은: 그런 이야기하면 <시사저널> 부수 떨어져요.
김훈: 괜찮아. 이제 떨어질 것도 없어. (웃음)...난 정돈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거든.

(3) 칼이 펜보다 강하니까, 돈도 역시 펜보다 강할껄(?)

김훈: 이걸 알아야 돼. 칼이 펜보다 강한 거야.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기를 평생 해가지고 이 모양이 된 거지. 세상에 펜이 어떻게 칼보다 강할 수 있어. 칼 쥔 놈들은 칼이 강하다고 말 안 해. 왜냐면 본래 강하니까.

(4) 민중, 아니 중우(衆愚)에 대한 한겨레적 편협주의(?)

김훈 : <한겨레>는 민중적인 가치의 고귀함과 천민근성의 더러움을 구별 못했어. 이 대목 그대로 써줘. 모든 민중을 천민화해가는 것, 그게 얼마나 죄악인 줄 몰랐던 것 같더라고. 모든 민중을 고귀하게 만드는 게 민중주의지, 다 똑같이 수드라를 만드는 것은 민중이 아니잖아. 그런 점에서 난 민중이 아니에요. 나는 절대 민중인 적도 없었고, 나는 지식인이고 엘리트거든.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한겨레21 쾌도난담, 위악인가 진심인가(http://blog.daum.net/lycurgus/12321767)'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이 일이 있고 나서 노순동 기자는 편집국장실로 달려들어가서 "화려한 수시는 집어쳐라"며 사표를 던지고 뛰쳐나왔습니다. 노 기자 본인은 퇴사기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휴가기간'이 되어 버린 일주일이 지난 후 김훈 국장은 "제가 나가겠습니다"라며 만류한 말을 지키기라도 하듯 회사를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5분 내로.

노순동 기자와 김훈 작가와의 악연은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7월 2일 목동의 방송회관 사무소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의 출범 및 새매체 창간 선포식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김훈 작가는 코멘트를 해야 한다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을 전제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발언의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노도 잘못했고 사도 잘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을 서로 인정하고 일정 부분 양보한다면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는데, 지금의 이와 같은 상황은 내가 바라던 그림은 아니었다. (결국 노도 잘했고 사도 잘한 것이 되었으므로 양보는 없고 파국은 피할 수 없었다) 기사삭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 과정은 매우 잘못되었다. 금창태 사장의 삭제는 논외로 하고서라도 해당 기사 자체는 사실과 의견을 전혀 구분하지 못한 것이었으므로 내가 편집국장이었다면 직접 삭제했을 것이다. 말을 관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그렇다는 말이다 ..결국 나의 소망은 좌절됐고, 내 후배들은 기약할 수 없는 미래로 나가겠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분위기는 급랭되었고 남은 화자들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습니다. 이숙이 기자가 말미에 '너무 더워서 시원하게 하려고 찬물을 끼얹었다'는 농담섞이 전언을 했지만 분위기는 반전할 수 없었고, 노순동 기자를 중심으로 한 언론관련팀은 앞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상황을 수습하려 하였지만 이미 '오마이뉴스' 등에 '김훈 일침'으로 기사회되어 노출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바쁜 김훈 작가를 불러들인 것은 노순동 기자의 '공로(?)'였으나, 결과적으로 '원인제공자'가 되어 버린 노순동 기자는 김훈 작가와 가진 뒤풀이에서 자신이 느낀 배신감을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저의 입장에서는 문답 그대로 올리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리라 생각해서 "12금(禁)" 정도로 완곡하게 왜곡하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하며 이에 대한 양해를 바랍니다.

"그 잘난 '남한산성'에 가서 당신 문체를 찬양하는 문학소년소녀들에게나 화려한 수사를 자랑하고, 이런 곳에 와서까지 00하려 하지 마라"며 노순동 기자는 또다시 '반 절교'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저도 분위기가 험악해져서 자리를 피하려는데, 뒤에서 들리는 김훈 작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
"노순동 씨, 그러면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다시 노순동 기자의 000

아무튼 그 날 노순동 기자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고, 때문에 PD수첩에 나온 '욕설녀 노순동 기자'가 하나도 무섭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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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보 2009-09-25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순동아,...................

엄.......................

한번 보고 싶은데.................

내 딸이 고2인 좀 해....

나는 법, 경상대 보다 나따라 사회대 왔으면 하거든....


배상보 2009-09-25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혹시 86학번 맞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