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삼성 앞에 다녀왔습니다.

시사저널 파업이 벌써 1년이 되었는데도, 변한 것이 없어서 답답한 심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정동에 있는 시사저널 본사에서 시사저널 기자들은 기자증과 회사에서 받은 상패를 반납하는 행사를 갖고 성명서 낭독과 경과보고 등을 했습니다.

삼성으로 이동해서 성명서를 읽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대표하는 독자로 삼성 앞에 섰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말을 정리했는데, 결국 횡설수설하고 만 것 같습니다.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부끄러운 독자이고 안일한 독자라서 시사모에서도 '안일'이라고 불립니다.
지금부터 제가 안일한 독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의 언론환경을 저는 '언론자유의 양극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주요 일간지에서 지방지에 이르기까지 요즘 언론자유를 부르짖지 않는 언론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1년째 싸우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언론자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습니다.
언론은 약자를 대변하고 강자에게 저항하고 감시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매일 보도되는 언론자유는 강자와 강자의 세 싸움에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외치는 언론자유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자유의 과잉이자, 언론자유의 빈곤이자, 언론자유의 왜곡입니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 시사저널 싸움이 대표성을 갖는 이유는
자본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대결전은
언론이 자본, 아니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지
반대로 삼성이 언론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싸움은 저와 같은 독자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토마토와 사과를 다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토마토만 먹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즉, '읽을 권리'가 무참히 살해당할지도 모릅니다.
독자는 '읽을 권리'를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사저널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기자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언론의 정의 같은 것은 모른다.
다만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무척 상식적인 말입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1년간 상식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이 싸움에서 무너진다면 우리는 상식이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합니다.
상식이 없는 시대에 사는 독자들은 '안일한 독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 무거워져 가는 '상식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힘을 덜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 '안일한 독자'라는 허명을 벗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연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평출처(경향신문 장도리) :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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