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딜레마 여행 -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사고 실험 100
줄리언 바지니 지음, 정지인 옮김 / 한겨레출판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딜레마.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잘 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최악인 상황. 갑자기 쓰러진 친구를 업고 병원에 가면 수업불참으로 선생님께 혼이 날 테고, 교실에 갔다가 병원에 가면 친구의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상황. 누구나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딜레마에 대한 예행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사서 딜레마의 상황에 빠져보는 것이다. 잘만 연습하면 실제상황이 닥쳤을 때 후회없는 최선의 선택을 하거나,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논어』에서도 ‘멀리 사고하지 않으면 가까운 근심이 닥친다’(人無遠慮, 必有近憂)고 하지 않았나. 내가 먼저 선제공격을 하는 거다. 공격은 최선의 수비니까.

『유쾌한 딜레마 여행』은 무려 100가지 딜레마를 제시한다. 그 중에서는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도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만나기 쉬운 상황들이 제시돼 있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부터 영화 메트릭스에 이르기까지 흥미 있는 주제들을 실제 사례와 상황을 만들어 간략하게 제시하고 그와 관련된 책이나 이론들을 표시해 놓았다. 그 다음 저자의 간략한 설명과 내용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뒤따른다.

사고실험이라는 것은 실험도구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을 말한다. 실험에 필요한 장치와 조건을 단순하게 가정한 후 이론을 바탕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한다. 실제로 만들 수 없는 장치나 조건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 우리가 철학책을 읽기 힘든 이유는 ‘이론’이 긴 분량으로 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그 이론이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니 우리로서는 중요성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가끔 철학책에서 일상의 예시를 들어 설명해 준다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상황이란 그런 것이다. 상황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울 뿐 아니라 그 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심오한 주제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진리까지 포함되기도 한다. 우리가 『장자』라는 책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논술’의 주요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논술학습을 위해서도 유익하다. 논술은 어떠한 현상에 대해서 추상적 분석을 시도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유추하는 작업이다. 제시문에서 간단한 상황이 펼쳐지거나 일상의 사례가 소개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신의 사고력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은 100가지 상황에 대해 알기 쉽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면서 함께 배우거나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신이 새로운 해석을 내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테마의 말미에 유사한 4가지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해서 생각해본다면 더욱 깊이 있는 사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100개의 딜레마를 정복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시간을 두면서 찬찬히 곱씹어보는 것이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딜레마는 좀처럼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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