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에 들기 위해 질주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것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유일한 철학이다.

 

1명은 UN사무총장이 되었고, 1명은 외교통상부장관이 되었고, 1명은 며칠 전 국무총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협상을 주도한 1명은 의미심장한 '박수'를 받았다.

김현종과 김종훈 (등), 그 이름을 기억하라.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보라.

협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당사자'가 아니다.

다만 '그 일'을 맡은 '관료'에 불과하다.

삼성공화국 산하 관료공화국의 1개 관료에 불과하다.

 

 


 

악의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가장 짜릿한 기쁨은 '타결선언'이 아니었다.

"결렬될 수도 있다!"는 언론의 보도와
"국익만을 판단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흘러나오면서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한낱 촌극으로 밝혀졌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유의미한 발언이었다.
다름아니라 협상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통로'를 열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결렬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흘러나왔을 때
나는 너무 웃겨서 콧물이 삐져나올 지경이었다.
결렬되고 나면 10%들이 가져가는 게 그만큼 줄어드는데,
그런 일은 우리나라가 망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망해도 10%는 남는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철학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10%의 망령만 들어서 있다.

 

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깡패 자본주의’ 나라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로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인데도, 총가구의 20~30%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며, 대도시에는 대규모의 빈민굴이 있어 낮에도 다닐 수가 없고, 마약과 살인과 매춘이 판을 치며, 약값과 병원비가 너무 비싸 돈 없는 환자는 죽을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을 선진국의 모범으로 삼아 선진국이 되자고 주장한다면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한·미FTA에 부쳐] 피해산업 지원 약속 속임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철학이 없는 병'에 걸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철학의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다리가 무거워질 때까지 그저 걷기만 하면 됩니다. 다리가 무거워지면 누우세요. 그러면 약기운이 돌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잔을 소크라테스에게 내밀었습니다. ......

소크라테스가 누우니까 그 사람은 소크라테스의 다리와 발을 살펴보더군요. 그리고 한참 있다가 발을 세게 누르면서 감각이 있느냐고 묻더군요. 소크라테스가 "없다"고 하니까, 그 다음엔 다리를 눌러 보고는 우리에게 말하기를, "독이 심장에까지 미치면 마지막입니다"라고 하더군요.

- 플라톤, '파이돈' 중에서

 

 

이것은 소크라테스의 최후가 아니다.

 

"아! 참소를 일삼는 신하 백비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왕은 도리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나는 그의 아버지를 제후의 우두머리로 만들었고, 그가 임금이 되기 전 공자들끼리 태자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죽음을 무릅쓰고 선왕에게 간해 그를 후계자로 정하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는 태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 나에게 오나라를 나누어 주려고 하였을 때도 나는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간사한 신하의 말만 듣고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그리고는 가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무덤 위에 가래나무를 심어 왕의 관을 짤 목재로 쓰도록 하라. 아울러 내 눈을 빼내 오나라 동문에 매달아 월나라 군수들이 쳐들어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하라."

그리고는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오나라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화가 나서 오자서의 시체를 가져다가 말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넣어 강물에 내던져 버렸다.

- 사마천, 사기열전의 '오자서 열전' 중에서

 

이것은 오자서나 자신의 왕에게 퍼부은 저주가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징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왕따나 원조교제 같은 것을 수입했다.

 

소년범죄 갈수록 어려진다
방황하는 대학새내기들…대학 부적응 ‘폐인족’ 많다

학교안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행…2달간 상습

 

 

나는 군에서 병력관리를 했다. 하루에 한번씩 전부대 병력의 이동을 하위부대로부터 보고받고, 각종 명령서를 수집하여 상위부대인 육군본부로 보고하였다.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각 부대의 수식을 입력하고 이를 종합하여 웹에 그것을 옮기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그런데 이등병때 어리버리하게도 수식이 종합된 엑셀 파일을 날려버린 거다.

나는 하는 수없이 온갖 수식이 들어있었으나 이제는 껍데기밖에 남아 있지 않은 파일을 일일이 끼워맞추었다. 병력이 하나씩 바뀔 때마다 일일이 변경하고, 합계 또한 조작해서 보고하였다.

하지만 그 날 응급입원이 생기고, 한 부대에서 잘못된 보고를 올리고 각종 이동이 있을 때마다 나는 죽을 맛이었다. 말년휴가 복귀한 고참과 밤을 새며 프로그램을 다시 짜고 나서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었다.

 

과거 개방에 성공한 이유는 수출과 내수가 서로 연동되는 ‘선택적’ 개방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 FTA 추진 과정에서는 수출과 내수의 산업내적 연관성을 판단한 적이 없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조기 가입으로 무분별한 개방에 노출된 결과는 1997년 IMF 사태로 나타났다.

[한·미FTA]盧대통령 담화 일부이점 부각 ‘장미빛 청사진’만

 

 


이번 FTA는 수식 없는 엑셀 파일이다. 항목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책없는 지경에 이르는 아주 무서운, 그러나 현실이다.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카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어느 패를 주든지 간에 그것에 대응하는 카드를 펼쳐야 게임을 이끌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관세는 현지생산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므로 실익이 없고, 섬유관세 또한 기업정보를 낱낱이 제공해야 하므로 그림의 떡이다. 9월부터 2월까지 반영되는 계절관세 또한 비닐하우스 감귤이 많은 제주도에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모두 하소연이 되었다.

 

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는 문제가 한참 진행된 것이다. 위암이나 간암이 고통으로 연결된다면 이미 3기 이상이다. 주가가 한참 올랐을 때는 이미 이익 실현이 진행되므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사건들 중에서도 뚜렷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사건은 다음과 같다.

 

1. 교내 여중생 성폭행 사건 등 청소년 범죄 불감증

2. 시사저널 편집권 사태로 촉발된 언론 매너리즘과 그 분쟁

3. FTA 타결을 전후한 뚜렷한 손익계산서

 

'교육-언론-정치-경제' 등 사회의 중심 영역에서 펼쳐지는 '병리적 현상'은 각개전투로는 도저히 풀어낼 길이 없지만 이것들은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여지고 있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에 지지부진할 경우 전혀 다른 종류의 '통합'을 맞을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비판적 전문가들은 “한·미 FTA는 ‘자유무역’ 협상이 아니라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강요무역’이며, 국내 세제, 검역, 약값 등을 미국식으로 다 바꿔야 하는 경제통합”이라고 비판했다.

[FTA, 우리 삶이 바뀐다]“쌀 빼고 다 내주는 전대미문의 농업학살”

 

 

 

"약한 성품은 악덕이 미덕에 반대되는 것보다 더 미덕에 반대된다." <라 로슈푸코>

 

약한 것은 악한 것보다 더 큰 악을 부추긴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이 때의 '약함'은 물리적인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를 약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저마다 저항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연권을 포기하고 스스로에게 굴욕을 강요할 때 '약함'이 생긴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려 한다.

"나는 무능한가?"

내가 만약 무능하지 않다면,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일상은 수많은 전쟁이다. 그것은 주로 자신과 관련된 일이 많다. 나는 한번도 남을 위해 투쟁해본 일이 없다.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은 '남을 위해' 투쟁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투쟁하는 것이다.

나는 강경주의자도 왼쪽으로 굳어진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싸워야 할 때가 언제인지는 알 것 같다.

나는 과거에 '나를 책임지고 있던 사람'을 계승해

현재에는 나 스스로를 책임지고,

미래의 누군가를 책임지고 있다.

 

자기 일상을 박차고 나오지 않더라도 투쟁을 하는 것은

약간의 상상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제까지는 나 스스로를 위해 투쟁했다면

그 전선을 조금만 넓혀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에게 손을 거넨다.

나와 공동전선을 만들어가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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