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획'이 운명을 바꾸는 거야


화천·태백 ‘겨울한철’축제로 1년수입 한꺼번에
입력: 2007년 01월 29일 18:13:32
 
강원도 화천 500억, 태백 150억원. 올겨울 산천어축제와 눈꽃관광열차로 두 지자체가 벌어들이거나 예상되는 수입이다. 관광이 지역경제를 바꾸고 있다. 과거엔 겨울이면 관광객이 없어 ‘죽은 도시’나 다름 없었지만 요즘은 밀려드는 사람들로 지역경제가 활로를 찾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얼음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산천어축제행사장(사진 왼쪽). 어린 남매가 얼음구덩이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한눈을 팔고 있는 모습(오른쪽)이 귀엽다. /박민규기자

화천군은 지난 6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5회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에 125만4250명의 관광객이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주민 2만4000명의 작은 화천군에 3주동안 전체 주민의 50~60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불러 모은 셈이다. 축제 개최 기간 중 34만740대의 차량이 몰리다 보니 시가지 전체는 아예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지난해 485억원을 훌쩍 뛰어 넘어 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겨울 축제 하나로 화천경제가 돈다고 할 정도다.

축제의 성공요인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매년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전방지역이란 지리적 한계로 인해 상수원 보호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는 등 소외감이 팽배한 지역이었다. 내세울 것이라곤 아름다운 자연 환경 밖에 없었다.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골몰하던 주민들과 지자체가 2002년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것이 ‘산천어 축제’ 였다. 산천어낚시 외에 눈·얼음썰매, 봅슬레이, 얼음기차 등 각종 겨울 레포츠를 접목해 가족단위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는 전략은 관광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만명 유치 목표였던 2003년 산천어축제에 22만명이 몰려들었다. 2004년 58만명, 2005년 85만명, 2006년엔 107만명이었다.

썰매를 대여(5000원)하거나 낚시 입장권(1만원)을 구입하면 5000원짜리 현지 농특산물교환권을 지급,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관광객은 더욱 폭증했다. 주민 소득 증가에도 큰 도움이 됐다. 산천어축제가 인기가 높자 이를 벤치마킹 하려는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민간인으로 축제를 총괄하고 있는 나라축제위원회 장석범본부장(51)은 “산천어축제 수용인원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내년부터는 각 읍면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 관광객들을 분산시킬 계획”이라며 “대중교통이용자 우대방안, 주말예약제 실시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태백은 눈꽃열차가 바꿨다. 태백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겨울이 길고 눈이 많아 눈꽃열차가 다니기 전인 90년대 초반만해도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 겨울은 ‘동면의 계절’이나 마찬가지였다. 4~5개월의 긴 겨울 동안 모든 생산은 멈췄다. 요즘은 겨울이 성수기다.

눈축제기간(1.26~2.4)인 요즘 태백에는 평일 열차 4대에 3000명, 주말 7~8대에 1만~1만3천명이 찾는다. 축제기간이 아닌 때에도 1000~2000명 정도가 열차를 이용한다. 지난해의 경우 눈축제의 관광객 18만7000명중 무려 80.2%인 15만명이 열차를 타고 태백을 찾았다. 주유소, 버스회사, 택시회사, 음식점들이 모두 신났다. 당일치기 손님이 많아 숙박비 지출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1인당 평균 6,700원을 숙박비로 썼다. 관광객들은 또 기념품·특산물 등을 구입하는데도 1인당 1,700원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한기를 맞은 이 지역 농민들이 짭짤하게 수입을 올린 셈이다. 관광객들은 또 노래방비용, 술값 등으로 1인당 평군 1,700원 정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백시는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5만9585원이나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눈축제로 89억8천5백만원의 돈이 태백에 풀렸다. 올해는 눈축제 기간을 포함, 눈꽃열차가 운행되는 12월부터 2월까지 약 1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태백 당골상가번영회 김백수(57)회장은 “평일 손님의 60~70%가 눈꽃열차를 타고온 관광객들이다”며 “22개 상가 회원들에겐 눈꽃열차가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할수 있다”고 말했다. 태백산도립공원 내에서 명산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애씨(54)는 “과거엔 휴일과 태백산 눈축제 기간 등에만 반짝 특수를 누렸었는데 요즘은 눈꽃열차 덕에 평일에도 손님들이 심심치 않게 찾고 있다”며 “목좋은 곳 뿐 아니라 비교적 외진 지역에 위치한 식당에도 손님들이 찾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태백시 정운교 관광문화과장은 “과거 태백의 겨울철 경제활동은 사실상 정지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눈을 테마로 한 열차관광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제 ‘겨울’과 ‘눈’은 태백의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잠자는 ‘천년 古都’ 색깔이 없다
입력: 2007년 01월 31일 18:01:57
 
지난 5월 10일간의 나비축제기간동안 전남 함평을 방문한 관광객은 171만명이나 됐다. 강원 화천군의 올겨울 산천어축제에는 125만명의 관광객이 모였다. 두 곳 모두 국보 한 점 없고, 내세울 만한 관광자원이 없는 곳이다. 경주는 국보만 31점, 보물 81점, 사적지 76곳으로 17개의 호텔과 7개의 콘도, 300만평이 넘는 보문관광단지와 위락시설, 9개의 골프장을 끼고 있다. 하지만 올겨울 불국사와 석굴암 등 관광지 상인들은 “관광객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31일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불국사 경내. 평일이면 탐방객들이 크게 줄어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경주 관광산업이 위기다. 하드웨어(관광자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관광프로그램) 개발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수십년동안 ‘오는 손님’만 받았다. 안압지와 보문단지의 상설공연도 겨울에는 열지 못한다.
불국사 앞의 관광식당가. 관광버스 한 대 주차돼있지 않는 식당가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하다. /이상훈기자

31일 경주를 찾은 정형수씨(42·대전 유성)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큰 맘 먹고 경주에 왔는데 프로그램 하나 변변한게 없다”며 “아이들이 금방 싫증을 느껴 여행지를 잘못 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세계문화유산이란 명성이 무색하게 불국사와 석굴암의 넓은 주차장은 텅 비었다. 33년째 불국사 앞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주인은 “20여년 전에 비하면 장사가 3분의1도 안된다”면서 “주말과 공휴일 일부를 빼고는 파리만 날린다”고 한숨 지었다. 관광객의 취향은 급변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은 20~30년전과 별 차이가 없다. 경주를 찾은 한 50대 관광객은 “하다 못해 수문장교대식 같은 것도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반면 성공축제로 꼽히는 함평나비축제의 경우 지난해 마련한 체험프로그램은 56개. 전체 프로그램의 80%에 달한다. 산천어축제 역시 프로그램이 얼음낚시 등 대부분 체험으로 이뤄져있다.
2007년 3월 완공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인 보문단지 옆 신라 밀레니엄파크. 5만4000평의 파크내에 신라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 /이상훈기자

안상은 경주경실련 사무국장은 “경주는 1970년대와 똑같다. 시는 관광문제점의 개선방향조차 못잡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경주관광의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수학여행단마저 줄고 있다. 제주와 금강산, 해외 등 여행지가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70~80년대 연평균 13%의 증가세를 보이던 관광객은 90년대 후반부터 연평균 0.3%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홍준흠 경북관광협회 전무(59)는 “98년 900만명의 관광객을 기록했지만 이 해에 문화엑스포 개최로 일시 늘어난 200만명을 빼면 순수 관광객은 97년 876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48만4000여명)은 97년(47만5000여명) 이후 10년만에 최저치였다. 수학여행단(280여만명)도 95년(277만여명) 이후 12년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관광객 5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관광정보 안내와 해설 부족(20.7%) ▲특성화된 관광기념품 부족(16.1%) ▲특징적인 먹거리 부재(13.3%) ▲볼거리·놀거리 부족(12.1%)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유적지 해설을 들으려면 각 관광지의 안내소별로 미리 예약을 해야하지만 절차와 방법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외국인들은 더 답답하다. 관광 안내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어딜가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박종희 동국대 관광산업연구소장(52)은 “경주는 관광객 현황에 대한 기초통계 조차 제대로 안돼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면서 “관광종사자와 문화인 등으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장·단기 관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슬기·백승목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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