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말에 아래와 같은 경우를 '숭시'라고 한다. 영문을 모르는 일이라는 뜻이다.
| 美 성장둔화 속 노동시장 활황 “이상하네” |
| 입력: 2007년 01월 29일 18:1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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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고민에 빠졌다. 당장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경제현상의 해석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혼선은 최근 발표된 4·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실업률이 경제원칙과 부합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한마디로 ‘실업률 감소세의 경기침체’로, 한동안 경제정책 입안자들을 괴롭힌 ‘고용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과 정반대 양상이다.
자넷 옐렌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등 FRB 관계자들은 ‘지표간 불일치’에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옐렌 총재는 지난주 한 연설에서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왜 노동시장만 활황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며 “새로운 수수께끼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수께끼’는 2005년 금리인상 국면의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를 의식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당시 단기 금리가 오르는데도 장기 금리가 오르지 않아 생기는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에 대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해소돼 ‘그린스펀 수수께끼’도 풀렸지만 새로운 수수께끼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새 수수께끼는 잠재성장률과 실업률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만큼 성장했다면 그 나라의 자원과 기회를 적정하게 활용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잠재성장률만큼 성장했을 때 실업률은 고정된다. 만일 잠재성장률을 밑돌아 성장하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또 그 이상으로 성장하면 실업률이 떨어질 수 있다.
2006년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3%에 약간 못 미치며 실제 경제성장률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실업률은 지난해 1·4분기 4.7%에서 4·4분기 4.5%로 하락했다. 지표해석을 둘러싸고,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실제로는 추정치를 밑돌았거나, 아니면 지표로 드러난 것보다 경제가 더 성장했을 것이란 조심스런 가설이 제기됐다. 어떤 상황이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게 되며 FRB 금리정책의 운신폭이 좁아지게 된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경제지표로 드러난 당혹스런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는 모호하면서 현란한 언어를 구사했던 카리스마의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과 달리 단순한 어법을 통해 금리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월가에서는 최근의 수수께끼와 같은 잠재성장률과 실업률의 불일치가 단지 경제지표와 현실 사이의 시차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들은 버냉키 의장이 사태를 더 지켜보며 이달에는 금리(연 5.25%)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월가는 수수께끼가 ‘경기 과열’을 뜻하는 것으로 입증된다면, 미국의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지를 두고 버냉키 의장이 장고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치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