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사태 ‘권력싸움’ 변질
입력: 2007년 02월 06일 07:59:19
 
고려대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시비가 ‘권력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논문 표절 여부를 밝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대신 파벌다툼과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특히 논문 표절 여부 판정을 위임받은 교수의회의 입장 유보 방침에 대해 자정기능과 학문적 양식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고려대 내부에서는 “불과 몇달 전 위기에 빠진 인문학 부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바로 그 교수들이 맞나”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5일 고려대 교수의회 소속 일부 교수는 교수의회 의장단에 대한 해임안 발의를 결의했다. 한 교수는 “논문 표절 여부를 가리는 교수의회 토론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제기됐는데도 몇몇 의장단이 무리하게 표절로 몰고갔다”고 해임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음모론이 또 등장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사학인 고려대의 논문 표절 사태는 우리 대학 사회에 구조적 문제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학문연구와 인재육성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가진 ‘지성의 전당’이 학연과 패거리 문화가 스며든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개탄이 나올만 하다.

지난해 12월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고려대는 진실을 가리기보다 내부다툼을 되풀이해왔다. 교수들이 이총장에게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는 것처럼 중환자실에 입원하라”고 제의하는가 하면 이총장은 “사퇴압력을 받았다”며 맞서기도 했다. 대학의 양식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는 “학내 인사들이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대립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치권과 똑같은 권력 싸움의 양상으로 비쳐진다”며 안타까워했다.

고려대 인문학 교수들은 지난해 9월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을 비판했다. 당시 “인문학자로서 잘못된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정신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창조정신을 고양하자”고 부르짖던 교수들의 모습은 지금 고려대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이번 고려대 사태는 그동안 내연해 온 학내 갈등이 논문 표절 사태를 계기로 표출됐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문 연구보다 연구비 확충에 더 힘을 쏟고, 학문적 양심보다 학교권력을 추구하는 그릇된 대학 풍토가 낳은 일그러진 대학의 자화상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4·19를 이끈 대표 사학 고려대의 총장 선거 갈등이 연고주의와 도덕성, 학문적 엄격성이 뒤섞인 양태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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