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여군 헬기 조종사인 피우진 중령이 오늘 강제 전역 조치된다. 가장 남성적인 조직인 군대에서 갖은 불리와 차별을 딛고 그는 27년여 동안 군인을 천직으로 알고 복무해 왔다. 1,000시간 비행 기록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책을 통해 군대내 성 차별과 성희롱 등 그릇된 군대문화의 타성을 일깨우기도 했다. 하지만 정년의 그날까지 조종간을 잡고 싶어했던 그의 꿈은 무참히 좌절됐다.
피중령은 2002년 10월 왼쪽 가슴에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군 생활을 더 잘하고 싶었던 그는 “평소 항공비행 중 불편하다고 느낀 유방을 양쪽 다 절제해달라”고 간청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군에 복귀, 아무런 문제 없이 2년여 동안 조종사의 길을 다시 걸었다. 체력검정에서는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정례 신체검사에서 양쪽 유방을 절제한 것이 문제가 돼 결국 퇴역 처분을 받았다. 신체 일부가 없으면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장애등급 2급에 해당된다는 이유였다. 이제 피중령이 마지막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다음달 열리는 인사소청위원회뿐이다.
피중령의 꿈을 좌절시킨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교조적이고 불합리하다. 암이 완치됐고, 이후 2년여 동안 아무 지장 없이 군 생활을 했고, 체력검정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오로지 암 병력과 양쪽 유방이 없다는 이유로 퇴역 처분을 내린 것은 설령 군의 특수성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남성 군인과 똑같이 가슴이 없다는 게 문제될 줄은 몰랐다”는 피중령의 고통스러운 언어는 차치하고라도 완치된 암 병력, 군복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 신체 부문을 이유로 강제 전역을 시키는 규칙은 당연히 개정되어야 한다. 국방부도 뒤늦게 개정 논의를 하고 있다니, 이참에 시대에 뒤떨어진 규칙의 전면적 개정이 이뤄져야 할 터이다.
그리고 불합리한 규정에 의해 27년의 군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끝내게 된 피중령의 소청이 인사소청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길 기대한다. “저는 여전히 군을 사랑하고, 다시 태어나도 군인이 될 것이고, 그리고 우린 군대를 믿습니다.” 갖은 차별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길을 자랑스럽게 여겨왔고, 멀쩡한 나머지 유방 하나를 잘라서라도 조종사로서의 삶을 지키고 싶어한 피중령의 날개를 꺾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