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언 매큐언은 역시나 치밀하다. 소설 전체가 마치 한 편의 교향곡 같다. 1부에 제시되었던 주제부가 5부에서 변주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매큐언은 딜레마를 던지고는 온전히 옹호할 수도, 빈틈없이 비난할 수도 없는 인물들의 선택을 보여준 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냐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3-17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 때는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책먼지 님의 이 평을 보고나니 그랬네, 이언 매큐언이 그랬네 하게 되네요. 저는 <칠드런 액트> 엄청 좋아했는데, 그것도 결국 ‘너라면 어떻게 했겠냐‘고 묻고 있네요. 사실 ‘나라면‘ 이라고 생각하기에 바빠 이언 매큐언이 묻는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책먼지 2023-03-17 12:19   좋아요 1 | URL
저도 칠드런 액트 읽을 때는 너무 이입이 돼서 휘둘리느라(남편은 바람 피지, 애는 날 사랑한대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이런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뭔가 짐작되는 바가 있었고 등장인물들에도 쉽게 이입되지 않아서 좀 떨어져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 보여주는 독본 같은 느낌이예요!! 이후의 다른 작품들에서 이 책의 기본 구조가 변주되고 있는 느낌!! (암스테르담이 1998년 작품이고 속죄, 토요일, 체실 비치에서, 칠드런 액트 요런 게 다 이 이후에 쓴 것들이더라고요!!)
 

주초부터 1일 1전기가오리를 했더니 체력이 몹시 달린다. 전기가오리의 후원자로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물론 공부 모임 같은 비물질적 혜택이지만 간혹 제공되는 물질적 혜택에도 당연히 설렌다. 이번 달에 오는 것들 중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한나 아렌트 책자였다. 그런데 다른 우편물과 함께 아일랜드 식탁에 놓여 있는 책자들을 아무리 뒤져 봐도 아렌트가 없다. 짝꿍이 택배를 정리한 지라 혹시 아렌트 없었냐고 물어보니 상자를 열면서 분명 옆으로 살짝 고개를 튼 흑백의 아렌트 사진을 봤다는 거다. 그런데 그게 어디 갔어? 어? 그러게? 이 바보가 정리하다 그걸 어영부영 택배 상자랑 같이 버려버린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제 저녁에 평소 즐겨가던 이탈리아 식당에서 외식을 했다. 우리 둘 다 그곳의 계절 샐러드를 좋아한다. 신선한 채소와 결대로 찢은 생 모짜렐라 치즈에 바질, 절인 토마토, 오렌지, 캐러멜라이징한 피칸이 올라가 있는 아이다.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샐러드를 두고 경쟁이 붙었고 짝꿍이 제 나눔접시에 욕심껏 샐러드를 가져갔다. 우리가 샐러드 접시를 다 비움과 동시에 직원분이 파스타를 가져오셨다. 이곳의 섬세한 서빙은 늘 감탄스럽다. 직원분이 그 섬세함을 발휘하여 나눔접시 바꿔드릴까요? 하는 순간 짝꿍이 네 하며 어영부영 제 나눔접시를 내밀어 버렸다. 이 바보야, 거기 오렌지 두 쪽 남아있다고. 우리가 맛있어서 아껴 먹던 그 오렌지!!! 니가 마지막으로 긁어간 그거!!!!

샐러드는 가고 새 나눔 접시와 파스타만 남은 현장


어제 공부 모임은 <페미니즘과 지리학> 1장과 2장에 해당하는 1) 지리학의 남성중심성과 2) 시간지리학의 한계와 효용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지배적 주체의 '동일자'와 '타자' 개념을 짚고 넘어간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지배적 주체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참조하여 자신과는 다른 것을 타자로 구별함으로써 스스로를 포착한다. 지배자가 되려면 피지배자가 있어야 하고, 그 지배가 효력이 있으려면 같은 층위에 있는 무언가를 지배해야 한다. 지배적 주체는 구별 받는 대상이 되지 않고, 오로지 구별하는 주체로서 초월적 위치에서 동일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타자와 비교하지 않고는 본인의 속성을 획득하지 못하기에 이들의 정체성은 너무나 허약하다. 여성이 숏컷을 했을 때 그들이 그토록 혐오와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는 머리가 짧은 것은 남성의 전유물인데 여성이 머리를 자름으로써 그들의 동일성이 침해되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할 수 있으나 여성은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었던 일들을 여성이 할 때 그들의 동일성이 흔들리기에 그토록 불안해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남성이 지식을 산출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을 지식을 산출할 수 없는 존재로 타자화해야 한다. 학계의 젠더 차별적인 구조는 여성을 학계 밖으로 내몰고 차별적 구조에 따른 개인의 행동은 다시 그 구조를 강화한다. 여성이 버티기 어려운 구조 탓에 지리학자 중 여성의 숫자가 적은 것인데 이로 인해 여성은 지리학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이 강화되며, 지리학에서 여성의 경험, 공간, 장소는 배제된다.

어제 설명에서 시간지리학이 나타내지 못하는 격차를 보여주기 위해 제시된 예시가 무척 탁월하고 적절해서 공유하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저녁 9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홍대에서 새벽 3시까지 놀고 4시에 귀가했다고 가정하자. 시간지리학의 관점에서 이 둘의 경험은 동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 주의 구간 범례를 켜고 지도를 보면 둘의 경험이 얼마나 달랐을지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성폭력 범죄 주의 구간 표시 지도


위험 없는 지도


이 책을 읽어야겠는데 인근 도서관에도 없고 중고책 시세는 이따위다.



댓글(33)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DYDADDY 2023-03-15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기가오리 책자는 시중에 나오더라도 금방 절판되어 구하기도 어려운데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더군다나 오렌지!!!! ㅠㅠ
절판된 책은 꼭 구입하셔야한다면 모르겠지만 인근 도서관이나 책이음으로 대여를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역시 좋은 책은 품절 후 중고가가 엄청나네요. ㅠㅠ
공부 모임에서 공부하신 내용에 대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먼지 2023-03-15 19:14   좋아요 4 | URL
대디님 아시는군요!!! 저 너무 속상한 나머지 짝꿍에게 영 브륄의 아렌트 철학 전기를 받아냈습니다!!! ㅋㅋㅋㅋㅋ
인근 도서관과 상호 대차되는 도서관 다 뒤져도 없어서ㅜㅜ 좀 멀리까지 가야 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거 기다리면 누가 다시 내줄까요?? 희망 없을까요?? ㅠㅠ 가오리님이 이 푸 투안 추천하시기에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을 찾아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요거도 괜찮아 보이네요..???

수이 2023-03-17 09:03   좋아요 1 | URL
아렌트 철학 전기 받아낸 건 진짜 잘하셨어요 책먼지님, 그런데 저 그거 있잖아요, 짝꿍님이 내다버리신 그 소중한 우리 한나 언니 사진 좀 보여주세요 엉엉어어엉 내가 다 울고 싶어진다.

책먼지 2023-03-17 09:14   좋아요 0 | URL
생각하니 저도 또 눈물이…😭 아름다웠겠죠..?? 아마 틀림없이 아름다웠을 거예요.. 하아.. 아렌트 철학 전기 가지곤 안 되겠다.. 정치와 법도 받아내야겠어요!!! 으으!!!

DYDADDY 2023-03-15 1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음 회원 전환 후 책바다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택배비용의 일부분을 부담하고 전국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의 책을 대여할 수 있어요.
https://books.nl.go.kr/
택배 대여는 이곳에서 신청하시면 되요.
운 좋게 ‘지칭에 관하여‘를 구했는데 그 이후에는 시중에 풀지 않으시더군요. 역시.. 회원이 되어야겠죠? ㅠㅠ

우끼 2023-03-15 22:28   좋아요 3 | URL
시중에 책 내는 것도 요즘 고려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 공부모임에서요..

책먼지 2023-03-15 22:42   좋아요 2 | URL
대디님, 공유해주신 링크 타고 들어가서 <페미니즘과 지리학>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 목록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찾았어요!!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다!! 요런 깨알정보들 아낌없이 풀어주셔서 매번 진짜 감사해요!! 저 내일 바로 책이음 신청하고 대여 신청도 해보려고요!!
우끼님 저는 반만 듣고 있었나봐요!! 요즘 출판인 자부심 뿜뿜하시더니 가오리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그나저나 저희 라이브에서 스쳤겠어요!!! 너무 반갑습니다!!!(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읽고 싶은 책 추가하신 거 보고 우끼님 전기가오리 하시나 짐작만 하고 있었어요)
여차하면 아렌트만 한 부 살 수 있냐고 문의 넣으려고 했는데!!! 뭘 내실지 기다려봐야겠어요!!!

우끼 2023-03-15 22:49   좋아요 2 | URL
전기가오리 좋아요 ㅠㅠㅠ 덕분에 철학공부 놓치 않을 수 있었어요.. 물질적 혜택때문에 구독시작했다가 혼자공부 힘들어서 공부모임 시작한 이후로 전기가오리 팬 된 사람입니다 ㅠㅠㅠ 요즘 출판물보다 공부모임을 더 좋아하는 중이에요… 사실 저도 먼지님이 전기가오리 이야기해주셔서 내적친밀감 느끼면서 글읽고있었어요 ㅎㅎㅎ 홍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단지 후원자일 뿐이지만..)

DYDADDY 2023-03-15 23:05   좋아요 1 | URL
책먼지님 // 저도 갬색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더군요. 대학도서관은 택배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니 일반도서관으로 신청하시면 니역도서관에서 택배비용을 일정부분 부담해줄겁니다. 지자체마다 다르다보니 직접 해보셔야 할거에요. 마음의 평안을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DYDADDY 2023-03-15 23:06   좋아요 1 | URL
우끼님 // 전기가오리를 하고는 싶지만 시간 문제로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ㅠㅠ 후원회원이 되면 혹시 전기가오리에서 공부하는 책자를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우끼 2023-03-15 23:19   좋아요 2 | URL
네네 맞아요!! 후원자가 되시면 출간된 다양한 책으로 진행하는 공부모임 참여(한국어 책 및 영어권에서 출간된 책의 중심내용 요약 설명 해주시고, 그걸 듣고 책을 읽은 후원자가 공부한 내용 요약하면 피드백 받을 수 있음), 전기가오리 번역 출판물 댁으로 배송 ,월4회 영어공부 학습지 제공 ,설명배달(각 지역으로 출장)에 참여할 수 있어요!
과거 출판물도 추가로 보내주시더라구요!

2023-03-15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DYDADDY 2023-03-15 23:53   좋아요 2 | URL
우끼님 // 우끼님과 책먼지님에게 자극받아 후원회원 신청했습니다. 실시간 강의는 거의 참석 못하는 불량 회원이 되더라도 후원에 목적을 두려 합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03-15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DYDADDY 2023-03-16 00:20   좋아요 2 | URL
우끼님 // 지금의 전기가오리 페이지가 만들어지기 오래 전부터 언젠가는 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시작하게 되네요. 책먼지님과 우끼님이 결심을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안온한 밤 되시길 바라요. ^^

2023-03-16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3-15 1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디다 버리셨습니까? 제가 그 동네로 ㅋㅋㅋ

책먼지 2023-03-15 22:43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에선 이미 떠났습니다.. 또륵.. 쓰레기 수거해주시는 분들 진짜 부지런하시더라고요ㅠㅠ

단발머리 2023-03-15 21: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부해주신 것 정리해주시니 참 좋아요. 우아.... 이런 고급 커뮤니티가 있었군요. 반엘리트주의를 주창하는 학문 공동체라니....
대략 어느 쪽인지 알려주시면 아렌트님은 제가 접선하는 걸로 ㅋㅋㅋㅋㅋ 잠자냥님한테 알려 주지 마시고요 ㅋㅋㅋㅋㅋ 저한테

책먼지 2023-03-15 22:48   좋아요 2 | URL
후후후 공부한 거 정리하는 척하면서 사실 홍보하는 것입니다!! 요즘 후원자들 자꾸 떠난다고 하기에 저라도 영업을.. 단발님 지금 살짝 넘어오신 거 맞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렌트 진짜 생각할수록 맘이 애립니다.. ㅠㅠ 단발님께도 자냥님께도 있기만 하면 다 드리고 싶다!!! 아 차라리 누가 발견하고 주워갔으면 덜 아까울 것 같아요ㅠㅠ

2023-03-15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5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5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5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3-15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악 아렌트책.. ㅜㅜ 오렌지 너무 아까워요 ㅠㅠㅠㅠㅠ
와 아직 저 전기가오리 페미니즘과 지리학 못들었는데 시간지나기전에 꼭 들어야겠어요 요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먼지 2023-03-15 23:5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우끼님!!! 저희 영업 성공했어요!!!

DYDADDY 2023-03-15 23:58   좋아요 2 | URL
우끼님과 책먼지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아주실 정도인데 영업을 안당할 수가 없네요. ㅎㅎㅎ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2023-03-16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6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03-17 0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전기 가오리라는 신문물을 이렇게 책먼지님을 통해 알게 되네요. 뭐 그런게 있다고는 알고 있었는 데 찾아보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알라딘 내 페미 책 읽기 따라가기도 벅찼다...) 언젠가 요구가 생기면 꼭 가장 먼저 먼지님께 물어보고 도움을 구하겠습니다! 철!!!학!!!!!!!
*지배자가 되려면 피지배자가 있어야 하고, 그 지배가 효력이 있으려면 같은 층위에 있는 무언가를 지배해야 한다. 지배적 주체는 구별 받는 대상이 되지 않고, 오로지 구별하는 주체로서 초월적 위치에서 동일성을 유지한다.*
저는 이 문장이 좋아요. 그러니까. 저는.. 피지배당하지 않기로 했어요. 나도 모르게 어느새 피지배를 자처하고 있었더라고요. 저는 똑바로 정신차리지 않으면 스스로를 타자화하기가 수월한 캐릭터를 지닌 여성이었던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보부아르 읽기는 저에게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 내가 나를 타자화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있어요. 헤헷. 그게 나의 철학함이라고 여긴답니다.

책먼지 2023-03-17 08:57   좋아요 3 | URL
댓글에서마저 치열한 사유가 느껴지는 쟝님.. 하아.. 아침부터 또 이렇게 멋져버리시는군요🥹
쟝님 마음에도 전기가오리의 씨앗을 심고 말았군요!! 어떡하죠? 영업 너무 성공해버려가지고!!!
저는 여기 서재 와서 저의 여성주의 책읽기가 너무 얄팍했던 걸 깨닫고 이 부분을 채워넣으려고 합니다!! 서로에게 배울 점을 찾아내는 이게 참 알라디너의 자세인 것이죠??? (철학도 여성주의도 사실 제가 쟝님께 도움 청해야 할 판..)
피지배 자처한 거,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있던 거 다 절절히 공감합니다ㅠㅠ 저 역시 말 잘 듣고 좋은 건 양보하는 k장녀 그 자체!!! 지배자의 세뇌가 저에게 체화되어 있단 걸 느낄 때마다 여전히 문득문득 소스라칩니다ㅠㅠ 보부아르 이 난 사람..💕(남자보는 눈은 좀 없으셨다!!) 쟝님의 철학함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3-03-17 1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과 지리학 제발 어느 출판사에서든 개정판 내주었으면 좋겠어요. 제발요 ㅠㅠ
 
벨칸토
앤 패칫 지음, 김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앤 패칫을 일컬어 "auto-buy author"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게 되는 작가라는 뜻이다. 부끄럽게도 이 <벨칸토>가 나의 첫 앤 패칫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왔고 어차피 하루가 연체된 김에 다 읽고 갖다 주자 마음먹고 오늘 다 읽었다. 우아하고 품위 있고 통찰력 있으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소설이었다. 모든 인물에 공정하게 애정을 쏟는 작가의 다정한 냉철함이 좋았다.


페루 일본 대사관 납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는 하나, 소설상으로는 밀림이 있고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국민들이 드라마를 무척 좋아하는 남미의 어느 나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굳이 페루를 상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나라가 경제 발전을 위해 사업을 유치하려고 일본인 사업가 호소카와 씨를 부통령 관저로 초청한 데서 사건은 시작된다. 명목은 호소카와 씨의 생일 파티다. 평소 그가 오페라 애호가였음을 고려해 세계적인 소프라노 록산 코스의 공연이 준비된다. 본공연이 끝나고 박수가 터질 때 갑자기 사방이 암전되며 테러리스트들이 들이닥친다. 이들의 목적은 원래 이 자리에 있었어야 할 대통령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드라마 본방 사수를 위해 만찬에 불참했단 것이다. 대통령만 납치해서 저택을 빠져나가려던 테러리스트들은 당초 계획에 없던 수십 명의 인질을 떠안고 네달 반 동안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고립된 환경과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화학 작용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앤 패칫은 연민어린 시선으로 아름답게 그려낸다.


휴가차 이 나라에 왔다가 갑자기 인질 억류 사건의 협상자로 나서게 된 적십자 대원 메스너. 내보낼 인질 명단에 포함됐지만 자발적으로 남은 아르게다스 신부. 최소 8개 국어(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체코어) 이상을 통역 가능한 침착한 능력자 겐. 제집에 초대되었다 억류된 손님들을 위해 가사 노동을 전담하고 집사 역할을 자처하는 부통령 루벤. 그외에도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용기를 내서 숨겼던 능력을 발휘하며 꼭 필요한 몫을 하는 작은 영웅들. 앤 패칫 세계의 인물들이 지닌 고요한 품위에 독자마저 자세를 바로하게 된다.


(94) 겐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곳까지 와주고 그들의 생명을 위해 자기 목숨을 건 메스너에게 허리까지 굽혀 정중히 인사하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 호소카와 씨가 앞으로 걸어나와 접시에 놓인 명함 한장을 집어 들고 메스너와 악수를 나누더니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허리를 굽혔다.


(130) 호소카와 씨가 아니라면 겐은 절대 이 여자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동정과 연민을 타인에게 표현할 용기가 없었으니까. 호소카와 씨 역시, 설령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췄다 해도 그녀에게 말을 걸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힘을 합하면 일은 훨씬 쉬워진다. 두 사람의 반쪽짜리 용기가 한덩어리로 결합되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216) 하느님,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조용히 있는 법을 아는구나. 나처럼 소리 내지 않고 말할 줄 알아.


(226) 호소카와 씨는 정신을 추스르고 잔에 물을 따랐다. 돌아가보니 록산 코스가 겐과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그가 말했다.

그녀는 유리잔을 받아들고 겐의 통역을 들었다. "물을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해서 가져오셨으니 그렇죠." 그녀가 말했다. "뭐든 완벽하게 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292) "위대한 예술을 창조하려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고, 그 예술품을 감상하려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일종의 재능입니다. 화랑에 걸린 그림을 보든 세계 최고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듣든 마찬가지예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는 없어요. 예술을 사랑하고 감상하며 누릴 줄 아는 애호가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305) 그들은 퀸과 킹을 체크라는 뜻으로는 한 번, 체크메이트라는 뜻으로는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 겐이 적어준 단어들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끝마칠 때에도 조용했다. 승패를 인정하는 뜻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보이고, 다음날 다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판 위에 말을 전부 다시 늘어놓는 것이었다. 말을 아무렇게나 테이블에 흐트러뜨려놓고 방을 나가는 것은 이 두 남자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312) 저들이 차라리 군인이 뚫고 있는 터널이나, 아니면 원래 기어들어온 냉방 통풍구로 다시 기어나가 밀림의 본거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자들은 그다지 뛰어난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이들이 결국 받게 될 처벌이 과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들을 동정했다. 인질극을 벌이는 자들에게 동정심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3-12 19: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엇! 책먼지 님 이 리뷰 읽으면서 작가 이름은 처음이라고 생각해서 염두에 두고 있는데 내용은 너무 알겠는거에요. 이거 영화로 본건데?! 제가 비행기 안에서 무슨 영화볼까 넘기다가 줄리안 무어 주연이라고 해서 본 영화가 있거든요. 그 영화랑 완전 내용이 같은거에요! 지금 검색해보니 영화 제목도 <벨칸토> 인데 소설 원작이라고 나오네요. 와- 이렇게 만나네요. 책먼지 님은 대체 누구십니까!!

책먼지 2023-03-12 20: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야말로 대체 누구십니까!!! 나중에 진짜 제발 회고록 좀 꼭 써주세요ㅋㅋㅋ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이 이야기보따리!! 혼자 알기 너무 아깝습니다ㅋㅋㅋ 저는 영화가 있는 줄 몰랐는데 설마 줄리안 무어가 록산 코스 역인가요??? 소름 돋게 잘 어울려요ㅠㅠ 비행기에서 영화봤던 다락방님의 과거가 어쩌다 서재로 굴러들어와서 앤 패칫 소개하는 저의 지금과 이어지는 이 축제의 현장ㅋㅋㅋㅋ 저는 냅다 영화 찾아보러 갑니다!!!
 
각자도사 사회
송병기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의 내가 아니라 비교적 정상일 때의 내가 꿈꾸는 죽음은 건강하게 살다 수명이 다해 집에서 자다가 죽는 것이다. 대재앙으로 모두가 공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통계는 후자만큼 전자도 판타지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1991년에는 재택사 비율이 75%, 병원사 비율이 15%였고, 1999년의 재택사 비율은 60%, 병원사 비율은 30%였다. 당시만 해도 죽음은 집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약 10년 후인 2008년에는 재택사 비율이 22.4%, 병원사 비율이 63.7%로 반전되며, 2020년에는 병원사 비율이 75.6%까지 치솟는다. 이제 열에 여덟은 병원에서 죽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애 말기 돌봄이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시설화되었기 때문이다. 요양원엔 의사가 없고, 요양병원엔 요양보호사가 없다. 또한 이들 시설은 노인성 질환에만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암 말기 환자나 기타 위중증 환자의 경우 생애 말기에 증세에 따라 대학병원과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전전하다 그 사이 어디에선가 임종을 맞는다.


그렇다면 탈시설화가 답일까? 여기서 죽음은 계급 문제로 환원한다. 경제적 여력이 있거나, 드물게 운이 좋으면 집에서든 시설에서든 존엄한 돌봄과 죽음은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돌봄과 죽음은 그야말로 비참해진다.


책에는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무연고자 돌봄 요양원이 등장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식을 잃은 노숙인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다. 응급 처치 후 이들은 말기 돌봄을 위해 요양원에 맡겨진다. 연명 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사가 확인되어야 하는데 본인이 중환자라 의식이 없거나 의사 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이는 불가능하며, 무연고자이므로 친족이 대신 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명 치료를 받게 된다. "생명은 신의 영역이므로 인간이 함부로 그 가치를 매길 수 없"고 "모든 생명은 지속되어야"하기 때문이다(79).


강남의 한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이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은 돌봄"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입소자들의 식사 수발"을 들 때(82) 무연고자 요양원에서는 입소자들의 삶의 질과 관계없이 그저 살려만 놓기 위해 비위관 삽입이 결정된다. 이렇게 "숨 쉬고 먹는 콧구멍을 가진 존재로 전락한 노인들은 10여 년간의 조용한 와상 생활 끝에 '자연사'한다(81)".


그토록 생명을 존중한다는 이 요양원의 간호부장의 말이 가관이다. "아, 저는 절대 싫어요. 저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나이가 좀 더 들면 사전의료의향서를 꼼꼼하게 써놓을 생각이에요. 가족들에게도 내 생각을 명확하게 이야기해놓아야죠(81)."


죽음의 계급별 격차는 현충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생전의 계급별로 묘역의 위치와 면적이 차등적으로 배치된다.


나는 이 책이 객관적으로 좋은 책이라 좋은 건지 내 의견과 구미에 맞아서 좋은 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저자의 생각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저자는 가사노동이 '노동'으로 취급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실비에 페데리치 돋음).


2) 돌봄 노동이 젠더화되어 있어서 그 가치가 절하되었고,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이 정당한 임금과 사회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치료와 진단은 돈이 되는 반면 돌봄은 돈이 되지 않아서 병원에서 늘 호스피스 병동 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문제로 이어진다(성 차별 = 다 같이 죽자는 겁니다).


(85) 효, 도리, 연명의료결정법과 같은 '선언적 윤리'는 개개인이 경험하는 '일상적 윤리'와 끊임없이 상호작용 한다. 문제는 그러한 윤리가 당사자인 노인을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사회가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된 문제를 윤리의 이름으로 가족, 특히 여성(요양보호사, 간호사, 딸, 며느리 등)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존엄하지 못한 돌봄의 경험은 결국 존엄하지 못한 죽음으로 이어진다. 생애 말기 돌봄을 담당하는 주체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의료적, 생물학적 돌봄만을 최선으로 여긴다. 대부분 병원에서 죽기 때문에 그 '나머지' 죽음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노화와 죽음에 대한 터부와 혐오는 그 위에서 싹튼다.


3) 인구 위기론, 즉,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은 성장주의적 관점에서의 정치적 상상의 산물에 불과하다(이번 달 정희진 쌤 오디오 매거진 "저출산은 문제가 아니예요"와 같은 맥락). 생산가능인구 대 '의존적 노인'의 대결 구도가 사회적 갈등을 낳고 우리 모두는 존엄한 노년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42) 다시 말해 국가는 '정상 가족'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를 위기로 상정했고, 발전에 쓸모 있는 인구와 쓸모없는 인구를 분류했다. 의존적 노인은 이러한 정치적 상상과 인식 속에서 선별되고 의료적, 생물학적 차원으로 규정된 '인구'라고 할 수 있다.


노화가 극도로 기피하고 두려워해야 할 무언가가 된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이가 들어도, 돌봄이 필요해져도 사회가 우리를 환대하고 필요로 하며 우리에게 좋은 삶을 보장해준다는 선례가 쌓이면 삶은 지금처럼 불안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조금쯤 덜 열심히 살아도 될 것이고, 서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4) '웰다잉' 열풍에 죽음마저 "개인의 노력으로 대비해야 하는 일"로 취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5) 저자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었고, 그것을 누군가의 죽음을 기리는 좋은 방식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여러 소설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중 은모든 작가의 <안락>, 강화길 작가의 <음복>이 궁금하다.


이처럼 사람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권리주체인 동시에, 서로 섞이고 의존하는 나눔의 존재다. 그런데 냉동 인간을 둘러싼 담론은 인간 삶의 조건에 대한 ‘구조적 무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 기술적 가능성은 개인의 권리(특히 선택의 자유)와 사회적 맥락을, 또 삶과 죽음을 대립시킨다. 생애 주기를 통틀어 누구나 겪는 질병, 노화, 의존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거나 기술적 실패로 여기는 규범을 확산시킨다. 과학기술이 사회적 맥락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특히 인간을 언제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상정한 연구 개발을 활성화한다. 반면 인간이 평생 주고받는 돌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인간이란 존재를 떠받치는 돌봄을 으레 있는 일로 여긴다.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의 일상, 노고, 책임,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회자원의 분배 방식을 따지지 않는다. 그 돌봄 덕분에 사람이 과학, 경제, 교육, 보건, 예술, 종교, 정치, 즉 모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 P230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YDADDY 2023-03-09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경제적 여력‘이라는 문구가 너무나 슬프게 다가옵니다. 어느 인간이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생의 단계에서까지 빈부의 격차가 나뉘어지는 것은 결국 자본의 비인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생각해요.
돌봄 노동의 젠더화는 주로 여성이 노인 부모를 돌보게 되는데 단순한 쇠약 상태시라면 다행이지만 치매나 알츠하이머같은 정신적인 질병이 있다면 고령화 사회에서 결국 돌봄 여성의 장기간 경력단절도 발생할 수 있어 쉬이 볼 문제는 아닐겁니다.
노인 공동체의 생성이나 존엄사의 법제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아 좀더 많은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온한 밤 되시길 바라요.

책먼지 2023-03-10 14:36   좋아요 2 | URL
자본이 여성을 잡아먹다 못해 이제 약한 고리부터 착착착 모두를 다 잡아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는 이 책이 위치와 맥락을 고려해서 여러 좋은 질문을 던져놨다고 생각하는데(중년남성이 환자인 경우 노인이 환자인 경우 아이가 환자인 경우 여성이 환자인 경우 등등을 비교해놨는데 각각의 경우 자기결정권과 보호자의 입김, 의료진의 태도 등등을요!! 그 부분 참 좋더라고요)그래서 대책이나 해결책이 뭐야 하면 역시나 깜깜해집니다ㅠㅠ 곧 있음 주말이니 대디님도 남은 오후 힘내세요!!!

2023-03-10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0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1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03-10 17: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먼지님 잘쓰는 사람… 역시….

잠자냥 2023-03-10 20:06   좋아요 3 | URL
먼지를 잘 쓴다고?!

책먼지 2023-03-11 00: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저는 자냥님표 말장난이 왜 이렇게 좋을까요? 맞습니다 뭐가 됐든 잘 쓰는 그 사람 여깄습니다 움하하!!!

잠자냥 2023-03-11 00:45   좋아요 3 | URL
은오 2탄 먼지 탄생! ㅋㅋㅋㅋ

책먼지 2023-03-11 01:15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에게서도 은오님 흔적 찾더니 저에게도..🥹 자냥님이 이렇게 그리워한단 걸 은오님이 알아야할텐데요..
 

친구들이 생일이니 만나자고 해서 이번 금요일에 퇴근 모이기로 했다. 친구들은 집이 강남이고 나는 직장이 강남이다. 그래서 주로 강남에서 모인다.  친구가 최근에 이사를 했다고 본인 집으로 오라고 해서 그러마 했다. 약속을 정하고 며칠 다른 친구가 집들이 선물을 사가야 하는 아니냐며 단체방이 아니라 개인 카톡으로 물었다. 사가면 좋을지 상의하기에 생각해 있냐고 묻자 가지를 이야기한다. 괜찮아 보여서 친구가 고르고 내가 정산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나는 생일을 챙기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집에 가는 것도 누가 우리 집에 오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밖에서 깔끔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좋다. 그러니 애초에 생일이니까 만나자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친구 집으로 가는 것도 그닥 내키지 않았다. 받기 싫은 쥐여줘놓고 생각이 없던 빼앗아간 것이다.


처음부터 그냥 집들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집들이는 따로 하고 이번엔 그냥 밖에서 저녁만 먹고 파했으면 좋았을 같다. 아니면 아예 생일을 들먹이지 말든가.


그러고 보니 받기 싫은 억지로 줘놓고 생각이 없던 빼앗긴 일이 연초에도 있었다. 올해 승진을 했다. 그런데 승진자들에게 단체 메일이 왔다. 직원에게 승진턱으로 피자나 커피 사겠냐, 정산 방식은 n분의 1 하겠냐, 직급별로 차등을 두겠냐 묻는 메일이었다. 회사로는 작년에 이직했고 살다살다 별일을 겪어본다를 매일 경신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건 색다른 코미디였다. 커피, 직급별 차등을 공손하게 선택하면서 내가 승진턱 강매를 당해보는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승진 싫다고!! 원수 같은 니들한텐 푼도 쓰기 싫다고!!! 내가 고마운 사람은 내가 알아서 챙길 거라고!!!!!


나는 나이쯤 되면 삶이 쉬워지고 화가 거라 생각했다. 삶은 매번 똑같이 나에게 레몬을 주고 레모네이드를 만들라고 한다. 싫다고!! 거라고!!! 화딱지 난다고!!!


나도 리뷰 대회 참가하고 싶은데 심란해서 책도 읽힌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3-07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모네이드 대신 소금이랑 데낄라 좋은데요? :)

책먼지님도 생일 선물을 고르시고 정산을 그 집들이 하시는 분께… 🤔

책먼지 2023-03-07 22:33   좋아요 2 | URL
수하님 역시 뭘 좀 아시는 분..💕 딱 제가 쓴 돈만큼 알라딘 적립금으로 받고 싶어요ㅠㅠ

DYDADDY 2023-03-07 2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신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레모네이드를 만들라 하고 먹이는 격이네요. ㅠㅠ
늦었지만 승진(연봉 인상으로 책을 더 사실 수 있으니)과 이르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

책먼지 2023-03-07 22:39   좋아요 3 | URL
맞아요!! 맞습니다!! 레몬도 레모네이드도 싫다!!!
그래서 제가 2, 3월에 너무 신나게 책을 질렀는데.. 이제 정말 자중해야…ㅠㅠ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3-07 23:01   좋아요 2 | URL
북플레이어를 들으시며 중요한 책을 한구절 한구절 소화시키면 몇달은 훌쩍 지나있을거에요. ㅎㅎㅎ 그리고 ‘철학 듣는 밤‘이라는 책의 중간중간에 책 지도가 있으니 그 지도에 나오는 책을 읽으셔도 좋구요. ^^

책먼지 2023-03-07 23:14   좋아요 2 | URL
오? 이분들 책도 내셨군요?? 일단 찜해둡니다!!

수이 2023-03-07 2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삶, 레몬, 레몬에이드. 왜 이렇게 쏙쏙 잘 들어올까요. 레몬에 소금, 저도 데낄라 따따블로!! 💃🏻💃🏻💃🏻

책먼지 2023-03-08 10:12   좋아요 2 | URL
그쵸?? 가지고 놀기 좋아서 제가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여기요 주인장!! 데낄라 묻고 따따블로!!!!

다락방 2023-03-08 09: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읽으니 그거 생각나네요. SNS 에서 봤을텐데, 누군가의 결혼식 하객으로 가서 거기서 자기 여자친구한테 프로포즈 하는거요. 그렇게 그 커플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는데, 남들 다 모인 앞에서 이벤트 하고 싶었던 마음은 알겠지만 남 결혼식 하는데 가서 그게 무슨 짓인지... 그 지점에서 되게 불쾌했던 생각나요.

저희 회사 승진한 직원에게 제가 축하한다고 고생했다고 선물을 한적이 있는데요, 그 친구가 자기 SNS 에, 승진했다고 승진턱 내라는 말만 듣다가 축하한다는 선물은 처음받아봤다고 썼더라고요.

레몬, 소금, 데낄라. 우리 건배합시다, 책먼지 님! 건배는 순수하게 책먼지 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미리 생일 축하합니다, 책먼지 님!

책먼지 2023-03-08 10:16   좋아요 3 | URL
아니.. 무슨 그런 역대급 민폐가 다 있죠??? 결혼 당사자들에게 너무 무례한 짓ㅠㅠ

제가 그 직원분이라도 엄청 감동했을 것 같아요..🥹

저는 포르투갈 친구에게 데낄라 마시는 법을 배웠는데 연인의 손등에 소금을 얹고 입술에 레몬을 물린 뒤 데낄라 샷을 원샷한 뒤 소금을 핥고.. 그 다음.. 레몬을… 대충 아시겠죠..??? (순서가 이게 아닌가.. 가물가물)

축하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3-03-08 10:54   좋아요 2 | URL
저는 이 데낄라 알게된게요, 이승희.. 라는 모델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인데 이승희라는 플레이보이 지 모델이 한국에 온 적 있거든요. 당시에 키는 작지만 글래머이고 플레이보이 모델이라 엄청 화제가 됐을텐데, 이 배우가 아마 영화에도 출연했을 거에요. 에로영화였나? 하도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영화속에서 여주가 데낄라를 자주 마시거든요. 손등에 소금 얹고 그걸 핥는... 저 당시에 대학생이어서 그 먹는 모습에 대충격이엇던 기억이 나네요.

술을 왜 그렇게 마셔? 그러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08 14:20   좋아요 1 | URL
우왁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만요 에로영화인지 뭔지 모를 영화에서 그 배우가 술을 그렇게 마셨다는 것이죠?? 저한테 데낄라는 엄청 섹시한 술이란 느낌이었는데.. 사실 질나쁜 술을 소독하려고 소금과 레몬을 같이 먹는 거라고 해서 확 깼던 기억이 납니다ㅋㅋㅋ

건수하 2023-03-08 14:26   좋아요 1 | URL
연인의 손등은 소금 없이 그냥 핥는거 아닙니까...? 응?
아닌가...

오래전 회식에서 바카디 한 잔씩 원샷한 뒤
데킬라 마시면서 각자 자기 손등 핥는 사람들 보고 경악한 적 있구요 ㅋㅋㅋ

책먼지 2023-03-08 17: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악!! 일단 핥기 전에 손부터 좀 씻기고.. 아니 그래도 좀.. ㅋㅋㅋㅋㅋㅋㅋㅋ 회식 그거는 진짜 너무 상상도 하기 싫은데요..??? ㅠㅠ

건수하 2023-03-08 17:26   좋아요 1 | URL
아 갑자기 어제 화장실 손 씻기 다시 생각나네요. 손은 씻겨야겠어요…

다락방 2023-03-08 18:02   좋아요 2 | URL
여러분, 돌아와요! 거기로 가지마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