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곧 내 생일이니 만나자고 해서 이번주 금요일에 퇴근 후 모이기로 했다. 친구들은 집이 강남이고 나는 직장이 강남이다. 그래서 주로 강남에서 모인다. 한 친구가 최근에 이사를 했다고 본인 집으로 오라고 해서 그러마 했다. 약속을 정하고 며칠 뒤 다른 친구가 집들이 선물을 사가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단체방이 아니라 개인 카톡으로 물었다. 뭘 사가면 좋을지 상의하기에 생각해 둔 게 있냐고 묻자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다 괜찮아 보여서 친구가 고르고 내가 정산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묘하게 기분이 안 좋았다.
나는 생일을 챙기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집에 가는 것도 누가 우리 집에 오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밖에서 깔끔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게 좋다. 그러니 애초에 생일이니까 만나자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친구 집으로 가는 것도 그닥 내키지 않았다. 받기 싫은 걸 쥐여줘놓고 줄 생각이 없던 걸 빼앗아간 것이다.
처음부터 그냥 집들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집들이는 따로 하고 이번엔 그냥 밖에서 저녁만 먹고 파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아예 생일을 들먹이지 말든가.
그러고 보니 받기 싫은 걸 억지로 줘놓고 줄 생각이 없던 걸 빼앗긴 일이 연초에도 있었다. 올해 승진을 했다. 그런데 승진자들에게 단체 메일이 왔다. 전 직원에게 승진턱으로 피자나 커피 중 뭘 사겠냐, 정산 방식은 n분의 1로 하겠냐, 직급별로 차등을 두겠냐 묻는 메일이었다. 이 회사로는 작년에 이직했고 살다살다 별일을 다 겪어본다를 매일 경신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건 또 색다른 코미디였다. 커피, 직급별 차등을 공손하게 선택하면서 내가 승진턱 강매를 다 당해보는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승진 싫다고!! 원수 같은 니들한텐 한 푼도 쓰기 싫다고!!! 내가 고마운 사람은 내가 알아서 챙길 거라고!!!!!
나는 이 나이쯤 되면 삶이 좀 쉬워지고 화가 좀 덜 날 거라 생각했다. 삶은 매번 똑같이 나에게 레몬을 주고 레모네이드를 만들라고 한다. 싫다고!! 막 살 거라고!!! 화딱지 난다고!!!
나도 리뷰 대회 참가하고 싶은데 심란해서 책도 안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