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하고 다정한 호흡으로 '나만의 행복 기준'을 찾게 하는 에세이"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는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비는 책일 거라 짐작했는데, 막상 읽어본 책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서 '너'를 지칭하는 건 책을 읽는 독자였고, '나'는 저자 자신을 뜻하는 의미였다. 고로 정리하자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행복을 비는 책이었던 것이다.


전반적으로 짧은 글들로 구성된 문장들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쓰여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빠르게 읽히지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또 나만의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문장들이 많아 그런 기준점을 스스로 고민해 보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나만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으로, 보다 폭넓고 다양한 기준으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특히 삶 속에서 우리가 행복이라 느끼지 못했던 부분조차 사실은 행복이었음을 일깨워 주면서 스스로의 삶에 치유와 성장, 위로를 건넨다.


덕분에 읽는 내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행복의 순간을 고민해 보고 찾아보게 된다. 그러고는 이내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힌트를 얻은 후에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고생하던 순간, 그것을 딛고 일어나 굳은살이 베긴 순간들조차 모두 행복이었음을 알아채게 된다.



=====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


-----

돌이켜 보면 행복은 발견의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선택의 문제였다. 어떤 순간을 행복이라 부를 것인가. 그 기준은 세상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이었다. 나의 행복은 누구나 인정하는 거대한 사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수많은 순간 앞에서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순간이 별것 아닌 일이라고 지나칠 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행복한 순간이라고 받아들일 것인지. 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떤 사람은 행복을 몇 번이나 만나고, 어떤 사람은 행복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의 양이 달라서가 아니라,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18~19페이지 中

-----


행복은 곳곳에 널려 있지만 그냥 찾아오진 않는 듯하다. 나만의 발견과 내 기준에 따른 선택에 따라 찾아오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행복을 좇고, 행복을 바라지만 실제로는 큰 행운을 두고 행복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기에 앞서 우리 주변, 일상에 숨어 있는 행복을 먼저 찾아보면 어떨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이라고 말하는 행복은 언제 어디서든 나의 발견과 선택에 의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그런 만큼 행복을 누리는 것 또한 나의 의지에 달렸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행복을 좇지만 말고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을 발견하고 누리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

내면에 자신만의 빛깔을 머금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처를 딛고 세상을 향하는 사람들이다.


상처를 흉터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그로 인해 맞이하게 될 새로운 이야기를 가슴에 품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

한 번의 실패가 나의 삶을 결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가고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 가고 있다.


당신의 상처가 당신의 굳은살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56~57페이지 中

-----


상처를 흉터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상처가 굳은살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행복의 기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힘든 시간은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상처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 굳은살들은 영광의 상처이자 아문 흉터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행복의 흔적들이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쩌면 이런 과정들도 포함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특별함은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로소 찾아오는 것. 특별함을 좇기 보다, 나의 다름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마음. 그런 마음이야말로 나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70페이지 中

-----


타인이 가진 특별함을 좇기보다, 내가 가진 특별함을 발견하고 가꾸는 시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이 아닐까.


나만이 가진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가꿔내는 일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가진 특별함을 더 아끼고 사랑해 주면서 나만의 행복을 찾아보면 어떨까.



=====

마무리

=====


평소 작고 소소한 일상 속 행복을 추구하지만, 시련이나 고난을 뚫고 가는 과정조차 행복이라 생각한 적은 크게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그 과정조차 사실은 행복이었음을 비로소 느낀다.


보기 흉하게 굳어가는 굳은살이, 고난처럼 여겨졌던 인생의 한 부분이 변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시간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어쩌면 그런 시간들은 특별한 나를 다듬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자,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키워가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행복을 만들어 가는 시간.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시간.


덕분에 나는 이제 큰 행운을 좇기보다, 나만이 가진 강점, 내가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더 가까이에서 더 자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달리의 봄 - 아픔이 머물던 곳에서, 마음이 피었습니다
김영돈 지음 / 밀크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숏츠같이 느껴졌던 독특한 시각의 '소설'이라 표기된 '에세이'"



처음에 이 책을 펼쳐 읽으면서도 아리송했는데, 정리를 마치고 서평을 쓰면서도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60초 소설'과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띄지만, 실상 소설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각 챕터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각기 다르다. 그런데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또 막상 짧게 이어진 각 글에는 별 내용이 없다.


책 소개 글을 살펴보면, 치유와 회복력을 길러주는 책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치유나 회복력의 느낌을 강하게 받지는 못했다.


그저 드문드문 떠오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사색하듯 펼쳐 둔 느낌에 더 가깝달까. 산문도, 소설도, 그렇다고 시도 아닌 짧은 글.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나는 '모호함'을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 같다. 실존하는 인물들의 떠도는 이야기를 모티프 삼아 짧게 그려낸 사람 이야기의 묶음집.


내가 느낀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이게 다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짧은 형식으로 풀어낸 에세이 형태의 글로, 주제와 화자는 매 챕터마다 바뀐다. 그래서 공동저자의 글인가 잠시 헷갈릴 수도 있는데, 저자는 한 명이다.


이것저것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바를 설명해 보자면, 저자의 의식대로 실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쓴 글로 보인다. 글의 종류는 '60초 소설'과 같은 키워드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상은 에세이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의 소개 글에서조차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아, 실상 정보를 알기가 꽤 어려웠는데, 추측해 보자면 명달리라는 깊은 산골 마을에서 저자가 자연과 호흡하며 마주한 단상을 짧게 풀어낸 책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밀고 있는 '60초 소설'의 키워드처럼(보통 유튜브 숏츠도 60초(1분)를 기준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책이 마치 훅훅 내용 없이 지나가는 숏츠를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내용과 구성, 모든 면에서.


아주 짧은 호흡의 단편 65편의 글들은 읽는 내내 숏츠보다 더한 막막함과 허무함을 안겨줬는데, '이럴 거면 책을 왜 읽지?'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만들어 꽤 당황스러운 감정을 안겨주었다.


독특하다면 독특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책마저 이렇게 소비된다는 게 참담하기도 하고 황망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책만이 가진 매력이 있는데, 그것을 반감시키는 이런 글은 개인적으로 피하고 싶다.


짧아도 의미와 맥락을 가지고 있는 시처럼, 60초 소설이라고 해도 나름의 매력을 충분히 담고 있는 글로 승화 시켰다면 좋았을 텐데, 그저 최악의 수만 담은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빠름의 미학에 더해 짧은 글의 조합이라는 자체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으나, 알맹이가 빠진 글이라니.


기승전결 없이 나열된 '내용 없는 이야기'처럼 보여 나는 이 글들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숏츠에 비유하여 '숏츠 같은 글'로 표현해 본다.


영상미로 표현하는 숏츠와 글로 표현하는 숏츠는 다가오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 파편화된 특정 내용들이 그다지 감동적이거나 치유의 글로 다가오진 않는듯하다.


차라리 클로즈업하듯 파편화된 특정 감정이나 상황들을 짧지만 강렬하게 글로 표현했다면 오히려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조각난 파편 혹은 명달리의 여러 표정들처럼 느낄지 모르나 나는 60초짜리 숏츠를 무의미하게 보며 흘려보내는 시간처럼 느껴져 굉장히 아쉽고 또 아쉬웠다.



=====

나만의 궁금증 정리 노트

=====


1. 다른 사람의 이름이 챕터마다 적힌 이유: '위탁된 목소리'

저자가 명달리라는 공간에서 만난 수많은 이웃, 방문객, 혹은 상상 속 인물들의 사연과 순간을 포착하여, 그 사람들의 시점(이름)을 빌려 대변하듯 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각각 다르지만, 결국 저자 한 사람의 시선과 펜 끝을 거쳐 나온 하나의 거대한 스케치북인 셈이다.



2. 내용은 없는데 에세이 글인 이유

거창한 사건이나 줄거리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바람, 누군가의 한마디, 문득 든 생각 같은 '찰나의 스냅숏'들을 나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소설처럼 표기했지만 실상은 삶의 단면을 툭툭 던지는 변형된 형태의 '서정 에세이'를 쓴 것으로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안다. 이 책의 저자가 겪은 억울함과 답답함을.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당장 삶이 무너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공무원들은 절차만 따지고, 기관이나 사회 시스템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순간조차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분명 국가 시스템 안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과 여러 기관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작 내가 그 시스템과 기관을 필요로 할 때는 명분뿐이고 허울뿐인 기관이 된다.


이리저리 치이다 가끔 희망을 엿보기도 하지만, 이내 그 희망은 눈물의 씨앗으로 돌아온다. 중증 장애인 아들을 둔 저자도 이런 일들을 비일비재하게 겪는다. 거듭했던 약속이 한순간에 바스러지는 것을 여러 번 겪으며 좌절도 수없이 했다.


유일한 보호자인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 마음은 조급한데, 아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순간,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순간들은 극단적 생각을 종종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저자는 끝까지 버티고 또 버티며 살아갈 방법들을 강구했다.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집과 살아갈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서.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간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아버지가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현실 속에서 써 내려간 기록을 담고 있다.


1부에는 '꼭두'라는 시한부 필명을 통해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자신의 지난 삶을 담담하게 정리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2부에는 중증 자폐인 아들 제원과 보낸 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는데, 자신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하는 이제 한창 젊은 스물일곱 살 아들은 계속 살 곳을 잃는다. 그래서 아버지는 죽을 수도 없다.


아버지는 자신의 치료보다 먼저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고, 맡길 곳을 찾고,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마침내 아버지는 스스로의 힘으로 아들이 머물 집(이슬 푸른 마을)과 공동체를 찾게 된다. 여기에 더해 그런 아이들을 위한 '피터팬 재단'이라는 구체적인 꿈까지 꾸게 된다.


몸은 자라도 사회성 발달 연령이 낮아 늘 어린 상태에 머무르는 '피터팬' 아들이 부모 없는 세상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는 '네버랜드(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지금도 노력 중이다.



=====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


-----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했는데, 가다 말고 다시 오더니 세정제로 손을 쓱쓱 닦고는 갑자기 내 손을 꽉 잡는다? "난 포기 안 했어요. 또 봐요." 상상도 못 한 기습에, 나 정말 깜짝 놀랐어.

81~82페이지 中

-----


절실한 순간 누군가 건네는 진심이 가슴을 울리는 순간들이 있다. 다소 까칠한 의사였지만, 당시 의사가 건넨 행동과 말은 저자에게 또 다른 희망이자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 저는 국가가 은총이라도 베푸는 듯 던져주는 복지 서비스 관리 대상이 아닙니다. 저와 제 아들이 장애인 복지의 주인입니다. 따라서 제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의 시작과 끝은 오직 당사자인 저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주의도 필요 없다. 나는 정책 싸움의 도구가 아니다.' 중증 장애인과 함께 현실의 삶을 살고 있는 제 60년 넘는 삶과 목소리가 가장 우선입니다. 당신들의 실무 매뉴얼조차 내 권리를 나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저는 항소장을 제출하게 됩니다. 이 회고록 전체가 당사자가 기록한 증거입니다.

364페이지 中

-----


큰 울림이 느껴졌던 문장 중 하나다. 중증 장애인 아들을 뒀기 때문에 늘 을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는 아버지는 언젠가부터 이렇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너무 여러 사람과 시스템, 약속에 치이다 보니 이제 아버지는 그런 것에 메이기 보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대처하는 행정 시스템도, 전문가주의도, 복지 시스템의 아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60년 넘는 삶을 오롯이 살아낸, 중증 장애인 아들을 혼자 키워낸 현장의 목소리로 아버지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 말한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과연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올까 싶지만, 아버지는 끝내 남겨질 아들을 위해 이렇게 또 한 번 힘을 내어 본다.



=====

마무리

=====


삶은 고통이라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며 더 실감한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상황을 감당하기도 벅찬 현실인데, 아버지는 이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신의 몸보다 우선 홀로 남겨질 아들 걱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하나뿐인 딸에게 전가 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아버지는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어머니에게 아들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자신조차 감당하기 힘든 한참 장성한 스물일곱 살의 아들이 매번 집(기관)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신의 치료를 미루고, 먼저 아들이 살아갈 집을 찾고,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찾기 시작한다.


국가 기관이나 지자체, 공무원, 사회 복지 시스템을 통해서는 도저히 살 길이 없었다. 하나같이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방송을 타게 되고, 저자가 쓴 브런치 글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며 마침내 아들은 살 집을 얻게 된다. 갇혀 지내는 삶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 어울릴 수 있는 장소를 얻게 된다. 그곳에서 아들은 현재 장기간 머물며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이제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을 위해 부모가 없어도 안전하게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네버랜드'를 꿈꾼다.


언젠가 자신이 먼저 소풍을 떠나도, 아들과 같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박소영 감수 / 윌마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몸의 주인의식과 심리적 자기 결정권을알려주는 그림책!



제목부터 강렬하게 와닿은 <싫을 땐 싫다고 말해요>라는 책은 말 그대로 싫을 때는 싫다는 의사표시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특히 내 몸에 대한 권한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면서, 나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어떻게 스스로 인식하고 표현해야 하는지를 친절히 알려준다.


주변을 둘러보면 성인이 한참 지난 어른들도 이런 의사를 잘 전하지 못해 절절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을 통해 한 수 배워보면 어떨까 한다.


저자는 이 책의 주인공 '클라라'를 통해 내 몸에 대한 중요성과 이것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내 몸과 마음을 지킬 권리는 나에게 있다.

▶상대가 누구라도 불편하면 거절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부탁이나 요구를 모두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아이인 클라라는 자신의 몸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으며 이런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누군가와 몸이 닿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지만, 누가 언제 만져도 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며 이에 대한 사례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좋아하는 사람과는 몸을 맞댈 수도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둘 수도 있다. 만약 누군가 나를 만지는 게 조금이라도 싫은 기분이 든다면 언제든 우리는...


"그만해! 만지지 마, 싫어!"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안돼'라고 말했는데도 지속된다면, 혼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주변에 도와달라고 말해야 한다. 더불어 그것은 아주 용감하고 멋진 일이다.


때론 어른이 된 우리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클라라의 말처럼, 내 몸은 아주 특별하고 오롯이 나만의 것인 만큼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내 몸의 주인의식과 자기 결정권을 가져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구스의 표식 에놀라 홈즈 시리즈 9
낸시 스프링어 지음, 정시윤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 탐정의 활약이 돋보이는 추리 미스터리 소설!"



최근 여성 탐정 수업을 한참 듣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에놀라 홈즈'라는 가상의 여동생을 새롭게 창조해 끼워 넣은 '스핀 오프 소설'을 만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다.


여성 탐정이 갖춰야 할 덕목과 이점, 그리고 탐정으로서 하게 될 일들을 '에놀라 홈즈'가 소설 속에서 펼쳐 보이는 것을 보며 '바로 저거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사람들 속에 무난히 섞이기 위해 분장을 한다거나 가상의 인물과 이름을 만들어 내서 내세우는 점, 하층민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조합하고 분석하여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을 하는 점은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소설 속이지만, 여성 탐정인 에놀라가 남성 탐정인 홈즈와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지를 제대로 확인하면서 가상이지만 새로운 공부가 되기도 했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셜록 홈즈 세계관 속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신선한 시각으로 그려낸, 무게감 있지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추리 소설이다.


책 소개 글을 보니 사회적 가치가 있는 특정 주제들을 바탕으로 허구와 엮어 시리즈 형태로 출간하고 있는 소설로 독특하면서도 흥미롭게 펼쳐낸 글이 특징인 듯하다.


실제로 나 역시 <몽구스의 표식> 아홉 번째 사건으로 처음 만났지만, 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홈즈의 막내 여동생 '에놀라 홈즈'의 활약상이 내가 최근 듣고 있는 탐정 수업과 맞물려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심도 있게 다룬 역사적 사실에 더해 그 속에서 처음 만난 낯선 단어들을 조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느낌표들은 이 책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구석구석 누비며 상류층과 빈민가를 오가는 에놀라 홈즈의 활약과 더불어 그 속에서 심도 있게 다뤄지는 인간의 이면과 계층 문제, 편견 등 다방면에서 볼거리가 풍부하니 꼭 책을 통해 여성 탐정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면 좋겠다.



=====

등장인물 소개

=====


■레슬리 라고스틴 박사(=에놀라 홈즈)

-사이언티픽 퍼디토리언(실종자들을 찾아주는 위장 신분)

-홈즈의 나이차 많이 나는 여동생

-현재 여성 아카데미에서 머물고 있음

-울컷의 실종 사건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다시 실종일을 시작하게 됨


■셜록홈즈

-에놀라의 둘째 오빠이자 유명한 탐정


■러디어드 키플링(=러디)

-울컷의 친구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


■울컷 발레스티어(=코츠월드)

-뉴욕에 있는 존 W. 러벌 컴퍼니가 발생하는 <티드 비츠>잡지 편집장

-미국인 작가이자 편집자, 출판인

-러디와는 친밀한 우정을 나눈 사이.

-사보이 호텔의 불빛을 보러 혼자 나갔다가 실종됨


■캐럴라인 발레스티어(=캐리)

-울컷의 여동생

-미국인


■해럴드

-에놀라가 주로 이용하는 마부


■쇼어디치의 리스터 박사(조지프 리스터 경)

-미친개들을 사들여 광견병 예방접종의 방법을 연구 중인 사람


■모드

-리스터 박사 밑에서 일하는 사람


■메리 이래즈머스

-부토니에를 팔던 여성

-스머티 레인 주변 지역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우두머리

-이크뉴머니디


※이크뉴머니디

이크뉴머니디=다윈의 파리=말벌의 한 종류

이 셋은 전부 '살아있는 다른 곤충의 몸에 알을 낳아 안에서부터 파먹고 자라는 잔인한 기생 곤충'을 가리키는 똑같은 비유


■스머티 레인 주변 노동자들

-신입 단원들이 자기 손에 남기는 자국을 시크뉴먼의 표식이라고 부름. 그러면서 정작 이것을 '이크뉴먼의 표식'으로 인식하고 있음.


※시크뉴먼 vs 이크뉴먼

1. 이크뉴먼 (Ichneumon) :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를 제거하는 수호자의 이미지

몽구스를 뜻하는 고대어로, 사회의 틀을 깨부수는 영웅적 인물의 상징으로 표현됨


2. 시크뉴먼 (Sichneumon) : 추적자이자 감시자

자신들의 사회를 파괴하려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추적하고, 감시하여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사냥개'나 '파수꾼'들을 뜻함.


스머티 레인 주변 노동자들은 이크뉴머니디인 메리 이래즈머스에 의해 영웅심리를 갖게 되고 이로써 손에 자국을 남기를 행위를 통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감시자가 되도록 조장된다.


이후 이들은 이 행위를 통해 영웅심리를 가지게 되는데 착각과 미화 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들을 교묘하게 뒤에서 조종한 이크뉴머니디인 메리는 여기저기 기생하며 정작 자신은 아무런 희생 없이 살아간다.



=====

간략 줄거리

=====


홈즈 세계관에 '에놀라 홈즈'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더했다. 그리고 실제 사건이나 인물에 허구의 이야기를 더해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주요 주제는 역사적 사실에서 차용해 만들어졌기에 더 시선을 끈다. 이번 스토리에는 광견병(당시 새롭게 등장한 파스퇴르의 백신 치료)과 관련된 사건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며, 단순 추리뿐 아니라 당시 사회상과 계층 문제도 함께 다룬다.


홈즈 시리즈가 천재적 추리 탐정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에놀라 홈즈를 통해서는 여성 탐정이 가진 매력과 실제 현실 속 탐정의 활약상의 모습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어떻게 사람들 속에 스며들고, 팩트 체크를 하는지, 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어떤 분석과 조합을 이어가는지를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다.


그녀가 슬픔에 빠진 캐럴라인 발레스티어를 다독이면서도 사라진 울컷 발레스티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실제 여성 탐정들이 현실 속에서 실제 탐색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


그러니 단순히 '재밌었다'로만 읽기보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본다면 더 유익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울컷이 사라진 시점부터 그를 찾기 위해 시작된 숨바꼭질은 출판업계 이권 다툼을 넘어, 광견병 걸린 개로 이어진다. 그러다 결국 이것이 왓슨 박사와 리스터 박사와 연결되면서 치료제 예방 접종까지 연결되는 것을 보다 보면, 현대 의학이 발전해 온 과정을 압축적으로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것은 빈민층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고, 행적을 편견 없이 좇은 에놀라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풀지 못할 수수께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화내기 바빴던 러디와 철없는 동생의 행동으로만 치부했던 홈즈 오빠의 편견을 깨고 에놀라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을 모아 결국 자신의 가설을 증명해 냈다.



=====

책 속 인상 깊게 다가온 표현들

=====


■유머러스하게 다가온 표현들


-----

페이트? 운명? 나는 궁금해하며 '지~입'에 가려고 몸을 돌렸다. 러디라는 이 남자, 도대체 어떤 운명을 지녔기에 거기서 불려 나왔다는 걸까?

37페이지 中

-----


['지~입'에]라는 표현을 그대로 살려 쓴 번역이나 표현력이 어쩐지 개인적으로는 꽤 유머러스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홈즈가(家) 막내딸이자 에놀라만이 가진 발랄함과 유쾌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맙소사, 나는 '상승하는 방' 안에 있었다!

내가 있는 그 방 전체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

그리고 내가 마주 보고 있던 거울로 된 벽이 저절로 스르륵 미끄러져 사라지며, 눈앞에 타지마할에 견줄 만큼 거대한 무도회장이 펼쳐졌다.

84~85페이지 中

-----


'상승하는 방', '거울로 된 벽이 저절로 스르륵 미끄러져 사라지며'라는 표현 덕분에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이 더 창의적으로 다가왔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 대신 에놀라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묘사 덕분에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이 더욱 재미있고 신비롭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여 탐정의 변장 모습


-----

울컷 발레스티어와 그가 실종된 상황에 관해 좀 더 깊이 알아내기 위해 얼굴을 더럽히고 콧구멍에 삽입물을 집어넣어 콧볼을 넓히고 치아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심지어 주먹으로 눈을 쳐서 아주 살짝 멍들게 해 눈물까지 고이도록 만들었다.

(...)

거기다가 몸 전체를 더러운 누더기로 감쌌고 낡은 신발을 입이 쩍 벌어져 맨발이 드러났다.

38페이지 中

-----


울컷 발레스티어의 실종 상황을 알기 위해 에놀라가 했던 변장 모습을 살펴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탐정의 면모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유명한 오빠 셜록 홈즈와는 다른 식의 접근이라 더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였다)


필요하다면 외적으로 망가지는 일도 불사하고, 때론 여성의 신분을 활용해 대중 속에 쉽게 섞여 들어가 정보를 알아내는 에놀라를 보면서 내가 배운 여성 탐정을 다시 떠올려 보게 했다.



=====

마무리

=====


최근 여성 탐정 수업을 듣던 와중 만난 책이라 더 반갑게 다가왔던 책이다. 마치 복습하듯 에놀라 홈즈를 통해 여성 탐정이 지녀야 하는 덕목이나, 탐정으로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질 같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마주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천재라는 말을 달고 사는 셜록 홈즈와 다르게, 노력과 관찰, 분석 등을 통해 직접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에놀라를 보면서 더 친근한 기분이 든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실종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이권 다툼으로 인해 생긴 실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의외의 소재가 불쑥 튀어나오고 그것이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어 전체의 이야기로 번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작가가 참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잘 버무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들을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에놀라 홈즈라는 재기 발랄한 홈즈의 여동생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신선한 시각으로 재조명하면서 꽤 흥미진진한 서사 한편이 뚝딱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상류층과 빈민가, 남녀의 구분이 명확히 지어지던 시대에서 에놀라가 과연 어떤 식으로 또 사건을 풀어나가는지 기대가 되는 만큼, 다른 여덟 권도 찾아 읽어보려 한다.


여성의 시각에서 풀어낸 색다른 현실판 추리 미스터리 책을 만나보고 싶다면, 에놀라 홈즈를 찾아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