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 대자연과 교감하는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만나다
호시노 미치오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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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곰'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말에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어릴 적부터 친숙했던 '곰'(이라는 캐릭터), 여기에 더해 신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인간이 침범하지 않은 순수, 그 자체를 담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방곡곡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에, 이제는 원초적 자연의 모습을 눈에 담기란 쉽지 않은데, 어쩌면 저자가 담은 이곳, 알래스카야말로 거의 마지막 남은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곳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20세에 그를 이곳으로 이끈 사진첩 역시, 그런 태초의 알래스카의 모습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초록 초록한 들판 위에 엄마 곰과 아기곰을 담고 있는 표지를 필두로 이 책에는 숭고한 알래스카의 대자연의 모습과 저자가 그리워하던 곰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다.

여기에 더해 저자의 마음이 담긴 짤막한 메모를 통해 얼마나 이 풍경을 사랑했는지, 또 곰을 애틋하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차마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그저 멀찍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았는지, 같은 장소에 머무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분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목조목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짐작건대 저자에게 있어 곰은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알래스카에서 실물로 곰을 마주하고, 관찰하며, 멀리서나마 교감하며 사진을 찍는 일이 꽤 행복한 일이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한 점은, 촬영 중 그런 곰의 습격을 받아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점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일을, 그리워하던 대상을 조금 더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남긴 알래스카의 대자연의 모습과 애틋한 그리움의 대상인 곰, 그리고 독백처럼 남긴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자연, 그 자체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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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야생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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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를 너무 사랑했던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는 20세에 운명처럼 한 권의 사진집에 이끌려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

1978년 알래스카 대학 야생동물관리학부에 입학하면서 그곳에 정착한 후 알래스카의 대자연과 야생동물, 주민들을 사진에 담고자 진심을 다했다.

그러다 1996년 캄차카에서 촬영 도중 곰의 습격을 받고 43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책은 호시노 미치오가 생전에 남긴 원고와 사진에 붙은 메모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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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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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내가 어렸을 적에
너는 이야기 속에 있었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도시 한가운데서
문득 너의 존재를 느낀 거야

(...)
네가
어느 깊은 산속에서
거침없이 풀숲을 헤치며
쓰러진 커다란 나무 위를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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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로 떠나게 된 계기에 대해 담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느 날 도시 한가운데서 떠올린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서 만났던 곰.

그 곰이 머무는 곳의 환경과 모습을 떠올리다 비로소 저자는 알래스카로 떠날 결심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때쯤 저자는 운명처럼 한 권의 사진집을 만난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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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달았어
너와 나 사이에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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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언정, 같은 시간을 살며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리라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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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벌판에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풍경은 이미 가득하구나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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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서 만나던 특별한 곰의 존재를 눈앞에서 실제로 볼 때의 감동은 얼마나 컸을까? 이미 그 존재만으로 가득 차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사진작가였기에 뷰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곰의 모습은 더욱더 남다르게 다가왔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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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새끼 곰과 놀고 있어
다정히 속삭이는 듯
애틋이 끌어안는 듯
나도 이대로 초원을 다려가
너의 몸에 닿고 싶어

하지만
너와 나는 떨어져 있어
밤하늘 별만큼이나
아득히 멀리
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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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동경하고 그리워하던 대상을 직접 만난 순간 얼마나 뛰어들고 싶었을까? 함께 있는 어미 곰과 새끼 곰을 보며 그들 속에 섞여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아득히 멀리 떨어져 그저 지켜봐야만 했을 것이다.


저자의 메모들 속에는 종종 곰과 마주치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읽는 내내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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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눈길이 닿은
풀숲 속에
이거 어쩌지 하는
난처한 얼굴로
네가 앉아 있었어
나도 어쩔 줄을 몰라 그냥 서 있기만 했지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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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리산 기슭에서
우리는
털썩 주저앉아
블루베리와 크랜베리를
마냥 따 먹고 있었어
이따금
머리를 들어
서로를 확인하면서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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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러 날
우리는 같은 숲속에서
밤을 맞고 있어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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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물리적인 거리는 꽤 멀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저자는 이런 시적은 표현을 쓴 게 아닐까 싶다.

서로 난처한 모습으로 멈춰있던 모습, 서로를 확인하며 열매를 따먹던 모습, 수많은 밤들을 지새우며 보낸 시간들, 이 모두가 어쩌면 촬영을 하며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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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조금 무서워
하지만
나는 이 이상한 기분이 좋아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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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끔은 무서운 기분도 들었을 것이다. 갑자기 컴컴한 곳에서 마주하게 된 곰이란, 보통 사람들에게는 기절각이므로.

그래도 이 이상한 기분마저 좋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정말 곰을 애정하고 또 애정 했던 것 같다.


곰에 관한 사진 외에도 대자연의 숭고한 모습이라던가, 사계절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사진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기록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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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모아
가만히 앞을 보렴
가을빛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붉은색 노란색
끝도 없이 끝도 없이 저렇게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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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정적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
이제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눈 밑에 웅크린 생명의 기척에
나는 귀를 기울이고 있어
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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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물든 가을빛의 풍경과 하얀 눈으로 푹 뒤덮인 산등성이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을 통해 저자가 얼마나 알래스카의 대자연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그는 그곳에서 대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싹이 움트고, 생명이 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삼 그 속에 미약하게 존재하는 자신의 존재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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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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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하는 것, 그리움의 대상을 마음껏 보고 사진으로 담는다는 의미를 모르지 않기에 저자의 행보가 유별나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러움과 존경심이 인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그토록 애틋하게 그리워하던 대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살아생전 저자는 매 순간을 꽤 즐기며 행복해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가 담은 사진과 글귀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특히 곰이 담긴 사진들은 더 그렇다. 장난치고, 사냥하고, 이동하는 장면 곳곳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림에 쏟으며 시간을 버려야 했을 텐데, 아마 이 시간마저 그는 즐겼으리라 생각된다.

멀리서나마 곰을 바라보고 교감하며 뷰 파인더에 담아냈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져 뭉클함과 동시에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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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띠 2024-06-1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노 미치오는 남성인데요

2024-06-19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