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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평점 :
"음식으로 두려움을 치유해 주는 1인 맞춤 물망초 식당!"
이 책은, 비 오는 날 읽으면 좋을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나의 요청에 어떤 이웃분이 추천해 준 책으로, 읽으면서 입맛을 다시는 동시에 힐링까지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다.
개개인의 맞춤 음식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세세하게 준비하는 과정부터, 의뢰인을 위해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고, 이후 꼼꼼하게 대접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눈으로 음식을 먹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달팽이 식당>을 읽을 때도 느꼈었는데, 이렇듯 따뜻한 기운과 행복함까지 가져다주는 음식이라는 매개체는 참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망초의 가족이 운영하는 특별한 일대일 맞춤식 레스토랑인 '금귀비 정찬'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은 번화가와는 동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1:1 맞춤 요리를 통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주는 것을 제1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인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늘 만족하며 돌아가고는 한다.
한때 유행처럼 번진 요리 프로그램 속 한 장면처럼 느껴져 식상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막상 읽다 보면 식당, 요리, 치유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음식만이 전해줄 수 있는 '치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은 음식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기억과 추억, 경험이 뒤섞여 나에게만큼은 다르게 인식되는 요리의 특별함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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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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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귀비 정찬 레스토랑
-마포구 서화동에 위치한 프라이빗 키친
-주력 메뉴도 고정 메뉴도 없음
-100% 예약제로 운영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
-월 5천만 원은 가뿐히 달성할 정도로 인기가 좋음
-번화하지 않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번화한 곳
-금귀비 정찬은 일대일 맞춤 코스 요리를 제공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무엇이든 상관없이 예약자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요리를 만들어 냄
-단 손님은 까다로운 양식에 맞게 내용을 작성해야 함
-이곳은 감성 케어 시간을 판매하는 곳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 곳
-가격이 매우 비싼 만큼 100% 신뢰 가능한 정성과 노력을 약속하는 곳
-아빠 문정원이 1대 주인, 엄마 금귀비가 2대 주인임
■문망초
-금귀비 정찬 오너 금귀비의 외동딸
-금귀비 정찬 오너가 되기 위한 자질 테스트로 엄마가 제안한 계약을 진행하게 됨
-계약 내용은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에서 7명의 손님을 받아 편식을 개선하고 사인을 받는 것
-서른이 되기 전에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는 것이 목표
-몇 개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
※물망초 식당의 의미
물망초의 꽃말이 '진실한 사랑,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뜻으로 그 의미를 담아 식당 이름을 지었다.
■금귀비
-문정원의 아내이자, 문망초의 엄마
-남편이 사망한후 남편의 가게를 이어서 운영 중
-건강이 좋지 않다
■동희
-문망초의 하나뿐인 친구로 곁에서 조언과 위로를 적재적소에 맞게 해주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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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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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에 엄마 금귀비가 운영 중인 '금귀비 정찬' 레스토랑의 오너가 되는 게 목표인 망초는, 이제 스물아홉이 되었다.
아빠가 처음 시작했고, 아빠의 사망 후 레시피를 이어받아 현재는 엄마가 운영 중인 이곳은 망초에게 있어 꿈이자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다. 여기에 더해 건강이 좋지 못한 엄마를 하루라고 빨리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망초는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에 엄마는 계약서에 특별한 조항을 넣어 달성할 경우 오너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 조항은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에서 7명의 손님을 받아 편식을 개선하고 사인을 받는 것으로,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편식을 하는 사람의 식습관을 고쳐줌으로써 치유해 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기 위해 망초는 이를 수락하게 되고 그렇게 본격적인 '물망초 식당'의 여정이 시작된다.
첫 시작은 SNS를 통해 물망초 식당의 존재 여부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손님은 오지 않았고, 이에 한정된 시간 안에 미션을 완료해야 했던 망초는 각종 해시태그와 블로그까지 개설하고, 친구인 동희에게 홍보까지 부탁하게 된다.
그렇게 겨우 예약 문의를 하나 받게 되는 게 그 첫 손님을 시작으로 일곱 명의 예약자와 그들에게 얽힌 사연이 공개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용기를 주는 김치만두>
▶첫 번째 예약자: 변유현
▶편식 음식: 김치
▶사연
어릴 적 엄했던 부모님과 선생님으로 인해 김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면서, 유현은 김치라는 음식이 상처의 기억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김치를 먹지 못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살면서 김치를 먹지 못하는 것이 고통으로 다가와 이제는 김치를 먹지 못하는 편식을 고치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슬픔을 이겨내는 족발>
▶두 번째 예약자: 32세 / 공공기관에서 재직 중인 행정원 / 낙원
▶편식 음식: 족발
▶사연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좋아하던 음식이 족발이었으나, 5년 전 헤어지면서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다. 자신 또한 여자친구와 즐겨 먹으면서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버린 족발을 이제는 다시 먹어보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변화하는 꽁치 완자>
▶세 번째 예약자: 36세 / 규모가 큰 자격증 학원 몇 개를 운영하는 원장 / 곽태준
▶편식 음식: 꽁치
▶사연
가난한 유년 시절 아버지가 무조건 챙겨먹이려고 했던 꽁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현재는 꽁치를 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계속 꽁치가 생각나 편식을 고치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용서하는 닭 수제비>
▶네 번째 예약자: 박만수
▶편식 음식: 닭 수제비
▶사연
사랑하던 반려견 만식이와 늘 즐겨먹던 닭 수제비는 추억의 음식 중 하나다. 그런데 만식이 죽고 난 후 만식이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참여한 반려견 동호회에서 강한 비난을 받게 된다.
이유인즉슨, 사람 음식을 개에게 먹여 반려견의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심한 자책감을 느낀 만수는 더 이상 이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
<당당함을 키워주는 채식 떡볶이>
▶다섯 번째 예약자: 29살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휘민
▶편식 음식: 떡볶이
▶사연
왕래가 뜸했던 고모가 어느 날 자신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다. 이에 고모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게 고모는 떡볶이를 준비해 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고모는 휘민에게 상처가 될 모진 말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휘민은 심하게 체하게 된다. 이후 휘민은 꿈꾸던 기타리스트의 꿈도 접고, 좋아하던 떡볶이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다.
<용감해지는 채소 구이>
▶여섯 번째 예약자: 인스타셀럽 / 이재인(제니)
▶편식 음식: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사연
어릴 적 친구들 무리에 휩싸여 먹어보기도 전에 브로콜리랑 파프리카는 맛없는 음식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제니는 이 습관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를 먹게 되었고, 이에 제니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한다.
여기에 더해 식사 자리마다 편식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눈치가 보였던 그녀는 이제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를 편식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다.
<사랑이 가득한 계란죽>
▶일곱 번째 예약자: 엄마 금귀비
▶편식 음식: 계란죽
▶사연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게 된 이후 엄마는 깊은 슬픔에 빠져 죽을 먹지 못하게 된다. 딸로서 이 점이 늘 마음에 걸렸던 망초는 엄마에게 사랑의 죽을 선물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해 준다.
이렇듯 일곱 명의 편식을 고쳐주게 됨으로써 망초는 정식으로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고, 마침내 새 출발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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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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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고비만 넘으면 돼. 정말 별거 아니구나, 깨닫는 한고비."
(...)
두려움은 허들처럼 우리를 가로막지만 별거 아니다. 매우 견고하게 느껴지나 사실은 높지도 않다. 용기를 내 다리를 뻗어 넘어버리면 그대로 끝나버린다. 우리는 한번 넘은 허들을 뒤돌아보지 않는다.
(...)
허들을 넘기 위해 꼭 하나의 행동을 취하라면, 그건 온몸에 힘을 주는 게 아니다. 그냥 아주 잠시만, 눈을 감는 거다. 눈을 감고 두 다리를 뻗어 넘으면 된다.
41,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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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려우면서도 쉽다. 딱 한고비가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딱 한 발자국을 떼는 일이 세상 제일 힘든 일인데, 그 허들만 넘으면 또 별것 아닌 일이 되니 얼마나 기가 막힌지.
하지만 그렇기에 또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단 한순간만 극복하면 더 이상 두려움이 두려움이 아니게 되는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극복하지 못한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딱 한 번만 두 눈 꼭 감고 두 다리를 뻗어보자. 그 순간 당신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건너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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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은 인지가 아닌 해석에 달렸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기억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나는 오늘 그에게 편안한 족발을 대접했다. 그가 앞으로 족발과 마주해도 슬퍼하지 않도록. 함께 꺽꺽대며 웃던 기억만 남게끔.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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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식을 두고도 제각각 다른 기억과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 묘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 최애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절대 입에도 댈 수 없는 음식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만약 어떤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을 얹어보면 어떨까?
음식은 죄가 없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에는 행복함과 즐거움만 담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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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을 하더라도 어른이라고 하지 못해요."
2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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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제니에게 건넨 말인데, 어쩐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져와봤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려하지 않거나, 선택을 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미루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피터팬 증후군', '어른 아이' 등과 같은 말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이제는 그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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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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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여 자꾸만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일곱 명의 예약자들은 모두 공짜로 일대일 맞춤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매력 넘치는 음식들이라 얼마나 부럽던지.
더군다나 등장하는 음식들이 우리가 흔하게 먹는 음식들이라 이미 기본 맛은 알고 있는 상태였고, 여기에 망초만의 정성과 이색 레시피가 더해지면서 자꾸만 침샘과 오감을 자극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은, 김치만두와 족발, 계란죽이었다. 망초는 김치를 먹지 못하는 의뢰자를 위해 눈속임용 김치만두를 만들게 되는데, 만두 킬러인 나는 어쩐지 이쪽도 정말 맛있게 먹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이별의 아픔으로 인해 족발을 먹지 못하는 의뢰인을 위해, 망초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만의 레시피에 더해 음식에 색다른 해석을 덧입힘으로써 다시 의뢰인이 족발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 녹차를 더한 족발의 맛은 어떠했을까?
마지막으로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모녀는 아파도 죽을 먹거나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망초는 아픈 엄마를 위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로 마음먹는다.
추억이 서린 죽에 탱글하고 부드러운 계란찜을 더한 계란죽으로 마침내 엄마에게 치유를 선물하게 되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계란죽은 상상만으로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어떤 이들은 살기 위해 먹는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먹기 위해 산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쪽이든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따뜻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