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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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두려움을 치유해 주는 1인 맞춤 물망초 식당!"



이 책은, 비 오는 날 읽으면 좋을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나의 요청에 어떤 이웃분이 추천해 준 책으로, 읽으면서 입맛을 다시는 동시에 힐링까지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다.


개개인의 맞춤 음식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세세하게 준비하는 과정부터, 의뢰인을 위해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고, 이후 꼼꼼하게 대접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눈으로 음식을 먹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달팽이 식당>을 읽을 때도 느꼈었는데, 이렇듯 따뜻한 기운과 행복함까지 가져다주는 음식이라는 매개체는 참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망초의 가족이 운영하는 특별한 일대일 맞춤식 레스토랑인 '금귀비 정찬'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은 번화가와는 동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1:1 맞춤 요리를 통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주는 것을 제1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인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늘 만족하며 돌아가고는 한다.


한때 유행처럼 번진 요리 프로그램 속 한 장면처럼 느껴져 식상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막상 읽다 보면 식당, 요리, 치유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음식만이 전해줄 수 있는 '치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은 음식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기억과 추억, 경험이 뒤섞여 나에게만큼은 다르게 인식되는 요리의 특별함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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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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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귀비 정찬 레스토랑

-마포구 서화동에 위치한 프라이빗 키친

-주력 메뉴도 고정 메뉴도 없음

-100% 예약제로 운영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

-월 5천만 원은 가뿐히 달성할 정도로 인기가 좋음

-번화하지 않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번화한 곳

-금귀비 정찬은 일대일 맞춤 코스 요리를 제공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무엇이든 상관없이 예약자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요리를 만들어 냄

-단 손님은 까다로운 양식에 맞게 내용을 작성해야 함

-이곳은 감성 케어 시간을 판매하는 곳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 곳

-가격이 매우 비싼 만큼 100% 신뢰 가능한 정성과 노력을 약속하는 곳

-아빠 문정원이 1대 주인, 엄마 금귀비가 2대 주인임



■문망초

-금귀비 정찬 오너 금귀비의 외동딸

-금귀비 정찬 오너가 되기 위한 자질 테스트로 엄마가 제안한 계약을 진행하게 됨

-계약 내용은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에서 7명의 손님을 받아 편식을 개선하고 사인을 받는 것

-서른이 되기 전에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는 것이 목표

-몇 개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


※물망초 식당의 의미

물망초의 꽃말이 '진실한 사랑,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뜻으로 그 의미를 담아 식당 이름을 지었다.



■금귀비

-문정원의 아내이자, 문망초의 엄마

-남편이 사망한후 남편의 가게를 이어서 운영 중

-건강이 좋지 않다



■동희

-문망초의 하나뿐인 친구로 곁에서 조언과 위로를 적재적소에 맞게 해주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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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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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에 엄마 금귀비가 운영 중인 '금귀비 정찬' 레스토랑의 오너가 되는 게 목표인 망초는, 이제 스물아홉이 되었다.


아빠가 처음 시작했고, 아빠의 사망 후 레시피를 이어받아 현재는 엄마가 운영 중인 이곳은 망초에게 있어 꿈이자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다. 여기에 더해 건강이 좋지 못한 엄마를 하루라고 빨리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망초는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에 엄마는 계약서에 특별한 조항을 넣어 달성할 경우 오너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 조항은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에서 7명의 손님을 받아 편식을 개선하고 사인을 받는 것으로,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편식을 하는 사람의 식습관을 고쳐줌으로써 치유해 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기 위해 망초는 이를 수락하게 되고 그렇게 본격적인 '물망초 식당'의 여정이 시작된다.


첫 시작은 SNS를 통해 물망초 식당의 존재 여부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손님은 오지 않았고, 이에 한정된 시간 안에 미션을 완료해야 했던 망초는 각종 해시태그와 블로그까지 개설하고, 친구인 동희에게 홍보까지 부탁하게 된다.


그렇게 겨우 예약 문의를 하나 받게 되는 게 그 첫 손님을 시작으로 일곱 명의 예약자와 그들에게 얽힌 사연이 공개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용기를 주는 김치만두>


▶첫 번째 예약자: 변유현 

▶편식 음식: 김치

▶사연

어릴 적 엄했던 부모님과 선생님으로 인해 김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면서, 유현은 김치라는 음식이 상처의 기억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김치를 먹지 못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살면서 김치를 먹지 못하는 것이 고통으로 다가와 이제는 김치를 먹지 못하는 편식을 고치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슬픔을 이겨내는 족발>


▶두 번째 예약자: 32세 / 공공기관에서 재직 중인 행정원 / 낙원

▶편식 음식: 족발

▶사연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좋아하던 음식이 족발이었으나, 5년 전 헤어지면서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다. 자신 또한 여자친구와 즐겨 먹으면서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버린 족발을 이제는 다시 먹어보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변화하는 꽁치 완자>


▶세 번째 예약자: 36세 / 규모가 큰 자격증 학원 몇 개를 운영하는 원장 / 곽태준

▶편식 음식: 꽁치

▶사연

가난한 유년 시절 아버지가 무조건 챙겨먹이려고 했던 꽁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현재는 꽁치를 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계속 꽁치가 생각나 편식을 고치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용서하는 닭 수제비>


▶네 번째 예약자: 박만수

▶편식 음식: 닭 수제비

▶사연

사랑하던 반려견 만식이와 늘 즐겨먹던 닭 수제비는 추억의 음식 중 하나다. 그런데 만식이 죽고 난 후 만식이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참여한 반려견 동호회에서 강한 비난을 받게 된다.


이유인즉슨, 사람 음식을 개에게 먹여 반려견의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심한 자책감을 느낀 만수는 더 이상 이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



<당당함을 키워주는 채식 떡볶이>


▶다섯 번째 예약자: 29살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휘민

▶편식 음식: 떡볶이

▶사연

왕래가 뜸했던 고모가 어느 날 자신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다. 이에 고모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게 고모는 떡볶이를 준비해 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고모는 휘민에게 상처가 될 모진 말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휘민은 심하게 체하게 된다. 이후 휘민은 꿈꾸던 기타리스트의 꿈도 접고, 좋아하던 떡볶이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다.



<용감해지는 채소 구이>


▶여섯 번째 예약자: 인스타셀럽 / 이재인(제니)

▶편식 음식: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사연

어릴 적 친구들 무리에 휩싸여 먹어보기도 전에 브로콜리랑 파프리카는 맛없는 음식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제니는 이 습관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를 먹게 되었고, 이에 제니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한다.


여기에 더해 식사 자리마다 편식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눈치가 보였던 그녀는 이제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를 편식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다.



<사랑이 가득한 계란죽>


▶일곱 번째 예약자: 엄마 금귀비

▶편식 음식: 계란죽

▶사연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게 된 이후 엄마는 깊은 슬픔에 빠져 죽을 먹지 못하게 된다. 딸로서 이 점이 늘 마음에 걸렸던 망초는 엄마에게 사랑의 죽을 선물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해 준다.



이렇듯 일곱 명의 편식을 고쳐주게 됨으로써 망초는 정식으로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고, 마침내 새 출발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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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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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고비만 넘으면 돼. 정말 별거 아니구나, 깨닫는 한고비."

(...)

두려움은 허들처럼 우리를 가로막지만 별거 아니다. 매우 견고하게 느껴지나 사실은 높지도 않다. 용기를 내 다리를 뻗어 넘어버리면 그대로 끝나버린다. 우리는 한번 넘은 허들을 뒤돌아보지 않는다.

(...)

허들을 넘기 위해 꼭 하나의 행동을 취하라면, 그건 온몸에 힘을 주는 게 아니다. 그냥 아주 잠시만, 눈을 감는 거다. 눈을 감고 두 다리를 뻗어 넘으면 된다.

41,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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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려우면서도 쉽다. 딱 한고비가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딱 한 발자국을 떼는 일이 세상 제일 힘든 일인데, 그 허들만 넘으면 또 별것 아닌 일이 되니 얼마나 기가 막힌지.


하지만 그렇기에 또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단 한순간만 극복하면 더 이상 두려움이 두려움이 아니게 되는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극복하지 못한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딱 한 번만 두 눈 꼭 감고 두 다리를 뻗어보자. 그 순간 당신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건너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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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은 인지가 아닌 해석에 달렸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기억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나는 오늘 그에게 편안한 족발을 대접했다. 그가 앞으로 족발과 마주해도 슬퍼하지 않도록. 함께 꺽꺽대며 웃던 기억만 남게끔.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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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식을 두고도 제각각 다른 기억과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 묘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 최애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절대 입에도 댈 수 없는 음식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만약 어떤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을 얹어보면 어떨까?


음식은 죄가 없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에는 행복함과 즐거움만 담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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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을 하더라도 어른이라고 하지 못해요."

2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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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제니에게 건넨 말인데, 어쩐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져와봤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려하지 않거나, 선택을 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미루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피터팬 증후군', '어른 아이' 등과 같은 말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이제는 그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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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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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여 자꾸만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일곱 명의 예약자들은 모두 공짜로 일대일 맞춤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매력 넘치는 음식들이라 얼마나 부럽던지.


더군다나 등장하는 음식들이 우리가 흔하게 먹는 음식들이라 이미 기본 맛은 알고 있는 상태였고, 여기에 망초만의 정성과 이색 레시피가 더해지면서 자꾸만 침샘과 오감을 자극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은, 김치만두와 족발, 계란죽이었다. 망초는 김치를 먹지 못하는 의뢰자를 위해 눈속임용 김치만두를 만들게 되는데, 만두 킬러인 나는 어쩐지 이쪽도 정말 맛있게 먹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이별의 아픔으로 인해 족발을 먹지 못하는 의뢰인을 위해, 망초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만의 레시피에 더해 음식에 색다른 해석을 덧입힘으로써 다시 의뢰인이 족발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 녹차를 더한 족발의 맛은 어떠했을까?


마지막으로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모녀는 아파도 죽을 먹거나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망초는 아픈 엄마를 위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로 마음먹는다.


추억이 서린 죽에 탱글하고 부드러운 계란찜을 더한 계란죽으로 마침내 엄마에게 치유를 선물하게 되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계란죽은 상상만으로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어떤 이들은 살기 위해 먹는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먹기 위해 산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쪽이든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따뜻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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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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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그날의 후회를 소중한 추억으로 되돌려 주는 곳! 이곳은 기억서점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최신작 <별다방 바리스타>를 읽고, 전작이 궁금해 읽게 된 책으로, 잔잔하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고 후회, 죄책감, 불행을 안고 몇 년을 죽지 못해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날 마주하게 된 기억서점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그 안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의 내용이 주인공을 이루는 모든 기억들이라는 점은, 더없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엄마의 죽음 이후 7년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지원에게 어느 날 기억서점이 나타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준비된 죽음이었다지만, 막상 자신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난 뒤 지원은 무기력증과 회의감, 폐소공포증, 공황발작 등의 증상을 겪으며 의미 없는 시간들을 흘려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선 낡은 서점에서 지원은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고,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된다.


살다 보면 한 번씩 불행을 만나 더 이상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거나 그리움이 사무쳐 자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며 부정으로 파고들던 감정들을 긍정으로 바꾸고, 불행의 기억을 행복의 기억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한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당신 역시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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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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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직업 작가

-가족 구성원: 부모님과 남동생

-스무 살 이전까지는 꽤 부유하게 살다가 이후부터 이후 집이 기울면서 살림이 어려워짐

-엄마의 사망 후 폐소공포증, 공황발작 등 여러 질병을 얻게 됨

-7년 전에 엄마가 비인두암으로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중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음



■Manager. K

-기억서점의 안내자이자 기억서점을 지키는 여성

-등허리 중간까지 오는 머리칼과 170센티미터가 넘어 보이는 키를 가진 여성

-검정색 슬랙스를 입고 체크무늬 운동화를 신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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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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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남은 가족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아들의 간을 받아 무사히 살 수 있게 된 아버지와 남동생 지후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필로그나 외전으로 다뤄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원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엄마 입장이 궁금해졌다. 후반부에 살짝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일화들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너무나 사랑하고 애틋했던 딸 지원을 두고 떠나야만 했던 엄마의 심정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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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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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가정 속에서 살아가던 지원은 스무 살이 되면서 집안의 가세가 기울게 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많은 불행을 한꺼번에 경험하게 된다.


그중 가장 큰 불행은 엄마의 죽음으로, 이후 7년이 넘는 동안 마음을 잡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때문에 지원은 많은 병을 얻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매번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늘 쓰레기통 행이었다.


그렇게 매일 매 순간을 죽음을 그리며 살아가던 어느 비가 오던 날이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무척 낡은 건물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벽면에는 'ㄱ 서점'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있었다.


특이하다는 생각과 함께 비도 피할 겸 서점에 들어서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책장은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책에서 어릴 적 자신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쪽 귀퉁이를 세모로 접어 읽던 곳을 표기한 자국이라던가 실수로 흘린 오렌지주스가 스며든 흔적, 동생과 다투다 떨어뜨려 하드커버로 된 표지의 모서리가 일그러진 자취 등으로 이 책장에 꽂혀 있는 위인전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어릴 적 어느 순간 버려진 책들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지원은 결국 서점을 나서기로 마음먹고 미닫이문을 열려던 순간 누군가 "이 문을 열면 나갈 수는 있지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라고 말하며 지원의 행동을 제지한다.


그녀는 정중하면서도 단정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으로, 서점에 대해 간략이 소개해 준다. 이 서점의 이름은 기억서점이고, 지원의 모든 기억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그 기억이 어떤 식으로 기록되는지에 대해 안내해 준다.


그러면서 지원이 엄마의 사망 이후 늘 '죽고 싶다'는 마음을 기저에 깔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이 서점에 지원의 앞에 나타난 것이라며 서점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기억서점을 이용하는 방법과 규칙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과거로 돌아갈 세 번의 기회를 줄 수 있고, 원하는 시점에서 단 세 시간을 머물 수 있다.

▶그 대가로 남은 수명을 내놓아야 한다.

▶단, 무언가 달라지는 게 있다면 수명을 돌려줄 수도 있다.



다소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지원은 기억서점에 기록된 기억들을 살펴보며 점차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을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억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첫번째 여행

2005년 5월 22일, 엄마의 상태를 처음 알게 된 시점으로의 여행


■두번째 여행

2007년 2월 2일, 외할머니가 그립다며 산소에 함께 가자고 요청하던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던 시점으로의 여행


■세번째 여행

1990년 6월 20일, 지원이 태어나던 순간으로의 여행



그렇게 시간 여행을 하면서 점차 지원은 서점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시점부터 서점은 지원의 편이 되어 언제나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게 된다.


한편 이렇게 세 번의 시간 여행을 통해 지원은 마침내 이 여행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낭비하던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방향성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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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여행에서 내가 얻을 수 이는 건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나지 않던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되찾았고, 엄마의 희생으로 지켜준 이 삶을 지켜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던 순간 마주했던 엄마와 아빠의 행복한 얼굴은 무수한 세월의 흐름에도 평생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새겨져 앞으로의 나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었다.


나는 이 여행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2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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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 번의 시간 여행을 마친 후 서점 문을 열고 나온 날은 엄마의 기일로, 지원은 엄마의 죽음을 지키던 시간만큼 서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기억서점은 지원에게 삶이 뒤바뀌는 기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아주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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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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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눈덩이 같은 거예요. 굴리고 굴릴수록 점점 커지고, 그럴수록 감당이 안 되는."

(...)

"죄책감도 마찬가지죠."

91페이지 中

"기억의 왜곡은 공평해요."

(...)

"그게 후회로 얼룩진 불행한 기억이든, 영원토록 가슴에 새기고 싶은 행복한 기억이든, 자주 꺼내어 보는 기억들은 모두 공평하게 왜곡되죠. 그러니까 이번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봐요. 눈덩이처럼 크게 부풀릴 수 있도록."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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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의 매니저 K가 기억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로, 기억은 눈덩이같이 곱씹을수록 왜곡되고 부풀려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행복한 기억을 자꾸 곱씹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과 함께.


생각해 보면 보통의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한 기억보다 잘못한 기억, 초조한 기억, 불행한 기억들을 자꾸만 곱씹는다. 그렇게 허상에 더해 또 다른 허상이 더해지고 그렇게 기억은 왜곡된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위해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떠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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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택은 엄마의 것이에요. 그러니까 지원 씨는 본인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일을 찾아요."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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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하지만, 우리가 자꾸만 잊고 사는 포인트를 매니저 K는 짚어준다. 지원은 처음에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 엄마를 다시 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의 선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 절망에 빠진 지원은 시간여행을 그만두려고 하지만 쉽사리 서점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뒤늦게 나타난 매니저는 엄마의 선택은 존중해 주고, 지원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에 더 집중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것을 우리 삶에 대입해 보면, 내 삶에 더 집중하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을듯하다. 타인의 삶은 타인의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 것이다. 그러니 엉뚱한 것에 마음을 주기보다 내 선택으로 내 삶을 가꿔 나가는 것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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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죄책감의 근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를 위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후회돼서 못 해준 기억만 자꾸 들춰보고 사느라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과거에 묶여 살았던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했던 수많은 모진 말을 주워 담을 게 아니라, 엄마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진정으로 엄마를 위하는 길임을 알았다. 이번에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엄마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169~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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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자책과 후회는 삶을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여행을 통해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여행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바도 있다.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후회와 자책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남들의 몇 배나 되는 애도 시간을 가지게 된 이유 역시 발견하게 된다. 이 깨달음 덕분에 지원은 다음 시간 여행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그냥 지나쳤던 그 사소한 행동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 이토록 사무치게 후회로 남는 것을 보면서, '현재'에 더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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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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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난 뒤에 후회와 자책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때 왜 그랬을까?'하고 뒤늦게 후회하기보다, 지금에 집중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불행에 집착하며 자꾸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그 기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황을 왜곡하고 우리를 나락으로 이끈다.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그 자리에 멈춰서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내 상황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제2의 불행한 지원이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이라는 현재에 최선을 다해보면 건 어떨까? 그럼 적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생기는 가장 큰 후회만큼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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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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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슬픔에 빠진 한 사람의 삶을 디테일한 감정묘사를 통해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



처음은 가볍게 시작했다. 어딘가 시선을 끄는 제목에 이끌려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대로 완독까지 하게 되었다.


다른듯하지만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드는 두 가지 직업을 오가는 도연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며 여러 인물들을 관찰하고 또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에 꽁꽁 봉해두었던 자신 안의 상처와 슬픔을 마주하게 되고 그러다 마침내 푹 절여진 그것들과 안녕을 고하게 된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도연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삶의 중심이 흔들릴 만큼 큰일을 겪고 난 이후에 서서히 회복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과 깨달음을 이끌어 낸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인생의 고난이 눈 깜짝할 새 찾아와 삶을 뒤흔들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만치 사라진다.


이후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 상태로 우리는 한동안 무게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매일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시간의 힘을 빌려 회복하는 사람들도 있고, 특정 계기를 통해 조금 더 빠르게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담아내며 '나만 겪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겪는 시기, 방법, 이를 극복해 내는 과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비단 나만 겪고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인 도연의 직업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라 더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비극적 이야기를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내 삶과 내 안의 슬픔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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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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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연

-과거 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일했음

-언니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은 후 정신과 치료 중 퇴사

-이후 법원에서 가사조사관으로 근무 중



■도연의 언니

-간호사

-도연에게는 둘도 없는 다정한 언니였음

-이직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우울증과 직장 괴롭힘으로 자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홀로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었음

-사망 후 남겨진 일기장에는 도연을 향해 '열심히 말고, 그냥 살아'라는 유언이 남겨져 있었음



■무헌

-공무원

-친구 소개로 만난 도연의 전 남자친구

-도연의 정신과 치료와 입원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이별을 통보



■시재

-고등학생

-엄마의 성씨 개명 요청으로 조사를 받다가 도연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게 됨.



<법원>

■동옥

-가사조사관 중 연차가 가장 높음


■영신

-동옥 다음 연차


■선이

-도연과 입사 동기



<병원>

■민 교수

-대학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근무할 때 도연과 인연이 닿아 도움을 준 사람


■이지원

-정신병원 임상심리사 중 연차가 가장 높음

-심리평가와 상담 슈퍼비전을 진행

-도연이 일적으로 만난 사람과는 마음을 절대 주고받지 않으리라 결심을 굳히게 만든 사람


■유림

-법원 입사 전 정신과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중 한 명


■우진

-도연이 대학병원에서 임상 심리 수련을 받을 때 레지던트 2년 차 의사

-법원에서 우연히 다시 도연과 만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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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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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늘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말을 듣고 자란 도연과 도연의 언니는 그 말을 지키며 살려고 늘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다정다감했던 언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유는 우울증과 직장 괴롭힘으로 이직한 직장에서 홀로 견디다 못해 결국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이 일로 깊은 슬픔과 고통에 빠진 도연은 언니가 남긴 일기장의 유언대로 열심히 말고, 그냥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 민 교수가 건넨 도움으로 심리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초반에는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아 결국 임상심리사로 근무하던 병원에는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고, 전문 상담사에게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몸이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면 병원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았고, 그러다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일상이 어려워지면서 일주일간 입원치료도 받게 된다.


그렇게 약 1년 동안 치료를 받으며 천천히, 조금씩 회복되어갈 때쯤 이 상황을 도연보다 더 못 견뎌하던 남자친구 무헌은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된다.


이후 시간이 지나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도연은 가사조사관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앞서 언니의 유언처럼 열심히 말고, 그냥 살기 위해 적당히 관망하는 자세로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모든 것에 무감각하게 살아가던 도연은 자신의 상처마저 뒤로 미뤄두게 되고 그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직업 특성상 여러 인간 군상을 마주하게 되면서, 삶과 사람, 관계, 상처 등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게 되면서 다시금 꼭꼭 숨겨둔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사람들 모두 자신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와 위로를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서로가 서로의 사소한 아픔을 알아주고 보듬어 줌으로써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도연히 서서히 자신만의 꽃을 틔울 준비를 시작한다. 그렇게 도연의 성장과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내용으로 끝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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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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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이를 위해서 이혼한다는 것도, 모든 게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도, 사실은 이혼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기 두려워 방패로 삼은 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이는 늘 어른들을 용서한다. 나쁜 부모조차 세상에 기댈 곳은 그들밖에 없으니까.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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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말이면서 상당히 공감 갔던 말 중 하나다. 어른들이 싸우는 이유, 헤어지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면 늘 아이들의 이름을 들먹거린다.


정작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으면서 가장 쉬운 핑계를 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문제를 대면할 용기가 없거나 자신의 입으로 내뱉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을 방패로 삼으면서 양심도 없이 그렇게 둘러대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모든 것을 오감으로 느끼면서도 그저 그런 부모를 용서한다.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 부모들밖에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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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선생은 잘 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어요. 그걸 의심하지 말아요. 그 생각이 흔들릴 때면 전화해요. 내가 매번 얘기해 줄게요."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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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나눌 만큼 친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민 교수는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도연의 상태를 캐치했고 직접적인 도움까지 주었다.


여기에 더해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을 도연에게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라며 진심 어린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한술 더 떠 그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면 언제든 전화하라며 다독이고 격려해 준다.


도연처럼, 도연의 언니에게도 이런 말을 건네줄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도연의 언니는 지금쯤 살아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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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엄마의 사랑, 나와 할머니의 사랑만 생각해요."

"그게 분리가 돼?"

"내 사랑의 형태는 내가 만드는 거고 각자 기대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면."

(...)

"언니는 사랑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언니가 기대하는 사랑이 너무 크고 훌륭한 모습이어서 작게 반짝이는 것은 초라해 보이는 거 아닐까?"

79~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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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괴로움을 느끼는 절반의 이유는 아마도 내 몫이 아닌 타인의 마음까지 쟁취하려고 해서는 아닐까?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절반의 이유는 아마도 기대하는 바가 너무 커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몫의 내 마음은 챙기되, 각자의 몫은 알아서 챙기게 그냥 내버려 두자.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건 그건 그 사람만의 몫이다.


그리고 크고 대단하지 않아도 주변에 작게 반짝이는 소중한 일상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현재의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결국 그 작고 소중한 행복 덕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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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은 내팽개쳐진 자신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해진 마음을 끌어안으며 다짐했다. 누군가의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일로 만난 사람에게 마음 따위 주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어떤 것도 맡기지 않겠다고, 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참지 않겠다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겠다고.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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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크게 마음을 다쳐본 사람이라면 도연의 이 심정을 백분 이해할 것이다. 나 역시 도연의 이 다짐과 결심을 너무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로, 그래서 더 심적으로 많이 공감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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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나란히 서 있는 벚나무가 예뻐서 한참 봤거든. 한 나무에는 꽃이 다 열렸는데 다른 한 그루에는 봉오리만 있는 거야.

(...)

그런데 비가 막 쏟아지던 날 꽃잎이 다 떨어졌는데 비 그치고 나니까 그 나무 혼자 꽃을 피우더라."

(...)

"그러니까 언젠가 피긴 펴. 때가 되면."

134~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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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언젠가 피긴 핀다는 이 말을 꼭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각자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고, 늦게 필수도 빨리 필수도 있으니 남과 비교하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가끔 조급증이 일 때도 있겠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 일상과 내 삶에 더 집중하며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꽃은 반드시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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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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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의 상처와 내면에 집중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그것은 내 삶과 맞닿아 있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와 불안을 겪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상처를 해소한다.(아니 해소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꽁꽁 감춰두는 방식으로, 또 어떤 이들은 별것 아닌 양 떠들어대면서 흘려버리고, 또 다른 이들은 작은 것도 서로 보듬어주면서 그렇게 불안을 잠재운다.


도연과 도연의 언니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늘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말에 매몰되어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며 살았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에 자신을 돌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고 또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한편 또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아프고, 그럼에도 아픈 것을 숨기며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악덕 캐릭터들이 많아 읽으면서 여러 번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갑질하는 사람, 약점을 이용하는 사람, 틈을 비집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 집단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 뒤에서 헐뜯는 사람 등등.


그런 한편 그 속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면서 삶을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왜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후반부에 가면서 그들의 사정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도연은 언니의 일을 시작으로 남자친구, 그리고 직장에까지 우울과 불안의 일들이 스며든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 마음을 주지 않기로 마음먹고 관망하는 자세로 거리를 두고 모든 것을 대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점차 사사로운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면서 점차 마음의 빗장을 풀 용기를 갖게 된다. 그렇게 마침내 불안하고 상처로 가득했던 과거와 안녕을 고하게 된다.


우리 역시 살다 보면 도연처럼 크고 작은 상처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고, 내 감정과 내 몫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천천히 '지금'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드리워진 어둠은 걷히고 내가 꿈꾸는 삶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연이 그랬듯 우리 역시 그리되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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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소나타 2 - 완결
최혜원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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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경 처음 이 책의 1권을 만났을 때, 오랜만에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만난 것 같아 너무 반가웠다. 학창 시절 웹 소설에 빠져 지내던 그때가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감성감성한 스타일의 사랑 이야기가 많지만, 과거에는 직설적이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때 그 감성에 다시 살짝 발을 담근 느낌이 들었달까?


2권은 1권의 내용이 연결되는 완결 편으로, 1권에서는 이들의 첫 만남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면, 2권에서는 깊게 사랑에 빠지기 위한 위기과정을 거쳐 결말에 다다르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앞선 1편에 이어 본격적인 사랑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1편에서 발단과 맛보기식 전개를 보여줬다면,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며 위기를 보여주고 이를 극복해 나가면서 절정에 다다랐다가 마침내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연애소설은 이 맛에 보는 거라 개인적으로는 큰 불만 없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완독할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만약 과거 귀여니 소설이나, 팬 소설, 웹 소설과 같은 것들에 푹 빠져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 역시 무난하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운동선수의 직업을 가지고 다소 거친 면모를 보이며 직진하는 승규의 모습이 반갑게 다가오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한편, 바이올린 하나에 올인하며 긴 세월 노력했던 수고를 한방에 포기하고 결혼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은수가 답답하게 여겨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그랬고, 또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



완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이라 스토리 전반을 소개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워, 간략한 분위기와 내용만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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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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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부 영어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은수와 승규는 은수의 유학 이후에도 간간이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롱디커플만의 애틋함이 빛을 발했는지 이들은 더 깊이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귀국길에 오른 은수는 이제 꽃길만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련은 시작된다. 은수를 오랫동안 보아오면서 결혼 상대자로 생각하고 있던 성준은 결혼을 재촉하고, 은수는 시합으로 인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승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그러다가 은수의 마음이 승규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성준은 몰래 승규를 찾아가 은수의 미래를 위해 놓아줄 것을 강권하고, 이에 설득당한 승규는 자신으로 인해 숱한 염문에 휩싸여 미래를 보장받지 못할 은수를 배려해 놓아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승규는 연락을 두절했고, 은수는 영문도 모른 채 달콤한 꿈을 꾸다 뒤통수를 맞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못하던 둘은 점차 일상까지 망가질 만큼 몸이 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둘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런저런 위기사항을 겪다 마침내 둘은 다시 함께 하기로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뒷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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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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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겁지 않은 전개 방식과 소재를 담고 있는 연애소설로, 지친 일상을 잠시 잊고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겨 줄 히든 키가 되어 줄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거쳐온 사람들이라면 그때 그 시절의 추억 속 연애소설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보는 시각에 따라 유치하거나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끔은 이런 솜사탕 같은 책들을 중간중간 읽어주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나쁘지 않은 선택인듯하다.


만약 잠시 머리 아픈 것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메마른 감성에 촉촉한 연애감성을 더해주고 싶다면 잠들기 전 이 책을 통해 그 감성을 깨워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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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 엉켜버린 마음을 마법처럼 풀어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김은지 지음, 소우 그림 / 마음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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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영화'와 '상담심리'를 어떻게 엮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물론 상담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내담자에게 다가가는지까지 알 수 있어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단순한 오락거리로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른, 보다 심층적이고 분석적으로 다가간다는 점에 있어 어떤 부분에서는 독서모임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단 상담을 통해 각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캐릭터를 통해 나의 상황이나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특히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영화를 통해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마음에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영화'라는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서인지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방법은 간단한다. 상황에 따라 상담사 혹은 내담자가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를 본 후에 영화 속 캐릭터나 장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어떤 장면 혹은 캐릭터가 내담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살피면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내담자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담감을 내려놓고 공명한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영화치료 방법 및 그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읽다 보니 가끔은 영화를 볼 때 오락적 관점이 아닌 치유적 관점으로 보면서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영화치료란?

영화는 한편이지만 관객 개개인에 의해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서 제각기 다른 영화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그 과정이 영화치료다.


이처럼 비디오로 문제 해결 기술을 배우는 상징적 모델링은 사회적 기술 향상과 외형적인 문제행동 감소에 효과적이다. 특히 모델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인식할 때 모델링이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영화를 볼 때 관점의 차이(오락적 관점 vs 치유적 관점)

오락적 관점에서 영화를 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면서 본다면 치유적 관점에서는 의식적으로 자각하며 계속 분석하며 본다. 오락적 관점의 처음과 끝이 재미가 목적인 것과 다르게 치유적 관점에서는 새로운 통찰을 얻고자 한다.


▷오락적 관점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면서 본다

-재미가 목적


▷치유적 관점

-의식적으로 자각하면서 분석하면서 본다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이 목적



■감각형과 직관형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 선택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관람자들이 선호하는 영화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적절히 맞는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를 순차적으로 차례차례 받아들이는 감각형은 영화 전개 방식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이해하기 쉬우며 인지적으로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어야 정서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관형은 순차 개념이 아예 없는지라 1차 꿈에서 4차 꿈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기존의 틀을 깨는 자유로움에 신나고 전율을 느끼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이처럼 정보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유형(감각형/직관형)을 알고 유형에 맞게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영화치료시 주의할 점

영화는 날카로운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하면 최고의 요리를 맛볼 수도 있고 잘못 사용하면 베여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참가자의 심리적인 보호를 위해 수용 수준(눈높이)에 맞는 영화 선택이 중요하다. 그랬을 때 상담사가 의도한 치유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담사의 자기 노출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자도 강도 높은 민낯을 보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사가 자기 노출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내담자를 치유적으로 돕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상담자의 자기 노출은 두 사람 간 신뢰감이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판단될 때, 꼭 필요할 때 아껴 써야 하는 비장의 무기다.


혼자 덩그렇게 벗은 것이 아닌 대중목욕탕이 되는 것이다. 목욕탕에서 옷 벗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의 자기 노출은 매우 강력하다.


자기 노출의 가장 큰 치유 원리는 보편성이다. 나만 그렇게 힘든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고 느끼는 보편성은 마음에 위안을 주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



■역할 바꾸기

역할 바꾸기는 역할을 바꾸어서 그 장면을 다시 시도해 봄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길을 안내해 준다.


내담자에게 재경험하고 재조명하게 함으로써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감하게 해준다.


상담사나 내담자 모두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하고, 부담스럽지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매우 효과적이다. 역할극은 객관적인 위치에서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나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나와 상대방을 동시에 보면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제3의 관점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강력한 체험을 통해서 가질 수 있게 한다.



■영화치료의 이점

영화는 나에게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내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극 중 인물을 관찰하면서 행동과 동기를 분석하고 관계를 평가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들과 서로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을 파악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탐색할 수 있다.


특히 영화치료는 개인상담보다 집단상담에서 이루어질 때 더 효과가 높다. 같은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각자 다른 관점으로 보고 해석하고 다른 가치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 주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고가 점점 확대되고 관점이 통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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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반적으로 영화를 활용한 심리상담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거나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플러스 페이지에서 영화 <기생충> 캐릭터를 통해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상담 방법을 보여준다.


숨겨진 심리라던가 상황적 묘사들을 분석적으로 짚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오락적 요소로 영화를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한층 더 풍성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꽂히는 영화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 될 듯하다. 이를테면 한 번은 오락적 요소에 집중해서 보고, 또 한번은 분석적 요소에 집중해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한층 더 확장된 느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를 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아니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영화모임에 참석해 서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토론을 통해 내가 몰랐던 캐릭터의 이면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문제 해결 방식이나 다양한 대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내 안에 쌓인 묵은 상처들을 하나씩 털어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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