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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의 표식 ㅣ 에놀라 홈즈 시리즈 9
낸시 스프링어 지음, 정시윤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6월
평점 :
"여성 탐정의 활약이 돋보이는 추리 미스터리 소설!"
최근 여성 탐정 수업을 한참 듣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에놀라 홈즈'라는 가상의 여동생을 새롭게 창조해 끼워 넣은 '스핀 오프 소설'을 만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다.
여성 탐정이 갖춰야 할 덕목과 이점, 그리고 탐정으로서 하게 될 일들을 '에놀라 홈즈'가 소설 속에서 펼쳐 보이는 것을 보며 '바로 저거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사람들 속에 무난히 섞이기 위해 분장을 한다거나 가상의 인물과 이름을 만들어 내서 내세우는 점, 하층민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조합하고 분석하여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을 하는 점은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소설 속이지만, 여성 탐정인 에놀라가 남성 탐정인 홈즈와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지를 제대로 확인하면서 가상이지만 새로운 공부가 되기도 했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셜록 홈즈 세계관 속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신선한 시각으로 그려낸, 무게감 있지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추리 소설이다.
책 소개 글을 보니 사회적 가치가 있는 특정 주제들을 바탕으로 허구와 엮어 시리즈 형태로 출간하고 있는 소설로 독특하면서도 흥미롭게 펼쳐낸 글이 특징인 듯하다.
실제로 나 역시 <몽구스의 표식> 아홉 번째 사건으로 처음 만났지만, 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홈즈의 막내 여동생 '에놀라 홈즈'의 활약상이 내가 최근 듣고 있는 탐정 수업과 맞물려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심도 있게 다룬 역사적 사실에 더해 그 속에서 처음 만난 낯선 단어들을 조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느낌표들은 이 책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구석구석 누비며 상류층과 빈민가를 오가는 에놀라 홈즈의 활약과 더불어 그 속에서 심도 있게 다뤄지는 인간의 이면과 계층 문제, 편견 등 다방면에서 볼거리가 풍부하니 꼭 책을 통해 여성 탐정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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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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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 라고스틴 박사(=에놀라 홈즈)
-사이언티픽 퍼디토리언(실종자들을 찾아주는 위장 신분)
-홈즈의 나이차 많이 나는 여동생
-현재 여성 아카데미에서 머물고 있음
-울컷의 실종 사건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다시 실종일을 시작하게 됨
■셜록홈즈
-에놀라의 둘째 오빠이자 유명한 탐정
■러디어드 키플링(=러디)
-울컷의 친구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
■울컷 발레스티어(=코츠월드)
-뉴욕에 있는 존 W. 러벌 컴퍼니가 발생하는 <티드 비츠>잡지 편집장
-미국인 작가이자 편집자, 출판인
-러디와는 친밀한 우정을 나눈 사이.
-사보이 호텔의 불빛을 보러 혼자 나갔다가 실종됨
■캐럴라인 발레스티어(=캐리)
-울컷의 여동생
-미국인
■해럴드
-에놀라가 주로 이용하는 마부
■쇼어디치의 리스터 박사(조지프 리스터 경)
-미친개들을 사들여 광견병 예방접종의 방법을 연구 중인 사람
■모드
-리스터 박사 밑에서 일하는 사람
■메리 이래즈머스
-부토니에를 팔던 여성
-스머티 레인 주변 지역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우두머리
-이크뉴머니디
※이크뉴머니디
이크뉴머니디=다윈의 파리=말벌의 한 종류
이 셋은 전부 '살아있는 다른 곤충의 몸에 알을 낳아 안에서부터 파먹고 자라는 잔인한 기생 곤충'을 가리키는 똑같은 비유
■스머티 레인 주변 노동자들
-신입 단원들이 자기 손에 남기는 자국을 시크뉴먼의 표식이라고 부름. 그러면서 정작 이것을 '이크뉴먼의 표식'으로 인식하고 있음.
※시크뉴먼 vs 이크뉴먼
1. 이크뉴먼 (Ichneumon) :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를 제거하는 수호자의 이미지
몽구스를 뜻하는 고대어로, 사회의 틀을 깨부수는 영웅적 인물의 상징으로 표현됨
2. 시크뉴먼 (Sichneumon) : 추적자이자 감시자
자신들의 사회를 파괴하려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추적하고, 감시하여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사냥개'나 '파수꾼'들을 뜻함.
스머티 레인 주변 노동자들은 이크뉴머니디인 메리 이래즈머스에 의해 영웅심리를 갖게 되고 이로써 손에 자국을 남기를 행위를 통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감시자가 되도록 조장된다.
이후 이들은 이 행위를 통해 영웅심리를 가지게 되는데 착각과 미화 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들을 교묘하게 뒤에서 조종한 이크뉴머니디인 메리는 여기저기 기생하며 정작 자신은 아무런 희생 없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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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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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 세계관에 '에놀라 홈즈'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더했다. 그리고 실제 사건이나 인물에 허구의 이야기를 더해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주요 주제는 역사적 사실에서 차용해 만들어졌기에 더 시선을 끈다. 이번 스토리에는 광견병(당시 새롭게 등장한 파스퇴르의 백신 치료)과 관련된 사건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며, 단순 추리뿐 아니라 당시 사회상과 계층 문제도 함께 다룬다.
홈즈 시리즈가 천재적 추리 탐정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에놀라 홈즈를 통해서는 여성 탐정이 가진 매력과 실제 현실 속 탐정의 활약상의 모습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어떻게 사람들 속에 스며들고, 팩트 체크를 하는지, 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어떤 분석과 조합을 이어가는지를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다.
그녀가 슬픔에 빠진 캐럴라인 발레스티어를 다독이면서도 사라진 울컷 발레스티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실제 여성 탐정들이 현실 속에서 실제 탐색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
그러니 단순히 '재밌었다'로만 읽기보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본다면 더 유익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울컷이 사라진 시점부터 그를 찾기 위해 시작된 숨바꼭질은 출판업계 이권 다툼을 넘어, 광견병 걸린 개로 이어진다. 그러다 결국 이것이 왓슨 박사와 리스터 박사와 연결되면서 치료제 예방 접종까지 연결되는 것을 보다 보면, 현대 의학이 발전해 온 과정을 압축적으로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것은 빈민층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고, 행적을 편견 없이 좇은 에놀라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풀지 못할 수수께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화내기 바빴던 러디와 철없는 동생의 행동으로만 치부했던 홈즈 오빠의 편견을 깨고 에놀라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을 모아 결국 자신의 가설을 증명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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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인상 깊게 다가온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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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하게 다가온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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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 운명? 나는 궁금해하며 '지~입'에 가려고 몸을 돌렸다. 러디라는 이 남자, 도대체 어떤 운명을 지녔기에 거기서 불려 나왔다는 걸까?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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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에]라는 표현을 그대로 살려 쓴 번역이나 표현력이 어쩐지 개인적으로는 꽤 유머러스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홈즈가(家) 막내딸이자 에놀라만이 가진 발랄함과 유쾌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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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나는 '상승하는 방' 안에 있었다!
내가 있는 그 방 전체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
그리고 내가 마주 보고 있던 거울로 된 벽이 저절로 스르륵 미끄러져 사라지며, 눈앞에 타지마할에 견줄 만큼 거대한 무도회장이 펼쳐졌다.
84~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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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하는 방', '거울로 된 벽이 저절로 스르륵 미끄러져 사라지며'라는 표현 덕분에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이 더 창의적으로 다가왔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 대신 에놀라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묘사 덕분에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이 더욱 재미있고 신비롭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여 탐정의 변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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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컷 발레스티어와 그가 실종된 상황에 관해 좀 더 깊이 알아내기 위해 얼굴을 더럽히고 콧구멍에 삽입물을 집어넣어 콧볼을 넓히고 치아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심지어 주먹으로 눈을 쳐서 아주 살짝 멍들게 해 눈물까지 고이도록 만들었다.
(...)
거기다가 몸 전체를 더러운 누더기로 감쌌고 낡은 신발을 입이 쩍 벌어져 맨발이 드러났다.
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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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컷 발레스티어의 실종 상황을 알기 위해 에놀라가 했던 변장 모습을 살펴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탐정의 면모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유명한 오빠 셜록 홈즈와는 다른 식의 접근이라 더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였다)
필요하다면 외적으로 망가지는 일도 불사하고, 때론 여성의 신분을 활용해 대중 속에 쉽게 섞여 들어가 정보를 알아내는 에놀라를 보면서 내가 배운 여성 탐정을 다시 떠올려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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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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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 탐정 수업을 듣던 와중 만난 책이라 더 반갑게 다가왔던 책이다. 마치 복습하듯 에놀라 홈즈를 통해 여성 탐정이 지녀야 하는 덕목이나, 탐정으로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질 같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마주한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천재라는 말을 달고 사는 셜록 홈즈와 다르게, 노력과 관찰, 분석 등을 통해 직접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에놀라를 보면서 더 친근한 기분이 든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실종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이권 다툼으로 인해 생긴 실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의외의 소재가 불쑥 튀어나오고 그것이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어 전체의 이야기로 번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작가가 참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잘 버무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들을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에놀라 홈즈라는 재기 발랄한 홈즈의 여동생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신선한 시각으로 재조명하면서 꽤 흥미진진한 서사 한편이 뚝딱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상류층과 빈민가, 남녀의 구분이 명확히 지어지던 시대에서 에놀라가 과연 어떤 식으로 또 사건을 풀어나가는지 기대가 되는 만큼, 다른 여덟 권도 찾아 읽어보려 한다.
여성의 시각에서 풀어낸 색다른 현실판 추리 미스터리 책을 만나보고 싶다면, 에놀라 홈즈를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