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처럼 생각하기 - 기후 위기의 지구에서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벤 롤런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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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간극이 큰 기후 위기에 대해 아빠가 두 딸에게 전하는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서평을 쓸까 한동안 꽤 고민했다. 단순히 아빠가 두 딸에게 쓴 편지글이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이 꽤 무거웠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네팔-티베트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대홍수를 뉴스로 접하면서 진짜 기후 위기를 눈으로 본 느낌이 들어 더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과거 수십 년간 세대 차이라 하면 보통 경제, 문화, 인식 차이를 이야기하고는 했다. 그런데 요즘 세대들에게 세대 차이는 여기에 더해 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플라스틱과 폐기물, 대기오염, 자원 고갈 같은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내용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이토록 많은 것들이 세대 사이에 끼어있어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 두 딸들과 이러한 세대 간 경험과 인식의 차이에 대해 진솔하게 나눈 이야기를 마치 일기를 쓰듯 오랜 시간 글로 남겼는데, 그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아빠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별도로 공부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구해 담백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해준다.


아빠가 살아온 날들과 지금은 기본 환경 베이스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우리가 지녀야 마음가짐이나 태도, 행동, 그리고 무게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당장 아이들이 책임져야 할 것은 아니라며,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어린 나이에 비해 아이들은 현실을 꽤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 어른보다 나은 인식과 방향성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한다.


총 35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아빠와 두 딸이 기후 위기에 대해 진솔하게 나눈 이야기를 편지글 형태로 쓴 것으로, 실상 열여덟 살이 되면 선물로 주고 싶어 쓴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의 아이들은 여러 매체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 일찍이 기후 위기는 물론, 비행기를 타고, 고기를 먹고, 자동차를 이용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기록한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이런 주제들에 대해 부모들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처해 회피하거나 덮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면 이 책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미래와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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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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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넘게 평화와 풍요로움을 경험한 민족은 이전 세대를 괴롭혔던 고난을 아주 쉽게 망각하지. 안정된 삶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해. 우리가 누리는 안정은 무엇이든 그 위에 쌓아 올릴 수 있는 견고한 바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밑에서 너무나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부드러운 카페인데도 말이야.

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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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고 있는 세대가 어쩌면 바로 이 '망각'의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동안 경제 부흥기를 거치며 성장의 궤도에서 앞만 보고 달렸던 세대.


그들 이전의 세대가 무엇을 겪었는지 현 세대는 다 잊었다. 아니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 알지 못한다. 아마 우리 다음 세대는 지금 세대들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들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현 세대는 다음 세대의 그런 고민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지금의 쾌청한 즐거움을 누릴 뿐이다.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는 지금의 갈등이나 문제와는 확연히 다른 더 큰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들로 이전 세대를 욕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까. 그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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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모든 게 더 따뜻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상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고 망가져 간다는 의미야."

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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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에 대해 단조롭게 생각해 왔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온난화 현상 같은 형태로 다가올 거라고.


하지만 최근 네팔-티베트 국경 지역의 대홍수를 통해 자연은 확실히 말하고 있었다. 세상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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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미래를 두렵고 막막하게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동일한 관점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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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데 괜스레 두려워졌다. 이미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유대감이나 공감이 많지 않다. 각자의 취향이나 관심사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세대 갈등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공감력과 의사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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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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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쓰고, 생활하는 모든 것들이 예전과 같지 않다. 경제성장 부흥기에 편리를 위해 생산하던 것들은 이제 고스란히 우리 미래 세대에게 책임으로 돌아오고 있다.


저자는 부모 세대와 후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며, 그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 인정하고, 앞으로 우리 인류가 자멸하지 않도록 여러 대안을 통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이런 모든 책임을 후세대가 떠안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 해결책으로 기성세대에게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젊은 세대에게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선택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위해 문화, 경제, 정치 등 전방위에 걸쳐 우리 모두는 환경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며 환경개선을 위해서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제는 자연도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라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토록 아프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책임 있는 태도로 시스템과 관점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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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한 게으른 산책자의 사랑과 삶에 관한 다정한 생각
제롬 K. 제롬 저자, 정혜엽 역자 / 우리네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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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과 삶에 대한 생각을 깊게 관찰하고 쓴 책!"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속았다'라는 느낌이었다. 사실 도입부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 읽어 나가며 살펴보니 '어라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이내 제목에서 받은 느낌과 책 내용이 너무 달라 그렇게 느낀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어쩐지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내용과 너무 다르더라니. 그래서 초반에는 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저자의 글 스타일과 내용 파악을 한 이후에는 쭉쭉 읽어나갔다.


책 제목과 다르게 이 책은 산문 형태의 에세이 글로, 일상에서 우리가 흔하게 보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 위트 있게 풀어낸 책이다. 살펴보면 꽤 오랜 시간 관찰력을 가지고 쓴 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래선지 저자만이 가진 감성이나 다정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둔 기억과 사물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글에서는 삶에 대한 온기와 색깔이 엿보이는데, 은근한 유머가 섞여있어 살며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가 관찰한 시선과 내가 바라보는 삶을 비교하며 사물과 감정을 떠올리는 맛은 은근히 쏠쏠하다.


이 책은 총 14편의 에세이를 엮어 묶은 산문집으로, 일상의 풍경과 삶에 대한 저자의 관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주제만 봐도 사랑, 허영과 허세, 옷차림, 수줍음, 날씨, 아기, 개와 고양이, 음식, 돈, 게으름, 성공, 우울, 기억 등 굉장히 평범한 소재를 활용했는데, 그래서 더 일상의 감각을 특별하게 떠올리는 느낌을 받게 한다.


너무 평범한 소재라 사실 보통의 일상에서는 쉽게 떠올리지 못하고 흩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이렇게 저자의 기억과 관찰력이 더해져 글로 탄생되고 보니, 이만한 주제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읽고 난 후 나 역시 잠시나마 내 주변의 아주 사소하지만 늘상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심도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어떻게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지,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말이다.


제목처럼 내용은 아주 낭만적이거나 서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저자만의 유머와 색다른 시선, 그리고 다정함이 엿보인다. 더불어 '시'는 아주 잠깐 등장하는 정도다.


만약 책 제목이 내용과 맞물리는 '일상에 관하여'라던가 내용을 바로 확 떠올릴 수 있는 것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또 다르게 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만약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거나, 너무 평범해서 미처 붙잡지 못하는 일상을 잠시 붙잡아 두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경험해 보면 어떨까.


읽다 보면 '아 이런 게 행복이지'라던가 '이런 게 일상이지'하는 삶의 의미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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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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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짜증을 던져버리지 못하면 우리 곁에 눌러앉아 슬픔이 됩니다. 작은 불쾌감을 가슴속에 품고 곱씹다 보면 큰 상처가 되고, 그 독기 어린 그림자 아래서 증오와 복수심이 싹트게 되는 것입니다.


욕설은 감정을 해소해 줍니다. 그것이 바로 욕설의 역할이죠.

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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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 고양이의 행동 패턴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때론 짜증이 나기도 한다며, 그것을 어떻게 해소하면 되는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장면이다.


저자는 사소한 짜증을 꾹꾹 눌러 담거나 참으려만 하지 말고 가끔 욕설을 통해 감정을 해소해 보라 이야기한다. 욕이라고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기보다 이처럼 감정 해소를 하는 용도로 써먹어 보면 어떨까.


물론 남들 앞에서 상스러운 욕을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꾹꾹 눌러 참아 감정이 곪아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밖으로 배출해서 해소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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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는 온 세상으로부터 멸시받는다. 기독교인이나 귀족이나, 선동가나 하인이나 할 것 없이 그를 무시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그 어떤 도덕 교과서의 격언도 가난한 자를 존경받게 만들지는 못한다.


사람들의 평판에 관한 한 겉모습이 전부다.

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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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은 불변의 법칙을 뼈 때리게 지적하고 있는 글이 아닐까 한다.


'가난한 자는 온 세상으로부터 멸시받는다'


어떤 이들은 아니라고,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거의 진실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평판에서 '가난'은 상위 순위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식, 인품, 외모 등 모든 것이 뛰어나도 가난한 자들은 쉽게 존경받거나 평판이 그리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에.


물론 후대에 겉모습을 배제한 업적이나 성과를 두고 칭송하거나 존경을 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을 배제한 상태에서만 오롯이 가능한 일이다.


돈에 쪼들린다는 것, 가난하다는 것은 사람의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나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그러니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여러 의미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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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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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읽은 사람이라면 나처럼 '속았다'는 느낌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 제목을 보면 '서정적, 시, 감성적'과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는 것에 비해 실제 내용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일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이거 뭐지?'하는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 내용 자체가 나쁘다거나 이상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너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당황스러웠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되었고, 삶 속에 존재하는 평범한 일상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는데, 하루의 목격담 형태로 일기를 써보는 것도 꽤 괜찮을 거란 아이디어까지 떠올렸다.


나를 관찰하고, 내 주변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눈여겨보다 보면 이처럼 하나의 에피소드 같은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지난해, 지난주, 어제 나는 어떤 생각과 삶의 온기를 가지고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살았는지를 살펴보는 좋은 기록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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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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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감각으로 사물에 새겨진 기억의 무늬를 따라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백희성 작가의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를 꽤 인상 깊게 읽어선지, 이번 신작인 '기억의 무늬'도 엄청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소재로 감동을 줄까 꽤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건축이 아닌 기억이 스며든 특별한 가구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반가운 이름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바로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주인공인 뤼미에르 클레제가 이번에는 도움을 주는 역할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딘가 익숙하다 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같은 이름이어서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문화유산을 제외하면 실제 사용하는 건축물이나 물건들을 대를 이어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이 책의 소재로 쓰인 아기 침대와 엄마 의자, 그리고 할머니의 에보니 침대를 보면서 물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애정을 가지고 아꼈던 어떤 물건을 다음 세대, 그리고 또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는 것이 가진 의미가 뭉클하게 다가와 더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홀로 파헤치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카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약간의 추리와 기억, 그리고 추억에 대한 회상신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뭉클한 지점과 감동의 순간을 몇 차례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두려움과 무거운 분위기에 살짝 마음이 일렁였는데,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추측과는 다르게 오히려 안타까움과 감동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감동이 배가 된 이유는 바로 카미가 앓고 있는 안면인식장애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더 오래도록 감촉과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달까.


아마 카미가 이런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과 같은 감동과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에 담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범인 혹은 진짜 중요한 가족을 찾는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발달한 '촉감'과 '관찰력' 덕분에 카미는 소중한 가족도,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기억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에 클라이맥스처럼 크게 훅 다가온 건 아기 침대였는데, 이 장면에 대한 묘사는 직접 글을 통해서 만나보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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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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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

-열여섯 살부터 매주 화요일이면 경찰서를 방문해 세 살이던 해에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 파일을 열람함

-부모님의 사고가 있던 날 뇌의 후두 측두엽 손상으로 안면인식장애에 대해 회복 불가능 판정받음


■뤼미에르 클레제

-카미가 안면인식장애에 대해 털어놓은 유일한 사람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동네 형

-전작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주인공


■프레드릭 르클레르

-카미 부모님의 사망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학교 친구들

-아마데우

-스토프 도네

-클로에 로헝(크리스토프의 단짝 여자친구)


■폴 가셰

-카미의 정신과 주치의


■시뇨라 로사

-카미의 이웃으로 토마토 마녀라고 불림

-카미의 식사를 잘 챙겨줌


■레옹 휘트모어

-학교 청소부


■알랑 교수

-아가일 패턴의 옷을 광적으로 좋아함

-추후 카미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


■쥬느비에브 마르셀링

-가구 디자이너


■카미의 부모님

-아버지 세바스티안 루

-어머니 셀린 루: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


■클레르 모로

-사망한 카미의 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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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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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에게는 들키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카미는 세 살 때 눈앞에서 사망한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패션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당시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남자가 자신을 껴안았을 때 느껴졌던 촉감을 카미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를 파헤치기 위해 온갖 섬유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학교의 온갖 섬유를 다 만져봐도 발견할 수 없었던 질감을 우연찮은 단서를 통해 발견하게 되면서 카미는 마침내 자신의 부모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또 자신이 몰랐던 가족사에 대해 알게 된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카미를 도와주던 수많은 주변 사람들과 카미 자신이 남들과 달리 특출나게 가지고 있던 능력인 '촉감을 기억하는 능력'과 '관찰력'이었다.


이로 인해 카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푸는 동시에 감동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더불어 자신이 어릴 때 사용했던 아기의자에 숨겨진 비밀까지 파헤쳐 지며 놀라움과 함께 가슴 벅찬 사랑까지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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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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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어 사람들의 눈, 코, 입이 마치 물결처럼 흔들려 보일 뿐이다.

(...)

하지만 내게는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촉감'과 '관찰력'이다.

15~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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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라는 말을 카미를 통해 실감한다.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지만 카미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덕분에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명을 들키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었다. 더불어 '촉감'과 '관찰력' 덕분에 숨겨져 있던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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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연결하는 것은 실이고, 결국은 모두 실이지. 박음질 실이 보이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란다. 두 장의 다른 천을 서로 연결하는 데에 결국 실이 이용된 건 변함이 없어. 처음부터 우리는 실의 여정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은 거다. 바늘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여행을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는 실로 시작해서 실로 여행을 끝낸 것이지."

(...)

"어쩌며 우리가 살면서 입게 되는 상처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구나. 상처를 낸 날카로운 칼이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새살이 돋지. 모두 실이란다. 똑같은 실이지. 경계가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남는 것은 실이지. 어쩌면 옷이라는 것은 말이다. 지능이 높아진 인간이 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든 것을 넘어, 어쩌면 삶에 난 상처를 꿰매고자 했던 본능에서 태어난 산물인지도 몰라."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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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실이 실인 것처럼. 우리는 실을 가지고 색다른 다양한 옷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실로 만들어진 옷일 뿐이다.


어쩌면 상처도 마찬가지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아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외관상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상처받은 것까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상처는 상처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상처 위에 삶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본능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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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쏘니에예요. 188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왕실 가구 전문 회사죠. 이 장식 문양을 보면 이 아기 침대는 박물관에 가 있어도 될 정도예요."


일이 이상하게 진행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숨겨진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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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몇 년 만에 찾은 부모님의 집에 있던 아기 침대. 그리고 이것을 눈여겨 본 가구 디자이너의 숨 막히는 제안으로 인해 무언가 조금씩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아기를 그만큼 사랑한 마음을 담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아기 침대를 발견한 시점으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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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록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세상에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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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


우리의 얼, 문화, 이념, 관념, 의식, 사랑, 존경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카미이기에 이것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오는 듯하다.


때때로 손때 묻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건들을 지극히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도 이와 비슷한 감정과 온도를 기억하고 소중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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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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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이라는 이름과 에보니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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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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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 문화(빨리빨리)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유독 더 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의 무늬>. 개인적으로는 물건 하나를 살 때 신중하고, 또 한 번 소유하게 되면 오래 소장하면서 아끼는 습성 때문에 소장하는 물건들은 나만의 손때와 온도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구(에보니 침대, 아기 침대+엄마 의자)도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오래 사용해왔다, 대를 이어 사용해 왔다는 숫자적 개념을 넘어서 아끼고 애정했던 마음과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라는 점에 있어 더 애틋함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그것들을 유산으로만 남겨두기 보다 현재 쓰임에 맞게 변화시켜 계속 사용한다는 점에 있어 더 큰 의미가 있는 물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요즘 세상을 살펴보면, 한 번도 사용하지 않거나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정말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에보니 가구가 유독 더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추억과 사랑을 가득 담은 온기 있는 물건으로써 매우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세 살 때 부모님을 동시에 잃은 것은 물론 안면인식장애로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는 주인공 카미에게 있어 엄마 혹은 부모님의 존재는 기억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에보니 가구와 타고난 능력이 더해져 그는 '아기 침대'와 '엄마 의자'를 통해 엄마의 흔적과 애정을 깊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보통 대물림이라고 하면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덕분에 대물림의 긍정적 시너지는 물론, 손 때가 묻은 물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떻게 쓰이느냐,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물건도 사람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고 인식되는 듯하다. 낡았다고 오래되었다고 버리거나 방치하기보다 카미의 아기 침대처럼 오래도록 애정을 주고 그에 얽힌 추억을 상기하며 사용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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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 제1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81
김양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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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현빈이의 주변에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사람들이 꽤 많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아버지부터, 성장하면서 하나둘 만나게 된 학급 친구들, 그리고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아줌마까지.


그런 환경에 일찍이 노출된 탓일까? 현빈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엄마 속을 썩이지 않는 착하고 순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의 사이는 어딘가 모르게 데면데면했는데,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에 들어서며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요한'을 만나게 되면서 현빈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펼치며, 편견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요한과 병진의 이야기를 함께 곁들이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편할 날이 없었던 현빈은 눈치껏 착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아버지와는 그래서인지 늘 서먹한 사이로 지내왔는데, 그러다 중학교 2학년에 들어서 아버지와 어딘가 비슷한 요한을 만나게 되면서 현빈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읽다 보면 단순히 장애를 가진 이를 도와주는 선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같은 선상에 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깨달음을 주는 부분들이 많았다.


평소 무심코 나와 다른 혹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그냥 넘겼던 상황들을 반성하게 되면서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또 설사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오더라도, 사람 사이에 왜 그랬는지를 되물어 주는 것,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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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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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빈

-주인공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과 접점이 많음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가 점차 치유됨


■성요한

-남들과 다른 면모를 보임

-영어와 과학은 잘하지만 눈치는 없고 시끄러움

-비린 반찬은 못 먹음

-2학년 3반의 밉상으로 등극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를 앓고 있음


■오동구

-처음에는 요한을 괴롭히지만 나중에는 친구가 되어줌


■박병진

-현빈의 아버지

-직무 유기형 인간


■동숙

-현빈의 어머니

-생활력이 뛰어남


■제인

-현빈의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

-현빈에게는 어딘가 좀 이상한 사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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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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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묘하게 어딘가 이상한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현빈은 어머니의 말을 잘 따르는 착한 아들로 성장하게 된다. 현빈은 자라면서 아버지를 비롯해 학급에서 꼭 한두 명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혹은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2학년 때도 어김없이 그런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요한'이다. 요한은 영어와 과학은 늘상 만점을 맞을 만큼 뛰어나지만 눈치는 없고 늘 시끄러워서 2학년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3반의 밉상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그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런 요한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던 현빈은 우연찮게 그를 도와주게 되면서 요한과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던 중 요한을 괴롭히던 아이 중 하나인 동구마저 이 둘과 친해지게 되면서 셋은 어울려 다니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숨겨져 있던 사정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 책은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은 장애보다 어쩌면 그런 장애나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삐뚤어진 시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야기로 끝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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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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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상식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음... 내가 옳다고 믿는 사람 편에 서 주는 거?"

"옳다고 믿는 사람이 틀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같은 편을 먹어 준다는 게 더 중요한 거야."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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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상식적'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의미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에.


하지만 '같은 편을 먹어 준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에 있어서는 백 퍼센트 공감한다. 누군가 내 편이 되어 준다는 것, 누군가의 편을 들어준다는 것만큼 든든한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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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올 때마다 엄마는 '물어보나 마나'라고 했다 속 시원히 말을 해 주지도 낳을뿐더러, 돌아오는 대답도 '들어보나 마나'라고. 요한이가 화난 이유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듣고 나면 '요한이가 요한이 했네' 정도의 것. 하지만 물어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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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지레 짐작으로 물어보나 마나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거나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물어봐 주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내 기준에서 어차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때론 한 번쯤 물어봐 주면 어떨까? 그 관심과 질문이 때론 사람 하나를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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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 판단이 안 설 땐 솔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엄마가 말했다. 거짓말을 하면 당장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반드시 일이 꼬이게 돼 있다고.

엉킨 실타래는 풀거나 잘라 내거나, 둘 중 하나라고.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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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안 설 때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은 세월이 흘러도 인생 진리의 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엉킨 실타래는 끊어내거나 아니면 푸는 방법밖에 없기에.


만약 예상치 못하게 꼬인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진심을 전해보자.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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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그랬다는 말, 참 무책임해. 그치?"

"알면서도 그래요, 사람들은."

1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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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말 중에 하나가 바로 '몰라서 그랬다'는 말 아닐까?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알면서도 그러는 걸 보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법을 공부해 보니 법에서는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도 몰라도 지킬 건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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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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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슷하게 들리는 아스파라거스라는 제목으로 위트 있게 지은 이 책은 사실 아스퍼거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주목한 이야기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으레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고는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형태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아마도 그런 점에 주목해 이 소설을 집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문제는 장애가 아니며 그것을 대하고 바라보는 시선에 있는데, 그 중심에는 늘 착하게만 살아온 현빈이 있다. 현빈은 장애와 비장애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 소설 속에서는 융합을 담당하는 역할로 잘 표현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요한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캐릭터로 표현되는데, 또 다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현빈은 직설적인 동구와 천진난만한 요한 덕분에 제 나이 또래에 맞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더불어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서 안정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현빈과 동구, 그리고 현빈의 앞집에 사는 제인으로 인해 요한 역시 산만함이 어느 정도 정돈되기 시작한다.


동구 또한 못된 버릇을 버리고 결핍을 친구들을 통해 채우게 되면서 씩씩하고 활달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


평소 무심코 넘겼던 일들을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는데,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 그리고 작은 말 한마디라도 물어봐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또 장애를 가진 것보다 어쩌면 편견이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더 나쁜 행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이런 관념이나 가치관을 가르쳐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분류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나름의 추측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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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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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실험을 통해 과거 인류의 삶을 보다 쉽게 설명해 주는 책!"



오랜만에 벽돌책을 마주했다. 사실 벽돌책을 마주하는 자체가 여러 이유로 부담일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어릴 적 고고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냥' 고고학이 아닌 '실험하는' 고고학이라니. 이처럼 색다른 수식어는 어쩐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렇게 나는 덥석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역시나 첫인상은 어마어마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682페이지를 자랑하는 두께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첫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를 시작했고, 책은 의외로 인류의 흐름을 따라 쓱쓱 읽혔다.


고고학이라고 하면 으레 역사와 맞물려 정적인 느낌과 더불어 지루한 성격을 띠는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실험하는 고고학이다 보니 동적인 느낌에 더해 픽션 형태로 과거 삶을 재조명하면서 생동감 있고 생생한 고증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초기 인류부터 지금의 인류 모습에 이르까지의 과정을 주요 나라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간중간 당시 삶과 생활을 실험 고고학을 통해 재현 및 체험하는 과정들이 더해지면서 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그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삶의 의미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가만히 놓여있는 유물을 보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진짜 과거의 삶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본 과정을 통해 초기 인류부터 고대, 중세, 현대, 그리고 현생에 이르기까지의 인간의 진화, 도구의 사용, 그리고 삶의 모습까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에 국한된 것이지, 실제로 우리가 그 삶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바라본 과거 그들의 삶은 마치 3D 혹은 4D를 보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열매를 따 먹었다'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나무를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따먹었는지를 이 책에서는 생생히 재현해 내기 때문이다.


덕분에 거의 700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읽는 동안에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생동감 넘치는 허구 스토리에 푹 빠져 마치 빵 냄새를 좇듯 계속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저자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가슴을 크게 울릴 만큼 깊게 파고든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현실 고증을 통해 진짜 과거 언젠가 있었을 것만 같은 내용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실험 고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직접 시대에 맞는 여러 직업군을 체험해 본다. 공학자, 화학자, 미생물학자, 셰프, 미용사, 문신 전문가 등 당시의 방식에 맞춰 직접 생활상을 체험해 봄으로써 이야기를 더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특정 사건이나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설화나 민담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덕분에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들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할 당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아프리카 카야테나 남아메리카의 아사나 이야기, 절박하고 피폐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폴리네시아의 로아와 로마의 지르미나, 인간의 욕망과 욕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집트 아몬, 캘리포니아 나두의 이야기와 바이킹 시대 키아란, 중국 자오롱에 대한 이야기 등 읽다 보면 그 재미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고대인의 일상을 탐구하는 체험에 직접 참여하는 장면들을 통해서는 고대인들이 얼마나 놀라운 지능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을 안타까워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이 다시금 바로 잡히기를 소망했는데, 아마도 실험 고고학이라는 현실적 고증을 통해 더 현실감 돋는 개념이나 이해, 의미 등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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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흐름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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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 사회(평등 지향) → 정착·원예 농업(차탈회위크) → 집약 농업(인구 증가·불평등 심화) → 국가·문명의 등장(부와 권력 집중) → 고대·중세 사회(계층·권력 구조 발전) → 현대사회(물질적 풍요와 새로운 불균형)


※차탈회위크

기원전 6500년경 현재의 튀르키예 지역에 형성된 신석기 시대 초기 정착 공동체로, 집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고 지붕을 통해 집 안팎을 오갔던 독특한 구조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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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셈법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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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머니는 창끝 몇 개와 교환할 거야?"

"양 손가락 전부."

모하는 10개를 원했다.

"한 손에서 하나를 빼고 줄게."

모하는 침을 삼켰다.

"한 손에서 하나 더 얹어서 줘."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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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숫자를 나타내지만 표현방식이 독특해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다. '양 손가락 전부'는 10개, '한 손에서 하나를 뺀 것'은 4개, '한 손에서 하나 더 얹은 것'은 6개를 나타낸다.


쉽게 10개, 4개, 6개로 표현하다가 이렇게 색다른 표현법을 보니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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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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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유리 진열장의 유물을 보는 것도 꽤 좋아하지만, 그걸로는 어딘가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도구나 생활방식을 마주한 적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설명을 읽어가면서 납득하거나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눈에 그리듯, 마치 내가 그들의 삶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글 덕분에 한동안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들이 왜 좌절을 맛봐야 했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갔는지, 또 과거 어딘가로 사라져야만 했는지를 경험하고, 느끼면서 이야기를 살펴보다 보면,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삶 한가운데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꽤 긴 시간 투자를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느꼈던 삶 속에서 잠시 들어가 기쁨, 슬픔, 아픔, 고통 등을 보고 느끼고 맛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어쩌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는 이 시간이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또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고고학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실험 고고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면서 어쩌면 이런 고고학 분야도 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삶의 본질을 직접 느끼면서 과거 고대인들이 살았던 방식을 제대로 알려주는 실험 고고학의 발전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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