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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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용인되고 있는 가짜 정의를 분석하고 진짜 정의를 되찾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책 제목을 보고는 '가짜 정의'가 뭘까 은근한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날카롭고 핵심적인 내용들을 많이 품고 있는 책이었다. 그만큼 읽는 게 쉽진 않았다.


살면서 '정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은연중에 사용하지만 실제 우리가 제대로 알고 정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용인하고 있는 정의란 무엇이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사상과 상황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다룬다.


고비고비 문단을 넘으며 한 세대가 살아온 시대를 들여다보고, 그들이 가진 불안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세대별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잘못된 가짜 정의에서 벗어날 방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올바른 정의를 되찾아 건강한 나, 우리,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정의'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마음을 진단하여 사회구성원들마다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는 이유와 그 배경, 그리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가짜 정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진짜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함께 제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현시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거나 가독성이 좋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조목조목 읽다 보면 세대갈등이나 사회조직원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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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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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특징


1. 중장년 세대

앞으로 나이를 더 먹더라도 변질될 가능성이 별로 없을 정도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세대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면, 중장년 세대는 분명 이를 강력히 지지하는 주요 추진 세력이 될 것이다.


2. 극우 세력의 강력한 지지집단인 노인 세대

오늘날 한국의 노인 세대는 '공포형 보수'다. 보수는 크게 합리적 보수와 비합리적 보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합리적 보수란 이성적 사고로 보수 이념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고 신봉하는 이들을 뜻한다.


한국 보수 성향 국민 중 압도적 다수는 비합리적 보수로, 이성적 사고에 기초하여 따져봤을 때 보수 이념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신봉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보수 성향 국민 대부분은 대체로 힘없고 못 배운 어르신이다. 사회적 약자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보수 지지자가 된 것일까? 반국가 세력으로 몰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이들은 이런 공포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수 완장을 차고 보수 집회에 나가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재 정권으로부터 자신이 열렬한 보수임을 인정받으면, 적어도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들 노인 세대는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공포를 통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보수 이념을 선택한 공포형 보수 혹은 생존형 보수 집단이다. 그렇기에 마음 깊은 곳의 극우 세력, 군대, 국가폭력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들은 보수 이념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


3. 청년 세대

청년 세대는 여전히 집단주의적 정의나 사회정의보다 개인주의적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사회 개혁을 통해 부조리나 불평등을 해결하기보다 개인 간 경쟁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청년 세대는 사회적 차원의 정의보다 개인적 차원의 정의를 선호하며, 이를 '공정'이라 일컫는다. 공정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가치다.


청년 세대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믿기에 부정의한 사회에 체념하고 개인 간 경쟁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경쟁을 지배하는 규칙만이라도 공정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과도하게 집착한다.


거대한 악에 저항하지 못하니 소소한 악에 분노할 뿐이다. 세상을 바꾸지도 못하는데, 개인 간 경쟁마저 불공정한 규칙의 영향을 받는다면 더 이상 기대할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가짜 정의 유형 4가지


1. 능력주의 정의론

▷개인의 능력과 성과만으로 정의를 판단하는 관점

▷사회적·구조적 불평등을 무시하고, '노력했으면 당연히 얻는다'는 논리로 포장된 정의


2. 기계적 공정

▷형식적·절차적 공정만 강조하고, 결과나 맥락은 고려하지 않는 정의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평등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

▷예시: 학교 시험에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시험 문제와 시간을 제공. 겉으로 보면 완전히 공평해 보이지만, 집안 환경, 사교육, 건강 상태, 개인 능력 차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임.


3. 페미니즘이 문제라는 착각

▷사회적 약자의 권리 주장이나 평등 요구를 과도하게 공격하며 정의를 왜곡

▷여성이나 특정 집단의 요구를 '정의의 문제'로 잘못 판단


4. 내가 곧 정의라는 착각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신념을 정의로 착각

▷자신의 판단이 곧 사회적 정의라고 믿으며, 실제 정의와 공정성을 혼동



■진짜 정의로운 사회


1. 기본생활권 보장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을 누리는 것

▷생존권·기본적 필요 충족이 먼저 되어야 진정한 정의 실현 가능


2. 실질적 평등

▷단순한 형식적 공정(절차만 맞춤)이 아닌 맥락과 환경을 고려한 결과적 정의

▷기계적 공정만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


3. 사회 구조 개선

▷법·제도·정책을 통해 약자와 소외된 계층 보호

▷개인의 능력·운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안전망 강화


4. 개인과 공동체 균형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존중하면서, 모든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를 유지

▷단순히 개인의 정의감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정과 평등을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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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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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부정의한 한국 사회를 어쩔 수 없이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부정의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다.

(...)

능력주의는 배경의 불평등과 결과의 불평등을 긍정하는 상태에서 공정한 기회와 경쟁만을 떠드는 가짜 정의론이기 때문이다.

105~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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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문장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부정의한 사회를 한 개인이 어쩔 수 없어 용인하지만, 그렇기에 마음 깊은 곳에는 깊은 분노가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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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삶을 강요당하는 한국인은 고통을 경쟁하는 중이다. 더 큰 고통에 더 큰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해 차별을 찬성하는 셈이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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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경쟁 중'이라는 말이 공감 가면서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행복한 삶을 꿈꾸면서 우리는 왜 항상 고통을 경쟁 중인 걸까.


그래서 어쩌면 더 고통만큼 보상에 대한 욕망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남이 잘 되거나 쉽게 되는 꼴을 못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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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는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1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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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위의 문장을 가슴에 잘 새겨 두었으면 좋겠다. 함께 고민하고 다른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현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귀중한 가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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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차원의 불평등은 해결 불가능하다고 보는 청년 세대의 눈에 시험은 불공정의 대척점에 있는 공정, 혹은 정의로 보일 수 있다.


나아가 대부분 한국인에게 시험은 공정과 정의의 상징이자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

한국인이 기계적 공정과 시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은 사회적 불평등을 용인할 테니 제발 개인 간 경쟁만이라도 공정하게 진행하라는 처절한 호소에 가깝다.

132~1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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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문장 중 하나다. 사회적 불평등은 용인할 테니 개인 간 경쟁만이라도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니.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지 않으면 청년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사실 나 역시 공감되고 이해되는 문장이라, 한편으로는 이들의 호소가 눈물겹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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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중 가장 중요한 정의가 인간관계의 정의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의론은 이 문제에 지극히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 여러 번 말하지만, 불평등은 관계의 정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간관계의 평등이 전제되어야 관계가 정의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평등은 관계 정의를 실현하는 전제이자 필수조건이다. 결과의 불평등은 인간관계를 불평등하게 만들어 정의를 파괴한다. 부의 재분배, 즉 결과의 불평등을 교정하려고 하지 않는 정의론은 관계 정의를 회피하므로 부족한 정의론이다.

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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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어쩌면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이자 필수조건인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 살기에, 이처럼 모든 것이 가짜인 세상에 놓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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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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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부릅뜨고 읽다 보면 꽤 날카롭고 비판적 시각에서 잘 쓰인 책이다. 하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뭔가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뜯어봐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전체를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세대갈등의 원인이나 심화의 이유는 제대로 마주 볼 수 있다.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스템, 가치관 등이 잘못된 방향으로 잡혀 있다는 것 또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이것들을 바로잡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방법까지 제시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알려준다.


항상 불공평한 사회 속에서 욱여넣듯 꾸역꾸역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말한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된다면 지금보다 심적으로 많이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샘솟는다.


언제쯤 우리는 이처럼 이상적인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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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문장들 -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전의 명문장 100 CLASSIC RE:READ
김지수 편역 / 마음시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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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두고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고전 명문장 모음집!"



이 책은 앞서 읽었던 <고전 명문장 필사 100>에서 필사 페이지를 제외하고, 문장과 줄거리만을 담아 새롭게 재구성한 책이다. 가방에 쏙 넣어 가지고 다니기 좋을 사이즈라 출퇴근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보통 고전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 명문장을 먼저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만큼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명문장을 읽다가 만약 특정 문장이 마음에 들어와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책의 후반부에 실린 64편의 간단한 줄거리를 통해 확인해 보자.


여기에서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원문을 읽고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된 체크리스트에 표기도 해볼 수 있다.


총 100개의 글,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미니 사이즈의 포켓북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쉽게 꺼내볼 수 있는데, 내용 또한 부담 없다.


평소 고전에 관심은 있는데,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거나, 간략 줄거리가 궁금했다면 이 책을 통해 고전에 입문해 보면 어떨까 한다.


▷1장.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기쁨과 희망,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관한 고전 명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2장.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는 고전 명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3장.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맺는 관계들에 대한 고전 명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4장.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고독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함에 대한 고전 명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5장. 우리가 겪는 역경과 그 속에서 찾아낸 용기, 희망의 의미를 되새기는 명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읽었던 필사 책이 자리를 잡고 읽게 되는 책이라면, 이 책은 휴대하기 좋아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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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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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서두를 필요 없어요.

반짝일 필요 없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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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한 내 인생을 그냥 살자.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속도를 겨룰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나로서 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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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도둑이나 살인자를 두려워하지 마. 그들은 우리 외부에 있는 아주 사소한 위험일 뿐이야.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야. 편견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도둑이며, 악덕이야말로 진정한 살인자야. 진정한 위험은 우리 내면에 있어. 우리의 머리나 지갑을 위협하는 자들보다 우리 영혼을 위협하는 것들을 더 걱정해야 해."

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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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을 망치는 가장 큰 위협은 사실 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타인의 말에 휘둘려 정체성을 잃는 것.


부디 스스로를 그런 나락 속에 빠뜨리지 않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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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그렇다 해도 자네가 알아둬야 할 것은,

세월과 함께 잊히지 않는 기억은 없고,

죽음과 함께 끝나지 않는 고통은 없다는 걸세."

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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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혹은 "모든 것은 지나간다"라는 말이 있다. 만약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조금만 더 버텨보자.


세월과 함께 이 모든 것들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그땐 그랬지'하며 떠올리는 시절이 올 것이다. 그러니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보면 어떨까? 고통도 추억으로 남는 때가 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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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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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명문장뿐 아니라, 원작 줄거리, 더 나아가 원문을 체크하며 읽을 수 있는 구성으로 꽉 채워져 있어 고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지침서가 되어 준다.


꼭 원문 먼저 읽고 명문장을 떠올리는 순서로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명문장에서 나만의 깨달음과 지혜를 얻었다면 거기에서부터 거꾸로 책을 읽는 순서로 접근해 봐도 괜찮다.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명문장이든 스토리든 원문이든, 일단 끌린다면 읽어보자.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고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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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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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생생하게 그려지는 알래스카에서의 치유 이야기"



투명하고 새파란, 빙하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빡빡한 현실과 두려움 너머의 비현실 속 사이를 오가게 된다.


그 속에는 우연한 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얻게 된 이지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다. 대한민국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것 없이 빡빡한 생활을 하던 그녀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얻게 되면서 결국 직장에서 잘리게 된다.


치료를 위해 온갖 병원을 찾아다녀 보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중 우연히 네이버의 한 카페 정모 모임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방법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알래스카로 훌쩍 떠나게 되는데, 거기부터 서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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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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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대한민국 → 알래스카


□알래스카에 있는 트랩 라인

-강이 흐르다 바다와 만나는 지점

-주로 사냥을 해서 먹고사는 수렵 채집인들이 덫을 놓고 동물을 기다리는 곳

-야생과 문명의 마지막 경계선

-삶과 죽음의 경계선


■김이지(캐스퍼)

-38세

-경미한 교통사고 이후 오른손과 팔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앓게 됨

-이후 8년 다닌 직장에서 잘림

-온갖 병원을 다녀도 팔의 통증은 낫지 않음(9개월)

-우연히 '복합통증증후군 치유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한 논문을 발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알래스카에 있는 한 한의원을 찾아가게 됨


■박 대표

-이지의 사진학과 선배이자 직장 대표

-현실적인 이유로 이지를 해고


■고담

-40대

-알래스카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오게 됨

-이지가 발견한 논문 속 한의원의 원장


■은하

-고담의 아내


■밥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이트

-논문 속 주인공


■리토

-일본인

-한의원의 1층에서 꽃집 운영 중

-과거에는 도쿄 전력에서 일하던 공무원

-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로 아내를 잃음

-이후 알래스카로 오게 됨


■캐롤라인

-40대 초반

-폴란드인

-본업은 마사지사

-이지가 알래스카에서 머물던 쿠바 모텔에서 장기 알바중


■미세스 정

-남편과 관계가 소원.

-고립되어 살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삶의 활력을 얻음


■핌

-한인 민박에서 일하고 있음


■시차 유령

-뒤집힌 형태의 중절모의 모습

-어릴 적 이지와 사유가 만든 캐릭터

-이지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기 전날 구입한 동화책 속 주인공이자 이지의 악몽


■박사유

-시차 유령을 쓴 동화 작가(무스)

-유치원 시절 이지의 친구

-그리니치 유치원의 핼러윈 파티가 끝난 후 끔찍한 일을 당함(베런의 첫 번째 피해자)


■알렉스 베런

-57세

-소아성애자

-세계 각국을 옮겨 다니며 아이들을 성추행

-인터폴 수배 중

-처음 성추행이 시작된 곳이 한국의 '그리니치 유치원'이었음

-그에게 당한 아이들의 수만 해도 약 100여 명이 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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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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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일을 하며 빡빡한 삶을 살아가던 이지는 회사 대표의 개를 산책시키던 중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후 극심한 오른팔 통증을 겪게 되고, 이 일로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되면서 결국 회사에서도 잘리게 된다.


어렵사리 복합 통증 증후군이라는 병명은 알게 되지만, 전국 어떤 병원을 가도 통증을 완화시키지 못하자 매일 섭취하는 수면제와 진통제의 양도 무시무시하게 늘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네이버 카페의 한 모임에서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한 사람을 치료했다는 논문을 발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이지는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논문의 주인공이 있는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고담이라는 한의사를 만나게 되지만, 그는 자신이 치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막막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결국 오른팔 통증의 근본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눈보라가 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두려움과 마주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과 달리 도망가지 않고 두려움과 맞서며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끝내 야생과 문명의 마지막 경계선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인 트랩 라인에 이르며, 과거의 고통은 물론 오른팔의 통증 역시 치유된다. 여기에는 물리적인 치유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


알래스카에는 이지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고통을 껴안고 이곳에 방문한 이들이 가득한데, 그들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치유해 가는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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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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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t live every day like that, but you have to live today, right? Isn't it?"

(매일을 그렇게 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지? 안 그래?)

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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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지치고 힘든 날들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이 문장을 떠올려 보면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 하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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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을 때까지 존엄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

289~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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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사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만난 고담의 아내 은하가 한 말로, 그녀는 마지막 순간 존엄한 죽음을 위해 홀로 트랩 라인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아마 그런 그녀의 마지막 잔상을 이지가 마주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존엄한 존재로, 누구도 그것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극심한 아토피라는 산을 넘고, 또다시 암이라는 산을 만난 은하는 아마도 마지막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트랩 라인을 넘은 것이 아닌가 싶다.


비현실 속 모습이었지만, 마지막 은하의 모습이 밝고 쾌활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런 존엄이 지켜졌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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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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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정도다. 여기에 더해 개연성 있게 시작된 오른팔의 통증 덕분에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고, 긴 호흡으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알래스카라는 공간은 기본 방향성과도 너무 딱 맞는 공간적 요소로 다가온다.


존재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상상으로 채워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뼈대에 살이 덧붙여지는 느낌이다.


마지막은 훈훈하고 따뜻하게 마무리되며, 차갑게만 느껴지던 알래스카가 어쩐지 신비로우면서 인연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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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두 마리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박혜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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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



롱폼으로 챙겨보는 유튜버가 몇 안 되는데, 최근 그중 몇몇이 신기하게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유튜버의 책 중 하나로,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저자는 대구에서 스타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남편과 가족을 위해 네덜란드로 이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이제 겨우 적응해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영상에 다 담아내지 못한 속 이야기와 후일담들을 이 책에 담았는데, 덕분에 '인간 박혜령'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유튜버 박혜령'보다 '인간 박혜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유튜브 영상의 후일담, 저자의 생각과 꿈, 행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상을 통해서는 깊이 알 수 없었던 그녀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보통 보여지는 채널들(SNS를 비롯해 유튜브 등)에서는 행복한 모습, 화려한 모습 등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적인 고뇌와 고민들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기존보다 동질감과 공감력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잠시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았던 기간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힘들었구나'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삶, 가족, 행복,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부터 네덜란드에 대한 깨알 정보까지 담아낸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의 행복과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의 경우 주변 사람들로 인해 삶에 대한 태도나 방향이 많이 바뀐 케이스인데, 그래서 어쩌면 그들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봉택이를 잃어버린 에피소드를 보면, 처음에는 너무 극단적 반응이 아닌가 싶었지만, 사정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아이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양상을 많이 보이는데, 내가 보기에는 버릇없어 보이는 모습들이 꽤 보여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분량을 조금 줄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영상 너머의 이야기와 그녀의 속 깊은 마음을 엿볼 수 있어 꽤 좋았다. 아마 이후 업데이트되는 영상을 볼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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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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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아버님이 남긴 '가족' 카드 한 장을 간직하고 있다.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그 글씨에서 이 모든 연결이 시작됐다고 믿는다. 그 두 글자는 낯선 땅에 도착한 나와 세랑이 그리고 강아지들까지 보듬어주겠다는 따뜻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부엌에서 그 마음을 흉내 낸다. 내 방식대로.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 아니라 이 낯선 땅에서 나라는 사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그래서 요즘은 요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좀 더 나다워지는 느낌이 드니까.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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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은 굉장히 훈훈하고, 힐링 되는 포인트가 많다. 나이가 꽤 많은 네덜란드 시아버지는 손수 한글로 '가족'이라는 글자를 써서, 이민 온 가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이런 따뜻한 가족과 함께 이민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저자는 이민 첫해에 꽤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심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리를 찾았다. 한국에서는 요리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그녀가, 가족이 생기고 네덜란드로 이주하면서 오히려 요리에 흥미를 붙이게 된다.


자신만의 의미를 더하게 되면서, 설자리를 스스로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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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도 않고 비판할 지점도 존재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네덜란드인이 '모양'보다 '실용'을 택하고,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편안함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그런 태도 앞에서 나는 종종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맞아. 좀 없어 보이면 어때. 오히려 있어 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게 더 없어 보일지도 모르잖아.

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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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삶을 추구하며 사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저자는 서서히 스스로 품고 있던 편견을 깨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삶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나보다 타인의 시선과 말에 더 신경 쓰며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목을 읽으며 '나'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맞다. 어쩌면 있어 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없어 보이고 찌질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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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네덜란드의 차이점>


▷아이들의 용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네덜란드는 만 4세부터 초등학교에 간다.

▷네덜란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문화다. (주 3~4일만 일하고 나머지는 아이와 보내는 일이 흔하다)

▷네덜란드 부모들은 아이와 잘 논다.

▷큰 규칙은 엄격히 지키게 하되, 웬만한 건 자유롭게 두는 편이다.

149~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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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 들여오면 좋을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용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부분은, 과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문화가 아닐까 싶다. 너무 유난스러울 필요는 없지만, 요즘 우리나라 어린이집을 보면 유난도 그런 유난이 없다. 엄마도, 선생님도, 심지어 아이들조차 용모뿐 아니라 이것저것 너무 유난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 점도 꽤 흥미롭다. 그만큼 복지와 혜택이 잘 되어 있다고 하니, 한국에도 시급히 적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와 제대로 놀지 못한다. 그런데 네덜란드 부모들은 말 그대로 '잘 논다'고 한다. 부모 모두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문화와 복지가 더해져 형성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항목도 눈에 띄는데, 학교나 직장 등이 너무 경직되지 않으려면 큰 규칙은 반드시 준수하게 하되, 웬만한 것들은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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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랑이가 태어난 뒤 절실히 깨달은 건 우리 중 누군가 아프면 집안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다. 나의 건강과 멘탈을 챙기는 일은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동시에 가장 이타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바로 서야 비로소 주변을 돌볼 힘과 여유가 생긴다. 숨이 가빠지고 근육이 타들어가는 그 순간이, 결국은 가족에게 더 따뜻하게 웃어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조금 거창하지만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이라고 믿으면서 오늘도 운동 완료!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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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 역시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으로, 나의 건강과 멘탈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이타적인 행동이 아닐까 한다.


내가 있어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삶의 가장 우선순위에 자신을 두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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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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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그저 좋아 보이는 것, 행복해 보이는 것 말고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의 진짜 인생을 살짝 엿본 느낌이다. 덕분에 이런저런 핑계로 잠시 미뤄두었던 내 인생도 다시 끄집어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위안도 얻을 수 있었는데, 먼저 고비를 잘 넘겨 자신만의 자리와 인생을 찾은 저자를 보며 나도 용기와 힘을 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됐다.


점점 더 웃을 날이 많아질 수 있도록, 내 삶의 균형과 여유, 즐거움을 찾아 나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다정함을 건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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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없는 우정 - 경계를 허무는 관계에 대하여
어딘(김현아)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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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다가왔던 '어딘' 작가의 시절 인연 이야기"



책 제목을 보고 <격 없는 우정>이란 어떤 걸까 내심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솔직히 말하면 공감대를 이룬 문장은 거의 없었다.


나이, 성별, 인종, 국적 상관없이 나눈 우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펼쳐져 있었음에도, 그중 어떤 것도 나의 생각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글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하는 의문만 제기되는 글들만 꽤 많았다. 그래서 한참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이 책은 작가 자신의 내적 경험과 결을 따라가지 않으면 잘 이해하기 어려운 기록물이라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독자들은 쉽게 읽히는 에세이를 기대하고 책을 펼치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저자 자신의 닫힌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 거리감을 느끼기 쉽다.


한마디로, 독자가 쉽게 파고들 수 없는 작가만의 시절 인연을 기록한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20대 시절부터 50대 현재까지의 삶을 생생하게 담은 산문집으로, 나이·성별·인종·국적에 상관없이 나눈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을 풀어내는 방식은 독자의 공감이나 이해를 우선하기보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인연을 그만의 감정선으로 풀어낸 것으로, 작가만의 기록에 가까운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독자가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저자의 경험이나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하나하나의 글에 깊이 빠져들기 어려운 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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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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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씨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으신가요?"

(...)

"아니요."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

"반복이 싫어서요. 동일한 것들의 무한 회귀, 사랑마저도. 자발적 멸종 주의자예요."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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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발적 멸종 주의자'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위의 대화를 통해, 이 말을 이해하게 된 동시에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처럼 명확히 '나는 자발적 멸종 주의자예요'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그런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비혼 주의자도 많고, 결혼을 해도 아이 없이 사는 딩크족도 많다. 저자는 그런 삶을 두고 후대를 남기지 않고 스스로 소멸한다고 해서 '자발적 멸종 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은 저자의 말처럼 무한 회귀나 반복을 꺼리며, 나만의 창의적인 삶을 선택하기 때문에 '자발적 멸종 주의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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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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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우정에 대해 다룬 점은 좋지만, 조금 더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폭넓게 다룬 저자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격 없는 우정도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찻길 위의 평행선을 달리는 느낌이라, 평정심을 유지하며 읽기 쉽지 않았는데, 다음 책에서는 지금보다 독자와의 거리감이 좁혀질 수 있는 내용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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