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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소풍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담은 소설!"
꽤 오랫동안 마음에 짐을 얹고 살아가고 있어서일까? 문득 이 책에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잔잔하게 울림을 주는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중반부가 넘어서면서부터 우리 사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는 게 다 이런 거지'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가 겪고 있는 일도 조금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일 또한 지나갈 것이고,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괴로움도 흐려지는 날이 있겠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만약, 어딘가에서 남에게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나날들 겪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의 위로와 위안을 받아보면 어떨까 한다.
총 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소풍'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치유와 위로를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연재를 비롯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들은 그 아픔으로 인해 때론 감당할 수 없는 우울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풍'이라는 공간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주고, 그렇게 위로와 아픔을 나누면서 어느새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층층이 쌓아왔던 불안과 아픔, 고통은 점차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다. 완전히 흉터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휴식과 안정을 찾아가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나 역시 오랫동안 겪고 있는 일들이 언젠가는 이들처럼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거치며 괜찮아지라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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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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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소풍'
-물의 도시, 호수의 도시인 춘하시 호수 근처에 위치
-연재가 별장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꾸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짐
-첫 한 달은 이용요금이 무료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음
-소풍이 점차 알려지게 되면서 뚝딱뚝딱 콘서트, 미술 전시, 공연, 사진전, 개인교습, 퀼트 모임 등 다양하게 활용됨
■연재
-마흔다섯
-내 맘 가는 대로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물의 도시 춘하시에 별장을 사서 오게 됨
-대책 없이 시작했지만 소풍이라는 공간 덕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됨
-두 아들 민준과 민재가 있음
■연수
-연재의 언니
-계약직 도서관 사서로 오래 근무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연수의 꿈이었음
■혜진
-아기(시우) 엄마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음
-소풍의 첫 손님
-퀼트를 전문가 수준으로 잘함
■싱어송라이터 수찬
-37세
-소풍의 두 번째 손님
-기타 치는 싱어송라이터로 개인 교습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서 방문하게 됨
-월수금 한 시에서 세 시로 계약
■김현
-춘하시 토박이
-군필자, 취준생
-사업을 하기 위해 경험을 쌓고 있는 중
-'소풍'의 부매니저로 취직하게 됨
-아이디어가 많고 실행력도 좋음
■제하
-현의 동네 친한 누나
-요가 강사
-단기간 수련할 곳을 찾던 중 현의 소개로 '소풍'을 대여하게 됨
-화목금 저녁 7시에서 9시 장소 대여
■강훈
-마흔한 살에 미혼
-삼십 대에 대차게 차인 후, 연애 공포증을 겪다가 최근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은지 수개월 됐음
-소풍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서 목수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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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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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만 살아왔던 연재는 큰일을 연달아 겪으며, 살기 위해 물의 도시이자 호수의 도시인 춘하시로 혼자 오게 된다. 호수 근처에 위치한 별장을 본 후 언니의 꿈이자 소원을 이뤄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곳을 매입하게 된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말리는 계약이었지만, 연재는 굳건한 마음으로 그곳을 매입한 뒤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임을 바꿔 새롭게 시작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혼자 처음 시작해 보는 일이었기에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 또 어설픈 부분도 많았다. 그러던 중 아기 유모차를 끌고 온 혜진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아르바이트생으로 자원한 현, 싱어송라이터 수찬, 요가강사 제하, 목수인 강훈 등과 인연을 이어가게 되면서 점차 연재는 소풍을 운영하는 것에 안정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이들과 인연이 깊어질수록 점차 그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우울, 위기 등을 알게 된다. 특히 혜진의 경우는 연재와 정확히 반대되는 입장으로,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연재는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점차 안정감을 찾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다시 찾게 된다.
이뿐 아니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는 저마다의 위기와 불안을 겪고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2부의 각 챕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소풍'이라는 공간을 함께 셰어하며 차마 남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상처와 아픔을 나누게 되고, 이후 치유와 공감을 통해 서로 힘과 위로가 되어 준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들 모두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앞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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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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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답은 인간인가? 인간에게 상처받지만, 또 인간에게 위로받는. 아무와도 깊게 관계하고 싶지 않지만, 또 반대로 고립되고 싶지도 않은 마음.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연재는 결론지었다. 두 마음 다 내 마음이라고.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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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 역시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사람 덕분에 위로받는. 알쏭달쏭 한 내 마음이지만, 역시 두 마음 다 내 마음인 것도 맞다. 우리네 인생이 다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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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은 다 좋다고 했다. 특별히 하나만 고르라는 질문을 싫어한다고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뭐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등등 오직 하나만 선택하라는 질문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고는 하나만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결정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왜 장애란 말을 뭔가를 못 하는 사람에게 붙이냐는 거다. 장애가 있는 사람에겐 명백히 2차 가해라며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것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란다. 연이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했다나? 좋아하는 게 많으면 사랑하는 게 많아지고, 사랑하는 게 많으면 인생이 그만큼 풍요로워진다고.
145~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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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결정 장애'라는 말을 사용하고는 하는데, 강훈의 말을 듣다 보니 그 또한 2차 폭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다른 관점에서 그것은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랑하는 게 많은, 풍요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개성을 가진 것도 좋지만, 때론 많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의견도 존중해 주는 게 태도도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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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일은 특별하다는 환상, 아무도 나만큼 아픈 사람은 없다는 착각' 속에 빠져 내 상처를 키우고 확대하고 심지어 극진히 보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패딩에 묻은 흙처럼 털어버리거나 정 안되면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 고이 모셔 두었다는 것을. 그 무슨 대단한 보물이라고 끌어안고 끙끙대고 있었다는 것을.
167~1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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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와닿았던 문장 중 하나다. 지금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라 여전히 품 안에서 끙끙거리고 있지만, 언젠가 털어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이 말을 꼭 기억해두었다가 한꺼번에 훌훌 털어버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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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그냥 사람이면 되는 것을 동과 서, 흑과 백, 빈과 부, 자꾸 차별성을 강조하며 선을 긋는다. 인간은 타인을 소외시키면서 쾌감을 느끼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172~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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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유난히 타인을 소외시키고, 급을 나눠 평가하는 본능이 있는 듯하다.
제발 그러지 말자. 지연, 학연, 인종, 빈부, 흑과 백 같은 차이를 따지면 무얼 하겠는가. 결국 근본은 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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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보다 중요한 게 뭐라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늘 차선, 차차선으로 타협하고 살았다니. 그러니 삶이 억울할 수밖에.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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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돌이켜보면, 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 한두 푼 아끼자고 이것저것 너무 많이 아끼며 살아왔다. 연재도 큰 산을 두 번 넘어서야 겨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제 연재는 진짜 하고 싶은 일, 자신을 더 돌보는 일을 우선하며 억울하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 중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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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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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도서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책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힐링 소설이다.
현실 속에서는 날카로운 말과 행동에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 덕분에 넘어지고 깨진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위로받은 느낌이 든다.
아이러니하지만 사람 '때문에' 긁히고, 사람 '덕분에' 위로받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 부분을 잘 담아냈다.
또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도, 각 캐릭터를 통해 잘 드러난다. 결국 사람은 얽히고 상처받고 회복하며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상처받으며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지금 사람에게 치이거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힐링과 치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위로의 소설이자, 한 발을 내디딜 용기를 주는 책이 될지도 모른다.
소풍 가는 마음으로, 가볍게 소풍에 한 발을 내디뎌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