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40만 부 기념 에디션)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 갤리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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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고 재미있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책!"



이 저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라는 자녀 양육과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 책을 통해 가깝지만 그렇기에 더 멀어질 수도 있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잘 정립하고 가꿔나가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포함한 삶 전반에 대해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이 많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최근 들어 젊은 층에서도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 책을 통해 현재의 행복을 챙기는 것은 물론, 노년까지 재미있는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봤던 의사이자, 그 외 여러 활동을 통해 저자가 직접 겪고 깨달은 진리에 대해 담고 있는 책으로, 인생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는 저자 개인의 사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실려있는데, 읽다 보면 절로 존경의 눈빛을 보내게 된다.


무엇보다 저자가 추구하는 관계와 태도, 습관에 대한 마인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최고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3대가 20년 넘게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 오랜 시간 봉사활동과 사회생활을 끊임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이유, 한쪽 시력을 잃고 7가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즐거운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 예정이다.


저자가 전하는 인생의 기술을 통해 나의 인생을 보다 풍성하고 재미있게 가꿀 수 있는 팁을 얻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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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눈 꼭 감고 순응하니 위험 상황이 지나갔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면 순리를 따르라.' 그때 나는 터득했다. 뒤주를 보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도 같은 뜻일 것이다.

35~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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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컨트롤하려 하거나 혹은 그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 괴로워하고는 한다. 앞으로는 그에 맞서거나 극복하려 하기보다 그냥 순리에 따라보면 어떨까?


그냥 물길에 몸을 맡기고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보면, 분명 위험 상황이 지나갈 것이다. 어떨 때는 그게 정답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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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해결 방식을 더 많이, 다양하게 섭렵해 간다는 뜻이다. 그 많은 방법을 제쳐두고 불평, 불만, 무시, 외면 등 유아기적 방법을 쓰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라.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몸과 마음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이 방법을 쓰게 되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앓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일상의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지 미리 생각해 보라. 힘든 것을 남이 알아주길 절대 바라지 마라. 이것이 바로 나이 든 자의 자존심이다.

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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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을 못한다' 혹은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들을 다양하게 겪으며 지혜가 쌓인 사람을 뜻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은근히 많다.


오히려 불만이나 불평만 늘어놓으며 유아기적 방법으로 상대를 당황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며 나의 노년기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힘든 것을 스스로 잘 해결하며 사는 일, 이것을 나이 든 자의 자존심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위해 지금부터 차곡차곡 그 고통을 잘 이겨내고 표현하는 지혜를 쌓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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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거절에 익숙하지 않다. 내 뜻은 감추고 상대의 말만 수용하면 마음에 앙금이 쌓인다. 억눌린 마음은 죄책감이나 상대에 대한 원망을 키우고, 갈등은 미움으로 변한다.


거절의 말을 나열해 보자. 아니요, 안돼요, 싫어요, 시간 없어요, 못해요 등말로 하면 몇 마디 안 된다. 이 짧은 말을 마음이 약해서 혹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솔직하게 'NO'를 말할 수 있어야 'YES'도 진짜 예스로 믿을 수 있다. 이 믿음이 토대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는 가능해진다.


가족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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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이일수록 거절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저자는 며느리에게 거절을 가장 먼저 가르쳤다는 사례를 통해 더 단단한 가족관계를 구축해서 전하는데, 어쩌면 이 덕분에 20년이 넘도록 한 지붕 아래서 3대가 편안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말한다. 상대가 거절한다고 서운해하지 말고, 그때의 상황에 맞게 다른 대처 방안을 찾으라고. 그래야 관계가 오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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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힘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자식과의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이다. 자녀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살피고, 자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감정적 피곤에 젖어 살아간다. 자식 또한 부모니까 하는 수 없이, 남들 눈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자기희생을 감수한다. 그런 억지 정성과 사랑 없는 행위가 부모 자식을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고 불행하게 만든다.

57~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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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가 되면 편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것은 자식과의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으로, 그래서인지 요즘은 부모가 오히려 자식과 간격을 벌리려 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다고 들었다.


마음이 없는 정성과 사랑 없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럴 때는 붙어서 서로 마음을 상하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거리를 벌려 애틋함을 유발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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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이 듦'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나 혼자 이룬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그때 그 일이 내가 잘해서 성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시간의 강물을 따라 하나하나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혜는 나이 들어 나중에 깨달아도 된다. 젊을 때는 '뭐든 내 힘으로!' 정신이 있어야 한다. 젊어서부터 애늙은이가 되면 안 된다. 젊을 때는 무모해야 좋다. 엎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패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결말이 아님을,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물론 나이 들어서까지 자만하며 내 힘으로 살았다고 우쭐대면 추하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인생의 단계에서 끝까지 내 힘으로 살아 보겠다는 결심이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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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 말에 동감한다. 인생은 단계별로 겪고 느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젊은 시절 너무 애늙은이같이 굴 필요도 없지만, 늙어서 우쭐거리는 건 정말 못 봐줄 만큼 추하게 느껴진다.


삶에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끝까지 내 힘으로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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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 좋은 행동을, 좋은 삶을 이끈다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이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마음에 진정으로 새겨 놓는다면 그 새김은 이미 자신을 바꾸어 놓을 힘을 잉태하는 것이다. 비록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소망이라도 간직하고 바란다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기운과 힘이 생긴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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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내일도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길 것이다. 좋은 생각이 좋은 행동을, 좋은 삶을 이끈다!


이렇게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바라마지않는 삶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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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전체에 '나이 든 사람들이 반드시 연약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뿌리내려야 한다.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어야만 노인을 고용하는 직장이 늘어나고 노후 인력도 적극 활용될 것이다. 당연히 노년의 빈곤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은 약하다, 그러니 일을 못 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나이 든 사람들을 정말 힘없이 만든다. 의존적이고 혼자서 살지 못하게 만든다.

(...)

'나는 노인이니까' 하는 생각은 스스로 돌절구에 앞니를 짓찧는 행위와 같다. <나라야마 부시코>의 노모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지만, 우리 스스로 나라야마로 가는 그런 불행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 아주 짧은 것 같지만 아주 길기도 하다. 노후는 모아 놓은 돈으로 즐기면서 살기에는 시간이 많고 또 느리게 흐른다.

106~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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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노년에 접어든 저자가 하는 말이라 더 가슴에 와닿는다. 과거의 노년과 현재의 노년의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잔재 속에서 허우적대며 노년을 힘없는 사람 취급한다.


본인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인식이 바뀌어야 노년이 바로 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노년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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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돈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기다.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돈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돈 때문에 눈물 안 흘리려면 젊어서부터 돈에 대한 내공을 쌓아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억이 생겨도 행복하게 쓸 줄 모르며,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 여기고 더 쉽게 절망에 빠지게 된다.


돈에 대한 균형감이 진짜 행복을 만들어 준다. 노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지난날의 저축이다. 그런데 돈만 저축할 게 아니라 마음도 저축해야 한다. 돈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도 다져야 한다. 돈만 저축하면 노후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을 저축하지 않으면 돈이 있어도 불행하다.

(...)

그러나 돈이 없다면? 돈이 떨어진다면?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여행은 안 가도 그만이다. 자동차도 버릴 수 있다. 돈이 없다고 대우해 주지 않는 곳은 안 가면 그만이다. 노후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돈보다 이런 각오가 더 중요하다. 인간 수명 100세다. 준비할 것도 많지만 이런 마음가짐도 저축해 두면 더 든든하지 않겠는가.

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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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중요한 문제가 바로 경제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저자가 언급하는 '마음가짐'과 '돈에 대한 균형감'은 반드시 각오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삶이 어떻게 급격한 변화를 맞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체력과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노년기에는 더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이 부분만큼은 반드시 기억하자! 피가 되고 살이 될 인생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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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드넓은 바다다. 내가 젊은 날 알고 있던 고기떼가 몰려다니는 해역은 해류나 환경의 영향으로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또 나만의 고기 잡는 방식도 오늘날엔 비생산적일 수도 있다. 거친 바다로 새롭게 고기잡이를 나온 젊은 어부들에게 늙은 어부가 들려줄 것은 생생한 바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야기에서 젊은이들이 보석 같은 삶의 노하우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그의 행운일 따름이다.

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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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으로, 이것을 인정하고 한 수 접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노년에 접어들수록 꼬장꼬장한 고집과 자기 삶의 방식을 유독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대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환경이나 삶의 방식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줄 것은 그저 생생한 삶의 터전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부분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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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감정에 이입해 생각하는 것이 공감이다. 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배려다. 공감과 배려의 능력은 인생의 경험과 비례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약해지면서 성격이 수동적으로 변한다.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욕구에 반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노여움을 타기도 한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이러한 성격적 특징을 알면,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노력이 있어야 배우자나 자녀, 손자 손녀와도 덜 부딪치며 잘 지낼 수 있다.

144~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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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더 잘 보내고 싶다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변화하는 성격적 특성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의 달라지는 반응과 행동양식에 맞게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것이든 거져 얻어지는 것은 없다. 나이를 먹으면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어쩌면 젊은 시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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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모르면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게 된다. 세상의 잣대에 나를 맞추면서 타인과 경쟁한다. 그 경쟁에서 이겨야 좋은 인생, 성공한 인생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남과 경쟁하여 이기려는 것에서 성취욕과 즐거움을 찾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경쟁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모른 채 남과 경쟁하는 데만 에너지를 쏟다가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내가 왜 그렇게 살았을까' 후회하는 이들이 주위에는 아주 많다. 그 후회가 닥치기 전에 한번, 내 마음대로 살아봐라. 내 마음대로 산다는 것은 나를 안다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면 내 삶의 리더가 된다.

1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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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모르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알기 어렵다. 만약 그 상태로 삶을 지속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후회와 자책뿐으로 나중에 그런 감정을 느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내가 원하는 방식과 방향대로 살아보자. 넘어지고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더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사는 맛,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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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쉬고 싶을 때 제대로 잘 쉬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잘 쉬는 법을 알아야 인생 후반기에 후회가 적다. '일을 더할 것을...'하고 후회하는 사람보다 '일보다 나를 위한 여유를 가져 볼 것을....'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더 많다.

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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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세대, 거슬러 올라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저 밥 벌어먹고살기 바빠 그들은 쉬는 법을 모르고 살았다.


그들을 본보기 삼아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잘 쉬는 법을 먼저 터득하자. 조금 부족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일보다 앞서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부터 모색해 보자.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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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질서를 우리는 규범과 규칙, 사회 통념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에 너무 얽매여 정말 소중한 것을 희생하기도 한다.


집안의 대소사, 예법, 자녀 교육, 부모 모시기, 노후 계획 등 일상의 문제를 풀어 감에 있어 사회적 기준과 규범에 얽매여 가족끼리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예가 얼마나 많은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규범과 규칙이 변화하지 못하는 탓이지만 누군가 혁신적인 생각으로 흐름을 끊지 않는 한 고통은 계속된다. 나는 한 집안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부모에게 필요한 덕목은 바로 이런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이라고 하여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가족을 불행하게 만드는 규범은 과감히 버리고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 가정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다.


사회 통념이나 규범, 규칙으로 인해 희생 당하는 가족 구성원이 없도록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가족의 행복과 기쁨, 즐거움을 위한 가족만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224~2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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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요구하는 리더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관습이나 통념을 현시대에 맞게 바꿔주는 것. 그것을 저자는 혁신이라 표현했다.


어떤 이들은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그 자체를 마치 대단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고리타분한 생각이다.


그 관습으로 누군가는 희생당하거나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그러니 모두를 위해, 우리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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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2 막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당부는 바로 이것이다. 인생을 안다고 자만하지 마라.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겸손함, 이 한 가지 미덕으로도 삶은 잘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288~2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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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오래 살았다고 한들,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간혹 어리석은 인간들 중에는 조금 아는 것을 가지고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 자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생에 있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덕목에는 '겸손'이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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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나에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일까? 갖지 못한 것들 때문에 괴로울 때는 이런 의문을 던져 보라. 그 질문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3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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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대단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지금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나에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일까?'


보통은 '아니다'라는 답이 나올 확률이 높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우리는 종종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착각하고는 한다.


어떤 것을 소유하고자 할 때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꼭 필요한 물건인지부터 구분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그러면 조금은 물건에서 자유로워져 삶이 한층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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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자들에게 좋은 일도 야금 야금하라고 말한다. 야금야금, 당장은 티도 안 나지만 세월이 더해지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고, 큰 것을 구할 수 있다. 좋은 일이나 봉사는 나이 들어 시간 날 때 하는 일이 아니다. 좋은 일은 힘이 있을 때 해야 더 값지다. 잘하려고, 거창한 것부터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야금야금 내가 힘들지 않은 선에서 해 나가야 쉽다. 젊을 때는 쉬운 일이 늙어서 하려면 어려운 것들이 있다. 봉사도 그중 하나다.

3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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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시작부터 어렵다. 하지만 야금야금 조금씩 나눠서 하다 보면 어느새 완료형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권하는 '야금야금'은 여러모로 꽤 쓸모 있는 방법이다. 청소도, 일상도, 숙제도, 봉사도 모두 야금야금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에 어렵지 않게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시간 내서, 넉넉할 때 하려고 마음먹지 말고, 그냥 조금씩 생활 속에서 시작해 보자. 그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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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변화한다. 그 흐름 따라 변화하는 나의 '쓸모'를 발견할 줄 아는 것도 나이를 잘 먹는 것 중의 하나다.

3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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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달라지는 나를 그냥 방치하기 보다, 그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나'를 관찰하고 '쓸모'를 발견해 보자. 그러면 삶 전반이 살아갈 의미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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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쓰인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고 했다. 행복한 잠이란 마음에 불안이 없다는 말이다. 무엇을 남길까,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신경 쓰지 말라. 그런 겉치레 모습에 매달려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마지막일지도 모를 오늘을 귀하게 쓰자. 그래야 내일이라도 두 다리 쭉 뻗고 죽을 수 있다.

3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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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문제와 소음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어 행복한 잠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 내 상황 때문인지, 더 절실히 다가왔던 문장이다.


결국 남은 남이고, 나는 나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겉치레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나를 위해 오늘을 귀하게 보내는 것이 결국 내 인생을 구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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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포인트가 꽤 많았는데, 몇 가지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저자의 61세 환갑잔치를 본인이 열어 고마운 사람들(어색하지 않도록 가족, 동료, 제자들을 그룹별로 묶어)에게 되려 베풀었다는 부분, 꽤 오랜 시간 다양한 단체를 통해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점(히말라야, 보육원 등), 며느리에게 거절을 가장 먼저 가르쳤다는 부분, 봉사 등 무엇이든 '야금야금' 해야 한다며 큰돈을 기부하기 보다 일상 속 1만 원이 더 귀하다고 언급하는 부분, 3대가 함께 사는 비결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부모와 자식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규칙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점) 등등이다.


저자는 자신의 명성과 유명세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들을 이용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각기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조차도 모두의 의견을 들어 수용하고 조정해 나가며 관계를 긍정적으로 잘 유지해 나간다. (3대가 함께 사는 것에 대해 미디어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자식들은 얼굴 노출을 꺼려 어떤 정보도 노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손자 손녀들과 함께 사진 찍은 것으로 만족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운하거나 부정적 감정 또한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이처럼 멋지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요모조모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준다. 저자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옛날처럼 '에헴'하고 누군가 자신을 대접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스스로 해내고 삶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며 수용하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은퇴한 이후 제자들을 오히려 스승으로 삼으며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저자는 그것을 너무나 쉽게 해낸다.


이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쿨하고 멋진 노년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깨닫는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이런 삶의 태도와 마인드를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대가 함께 살고, 봉사 단체 여러 곳에서 일하고, 자식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음) 등은 후순위의 문제다.


그런 삶의 여러 방식들은 내 삶에 맞춰 변형되거나 달라질 수 있기에 더 그렇다. 그러니 재미있고 의미 있는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나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 각 나이에 맞는, 지금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고 다가오지 않은 걱정이나 미래, 과거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은 줄이자.


그렇게 하나 둘 인생의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저자처럼 멋진 노년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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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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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불행'에 가장 근접한 글이자,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



이 책을 어떻게 선택해서 읽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 날 운명처럼 다가왔고 그렇게 읽게 되었다. 아마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책이라 찾아온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특히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조용한 행복과 또 스스로의 의지로 불행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에 있어 꽤 시선이 가는 책이었다.


마침 요란한 세상 속에서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던 찰나였는데, 이 책 덕분에 지금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또 행복을 지켜나가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 불행에 잠식 당해 눈앞에 있는 평범함 마저 빼앗기며 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현명하게 행복을 찾는 방법과 불행에 대한 수비력을 길러주는 58가지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또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쉽게 쉽게 읽히고, 현실 속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해야 한다면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더불어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앞서 출간한 다른 책들도 책 목록에 담아두고 추후 읽어보고 싶을 만큼 꽤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불행을 이겨내기 위함이 아닌, 쓸데없는 불행을 거부하기 위해 쓰였다고. 다시 말해 불행에 대한 수비력을 기르기 위해 썼다고.


불행해지지 않는 삶, 즐겁기 이전에 별 탈 없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면, 지금부터 그 방법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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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홍진경 씨는 행복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없는 것." 나는 그게 내가 갖고 싶던 평범함의 정체라고 생각했다. 고민과 걱정이 배제된 사소한 평일. 비교도 열등감도 질투도 분노도 혐오도 걱정도 고민도 불안도 없는 안전한 하루를 살아냈을 때, 나는 비로소 평범히 잘 살아냈다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른이 된 나의 목표는, 아니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

행복이 더 많아진 삶이 아니라 불행이 더 줄어든 삶이다.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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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 담긴 이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찾던 행복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행복을 좇지만 정작 행복의 정의나 정체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는데, 사실은 '평범한 일상' 속에 행복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삶이 지치면 평범함은 어느새 꿈이 되어 버린다. 현재의 내가 소음에 시달리느라 예전의 평범한 일상을 꿈꾸듯 말이다.


자려고 누웠을 때 많은 생각들이 나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날의 하루는 행복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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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단하지 않은 날, 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김치찌개를 끓이는 남편이었고 평소 같으면 쳐다도 안 볼 <나는 솔로>도 같이 보며 잘도 조잘거렸다. 그러나 삶이 약간만 삐끗해도 내 다정함은 길을 잃었다. 대답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들어 무슨 질문이든 건조하게 답하는 날이 많았다.

(...)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달달한 사랑이나 찐한 우정도 결국 다 건강해야만 가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겐 부모도 부부도, 결국은 남이다.


어쩌면 그래서 혼자가 좋다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혼자만 될 수 있으면 이 모든 귀찮음과 짜증, 쓸모없는 대화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

그래서 나는 운동을 하기로 했다. 다정함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플랭크를 하고 집 앞을 뛰어다니기로 했다. 멋진 몸은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이라도 단단해진 마음만은 원한다.

(...)

근육의 크기만큼 다정함의 크기도 커질 것이다. 단단해진 복근과 허벅지는 말랑해진 내 마음도 다시 견고하게 고쳐놓을 것이다.

(...)

내 다정함의 크기는 오늘 내가 버텨낸 1초의 시간만큼 더 커졌을 것이다.

18~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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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공감 가는 이야기라 바로 옮겨 적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나 역시 경험해 본 바 체력이 떨어지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도. 더불어 사람이 까칠해진다.


시니컬한 내가 툭 하고 튀어나올 때면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다. 이미 체력이 고갈돼서 더 이상 누군가를 상대할 티끌만큼의 에너지도 없을 때다.


고로, 앞으로는 내 사람들에게 더 다정해지기 위해 말랑한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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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란 게 축하를 받으면 작은 일도 기쁜 일이 된다. 반대로 축하받지 못하면 대단한 일도 당연한 일이 되고.


그래서 우린 서로의 성공에 좀 더 자주 축하할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비록 진심으로 우러나진 않더라도 소중한 사람에게만큼은 큰 박수를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축하라는 건 꼭 마라톤 결승라인과 같아서 축하받지 못한 레이스를 결코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

조용한 완주는 멈출 자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숨돌릴 자격마저 빼앗아간다. 자만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삼가기에는 너무 심각한 피해다.


그러니 누군가를 정말로 깊이 생각한다면 그의 고생에 진심으로 성대한 축하를 보내주자.

(...)

"고생했다." "나는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3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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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시 라인이 없는 마라톤을 계속 뛴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칭찬은 그런 무한대의 마라톤 질주를 하고 있는 나와 우리에게 숨돌릴 자격을 줌과 동시에 멈춰도 된다는 의사를 표시해 주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이제라도 소중한 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베풀어 보자. '고생했다고', '네가 해낸 것은 당연하게 여길 게 아니라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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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인생은 즐겁다. 청년의 인생은 힘겹고 아빠의 인생은 무겁다. 내 인생이 제일 힘겹다고 생각한 시절을 지나 누군가의 아빠가 되려 하는 지금, 우리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나는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뜻이었다.

(...)

인생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41~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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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서야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저자는 비로소 본인이 아빠가 되려 하는 지금에서야 아빠가 버텨낸 인생이 얼마나 가치 있던 인생이었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래서 치사랑이 내리사랑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이야기 하나보다. 이 기회를 빌어 힘든 날들을 겪어내며 자식을 잘 키워낸 모든 부모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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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되지 않은 기분은 성격이 된다. 작은 짜증으로 시작된 기분은 일상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속속들이 헤쳐 모여 결국 더러운 성격으로 완성된다. 어떤 성격으로 살고 싶은지는 빼곡히 적은 새해 다짐이 아니라 일상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화가 나면 일단 3초를 센다. 3.. 2.. 1.. 숫자를 끝낸 뒤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주문을 외운다. "그럴 수 있지." 이 간단한 주문은 불타던 세상을 조금이나마 미지근하게 식혀준다.


물론 이따금 이 주문으로도 처리되지 않은 거대한 감정을 만날 때도 있다.

(...)

내일도 내 세상에는 수많은 짜증이 튀어나올 것이다.

(...)

내 하루를 망칠 분노는 꼭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 튀어나와 나를 시험할 것이다. 이래도 화를 안 낼 거냐고. 하지만 그건 내 성격이 아니다. 잠깐의 기분이다.


언제든 화가 날 순 있지만, 언제나 화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럴 수 있다'라는 방패 같은 말로 남이 아닌 나의 기분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니, 될 것이다. 기분이 성격이 되지 않게.

57~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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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극한 공감을 했다. 해소되지 않은 기분은 성격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 과거의 내 모습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나는 이것을 내가 내뱉는 목소리 톤을 통해 깨달았는데, 그때부터 나는 나의 기분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방법들을 동원해 나의 기분을 살피고 어루만져 주려 노력한다.


화를 내야 할 사람에게만 확실하게 내주고, 불필요한 곳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조절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를테면 원인을 제거하거나 돌아가는 방식을 취하는 형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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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너 늙으면 젤루 억울한 게 뭔지 아냐?" 나는 할머니를 동그랗게 쳐다봤다.

(...)

이제 좀 놀아볼라 치니 다 늙어버렸다. 야 야, 나는 마지막에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인 줄 알았다.


근데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었어.


그러니까 인생 너무 아끼고 살진 말어. 꽃놀이도 꼬박꼬박 댕기고. 이제 보니 웃음이란 것은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더 사라지더라."

(...)

어른이란 자신을 가장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까지 선물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70~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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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짧다. 그러니 부디 좋은 것을 아끼거나 미루기 보다 지금 당장 누리며 살자. 저자의 할머니가 우리보다 앞서 살면서 깨달은 진리를 놓치지 말고 삶에 적용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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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이코패스는 감옥에 있지 않다. 그들은 학교와 회사와 가정과 동호회 안에 있다. 더 섬찟하고 더 똑똑한 모습으로. 그런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도망치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 나약해서, 부족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도망쳐야 할 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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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상에는 손보다 입으로 칼을 들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84~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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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한다. 진짜 사이코패스는 우리 주변, 아주 가까이에 있다. 행동으로 무언가를 하기보다, 입에 칼을 물고 사람을 찌르고 죽인다.


그런 이들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저 도망치는 것뿐이다. 멀리, 아주 멀리 달아나야 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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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넘치는 시대, 우린 좀 더 운의 힘을 믿어야 한다.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의 노력을 해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당연한 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실패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을 좀 더 넉넉하게 건넬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핑곗거리가 아닌,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기 위해.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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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때때로 운이 성패를 좌우할 때도 있다. 그러니 실패에 대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는 넉넉한 인심을 나눠준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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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하다면 마음이 지쳐 있다는 증거다. 먹어도 먹어도 텅 빈 허기가 찾아온다면 마음 한구석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 볼 수는 없어도 알 수는 있다.


지친 마음은 꼭 토라진 아이와 같아서 상처를 곧이곧대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

그리고 알다시피 아이를 달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충분히 달래고 맛있는 것을 먹이고, 기분 좋게 재우는 것이다.


그간 우린 자신에 대해 너무 과신해왔다. 신체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가 동일하게 먹을 거라 착각해왔지만 마음은 죽을 때까지 늙지 않았다.

(...)

그렇기에 우린 좀 더 자신의 마음에 따뜻해져야 한다.


충분히 어르고 달래며 먹이고 재워야 한다.

그게 비록 보이지 않는 어린아이일지라도.

107~10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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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내가 어떤 상태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만약 자도 자도 피곤하거나, 먹어도 먹어도 자꾸 허기가 진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구멍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럴 때는 아이를 달래듯 적절한 수면, 맛있는 음식,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들을 즐기며 스스로에게 쉼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안에 온기가 돌고, 커다란 구멍이 조금씩 메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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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오답을 너무 잘 알기에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같이 불행하고 실패하고 슬프고 우울하기에 반대로 어떻게 살아야 그러지 않을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그게 부정이 가진 힘이라고 믿는다. 부정으로도 긍정을 쌓을 수 있다. 오답을 너무 잘 알면 오히려 정답을 잘 찾아낼 수 있듯.

(...)

부정으로도 긍정을 만들 수 있다. 불행하기에 행복이 무엇인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이제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나는 부정적인 게 아니다. 합리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지."

113~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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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부정을 통해 정답을 알게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오답을 경험하고 보니, 웬만한 것에는 덤덤해지고 어떻게 살아야 나를 지킬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슬프거나 불안한 일, 힘든 일을 겪더라도 이제는 스스로 정답을 찾고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성장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처음 겪는 일들에는 미숙한 점도 있지만,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다른 방법들을 찾으면서 또 다른 길을 반드시 찾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가지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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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경력이 아닌 실력으로 말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

젊음이라는 말로 애써 덮어왔던 폭력적인 질문과 맞이해야 하는 시기가. 그렇기에 나이가 차오를수록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나 어디 나온 사람이야."라는 텅 빈 허세가 아닌, "나 이거 할 줄 아는 사람이야."라는 알찬 증명이다.


"당신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젊음과 과거를 제외하고 우리에게 남은 답은 무엇인가.


매번 어물쩍 지나쳐버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린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 갖고 있어야 한다.

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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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혼동기를 겪으면서 나는 좀 일찍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경력이 물경력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만나며,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평가하고 가늠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 상위의 '무엇'인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토록 믿는 경력, 학연, 지연, 혈연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흐릿해진다. 권력을 잃으면 위상은 흔들리고 사람들은 떨어져 나간다. 직장을 잃으면 경력은 한순간에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허상 같은 경력,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하는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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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늘을 살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생각이란 대부분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에 생각이 많을수록 오늘을 떠나보내기가 힘들어진다고.

(...)

사실 생각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건 '더 완벽한 생각'이 아닌 '감각'이었다. 생각이 과거와 미래에 머무르는 시간이라면 감각은 온전히 현재를 느끼는 시간이니까.

(...)

그렇기에 불면으로 고생하는 날, 우리가 자기 자신과 옆 사람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자기 전 무슨 생각을 하나요?'가 아닌, '자기 전 무엇을 감각하나요?'로.

126~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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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중심을 두면 앞으로 나가가기가 힘들다.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게 아니라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선이 닿는 곳은 보통 현실보다는 과거나 미래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다시 현실로 시선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감각'에 중심을 두면 된다. 오감을 활용해 지금 내가 느끼는 촉감, 느껴지는 향, 눈으로 보이는 풍경 등 현재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현재에 나를 묶어 둘 수 있다.


그리고 감각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잠시 산책을 간다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지금 내가 당장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 나를 놓아두면 보다 쉽게 현실로 나를 데려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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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우리가 원하는 그 보살핌이 혹시 매 순간 조롱 받을까 걱정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편안히 살 수 있는 상태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정확하고 어려운 진단명이 아니다. '따뜻한 무관심'이다. 통화가 불편하다는 사람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콜포비아라는 감정 없는 진단명이 아니라, "그래? 그럼 문자로 하자."라는 다정한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우리가 병이라고 지칭하는 것들 중 대부분은 사는 데 지장 없는 성격이나 개성인 경우가 더 많고, 진짜로 치료가 필요한 건 오히려 그토록 작은 것조차 쉽게 넘어가지 않는 사회적 시선이다.


별것 아닌 것은 별것 아니게 둬야 한다.

늘려야 할 건 포비아가 아닌 성향이다.


우린 그렇게 많은 곳이 아프지 않다.

177~1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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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이상한 별칭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00증상, 00살인마, 00법 등.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공신력 있는 미디어에서조차 흔하게 별칭을 붙여 부르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려 본질은 사라지고 이상한 별칭만 남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특정한 별칭을 붙일만한 일이 아니거나, 꼭 이 이상한 별칭을 붙였어야 했나 하는 것들이 대다수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인데, 그렇게 별칭을 붙여 요란스럽게 떠들어대다 보니 별것 아닌 게 별것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그냥 두는 게 정답일 때도 있는데, 너무 드러내고 파헤쳐서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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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단순한 감성을 넘어 지적 능력까지 필요한 영역이 되었다. 요즘 시대의 공감이란 전혀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유추할 수 있는, 꼼꼼한 이해가 필요한 능력이 됐기 때문이다.

(...)

우린 다 같은 감정을 서로 다른 상황에서 겪고 있을 뿐이다.


고작 2000년대만 해도 우린 모두 같은 것을 보며 자랐다. 같은 드라마를 봤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코미디를 보며 웃었다. 그러나 이젠 모두가 다른 경험을 하며 산다.

(...)

틀린 건 없다. 그냥 다 다를 뿐이다.


이 와중에도 어떤 이는 타인의 취향을 무시하며 보기 흉한 우월에 젖겠지만, 사실 가장 저열한 지능의 소유자는 자기 세상밖에 없는 그 자신이다. '판다 한 마리가 뭐길래' 조롱하며 웃겠지만 그 잔인한 논리는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돌아올 뿐이다.


배려 없는 조롱의 종착지는 지금 웃고 있는 나의 입 앞이다.

209~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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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다 보니 과거와 다르게 현시대 공감력이 떨어지는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시대와 환경의 변화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며 비슷한 경험을 하며 자랐던 세대와는 다르게, 제각각 다른 경험을 하며 자란 세대는 분명 경험치도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다른 생각, 다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이제 공감은 단순한 감성을 넘어 지적 능력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은 왜 그토록 사람들이 공감을 못하고 무정할까 홀로 원망 아닌 원망을 하며 속을 태웠었는데, 이 글을 읽으며 비로소 사람들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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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맞이해야 했던 우리 할아버지처럼 나는 직장에서도 일상에서도 기술과 차츰 멀어지고 있다.

(...)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어언 7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의 박정함을 깨달았다. 사람은 겪지 못한 것은 알지 못했다.


배려 받고 싶다. 도움받고 싶다. 그러나 내가 내 가족에게조차 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바랄 수는 없다. 배려 받을 염치가 없기에 나는 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창피하지만 오늘도 직장을 피해, 지인을 피해 저기 먼 외딴 카페에 홀로 가 검색을 해본다.


"왕초보 쇼츠 영상 만드는 법"

배려도 배움도 받을 수 없던 그때의 할아버지가 요즘은 자주 생각난다.

221~2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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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점차 먹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나의 박정함이다. 과거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나는 서서히 퇴화하고 뒤처져 간다.


그걸 실감하는 순간, 과거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짜증을 내며 신물물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 그토록 후회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현시대는 도움을 바라거나 배려 받을 수 없는 시대다. 심지어 가족에게조차도. 그래서 모든 것을 일일이 스스로 배우고 깨우쳐야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ATM기나 키오스크를 활용하지 못해 매장을 서성거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그 증거이며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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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로는 저주가 된다.

(...)

"야 그냥 살아." "너만 힘들어?" "다 그렇게 사는 거야." 힘들다는 친구에게 건넨 내 무책임한 위로들이 떠올랐고, 그 위로에 또 자신을 탓했을 그들의 모습에 염치없이 내 마음이 먼저 무너졌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아닌 저주를 내렸다. 그것도 '다 널 위해서야'라는 명목으로. 너무 가벼워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땐 그걸 몰랐다. 말이었다.


그래서 사람에겐 때때로 말 없는 위로가 필요하다. 몇 마디 따끔한 말로 구성된 무정한 위로보다 너의 상처를 이해하고 있다는 깊은 끄덕임과, 진심으로 네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눈 마주침이 우리에겐 훨씬 더 절실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225~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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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공감에 대해 격한 공감을 하게 만든 글이다. 실제로 힘든 일을 겪어보니, 백 마디 말보다 말 없는 위로가 더 절실하더라.


그런데 사람들은 무한한 신뢰나 따뜻한 손길보다, 날카로운 저주의 말로 찌르고 할퀴는 일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며 차라리 나 홀로 견뎌내는 게 훨씬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소중한 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부디 아무 말이나 하지 않길 바란다. 차라리 그럴 때는 입은 닫고, 그냥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주자. 그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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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게 좋다. 심심한 건 편안하다. 나른한 건 안정적이다. 짜릿함은 여전히 즐겁지만, 뭐랄까. 조금 피곤하다. 예상치 못한 일은 이제 기쁜 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숙제다. 어제와 같은 하루가 나쁘지 않다. 즐거워할 일은 없지만 실망할 일도 없는 이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나도 이제 어른이 다 됐나 보다.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겠지만, 물론.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228~2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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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른이 다 됐나 보다. 조용한 게 좋은 것을 보면 말이다. 늘 비슷한 하루가 평온하게 흘러가기만 바랄 뿐이다. 조용하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즐기고 싶다.


그래서 유독 현재 겪고 있는 일들이 더 힘들게 다가오나 보다. 여백을 만들기 위해 매일을 고군분투하며, 나쁜 일이 없는 하루를 만들고자 나는 오늘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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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사람이 없는 시간이 외로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사람이 진짜 외로워지는 순간은 혼자일 때가 아니라, 함께 있음에도 여전히 혼자 같은 순간이었다.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때, 사람은 진심으로 외로워졌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아니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옆 사람이 아니었다. 내 사람이었다.

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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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 손 번쩍! 어릴 때는 몰랐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야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성장하면서 확실히 알았다. 나를 나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존중해 주는 내 사람이 곁에 있어야 진짜 외롭지 않다는 것을.


나는 특별히 외로움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것을 외로움으로 느끼기보다 보통 '내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역할로 활용했는데, 확실히 내 사람을 갖는 게 더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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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찾아오는 여름 모기마저 수행이라 버텨내는 사람이 아니라, 꼼꼼히 방충망을 치고 모기향을 켠 뒤 잔잔한 밤을 보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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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이 문장 안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에필로그 글을 일부 가져와 봤다.


나는 내 삶을 버티기 보다 스스로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권하는 불행을 수비하는 방법들을 현실 속에서 적용해 보려 한다.


프롤로그의 글부터 시선을 사로잡으며, 읽는 내내 공감을 자아냈던 이 책을 읽으며, 사실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불행을 스스로 저지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에 깊은 안도와 희망을 품어본다.


불행 앞에 무력하게 당하기보다, 스스로 나를 지켜내며 살아간다면 아마 행복은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그것을 믿고, 잔잔한 오늘의 조용하고 고요한 일상을 더 많이 늘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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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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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와 찰나의 순간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의미심장한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심오해서 다 읽고 난 후에 한참을 지나간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게서 사라진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그 시절을 지나며 놓쳐버린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이다.


더불어 새롭게 얻게 된 것들과 달라진 현재의 모습들을 함께 비교해 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지나간 과거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유지하려는 쪽인지, 아니면 현재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책임감 있게 살다가 문득문득 지금 내가 사는 방식이 맞는지, 과거 내가 꿈꾸던 것들은 어디로 갔는지 되물으며 사는 쪽인지 말이다.



총 1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십 대 남성 화자의 일인칭 시점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본인 혹은 상대방의 직업이 대체적으로 대학가나 예술계 쪽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젊은 날의 꿈과 연결되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그러면서 잊혀진 것들, 사라진 것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사라진 것들을 살펴보면, 친구, 우정, 생활패턴, 옛 애인, 꿈 혹은 미래, 아이의 애정, 단골 식당 혹은 단골 메뉴, 이웃과 같은 것들인데, 과거에는 당연한 듯 누리던 것들이 세월이 덧입혀지며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찬란한 시기에 곁에 있던 것들은 어느새 잊혀지거나 희미해지고, 이제 그 자리에는 현실적인 다른 것들이 채워지면서 모든 것은 다 그렇게 과거에 자리하게 된다.


지나온 자리에 흔적만 겹겹이 남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이 남아있는지 또 이미 지나간 것들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인생은 찰나의 순간이다. 이것을 두고 애도하며 슬퍼할 것인가 아니면 그렇기에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것인가는 개인 선택의 문제다.


지금까지는 사느라 바빠 미처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면, 이번 기회에 이 책에서 다루는 '사라진 것들'을 살펴보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꽤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다 보면,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아름답거나 흥미롭다기보다 오히려 회환과 후회와 같은 단어들이 더 많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겪는 '삶'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비슷한 감정과 공감대 형성은 확실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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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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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내가 오버랩되며 달라진 현실의 갭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여러 해 동안 만나지 못한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나는 어쩐지 그 속에 섞여들지 못한다.


주인공은 자신만 변한 것 같고 친구들은 여전히 과거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이 느끼게 되면서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의 나는 늘 불안에 시달리며 그것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을 당연한 일과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들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면 나만 다른 나라로 이민한 사람처럼 멀리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은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두툼한 허리와 넓적하고 편한 신발,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굴복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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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이렇게 익숙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호응할 수가 없었다.

(...)

그들 대부분을 이십 년 가까이 알고 지냈는데도 그 순간엔 거의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나는 술을 한 잔 따라 마신 뒤 누구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은 채 복도를 지나 현관 밖으로 걸어 나왔다.

14~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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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주인공은 꽤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주제와 관심사를 드러내는 친구들을 보며 주인공은 되려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위 문장은 그러한 상실감이 잘 드러난 대목으로, 우리네 현실 속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혼자와 미혼자, 아이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사정에 따라 만나는 횟수가 달라지고,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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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일이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 뒷마당을, 세탁실을, 차고를 확인하는 일, 이상한 소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일, 창문을 단속하고 잠금장치를 더 단단히 채우는 이런 일. 이것이 우리가 들어온 새로운 세상, 우리가 꾸기 시작한 새로운 꿈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 꿈에 균열이 생기는 때가 있었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 있었다.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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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주인공은 이제 매일 불안에 시달리며 가정을 지키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삶의 관점뿐만 아니라 패턴도 젊은 날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때때로 과거가 떠오를 때면 현재 삶에 작게 균열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으로서 주인공은 현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살아가고 있음을 위 문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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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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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기 전과 된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는 소설로 아이가 생겨남으로써 달라지고 잊혀진 자신의 일과와 삶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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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그런 우리가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 첫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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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겪는 고충이자 애환, 혹은 완전히 달라지는 삶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얻는 기쁨과 행복도 물론 있지만, 그 시간 속에 '나'라는 존재는 서서히 줄어들어 점차 사라져 가는 듯한 느낌은 비단 이 소설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현실 속 모든 부모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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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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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옛 여자친구 마야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로, 이제는 그녀 인생의 3자인 주인공이 그녀의 삶을 회고하며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찬란한 청춘시절 주인공은 미술가인 여자친구 마야와 작은 차고 아파트에 세 들어 함께 살았다. 그러다 예술을 하며 특별한 삶을 살기를 원했던 마야는 결국 주인공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마야는 그곳에서 예술가로서 승승장구하기는커녕 암과 사투를 벌이느라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예술가와는 먼 삶을 살다가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그러한 마야의 삶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원하던 장소에 도착했지만 암 투병으로 인해 그토록 바라던 미래는 펼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마야의 꿈과 미래를 살펴보다 보면, '인생무상'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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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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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연주자로서 승승장구하던 내털리는 어느 날 손떨림 증상과 함께 원인 모를 병에 걸리게 되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 직장, 일상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항상 탁월한 재능을 뽐내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던 그녀이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손의 이상으로 그녀는 큰 시련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는 그런 과정을 겪어나가며 하나 둘 이전의 영광을 내려놓는 내털리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누구나 갑작스럽게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더 끔찍하게 다가왔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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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중증도가 낮고 진행성이 아닌 경우도 있으나 어쨌든 삶을 뒤바꾸는, 내털리처럼 손에 생계가 달린 사람에게는 특히 타격이 심한 질병이었다. 떨림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기도 하고, 그대로 유지되거나 거의 변화가 없기도 하고, 흔치 않은 경우 오히려 나아지기도 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다행히도 당장은 떨림이 손에 국한되어 있었고 주로 오른손에 나타났다.

(...)

내털리는 자신의 경력에 대해서, 그리고 이 상황이 연주자로서만이 아니라 음악과에 새로 임용된 교수로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

의사는 일상에서 받는 모든 유형의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가 떨림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첼로 연주를 계속하고 싶다면 일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77~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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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 없는 일이었을지 모르나 첼로를 연주해야 하는 연주자로서는 타격이 컸던 이 질병으로 인해 내털리는 자신의 경력과 삶 등 많은 부분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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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대학의 현악사중주단 공연을 취소했다.

(...)

그날 밤 내털리는 무너졌다. 진단을 받은 뒤로 그녀가 처음 운 날이었다.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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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여태껏 힘껏 노력해 온 일들이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때 내털리는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현악사중주단 공연을 스스로 내려놓음으로써 내털리의 변화는 시작된다. 병의 진단이 내려졌을 때도 희망을 품었던 내털리는 그렇게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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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리 아이들을, 그리고 그 애들이 십대가 되었을 때 우리의 삶이 어떠할지를, 특히 자신의 증상이 더 진행되어 지금보다 나빠진다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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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된 내털리는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며 대비를 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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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무대 위의 내털리를 보면서 위대함이란, 특출하고 탁월한 재능이란 이런 것임을 깨닫던 순간이다. 물 흐르듯 유연하게, 마치 몸의 연장인 양, 팔의 일부인 양 움직이던 활을 바라보던 기억, 공연 중 이따금 눈을 감고 자기 안으로 사라지는 듯하던 내털리, 오르내리는 박자에 맞춰 호흡도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어떤 순간에는 꿈이나 무아지경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환희 밝아지던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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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내털리는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다. 탁월한 재능까지 갖춘 인재 중의 인재였지만, 병으로 인해 이제 다시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마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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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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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감에 따라 나 역시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몸은 언제 어떤 식으로 우리를 배반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현재,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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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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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라인벡에 사는 이유는 이십 년 가까이 친하게 지낸 친구들 때문이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두어 달이 두어 해가 되고, 두어 해는 이십 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친구들과 동떨어져 산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여겨질 무렵, 불현듯 친구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속에는 두 친구가 라인벡을 떠나 오스틴으로 이주한다는 계획이 숨어있었다. 주인공은 그것을 알게 된 후에 배신감, 슬픔, 불안감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이 유독 좋아하는 셋이 함께 찍은 오래된 사진을 볼 때면 늘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는데, 이제는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앨범이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두려운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그 사진을 찍었을 당시의 많은 디테일들이 이제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을 떠올리며 이와 같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 수없이 지워진 것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지금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조차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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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앨범에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진이 한 장 있다. 맥두걸 스트리트에 있던 내 아파트에서 셋이 함께 앉아 와인을 마시는 사진이다.

(...)

그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맥두걸 스트리스의 그 오래된 아파트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는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날이 언제였는지, 그 사진을 누가 찍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지 두 주가 지났고, 때로는 이 시간의 기억 역시 지워질지 궁금해진다. 라인벡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날들의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질지.

125~1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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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는 한다. 좋았던 일도, 슬펐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기뻤던 일도.


지금 당장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도 막상 지나고 나면 또 그렇게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삶이란 이런 망각 때문에 살기도 하고 또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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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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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어느 날 실종됐다. 그리고 이제는 사망처리가 되어 주인공은 그런 친구의 유품을 정리하러 그의 집에 들렀다.


친구가 소중히 했던 물건을 하나하나를 정리하며 그는 문득 친구의 마지막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떠올려보게 된다. 이와 더불어 모든 것들이 여기 이 자리에 있지만, 친구만 없다는 것에 깊은 슬픔과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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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을 떠올리며 그 친구가 벌써 얼마나 그리운지, 그의 얼굴을 얼마나 보고 싶은지, 대니얼이 없는 내 인생을 상상하기가 벌써 얼마나 불가능하게 느껴지는지 생각했다. 소중한 나의 친구. 인생의 다른 수많은 일에서는 그토록 운이 좋았으나 한 번의 지독한 일격을 당한, 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의 친구. 대니얼이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의 수영장에 우리는 있는데 그는 없다는 것이 너무도 부당하게 느껴졌다.

3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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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 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더 이상 볼 수도, 함께 할 수도 없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주인공은 실종으로 인해 사망처리된 친구의 유품을 정리하며 깊은 애도와 슬픔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친구는 이제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수영장을 누빌 수도, 즐길 수도 없다. 모두가 예전과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친구만 그 자리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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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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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 있어 사라진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달라진 미래와 꿈, 그리고 물건, 사람, 관계 등등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시간이라는 열차를 거친 후 사라지거나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사라진 것만큼 새로 얻은 것들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는데, 그동안 너무 의식하지 않고 흘려보낸 것 같아 반성의 시간도 가져본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2배, 3배 더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흩어지는 순간들을 더 '의식'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찰나에 사라지는 것들을 모두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주인공들처럼 나중에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감정의 빈도나 강도는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렇지 않는 상태로 살 때는 잘 모르지만, 워낙 요즘은 사건사고가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많이 발생하고 있어 특히 하루하루를 더 귀하고 알차게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멀리만 바라보기보다 오늘 그 자체를 온전히 꽉 채워 보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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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2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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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헌책방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서점.

여기에는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 있다.

수많은 사람의 마음 또한, 이 서점에 담겨 있다.

2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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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1편의 느낌이 좋아 연이어 2편까지 읽게 되었는데, 2편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담았다기보다 1편의 후일담이 담긴 느낌이었다.


5년간 집을 나가 행방불명 되었다가 돌아온 외숙모, 여전히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사토루 외삼촌, 스보루 카페에서 만난 것을 인연으로 친해진 도모 짱, 도모짱을 짝사랑했던 다카노 군, 그리고 스보루 카페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게 된 와다 씨 외에도 모리사키 서점에 방문하는 여러 단골들과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2편에서 만나며 이제서야 뭔가 제대로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더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서툴렀던 다카코의 성장담까지 만나면서 책이 주는 위안과 헌책방만이 주는 분위기, 그리고 이웃 간에 나누는 정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항상 '빨리빨리'에 젖어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어쩐지 '느리지만 확실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느낌이 들어 더 집중하며 읽게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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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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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진보초 거리에 있는 '모리사키 서점'

도쿄의 진보초. 거리에 있는 거의 모든 가게가 서점인 조금 독특한 거리다. 이곳의 서점을 전부 합치면 170곳이 넘는다고 하는데, 거리에 책방만 내리 이어지는 광경은 제법 장관이다.


큰길 하나만 건너면 오피스빌딩이 늘어선 거리인데, 이 일대만은 정취 있는 건물이 이어진다. 주변의 간섭에서도 멋들어지게 동떨어져 있는, 마치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고즈넉한 분위기에 감싸여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장소는 바로 모리사키 서점으로, 일본 근대문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헌책방이다.


외삼촌은 모리사키 서점의 3대째 주인으로, 다만 다이쇼 시대(1912~1926)에 외증조 할아버지가 시작한 초대 점포는 이미 사라졌고, 이 모리사키 서점은 40년쯤 전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이 모리사키 서점은 전통적인 목조로 된 2층 집에 딱 봐도 '헌책방'처럼 예스러운 정취를 풍기는 가게로 실내도 좁아서 한 번에 손님 다섯 명이 들어가면 꽉 찬다.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모리사키 서점에서 다루는 특수한 서적 때문인지 손님도 조금 독특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보통 말수가 적고, 오로지 열중해서 책을 찾다가 돌아간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다들 반드시 단독으로 행동한다.


선반에는 기본적으로 100엔부터 500엔짜리 저렴한 책이 꽂혀 있는데, 유명 작가의 초판본 같은 희귀 서적도 다룬다.



■스보루 카페

'스보루'는 모리사키 서점에서 걸어서 3분이면 가는 카페로, 이 카페는 남자친구인 와다 씨와 만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와다 씨의 직장이 이 근처여서 거리상으로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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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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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코

-스물여덟 살

-3년 전 모리사키 서점에 처음 찾은 후로 꾸준히 방문 중



●모리사키 사토루

-다카코의 외삼촌

-모리사키 서점의 3대째 주인



●모모코

-다카코의 외숙모이자 사토루의 아내

-어떤 사정으로 5년 정도 외삼촌과 떨어져서 살다가 한 달쯤 전에 무사히 돌아옴. 그 후로는 외삼촌과 함께 서점을 꾸리고 있다.



●와다씨

-1년 전 어느 날 밤, 스보루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커피를 마신 것을 계기로 가까워짐.

-원래 모리사키 서점 손님이어서 얼굴은 알았지만 제대로 대화한 건 그때가 처음

-여름 직전부터 사귀기 시작해 아직 석 달 밖에 되지 않음



●도모짱

-과거 스보루 카페에서 일하던 알바생

-다카코와는 절친이 됨



●다카노 군

-여전히 도모짱을 짝사랑 중

-현재도 '스보루' 카페에서 알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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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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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는 앞서 1편에서 다루었던 에피소드와 관계들이 진척되거나 정리되는 식으로 다뤄진다. 발랄하고 씩씩해 보였던 도모짱의 숨겨진 사연, 다시 암이 재발해 시한부 인생을 살다 사망하는 모모코 외숙모, 이에 큰 슬픔에 잠긴 외삼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곁을 지키는 다카코, 그리고 응원과 힘을 보태주는 단골손님들과 주변 이웃들, 여전히 도모짱을 짝사랑하고 있지만 부담을 주지 않으며 그녀의 속도에 맞춰주고 있는 다카노군까지.


이들이 함께 연대하며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2편에서 다뤄지며 아픔과 슬픔을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희망적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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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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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의외로 어렵구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대상이라면 더 그렇다.

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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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다. 소중한 사람이 대상이라면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의외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소중하기 때문에, 관계를 망칠까 봐 어쩌면 우리는 더 조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기에 더 내 마음을 똑바로 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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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울었다. 같이 큰 소리를 내 엉엉 울었다. 외삼촌이 쓰러지듯이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감쌌다. 나는 그 옆에서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삼촌의 등을 계속 쓰다듬었다.


우리의 오열이 한밤중의 서점에 메아리쳤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져 공기가 덜덜 떨렸다.


마치 이 서점이 하나가 되어 모모코 외숙모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았다. 외숙모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마음껏 울고 또 울었다.

아무리 울어도 눈물은 마를 줄 몰랐다.

그 목소리가 언제까지나 서점을 울렸다.

밤은 길고 깊고, 우리를, 모리사키 서점을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262~2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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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해 마지않던 아내 모모코가 암으로 사망한 이후 홀로 남은 외삼촌은 혼자 방에 틀어박혀 매일을 보낸다. 그토록 애정을 가지고 있던 모리사키 서점마저 문을 닫고 두문불출하게 된다.


다카코는 생전 외숙모의 부탁을 잊지 않고, 외삼촌을 찾아가 도움을 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서점 구석에서 외숙모가 남긴 유서와 메모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순간 서점으로 뛰어든 외삼촌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둘은 함께 외숙모가 남긴 마지막 글을 읽게 된다. 그리고 이내 둘은 펑펑 울면서 마지막 애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위의 글을 그 시간에 대해 서술한 장면으로 이때만큼은 어둠 속에 잠식된 컴컴한 서점이 어쩐지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모두의 추억이 깊게 베여있는 그 공간이라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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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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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헌책방에 대한 추억을 이 책 덕분에 새삼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어딘가 낡고 헤진 느낌이지만, 골목 구석구석 자그마한 가게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어 언제 들러도 허전하다 느껴지지 않던 골목의 풍경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쓰러질 듯 위태하게 쌓여있는 책들 사이를 오갈 때면 어김없이 나던 곰팡내들까지.


이제는 '그땐 그랬지'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어 더 아련하게 다가오는 추억담을 이렇게 소설을 통해 만나고 보니, 어쩌면 이런 시간이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구석진 어딘가 쭈그려 앉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양껏 책을 읽는 시간은 그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최고의 호화 시간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는 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만의 힐링과 위로의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다시 무언갈해볼 용기도 내보고, 앞으로 나아갈 힘도 낼 수 있을 텐데 한동안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해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조금 정리되면, 이들처럼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어 한동안은 책 속에 파묻혀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 속에서 마음껏 웃고 울고 화내고 짜증 부리며 감정을 털어낸 뒤에 다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어보는 것이다.


다카코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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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를 비춰 아름답고 오래도록 빛나게 한다
한미숙 지음 / 쿤스트포르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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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걸까?"



처음 기대와는 다르게,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는 금세 책장을 덮었다. 모호한 말과 모호한 그림들. 처음에는 내 문제인 줄 알았다. 지속되는 소음에 노출된 탓에 집중하지 못해 발생한 오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연휴 기간 황금 같은 휴일. 적막으로 감싸인 그 기간 중 하루를 이 책에 올인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약 200쪽, 통상적인 페이지보다 적어 2~3시간 투자하면 금방 읽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도통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읽으면서 계속 분석을 해나갔다. 왜 이렇게 머릿속에 남는 게 없을까? 왜 이렇게 깊게 빠져들 수 없는 걸까?


다 읽고 난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쓰고 그린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어떤 맥락이나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운 내용들이다.


2006년부터 2024년의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기록과 51점의 드로잉을 담았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거기에 독자를 향한 메시지라던가 어떤 깨달음 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


그저 저자 자신만의 상념이나 기록들을 한 데 모아 엮은 책이라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는다. 날짜도 뒤죽박죽이고 내용도 타인이 판단하기에는 '알 수 없음'으로 귀결되는 내용뿐이다.


그래서 그냥 계속 읽어나갔다. 까만 것은 글자, 하얀 것은 종이.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간간이 배치된 드로잉도 그냥 보고 넘겼다.


간혹 작업이나 프로젝트 활동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 등에 대해 기록한 것들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이 역시 저자 자신의 상념들을 나열한 문자들이기에 타인에게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멍 때리다 발견한 글자를 그냥 눈으로 읽듯이 그 역시 그냥 읽고 넘기게 된다.



일기 같기도, 메모 같기도 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그렇게 나에게는 '꽃'이 되지 못했다. 글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하는 나이지만 모호하게 쓴 누군가의 글과 그림은 생각보다 더 어렵게 다가왔다.


나는 저자가 아니고 저자도 내가 아니기에, 저자의 머릿속과 경험에 다가갈 수 없는 나는 그저 텍스트 주변을 빙빙 맴돌다 그렇게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의문만 남았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뭐였을까? 내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었던 걸까?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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