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안아준다는 것 - 말 못 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때 힘이 되는 그림책 심리상담
김영아 지음, 달콩(서은숙) 그림 / 마음책방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안의 나를 만나기 위한 그림책 심리 상담!"


처음에 이 책을 보자마자 핑크색 책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여기에 더해 편안한 느낌의 일러스트들이 시선을 잡아끌면서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그래서 펼쳐들었고, 그 자리에서 뚝딱 완독으로 마무리했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편안하면서 명료했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형태를 취하지만, 그렇다고 늘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무엇보다 내담자에 맞는 그림책을 추천해 주는 부분은 직관적이면서 확실한 치유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상담 시 때로 시나 소설, 수필, 영화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에 역시 그림책만 한 게 없는듯하다.

어떤 이들은 그림책을 두고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책을 읽다 본다면 그런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림책을 더 선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총 17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내담자와 상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을 앞둔 신부의 이야기에서부터 아이들과의 상담이 두려운 교사,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가 심한 회사원, 연애만 하는 여자의 이야기, 부모를 잔인하게 죽인 남자 이야기, 남편의 화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중년의 여성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우리' 혹은 '이웃'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저마다 상담 후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그림책을 처방전으로 받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통해 내담자들은 자신의 상황을 보다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덕분에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문제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수 있게 된다. 상담 방식은 1 대 1부터 부부가 함께, 혹은 그룹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상황에 따라 어떨 때는 부드럽게 또 어떨 때는 단호하게 대처하며 내담자들의 묵은 상처를 바로 볼 수 있게 돕는다.

문득문득 감정이 치고 올라와 나 자신조차 나를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 상처가 평생 나를 괴롭히고 있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처방하는 방법처럼 그림책을 찾아 읽으며 내 안의 나를 제대로 마주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 책에 담긴 사연들을 살펴보면 저자와의 상담을 통해 그림책으로 치유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더불어 상처를 피하기보다 당당히 맞서서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우울하거나 무겁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담을 위해 치료제로 처방한 그림책이 궁금해지고, 또 내담자들의 변화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살다 보면 말 못 할 고민거리나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저자의 처방처럼 나에게 맞는 그림책을 찾아 내 안의 나를 직시하고 또 보듬어주면서 마음을 안아주면 어떨까 한다.

때때로 타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없을 때 이 방법은 가장 쉬우면서도 큰 도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


=====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 대상에게 주었던 자기 마음이라는 점이다. 대상 자체의 의미보다 대상에게 주었던 자기 생각을 더 기억하고,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확신은 그래서 필요하다.
상대가 누구이든, 처음에 상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든, 그 상대를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그 관계가 원만히 지속할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을 선택하든 자기가 옳았다는 확신을 원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24페이지 中
=====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자기 확신이 없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특히 부부나 가족, 연인, 친구 등과 같은 밀접한 관계일수록 더 그렇다.

만약 그 관계에 확신이 없다면, 항상 불안과 초조함이라는 감정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관계를 맺어가는 데 있어 상대가 누구든 간에, 내 마음이 어떤지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
무의식 속에 오래도록 방치된 마음은 때로 본성의 나를 잃게 만들고 심지어 '나는 누구지?'라고 하는 근본적 물음으로 자신을 혼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물음이 종국에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가두고 피했다고 해서 영영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란 뜻이다.

감정은 자신의 의식과 별개로 또 하나의 인격을 갖추고 있다. 의식적으로 감정을 아무리 도려냈다 해도 여전히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다.

방치하다 보면 결국에는 주체였던 자신이 무의식이라는 녀석에게 휘둘리는 비주체가 될 수 있다. 무미건조한 감정으로 삶이 메마르다고 느꼈을 때, 이전에 없던 감정이 나를 불편하게 해서 '지금-여기'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비주체에서 주체로 회복한다는 것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외면하고 무의식 속에 가둔 나의 감정에 관심을 가져보자.
60~61페이지 中
=====

무의식에 밀어뒀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특정 상황에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이를테면 술을 먹거나, 한계에 내몰리는 상황과 같을 때 말이다.

그럴 때 숨겨져 있던 감정은 주체인 나를 밀어내고 나도 모르는 사이 불쑥 일을 저질러 버리고 만다. 이때 우리는 비주체에 잠식 당하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내 다시 이성을 되찾은 나는 그 상황을 수습하고 상황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게 된다. 이런 불편을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종종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내가 놓친 감정이 무엇인지, 회피하고 미뤄둔 감정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이 망가지지 않을 수 있다.

감정은 눌러 참는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고로, 내 안에 슬픔과 상처를 보듬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
강의 때마다, 상담 때마다 심지어 방송에서도 나는 그림책을 단순히 그림이 있는 책이라고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림책은 쉽게 풀어내지 못할 다양한 주제를 시공을 초월해서 임팩트 있게 전하는 면에서는 탁월한 매체임이 틀림없이 때문이다. 나아가 강력한 치유 도구이기도 하다.
84페이지 中
=====

종종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편견이나 선입견에 둘러싸여 무엇을 판단하고 정의 내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한계를 만들고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없게 만든다.

소설을 쉽게 보고, 그림책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 그렇다.


=====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나 자신을 믿는 일이다.
도전하지 않는다는 건 나 자신에게 믿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자발적인 나의 의지로 도전하게 되면 결과가 어떻든 '나는 나를 믿었다'라는 황금 같은 경험이 남는다.

최선을 다했다는 경험 하나가 백 개의 실패 경험을 백지화시킨다.
101페이지 中
=====

결과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내가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말과도 같으며, 그것은 곧 포기하는 상태를 말한다.

포기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가 아니면, 도전하며 수백 개의 경험을 쌓는 인생을 살고 싶은가?


=====
기적은 착한 아이가 믿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다.
믿으면서 간절히 열망할 때 내 안의 믿음과 열망이 기적을 가져온다. 뜬구름 잡는 신비 타령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숱한 경험이 그것을 증언한다.

그래서 살면서 한 번이라도 기적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장영희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것이 기적이다.


기적이 왔다면 그건 누구의 선물도 아니다.
바로 내가 만든 것이다.
279페이지 中
=====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기적을 믿으며 살고 싶다. 희망하는 만큼 노력할 것이고 노력하는 만큼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을 알기에 나는 더더욱 기적을 믿으며 살고 싶다.

더욱이 기적은 노력하는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선물은 오롯이 내가 받는 것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적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

이 책에서 언급된 그림책들 중 마음이 가는 그림책들은 추후를 위해 따로 리스트 업 해두었다. 일부러 찾아 읽기도 하는데, 그림책을 통해 멘탈도 잡고 상처도 치유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보람이 또 있을까?

실제로 성인이 되어 읽는 그림책들은 아이 때 보던 그림책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요즘 출판되는 그림책의 경우, 오히려 어른 이에게 더 도움이 되는 그림책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되려 몇 페이지도 되지 않는 그림책에서 더 깊은 영감과 교훈을 얻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마음이 다쳤을 때, 상담사를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나와 잘 맞지 않는 상담사를 만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럴 때 상처를 덜 받으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인, 그림책 보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생각보다 유익하고, 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근처에 도서관만 있다면, 서점을 이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그림책을 마주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동차를 통해 만나보는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


이 책에 실린 14편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시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당시 한국은 산업화로 인해 생활상이 급변하는 시기였고 그렇기에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나던 때였다.

또 각종 가전기기의 발전, 집집마다 한대씩은 보유하게 된 차,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등 이슈가 많았던 시대였기에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그만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에는 그래서 반가움과 두려움, 기쁨과 슬픔과 같은 상반되는 감정들이 함께 공존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한때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차와 함께 역사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특히 가파르게 성장과 하락을 보여줬던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한눈에 한국사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마이카'가 존재한다.

남다른 자부심과 성공을 대변하던 차를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와 차와 함께 울고 웃으며 추억하던 때의 이야기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차, 역사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차 등을 살펴보며 차와 함께 성장해 온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한때 차는 단순한 소유물 이상의 가치를 지닌 또 하나의 동반자이자 나의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차를 통해 깊숙이 묻어둔 '공감'과 '추억'을 떠올려보며, 부모님의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려봐도 좋겠다.


이 책에는 포니 엑셀, 제네시스 G80, 카니발, 마티즈, 록스타, 프라이드, 삼륜차, 투싼 등 총 14가지의 차종을 만나볼 수 있는데, 살펴보면 모두 한 번쯤 들어봄직한 이름들이다.

더불어 한때는 길거리에서 많이 보던 차들이라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더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지며 마치 '응답하라'와 같은 드라마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자동차와 함께 변화해온 삶 속에 시대상과 생활상이 깊이 스며 들어 있어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조금 남달랐던 시대 속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만큼은 그리운 시절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
그 시대 '차'가 궁금하다면?
=====

각 에피소드가 끝나는 마지막 장에는 이처럼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차에 대한 간략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차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당시 차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또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식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
인상 깊었던 이야기 1
=====

■1986년식 포니 엑셀
한국 차 최초로 미국에 진출해 인기를 끌었던 차!

소설 속에 등장하는 영숙 씨는 남녀 차별이 만연하던 195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그녀는 집안의 반대를 끝끝내 물리치고 중고등학교 졸업했으며, 이후 아버지의 강권으로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그녀의 고생 2차전이 시작된다. 이에 그녀는 두 손 두발 걷어붙이고 물심양면으로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향한다. 아이를 업고 광주리는 머리에 이고 행상 일을 하며 남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나중에는 어깨너머로 배운 건강원을 열어 돈을 벌기 시작하는데, 이 덕분에 자식들 교육은 물론 아들들이 결혼한 후 집까지 마련해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때 그녀와 함께 했던 것이 바로 포니 엑셀이었다. 건강원을 열며 급하게 면허를 따고 산 타가 포니였는데, 이 차 덕분에 배달을 하며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들들이 배달 일을 도와주게 되면서 포니는 여기저기 긁히고 문짝을 가는 등 온갖 수난을 겪게 된다. 하지만 덕분에 오랫동안 생활비는 물론 꽤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상처투성이가 된 포니를 사위에게 인수하게 되면서 영숙 씨와 함께 전성시대를 누렸던 포니는 그녀와 안녕을 고하게 된다.


=====
인상 깊었던 이야기 2
=====

■제네시스 G80
세련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을 결합한 제네시스 프리미엄 모델!

앞선 이야기와 연결되는 이 이야기는 영숙 씨의 딸과 사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때는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시작된 1990년대로, 소탈한 성품을 가진 남편은 도무지 대학교수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

남편은 신차만 나오면 대리점에서 팸플릿을 가져와 너덜너덜해지도록 들여다보는 게 취미였는데, 언젠가 차를 살 때 미리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교수 남편에 교사 아내가 맞벌이하니 중형차 정도는 금방 살 것 같았지만 그게 참 어려웠는데, 네 명의 딸을 낳다 보니 교육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컸고, 또 번듯한 아파트를 사는 게 다음이니 좀처럼 자동차 차례는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1990년 밀레니엄이 오기 직전, 13년간 엄마와 세 남자의 운전 연습용으로 정들었던 포니는 폐차장으로 보내지고 할부를 잔뜩 낀 새 차를 사게 된다. 그 차는 봉고 같은 승합차 차종의 하나인 현대 스타렉스로 식구가 6명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기에 더해 못 말리는 효자였던 남편이 자기 부모보다 더 극진히 장인, 장모를 모시게 되면서 친인척 행사만 되면 몰고가 어른들을 태우고 다니는데도 활용되면서 그렇게 무려 스타렉스는 20년 동안 현주 가족의 발이 되어준다.

그러던 중 스타렉스가 서서히 고장 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남편의 새 차에 대한 관심 또한 비례해 커지기 시작했는데, 남편이 가지고 싶어 하는 차는 6천만 원이 넘는 제네시스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차가 아니었다.

그래서 현주는 처음에는 펄쩍 뛰었으나, 남편이 전립선암에 걸리게 되면서 결국 제네시스를 사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갓 60을 넘긴 부부에게 암 선고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그 일을 계기로 부부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현주는 명예퇴직하면서 받은 위로금으로 7천만 원이 넘는 제니시스 G80을 사주었고, 다행히 간단한 수술로 남편 또한 완치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다시 재발하게 되면서 남편은 수술을 거부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요도를 도려내야 해서 비닐 오줌보를 허리에 차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백방으로 대체 의학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치료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결국 돈만 날리고 몸은 극도로 쇠약해지게 된다.

보다 못한 현주가 결국 강제로 종합병원에 끌고 가 검사를 해보니 이미 암이 여러 장기에 퍼져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렇게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수술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남편은 그렇게 한 달을 못 넘기고 2023년 늦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주인을 잃은 검은색 G80은 지하주차장에서 방치되게 된다.

남편이 말한 대로 본인 생에 마지막 차가 되어 버린 그 차가 마치 남편을 데려간 것만 같았기에 더 현주는 더 지하주차장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현주는 남편과의 마지막 추억이 깃든 마실 길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딸들을 불러 그곳을 가게 된다.

그런데 오랜만에 지하주차장을 찾은 현주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 뿌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던 차가 말끔히 세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사위가 몰래 와서 세차를 하고, 방전된 배터리를 살려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현주는 딸들과 함께 마실 길로 향하게 되고 운전하는 내내 남편이 곁에 앉아 지켜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
인상 깊었던 이야기 3
=====

■뉴 포텐샤
기아자동차에서 마쓰다 자동차 루체를 기반으로 생산했던 고급 세단!

명우는 딸과 고3 아들 셋이서 함께 살고 있다. 아내는 반년 전 세상을 떠났다. 한창 고생하고 이제 좀 여유 있게 살아보나 하던 시점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명우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무역사업을 하며 한동안 고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의 지극한 내조 덕분에 제법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직원이 다섯이나 되었던 때였다.

그때쯤 명우는 포텐샤로 차를 바꾸게 되는데 아내는 처음으로 멋진 세단을 타게 되었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명우 부부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포텐샤를 타고 다달이 두 번씩은 주말여행 겸 드라이브를 즐겼는데, 그렇게 채 1년도 못 채우고 아내가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폐암 3기 판정을 받게 되면서 독한 항암치료와 빠른 전이로 인해 반년도 안 돼서 아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내가 떠나고 명우는 종종 차 옆자리에 투군가 타고 있는 걸 느꼈는데, 그럴 때마다 차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차를 산 지 2년밖에 안 된 차를 말이다.

여느 날과 같은 출근길, 명우는 성수대교 진입로 전에 갑자기 답답함을 느끼고 차를 갓길에 세우게 된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하여 성수대교 다리 절반쯤 지난다 싶을 때 '쾅!'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사태 파악에 나서던 때, 성수대교 한가운데로 추락하는 버스의 뒤꽁무니를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두어 시간 후 사무실에 도착해 TV를 통해 비로소 벌어진 재앙을 알게 된다. 명우는 그날 이후 일절 차를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그 아침, 갓길에서 잠시 숨을 골랐던 십여 초, 아내를 느꼈던 그 짧은 시간이 명우의 생과 사를 갈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적'과 같은 그 차의 엔진룸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날 때까지 명우와 운명을 함께 했다.

사실 성수대교 사고가 있던 그 해를 전후해서 재난급 사고들이 유난히 쉬지 않고 발생했는데, 열차 전복사고, 예비군 훈련장 폭발사고. 아시아나 비행기 추락 사고, 유람선 침몰사고, 성수대교 붕괴,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바로 그것이다.


=====
마무리
=====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때 그 시절의 아이콘이라 말할 수 있는 것 중에는 '패션', '음악', '브랜드' 외에 '차'도 포함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이 고도성장을 이룩하던 때에 차는 단순한 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었기에 어쩌면 더 '시절 아이콘'에 적합한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거듭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차는 매번 달라졌고, 또 성장해왔다. 가족구성원에 따라, 직업에 따라, 기능에 따라 차는 다른 매력과 쓸모로 각 가정에 스며들었다.

이 책에는 그런 시대성과 문화, 세대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은 잃어버린 정감 있는 모습들도 더러 엿볼 수 있다.

또 지금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시스템이 자리 잡기 전의 아날로그적인 모습도 담고 있어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조금 신기한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이나 직장 상사가 '라떼는~'하고 이야기하던 시대의 모습들, 이를테면 IMF 시대, 2002년 월드컵 등 역사의 순간들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우리 집 첫 차'에 신나서 방방 뛰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잊고 살았지만, 사진 속에는 존재하는 그 차를 오랜만에 앨범에서 꺼내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유럽 3개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유럽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책으로 관광지, 먹거리, 숙소, 기본정보, 교통편, 일정등을 참고할 수 있다. 특히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의 전체적인 느낌이나 주변도시등을 참고하면 더 알찬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모로코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넓고 펼쳐진 사막과 또 파란색으로 꾸며진 마을, 구불구불 어지러이 터전을 잡고 이는 메디나까지. 위험한 지역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책을 통해 미리 만나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참고하면 좋을 팁과 정보들을 얻은 후에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유럽 패키지 여행으로도 많이 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에 대해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예술과 낭만에 있어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나라들이기에, 이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