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정상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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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작가를 넘어 예술적 영감이 어떻게 전해지고 재해석되는지 작품을 비교하며 살펴보는 책"



개인적으로 미술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최근 학교 수업에서도 명화와 미술사를 배우고 있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주제에 따라 작품을 선별해 비교·분석한 부분은 흥미로웠으나 텍스트의 배치나 크기, 레이아웃 등 편집 디자인 전반에서 가독성이 떨어져 다소 아쉬웠다.


책 소개 페이지에서는 '추리극처럼 읽히는 흥미진진한 미술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앞서 언급한 이유로 그다지 흥미진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미술사를 어렵게 느끼고, 시대별 회화나 작품에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시각적 요소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제에 따라 34명 예술가의 작품을 선별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거나 모방, 차용, 참고, 재해석한 작품들을 주제별로 묶어 소개한 책으로, 다른 문화권과 시대의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비슷한 결의 작품을 한데 묶어 소개하고 있어 하나의 기법이나 작품이 후대에 어떤 식으로 새롭게 탄생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내용적으로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런 방식에 대해 '훔쳤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절도를 의미하기보다 다른 작품의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예술의 독창성에 대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데서 탄생한다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서로 연관된 작품을 비교하면서 보는 방식으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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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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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터너에게서 공기를 배우다


1. 클로드 모네 / 인상, 해돋이 / 1872

<인상, 해돋이>는 스케치나 단순한 하나의 풍경 그 이상의 것으로, 그 자체로 대상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의미한다. 모네는 관찰과 실험, 그리고 런던의 안개에 대한 경험을 통해 색채를 사용해 장소의 시각적 특징뿐 아니라 그곳에 대한 물리적 감각까지 화폭 위에 담아내는 방법을 발견했다.


2. J. M. W. 터너 / 전함 테메레르 / 1839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거대한 전함이 분해되기 위해 작은 예인선에 끌려가고 있는 이 작품의 배경 설정은 역사와 진보 사이의 대비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물안개가 가득하며 움직이고 있는 구름과 물 위에 반사되고 있는 석양빛과 같은 대기 효과는 마치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기록한 것과 같은 생생함을 보여준다.


3. 클로드 모네 / 웨스트민스터 다리 밑 템스강 / 1871

모네가 런던에 체류한 기간 동안 그는 색에서 대기로 관심을 옮겼고, 눈앞의 풍경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태도, 표현적인 붓질, 빛의 순간적인 효과를 포착하는 색채 사용과 같은 플레네르 기법을 통해 새벽 공기의 차갑고 습한 느낌을 표현했다.


새롭게 건설된 영국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 다리, 물 위의 보트, 부두에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가 분명하게 그려져 있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옅은 안개 안에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다.



■카라바조가 남긴 빛의 기법


1. 카라바조 / 광야에서의 성 세례 요한 / 1604

카라바조가 명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린 성 세례 요한의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는 카라바조가 실제 모델을 직접 보고 작업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는 인물이 살아 숨 쉬는 모습 그대로를 담고자 했다. 활동 기간이 짧았음에도, 그의 영향력을 수십 년 동안 종교예술을 지배했으며 로마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뻗어나갔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유럽의 화가는 카라바조의 횃불에서 빛을 훔쳐 왔다.


그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고 배경은 그림자로 모호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얕고 경계가 불분명한 공간으로 표현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치는 빛은 인물의 형상이 어떤 모습인지 정의하기보다는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되었다.


2.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 머리를 든 하녀 / 1623~1625년경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아버지인 오라치오는 카라바조와 가까운 사이였다. 그는 아마 자신의 아버지가 이해한 방식을 통해 카라바조의 기법을 배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아버지 작품에서의 주제와 카라바조 작품에서의 빛을 표현한 기법을 결합한 이중 차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디트가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아시리아의 장군인 홀로페르네스를 죽인 직후를 배경으로 한 모습을 담고 있다.


3. 자크 루이 다비드 / 마라의 죽음 / 1793

다비드는 1775년부터 1780년까지 5년간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고대 조각과 르네상스 대가들의 기법을 연구했다. 또한 로마에 머무는 동안 카라바조의 빛과 어둠을 다루는 탁월한 기법에도 주목했다.


자신의 욕조에서 살해된 마라는 손에 암살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쥐고 있다. 그는 심한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등 육체적으로는 약한 인물이었지만, 다비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치는 빛을 통해 그를 숭고한 순교자의 이미지로 변모시켰다.


4. 조르주 드 라투르 /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 / 1635~1640년경

이 작품에서 흔들리는 불빛은 인생의 헛됨과 덧없음을 표현하는 두개골의 실루엣을 드러낸다. 막달라 마리아의 깊은 수심에 빠진 얼굴은 부분적으로 그림자에 가려져 있으며, 오른쪽 팔과 어깨에는 강렬한 빛이 비쳐 어두운 부분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극적이면서도 동시에 부드럽고 섬세한 빛의 쓰임은 쓸쓸한 묵상에 빠진 분위기를 만든다.


카라바조에게 직접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그 영향을 받은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거쳐 간접적으로 이어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사전트가 훔친 반 다이크의 품격


1. 존 싱어 사전트 / 에두아르 파이예롱 / 1879

사전트는 자유로운 모습을 포착하면서도 동시에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인지 익숙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초상화에 파이예롱 특유의 침착함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표현했다.


편안해 보이지만 권위를 잃지 않는 그의 포즈는 오랫동안 귀족 계층에게 쓰이던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17세기 플랑드르 바로크 화가인 안토니 반 다이크와 같은 화가들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다.


한 팔은 몸 옆으로 내리거나 종종 사물을 쥐고 있으며, 또 다른 편의 팔은 구부린 무릎과 대조를 이루며 위로 치켜올린 골반 위에 얹혀있다.


이 독특한 자세는 훗날 '스웨거 초상화'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는 남성의 권력과 특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초상화 유형이 되었다.


2. 안토니 반 다이크 / 제임스 스튜어트, 리치먼드와 레녹스 공작 / 1633~1635년경

반 다이크는 특정 자세를 통해 귀족 모델의 자신감 넘치고 무심한 듯한 모습을 묘사했다.


이 자세는 반 다이크가 사전트가 파이예롱을 그릴 때, 이 새로운 유형의 엘리트 모델을 위해 그 우아함과 당당한 태도를 그대로 반영했다.


3. 존 싱어 사전트 / 아서램지, 제 14대 달하우지 백작 / 1900

사전트는 그의 작품 활동 기간 전반에 걸쳐 반 다이크 작품 속 특유의 자세를 활용해 남성적인 균형감을 표현해왔다. 달하우지 백작의 초상화에서 그는 귀족적인 전형을 보여주는 미묘한 장치를 하나 더 추가했는데, 바로 건축 배경이다.


현대적인 디자인에 티 없이 깨끗한 흰색 정장은 그의 날씬한 체격을 감싸며 긴 팔다리의 비율과 타고난 우아함을 한층 더 강조한다.


4. 존 싱어 사전트 / 집에 있는 닥터 포지 / 1881

포지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있다. 이 포즈는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전통적인 유럽의 제스처다. 그의 왼손은 느슨하게 묶인 실내복의 끈을 잡아당기고 있다. 음울한 듯 잘생긴 외모 덕분에 '의사 하나님'이라는 뜻의 '닥터 디외'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악명 높은 유혹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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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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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각각 따로따로 배우거나 작품을 보게 되면 이런 하나의 공통된 주제로 묶어서 생각하기 어려운데, 주제별로 묶어서 살펴보다 보니 재미있는 공통점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시대별, 화가별로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있는데 후에 그런 것들을 찾아봐도 좋겠다.


텍스트보다, 선명한 그림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데, 미술사를 공부하거나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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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도 매이 매이
이폴 지음 / 글고운그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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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기 위한 판타지 그림책!"



처음에 이 그림책을 읽었을 때는 사실 좀 난감했다. 별 내용도, 의미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개글을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어린 아기들의 수면을 유도하기 위한 수면 그림책이라 내용이 얕고 가벼웠고, 그래서 오히려 다 큰 성인인 나는 되려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기 전에 머리맡에서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책으로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 단순하고 짧은 글밥으로 아이들이 매이할 수 있으니.


※매이하다: 달빛 아래 포근히 잠드는 우리만의 비밀 언어



꿈뻑꿈뻑 잠은 오지만 자지 않으려 버티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림자 속에서 피어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두운 밤은 두려움보다 환상적인 공간으로, 꿈과 현실의 경계는 모호하게 표현되며, 무서운 어둠 호랑이는 오히려 잠으로 이끄는 다정한 호랑이로 표현된다.


덕분에 아이들은 잠들기 전 한바탕 환상적인 모험을 즐긴 후 서서히 잠에 빠져들 수 있게 된다. 밤에 만날 그림자 친구들에 대한 설렘으로 어쩌면 밤이 기다려질지도 모르겠다.


마치 피터팬의 모험처럼, 아이들은 꿈속 여행을 통해 들판과 바다를 마음껏 누비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신나는 모험을 즐긴 후 그렇게 잠에 빠져들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 밤도 매이 매이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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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의 그림 같은 하루 - 가장 행복한 시간에 색을 입히는 감성 컬러링북
박시현 지음 / 이덴슬리벨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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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여유와 행복을 스케치로 만나볼 수 있는 책!"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나, 뭔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 꺼내 들면 좋을 컬러링북 하나를 이번에 만났다. 특히 일상 속 모습들이 담겨 있어 더 편안하게 다가왔는데, 디자인 자체도 너무 복잡하지 않아 취미 생활로 하기에도 딱 적당해 보였다.


물감, 크레파스, 마커 등등 나만의 재료를 가지고 슥슥 색을 입히며 상상력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공간이 채워지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색을 입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 점을 참고해 나만의 컬러를 입혀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감성과 색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담긴 스케치를 완성한 후 마음에 드는 페이지가 있다면 액자에 담아두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 봐도 좋을 듯하다.


저자가 채운 좌측 페이지 하단에는 사용한 컬러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컬러칩을 활용해 색을 채워봐도 좋겠다.


우측에는 색을 채우지 않은 스케치가 배치되어 있는데, 나만의 색감과 채색 방법으로 컬러를 입혀 상상력을 더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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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으로 채운 컬러링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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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좌측과 비슷한 컬러로 채워봤는데, 이것과는 완전히 다른 나만의 색을 채워 다양한 무드를 연출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한다.


디자인적으로 보자면, 완전히 다른 2~3가지의 컬러 무드로 책을 칠하고 후반 작업을 거쳐 액자나 벽면에 걸어두면 색다른 디자인 연출이 가능할 듯하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시키면, 얼마든지 다양한 연출과 활용이 가능하니 단순히 색을 칠하는 개념으로만 보지 말고 확장된 의미로 살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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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러시아 ㅣ 머니 뭐니 세계사 3
강일우 저자 / 펜타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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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역사를 돈과 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책!"



러시아에 대해 깊이 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기대했던 느낌의 구성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인 역사적 흐름을 통해 러시아가 겪어온 여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러시아가 행하고 있는 일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라마다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와 상황들이 있다는 점은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러시아를 하나의 거대한 기업에 빗대어, 돈·권력·자원·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러시아의 역사를 풀어낸 책으로, 키예프 루스부터 차르 제국, 러시아혁명, 소련의 흥망,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다루고 있다.


러시아가 어떻게 국가의 기반을 형성했고, 제국과 소련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정치·경제적 흐름과 연결해 확인해 볼 수 있다.


큼직큼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러시아에서 누가 권력을 쥐고, 국가의 자원과 부를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해 왔는지, 또 이를 활용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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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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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두들겨 맞으며 하나의 진리를 배웠어. 약하면 먹힌다. 그래서 나는 늘 더 강해지려 해. 국경을 넓히고, 완충지대를 만들고, 필요하다면 가스 밸브를 잠가서라도 내 힘을 확인받으려 하지. 2022년에 유럽이 그 밸브 앞에서 떨었던 거 기억해? 그건 갑자기 튀어나온 협박이 아니야. 8백 년 동안 몸에 밴 내 생존 본능이 다시 고개를 든 거지."

(...)

늪지대와 강가의 작은 무역 거점에서 시작해, 몽골의 지배를 견디고, 모스크바의 교활한 생존 전략을 거쳐, 코사크의 창끝으로 대륙을 찍고, 마침내 공포로 묶인 제국이 된 나라.


러시아의 역사는 단순한 영토 확장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된 굴욕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생존의 역사였다.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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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러시아를 거대한 땅덩이를 가진 욕심 많은 나라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이면에는 두려움과 굴욕의 역사도 있었다는 점이 꽤 놀라웠다.


항상 거대한 제국만 생각했는데, 실상 러시아 또한 먹히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더 악랄하게 약소국을 탐하고 협박을 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다만, 이제는 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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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감정만으로 대하면 안 돼. 무조건 미워해도 안 되고, 순진하게 믿어도 안 돼. 러시아는 상처 많은 강대국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제국의 본능을 가진 나라야. 이해하되 경계해야 하고, 필요하면 협력하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해. 그게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중간 크기 나라의 지혜야."

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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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정의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국제 정세에서는 항상 내 편인 나라도, 항상 적인 나라도 없다.


국가 간 관계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해는 하되 경계해야 하고, 필요하면 협력하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아마 이 태도는 비단 러시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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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으르렁거리는지 아는 것과, 그 곰이 남의 집을 부수는 걸 허락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야. 이해가 면죄부가 되는 순간, 우리는 다음 피해자가 될 수도 있어."

2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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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호되게 당한 경험을 교훈 삼아 우리 또한 올바른 역사 공부와 인식을 통해 왜 으르렁거리는지는 파악하되, 우리 집을 부수지 않도록 철저히 방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지금같이 각종 K-문화가 성행할 때 더 안팎으로 단두리를 제대로 해서 두 번 다시 예전과 같은 일들은 겪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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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정리한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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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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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인터뷰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듯 펼쳐지는 역사 이야기의 발상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를 하나의 주식회사로 보고 큰 사건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입장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준 점도 높게 산다.


그런데, 나열만 하기보다 조금 더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더 쏙쏙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역사를 외우는 과목으로 접해 다소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이 책 또한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결국 기존의 역사 서술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어 다소 아쉬웠다.


오히려 중간에 핵심 내용들을 만화 형태로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특정 사건들은 캐릭터나 웹툰 형태로 기억에 남아 머리에 더 콕콕 박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러시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흐름은 대략 파악할 수 있어 나름 유용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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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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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4글자와 더불어 한글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책!"



한글날을 맞아 이번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접할 기회가 꽤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한글과 세종대왕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실상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한글'과 '훈민정음', '세종대왕'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더불어 잘 알지 못할 때보다, 오히려 조금 더 알고 보니 한글이 왜 위대한 문자이고 또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앞으로 한글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신라 시대의 국제 교류와 인류 문자의 역사를 시작으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와 사라진 네 글자, 훈민정음 해례본의 역사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한국의 성장과 한류의 확산을 통해 한글과 한국어가 지닌 세계적 가능성을 조명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가 눈에 띄었는데, 첫 번째는 사라진 4개의 글자와 이것의 쓰임, 그리고 이 글자들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두 번째는 세종이 독자적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부분인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사라진 네 글자까지 활용하면 세계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 세종이 이처럼 체계적인 문자를 단독으로 창제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세계적 관점으로 바라보니 학창 시절 외워야 할 역사 과목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이 글을 접하는 이들 또한 새로운 관점으로 한글과 세종을 바라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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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든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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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과연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며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한글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걸까?


■세종의 업적을 우리는 너무 얕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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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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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에서 벗어나려고 만들어진 6개의 문자


1. 거란 문자: 요나라 태조 야율아보기가 만들게 했다.


2. 서하 문자: 탕구트족이 세운 서하의 왕 이원호가 신하 야리인영에게 명해 만들었다.


3. 여진 문자: 금나라 태조의 명으로 완안희윤이 만들었다.


4. 파스파 문자: 원 세조 쿠빌라이 칸이 티베트 승려 팍바 라마에게 명해 만들었다.


5. 훈민정음: 조선 제4대 왕 세종이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 창제하여 1443년에 완성하고, 1446년에 반포하였다.


6. 만주 문자: 청 태조 누르하치가 어르더니와 가가이에게 명해 만들었다.

이렇게 6개 중 다섯이 사라졌다. 사라진 문자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전부 왕조와 수명을 같이 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국가 권력이 위에서 내려보낸 문자였기 때문이다.


공문서에 쓰라고 명령했고, 관리들만 배웠다. 그게 전부였다. 백성의 일상까지 내려가지 못했다. 그러니 왕조가 무너지면 그 문자를 쓸 이유도 함께 사라졌다. 오늘까지 살아남아 한 나라의 공식 문자로 쓰이는 것은 훈민정음 하나뿐이다.



■사라진 한글 4자


1. 여린히읗

ㅇ에 획을 하나 더한 글자다. 목구멍을 순간적으로 닫았다 여는 소리인데, 우리말에서 독립된 소리로 기능한 적이 거의 없기에 가장 먼저 사라졌다. 15세기 중반의 문헌에서 이미 쓰임이 크게 줄었고, 세기가 끝나기 전에 거의 자취를 감춘다.


2. 반치음

ㅅ자 모양을 변형한 이체자다. 15세기 후반부터 약해져 16세기에는 사실상 사라진다. 소리가 없어지면서 마을이나 아우 같은 글자의 표기가 변형되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소리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변했다. 경상도와 함경도 일부 방언에서는 ㅅ으로 남았다. '마실 간다'의 '마실'이 그것이다.


3. 옛이응

ㅇ위에 꼭지가 달린 글자다. 이 글자는 소리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소리는 지금도 있다. '강'의 받침이 바로 이 소리다. 사라진 것은 글자 모양이다.


구별할 필요가 없어지자 꼭지가 떨어졌다. 17세기 문헌에서 거의 사라진다. 네 글자 중 유일하게 '소리는 살아남고 글자만 없어진 경우'인데 사실 이 옛 이응은 사라져도 큰 상관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4. 아래아

중성 기본자 셋 중 하나다. 하늘을 본뜬 점이다. 소리가 없어졌는데도 글자는 계속 습관처럼 썼다. 그러다 1912년, 조선총독부가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을 만들면서 아래아를 공식적으로 폐지한다. 제주 방언에는 이 소리가 20세기까지 남아 있었고, 지금도 제주도의 관광 안내판이나 상호에서 '한라산'과 같은 표기를 볼 수 있다.



■해례본이 입증한 한글의 위대함

이 책이 발견되면서 500년 동안 이어지던 억측과 논쟁이 한 번에 끝났다. 해례본의 제자해에 창제 원리가 전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그대로 자음은 발음기관을 본떴고 소리가 세지면 획을 더했다. 모음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떴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창문살도 아니었고 파스파 문자도 모두 허구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수많은 인연과 희생을 거친 덕분에 오늘날 이 책이 우리 곁에 있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되었고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현재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중히 소장, 보존하고 있다.


결국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단 한 권의 책이, 한글이라는 문자가 지닌 세계사적 위상과 격을 완전히 결정지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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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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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우리말을 적는 문자이면서, 동시에 소리 자체를 정확히 적는 도구로 설계된 것이고, 그 소리라는 게 단지 우리말 소리만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소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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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이 책을 읽으면서 한글의 위대함과 놀라움에 국뽕이 차올랐다. 비단 이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한글을 우리는 제대로 된 실체도 알지 못한 채 너무 당연한 듯 매일 쓰고 있었다. 이런 오늘의 나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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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자와 단어의 발음기호를 따로 배워야 하는 문자, 이것이 로마자의 현실이다. 그러나 한글에는 발음기호가 필요 없다. 철자 하나가 하나의 발음에 대응되는 완벽한 발음기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1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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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와 중국어 등 세계의 많은 언어들이 단어와 발음기호를 따로 배워야 한다는 사실에 새삼 다시 놀랐다. 더불어 한글은 그런 것들이 필요 없는 글자라는 것에 있어 얼마나 우리가 축복받은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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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안은 국어 표기는 지금의 24자를 유지하되, 외국어 학습용 표기에 한 해 사라진 글자들과 표기법을 되살려 쓰자는 것이다. 국어를 적을 때는 24자, 외국어 발음을 적을 때는 사라진 글자들을 다시 쓰고 순경음과 병ㅅ어 표기 등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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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안이 실현되면 세 가지 결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첫째, 한국인의 외국어 습득이 한층 수월해진다.

둘째, 외국인이 자국어 발음을 표기하는 데도 강력한 도구가 된다.

셋째, 결국 한글이 '한국어만을 위한 문자'라는 국한된 틀을 깨고, 전 세계의 소리를 담아내는 '보편적 음성 표기 도구'로서의 본래 위상을 회복하게 된다. 

(...)

이처럼 본래 한글이 가졌던 확장성을 회복한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인간의 말소리도 한글로 담아내지 못할 것은 없다고 확신한다.

149~151,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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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한글의 4글자를 되살린다면, B와 V, F와 P, L과 R, TH, Z에 해당하는 글자도 한글로 구분하여 충분히 표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간혹 외래어를 쓸 때 구분하지 못해 난감할 때가 있었는데, 네 글자를 복원한다면 세상에 품지 못할 글자는 없을 듯해 보인다.


사라진 글자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기대되는 포인트라 복원하는 부분도 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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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슨 소리를 듣든, 그 자리에서 한글로 옮길 수 있다. 중국음이든 어떤 나라의 말이든 한글로 써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자를 어릴 때부터 익히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것이 세종이 우리 민족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문자를 준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소리를 풀어낼 수 있는 DNA를 우리에게 심어준 것이다.

1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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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줄곧 한글을 듣고 써와서인지 이런 선물을 DNA에 심어주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정말 세종은 큰 선물을 백성들에게 안기고 떠난 듯하다.


어떤 소리든 한글로 옮겨 적을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큰 축복이 어디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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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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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위대한 문자라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감할 일이 많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실감해 본다.


더불어 최근 K-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도 더욱 많아졌는데, 한글의 우수성과 창제에 얽힌 비하인드, 역사적 사실들을 함께 알릴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외국인들이 갖는 한글과 대한민국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글을 더 사랑하고 아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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