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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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생생하게 그려지는 알래스카에서의 치유 이야기"



투명하고 새파란, 빙하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빡빡한 현실과 두려움 너머의 비현실 속 사이를 오가게 된다.


그 속에는 우연한 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얻게 된 이지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다. 대한민국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것 없이 빡빡한 생활을 하던 그녀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얻게 되면서 결국 직장에서 잘리게 된다.


치료를 위해 온갖 병원을 찾아다녀 보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중 우연히 네이버의 한 카페 정모 모임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방법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알래스카로 훌쩍 떠나게 되는데, 거기부터 서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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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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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대한민국 → 알래스카


□알래스카에 있는 트랩 라인

-강이 흐르다 바다와 만나는 지점

-주로 사냥을 해서 먹고사는 수렵 채집인들이 덫을 놓고 동물을 기다리는 곳

-야생과 문명의 마지막 경계선

-삶과 죽음의 경계선


■김이지(캐스퍼)

-38세

-경미한 교통사고 이후 오른손과 팔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앓게 됨

-이후 8년 다닌 직장에서 잘림

-온갖 병원을 다녀도 팔의 통증은 낫지 않음(9개월)

-우연히 '복합통증증후군 치유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한 논문을 발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알래스카에 있는 한 한의원을 찾아가게 됨


■박 대표

-이지의 사진학과 선배이자 직장 대표

-현실적인 이유로 이지를 해고


■고담

-40대

-알래스카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오게 됨

-이지가 발견한 논문 속 한의원의 원장


■은하

-고담의 아내


■밥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이트

-논문 속 주인공


■리토

-일본인

-한의원의 1층에서 꽃집 운영 중

-과거에는 도쿄 전력에서 일하던 공무원

-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로 아내를 잃음

-이후 알래스카로 오게 됨


■캐롤라인

-40대 초반

-폴란드인

-본업은 마사지사

-이지가 알래스카에서 머물던 쿠바 모텔에서 장기 알바중


■미세스 정

-남편과 관계가 소원.

-고립되어 살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삶의 활력을 얻음


■핌

-한인 민박에서 일하고 있음


■시차 유령

-뒤집힌 형태의 중절모의 모습

-어릴 적 이지와 사유가 만든 캐릭터

-이지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기 전날 구입한 동화책 속 주인공이자 이지의 악몽


■박사유

-시차 유령을 쓴 동화 작가(무스)

-유치원 시절 이지의 친구

-그리니치 유치원의 핼러윈 파티가 끝난 후 끔찍한 일을 당함(베런의 첫 번째 피해자)


■알렉스 베런

-57세

-소아성애자

-세계 각국을 옮겨 다니며 아이들을 성추행

-인터폴 수배 중

-처음 성추행이 시작된 곳이 한국의 '그리니치 유치원'이었음

-그에게 당한 아이들의 수만 해도 약 100여 명이 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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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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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일을 하며 빡빡한 삶을 살아가던 이지는 회사 대표의 개를 산책시키던 중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후 극심한 오른팔 통증을 겪게 되고, 이 일로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되면서 결국 회사에서도 잘리게 된다.


어렵사리 복합 통증 증후군이라는 병명은 알게 되지만, 전국 어떤 병원을 가도 통증을 완화시키지 못하자 매일 섭취하는 수면제와 진통제의 양도 무시무시하게 늘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네이버 카페의 한 모임에서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한 사람을 치료했다는 논문을 발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이지는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논문의 주인공이 있는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고담이라는 한의사를 만나게 되지만, 그는 자신이 치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막막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결국 오른팔 통증의 근본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눈보라가 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두려움과 마주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과 달리 도망가지 않고 두려움과 맞서며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끝내 야생과 문명의 마지막 경계선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인 트랩 라인에 이르며, 과거의 고통은 물론 오른팔의 통증 역시 치유된다. 여기에는 물리적인 치유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


알래스카에는 이지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고통을 껴안고 이곳에 방문한 이들이 가득한데, 그들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치유해 가는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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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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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t live every day like that, but you have to live today, right? Isn't it?"

(매일을 그렇게 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지? 안 그래?)

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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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지치고 힘든 날들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이 문장을 떠올려 보면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 하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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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을 때까지 존엄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

289~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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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사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만난 고담의 아내 은하가 한 말로, 그녀는 마지막 순간 존엄한 죽음을 위해 홀로 트랩 라인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아마 그런 그녀의 마지막 잔상을 이지가 마주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존엄한 존재로, 누구도 그것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극심한 아토피라는 산을 넘고, 또다시 암이라는 산을 만난 은하는 아마도 마지막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트랩 라인을 넘은 것이 아닌가 싶다.


비현실 속 모습이었지만, 마지막 은하의 모습이 밝고 쾌활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런 존엄이 지켜졌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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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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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정도다. 여기에 더해 개연성 있게 시작된 오른팔의 통증 덕분에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고, 긴 호흡으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알래스카라는 공간은 기본 방향성과도 너무 딱 맞는 공간적 요소로 다가온다.


존재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상상으로 채워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뼈대에 살이 덧붙여지는 느낌이다.


마지막은 훈훈하고 따뜻하게 마무리되며, 차갑게만 느껴지던 알래스카가 어쩐지 신비로우면서 인연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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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두 마리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박혜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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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



롱폼으로 챙겨보는 유튜버가 몇 안 되는데, 최근 그중 몇몇이 신기하게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유튜버의 책 중 하나로,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저자는 대구에서 스타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남편과 가족을 위해 네덜란드로 이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이제 겨우 적응해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영상에 다 담아내지 못한 속 이야기와 후일담들을 이 책에 담았는데, 덕분에 '인간 박혜령'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유튜버 박혜령'보다 '인간 박혜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유튜브 영상의 후일담, 저자의 생각과 꿈, 행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상을 통해서는 깊이 알 수 없었던 그녀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보통 보여지는 채널들(SNS를 비롯해 유튜브 등)에서는 행복한 모습, 화려한 모습 등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적인 고뇌와 고민들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기존보다 동질감과 공감력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잠시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았던 기간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힘들었구나'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삶, 가족, 행복,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부터 네덜란드에 대한 깨알 정보까지 담아낸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의 행복과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의 경우 주변 사람들로 인해 삶에 대한 태도나 방향이 많이 바뀐 케이스인데, 그래서 어쩌면 그들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봉택이를 잃어버린 에피소드를 보면, 처음에는 너무 극단적 반응이 아닌가 싶었지만, 사정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아이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양상을 많이 보이는데, 내가 보기에는 버릇없어 보이는 모습들이 꽤 보여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분량을 조금 줄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영상 너머의 이야기와 그녀의 속 깊은 마음을 엿볼 수 있어 꽤 좋았다. 아마 이후 업데이트되는 영상을 볼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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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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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아버님이 남긴 '가족' 카드 한 장을 간직하고 있다.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그 글씨에서 이 모든 연결이 시작됐다고 믿는다. 그 두 글자는 낯선 땅에 도착한 나와 세랑이 그리고 강아지들까지 보듬어주겠다는 따뜻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부엌에서 그 마음을 흉내 낸다. 내 방식대로.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 아니라 이 낯선 땅에서 나라는 사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그래서 요즘은 요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좀 더 나다워지는 느낌이 드니까.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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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은 굉장히 훈훈하고, 힐링 되는 포인트가 많다. 나이가 꽤 많은 네덜란드 시아버지는 손수 한글로 '가족'이라는 글자를 써서, 이민 온 가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이런 따뜻한 가족과 함께 이민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저자는 이민 첫해에 꽤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심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리를 찾았다. 한국에서는 요리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그녀가, 가족이 생기고 네덜란드로 이주하면서 오히려 요리에 흥미를 붙이게 된다.


자신만의 의미를 더하게 되면서, 설자리를 스스로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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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도 않고 비판할 지점도 존재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네덜란드인이 '모양'보다 '실용'을 택하고,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편안함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그런 태도 앞에서 나는 종종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맞아. 좀 없어 보이면 어때. 오히려 있어 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게 더 없어 보일지도 모르잖아.

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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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삶을 추구하며 사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저자는 서서히 스스로 품고 있던 편견을 깨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삶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나보다 타인의 시선과 말에 더 신경 쓰며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목을 읽으며 '나'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맞다. 어쩌면 있어 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없어 보이고 찌질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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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네덜란드의 차이점>


▷아이들의 용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네덜란드는 만 4세부터 초등학교에 간다.

▷네덜란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문화다. (주 3~4일만 일하고 나머지는 아이와 보내는 일이 흔하다)

▷네덜란드 부모들은 아이와 잘 논다.

▷큰 규칙은 엄격히 지키게 하되, 웬만한 건 자유롭게 두는 편이다.

149~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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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 들여오면 좋을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용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부분은, 과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문화가 아닐까 싶다. 너무 유난스러울 필요는 없지만, 요즘 우리나라 어린이집을 보면 유난도 그런 유난이 없다. 엄마도, 선생님도, 심지어 아이들조차 용모뿐 아니라 이것저것 너무 유난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 점도 꽤 흥미롭다. 그만큼 복지와 혜택이 잘 되어 있다고 하니, 한국에도 시급히 적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와 제대로 놀지 못한다. 그런데 네덜란드 부모들은 말 그대로 '잘 논다'고 한다. 부모 모두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문화와 복지가 더해져 형성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항목도 눈에 띄는데, 학교나 직장 등이 너무 경직되지 않으려면 큰 규칙은 반드시 준수하게 하되, 웬만한 것들은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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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랑이가 태어난 뒤 절실히 깨달은 건 우리 중 누군가 아프면 집안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다. 나의 건강과 멘탈을 챙기는 일은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동시에 가장 이타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바로 서야 비로소 주변을 돌볼 힘과 여유가 생긴다. 숨이 가빠지고 근육이 타들어가는 그 순간이, 결국은 가족에게 더 따뜻하게 웃어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조금 거창하지만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이라고 믿으면서 오늘도 운동 완료!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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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 역시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으로, 나의 건강과 멘탈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이타적인 행동이 아닐까 한다.


내가 있어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삶의 가장 우선순위에 자신을 두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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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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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그저 좋아 보이는 것, 행복해 보이는 것 말고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의 진짜 인생을 살짝 엿본 느낌이다. 덕분에 이런저런 핑계로 잠시 미뤄두었던 내 인생도 다시 끄집어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위안도 얻을 수 있었는데, 먼저 고비를 잘 넘겨 자신만의 자리와 인생을 찾은 저자를 보며 나도 용기와 힘을 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됐다.


점점 더 웃을 날이 많아질 수 있도록, 내 삶의 균형과 여유, 즐거움을 찾아 나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다정함을 건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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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없는 우정 - 경계를 허무는 관계에 대하여
어딘(김현아)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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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다가왔던 '어딘' 작가의 시절 인연 이야기"



책 제목을 보고 <격 없는 우정>이란 어떤 걸까 내심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솔직히 말하면 공감대를 이룬 문장은 거의 없었다.


나이, 성별, 인종, 국적 상관없이 나눈 우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펼쳐져 있었음에도, 그중 어떤 것도 나의 생각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글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하는 의문만 제기되는 글들만 꽤 많았다. 그래서 한참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이 책은 작가 자신의 내적 경험과 결을 따라가지 않으면 잘 이해하기 어려운 기록물이라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독자들은 쉽게 읽히는 에세이를 기대하고 책을 펼치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저자 자신의 닫힌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 거리감을 느끼기 쉽다.


한마디로, 독자가 쉽게 파고들 수 없는 작가만의 시절 인연을 기록한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20대 시절부터 50대 현재까지의 삶을 생생하게 담은 산문집으로, 나이·성별·인종·국적에 상관없이 나눈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을 풀어내는 방식은 독자의 공감이나 이해를 우선하기보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인연을 그만의 감정선으로 풀어낸 것으로, 작가만의 기록에 가까운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독자가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저자의 경험이나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하나하나의 글에 깊이 빠져들기 어려운 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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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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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씨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으신가요?"

(...)

"아니요."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

"반복이 싫어서요. 동일한 것들의 무한 회귀, 사랑마저도. 자발적 멸종 주의자예요."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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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발적 멸종 주의자'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위의 대화를 통해, 이 말을 이해하게 된 동시에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처럼 명확히 '나는 자발적 멸종 주의자예요'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그런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비혼 주의자도 많고, 결혼을 해도 아이 없이 사는 딩크족도 많다. 저자는 그런 삶을 두고 후대를 남기지 않고 스스로 소멸한다고 해서 '자발적 멸종 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은 저자의 말처럼 무한 회귀나 반복을 꺼리며, 나만의 창의적인 삶을 선택하기 때문에 '자발적 멸종 주의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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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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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우정에 대해 다룬 점은 좋지만, 조금 더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폭넓게 다룬 저자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격 없는 우정도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찻길 위의 평행선을 달리는 느낌이라, 평정심을 유지하며 읽기 쉽지 않았는데, 다음 책에서는 지금보다 독자와의 거리감이 좁혀질 수 있는 내용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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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 계엄의 밤, 국회의사당에서 분투한 123인의 증언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팀.유종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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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초유의 사태, 계엄의 밤을 지킨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들!"



어느덧 벌써 1년. 2024년 12월 3일 그날, 그 밤 사람들은 난데없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처음에는 대부분 이 소식을 믿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장난 혹은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헛소리 정도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었고 한순간에 대한민국의 상황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난데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는 것도 잠시, 대대적으로 사람들은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연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시국이 어떻게 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앞서 잡혀있던 행사 및 일정들은 모두 취소되었고, 대통령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온갖 핑계로 계엄령 선포에 대해 정당함을 계속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파면되며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잃게 된다. 이 책은 그날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는 책으로, 미디어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긴박하고 비장했던 상황들을 만나볼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년 전 계엄의 밤에 분투한 123인의 증언을 모은 책으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인터뷰 형태로 짤막하게 담긴 이야기들은 보탬이나 뺄 것 없는 실제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인터뷰이로 참여한 사람들도 대학생부터 교수, 정치인, 개발자, 사업가, 배우, 기자, 사회운동가,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날의 그 현장이 얼마나 긴장감에 가득 차 있었는지, 또 그곳 국회의사당에 서슴없이 발을 내디뎠던 이들이 어떤 각오로 임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특히 그들 중 제주 4·3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은 하나같이 그날의 상황이 영화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는데, 아마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 충격, 또 다른 하나는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전두환·박정희 시대의 풍경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는 낯섦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이들은 태극기 하나만 들고 거리로 나섰던 3·1운동을 떠올렸고, 또 다른 이들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생각해냈다.


그만큼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이었고, 사람들은 그 밤 계엄을 막지 못한다면 유혈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닿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목숨을 걸고 그 자리로 나왔고, 하나같이 군부대와 맞서 나라를 지켜냈다. 어느새 1년이 흘렀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날의 모습이 다시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언제든, 우리가 지켜온 일상이 작은 틈 하나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을 계기로, 나 살기 바빠 무심하게 지나쳤던 시간들을 이제는 돌아보고, 더 단단하게 하루를 쌓아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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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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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_전 국민의 힘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치의 목적은 권력 정치와 권력 수호에 있지 않습니다. 그건 잘못된 정치입니다. 정치의 목적은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위하는 데 있습니다. 권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부여된 권한에 불과한 것이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건 절대 아닙니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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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쥔 사람들 대부분은 그 힘을 지키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오히려 권력을 이용한다. 하지만 특히 공직자나 정치인은 개인의 권력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힘을 써야 한다. 목적과 방향을 잃은 권력의 끝은 결국 파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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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_사회운동가


저 자신, 제 친구들 그리고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보호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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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아마 대부분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 섰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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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경_밴드 '전기뱀장어' 뮤지션


이번에 이 계엄이라는 일련의 사태를 겪어보니까, 우리의 일상이라는 게 생각보다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이고, 누군가의 땀과 피로 이게 지켜지고 있겠다는 걸 알게 됐죠. 다음에 비슷하거나 더 위험한 순간들이 오면 저도 중요한 역할을 해서 그 빚을 갚고 싶습니다.

162~1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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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이 지켜지고 있을 때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빼앗기거나 잃고 나면 비로소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또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계엄은 우리 모두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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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_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연약하고 취약합니다. 그렇게 연약하기 때문에 곁에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그런 면에서 각각의 개인이 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좀 더 나은 관계들을 소망하고 추구하는 것은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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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해답을 준 사건이자 계기가 바로 계엄이 아니었나 싶다.


책에도 자주 언급되는 부분인데, '나 같은 사람 한 명이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이면서 집단이 되고, 그들이 결국 국회와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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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재_드라마 작가


정말 평범한 한 사람이 어느 정도의 우연히 작동해서, 혹은 그저 그날의 기분에 따라 길을 지나다 하필 거기 있었을 뿐인데,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 그 사람을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을 수도 있는 거라고.

3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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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그 사람이 뭘 해서가 아니라, 우연과 사건이 만나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우리 삶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 그날 그 현장에 있었던 123인이 그렇지 않았을까?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폭탄처럼 비상계엄을 만났고, 이들은 두 발 벗고 그 현장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아마도 예전과는 다른 가치관과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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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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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그날, 비상계엄을 마주한 나의 반응 역시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었고, 처음 마주하는 '계엄'이라는 단어가 낯설었기에 솔직히 어리둥절했었다.


그 계엄이 군부독재 시절 자주 언급되던 그 계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나라는 뒤집어져 있었고, 평범하게 흘러가던 일상은 멈춰버렸다.


새벽 단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국가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미디어로만 접했던지라,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날 그 밤, 목숨을 걸고 막아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또다시 과거의 상처를 반복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 군부대가 진심으로 움직였더라면, 윤석열의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지금의 이 평온한 일상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말 한 끗 차이로 비껴간 그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 밤을 지켜준 정치인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뛰어들어준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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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누구에게나 핀다 - 오늘부터 내 삶을 바꾸는 자기 확신 에세이, 매일 더 설레는 날을 살게 될 당신에
오은환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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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자기 확신 에세이!"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겹치다 보니 걱정과 불안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고, 책은 그런 내 마음을 다독여주며 지금도 잘 버티고 있다고, 잘해나가고 있다고 조용히 말해줬다.


덕분에 알고 있지만 막상 어둠 속에 빠지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말들을 다시 떠올리며 '그래, 다시 한 번 해보자' 하는 결심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절망에 빠졌거나 자신감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러면서 아직 운명의 때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니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는 대안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내재적 동기를 활용할 것, 정답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 잘하는 것들을 더 잘해볼 것, 스스로를 존중할 것 등과 같은 것들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결국 해답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힘들 때일수록 내면을 다지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아래는 그중에서 특히 더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문장들을 위주로 꼽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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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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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는 '동기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이 어떤 활동을 할 때 높은 만족감을 얻고 그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외재적 동기'보다 '내재적 동기'가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외재적 동기는 돈이나 물질 혹은 타인의 칭찬과 같이 바깥에서 오는 동기다. 반대로, 내재적 동기는 흥미나 호기심, 자발적 바람과 같이 자신의 내면 안에서 우러나오는 동기다.


즉, 동기 이론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 동기가 돈이나 타인의 인정 같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내부'에서는 오지 않는다면, 만족감과 지속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음을 설명한다.

(...)

이 깨달음 이후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바뀌었다. 전에는 끊임없이 외부를 두드리며, 무엇보다 해야 하는지 묻고, 조언을 들으면 필터 없이 '일단 실행부터!'하고 직진했다면 이제는 조언을 듣더라도 스스로에게 먼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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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무엇부터 해야 할까?,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삶이 점점 더 나아질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 만나는 노력, 나 자신과 친해지는 노력을 우선순위에 두도록 하자.

(...)

세상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의 정답만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정답을 만들어 가야 한다.

2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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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부딪히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 친구 등 외부에서 정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보자.


사람마다 살아온 결이 다르고 세상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 있다면 오로지 모든 시간을 통과해온 내 안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 나은 삶을 고민 중이라면, 우선 나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내 안에서 정답을 찾아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답에 닿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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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프레임과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잘하는 것들을 더 잘해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

내가 이미 제법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을 때는 마음이 즐겁고 그 일이 쉽게 느껴진다. 쉽게 느껴지는 만큼 기량을 더욱 잘 발휘하게 되고 결과 또한 좋아진다. 그렇게 110점, 120점, 130점 등 '완전히 잘하는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면, 이미 나의 강점이던 것들은 강점을 뛰어넘어 인생에서 유용한 '나만의 특별한 무기'가 되어 준다.

(...)

프레임을 갈아 끼우자. 자신의 강점인 부분을 찾고, 인정하자. 이미 잘하는 것을 좀 더 잘하기로 하자. 루저 프레임이 위너 프레임으로 바뀔 때, 어떤 일을 해도 자신감 있게 도전하게 되고 결과 또한 좋아질 것이다. 싸움에서 기세가 중요하듯, 인생에서도 기세가 전부다.

46~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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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 잘하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추자고 말이다. 이미 프레임을 바꾸려는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었지만 지지부진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내 강점을 제대로 찾고 그걸 더 잘할 방법을 챙겨볼 생각이다.


원래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은, 못하는 것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노력보다 훨씬 덜 힘들고 더 재미있다. 또한 성장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가지지 못한 것을 계속 좇는 욕심만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이미 가진 것들을 원하는 만큼 키워갈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내가 가진 것, 내가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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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타인의 말에서 내 감정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이 사실을 우선적으로 인지해 두어야 한다. 세상에는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중에는 그 생각을 여과 없이 말로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

그러니 일이 잘 안 풀릴 거라며 상대가 당신에게 나열한 내용은 '리스크에 대단히 예민한 사람이 위험에 대비하는 체크리스트를 주니 고맙다' 정도로 생각하며 참고만 하자.


더 나아가서는 상대가 단순히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무시하고 비아냥대며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면 대화의 화제를 단호하게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기분이 나쁘라고 하는 소리를 끝까지 다 들어주며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스스로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

(...)

만나면 마음이 다치고, 집에 돌아오면 위축되는 관계임을 뻔히 알면서도 내게 악영향을 주는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은 결코 자신을 존중하는 선택이 아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면, 스스로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자. 자존감은 남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이니깐.

90~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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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봄직한 이야기이기도 한 위 문장은 굉장히 중요한 문장으로, 꼭 가슴에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첫째, 세상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

▷둘째,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부터 내뱉는 사람도 있다는 것

▷셋째, 일부러 무시하거나 비아냥대는 사람의 말은 차단하거나 대화의 화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

▷넷째, 무엇보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것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타인에게 쉽게 상처 주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내 감정을 지키려면 몇 가지 방법이나 구체적인 기준을 미리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기억하자.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잘해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내가 먼저 나를 존중해야 남도 나를 존중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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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을 이긴다고 한다. 방법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복잡하고 해야 할 것들이 많고 어렵다면 우리는 결코 지속할 수 없다. 단순하더라도 효과적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의 몸과 마음을 오래도록 괴롭히는 문제가 있거나 선명하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행동부터 찾아보자. 방법이 단순해 보일지라도 결과는 전혀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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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 지나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누구라도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오히려 진짜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하지 않고, 의외로 아주 단순한 데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만약 변화할 마음이 있다면, 먼저 사소하지만 오래가는 효과를 내는 방법부터 찾아보는 게 좋다. 예컨대 꾸준히 기록하기, 우선순위로 하루를 열기, 일을 잘게 나눠 처리하는 습관, 불필요한 것 덜어내기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작은 습관들을 하나씩 일상에 스며들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오래 붙잡고 있던 문제에서 자연스레 벗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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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는 대담한 기업들이 더 신중한 기업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일반적으로는 과감하고 빠른 실행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자. 시작해 보고 실패하면 고쳐 나가면 된다. 만일 커다란 일이 부담스럽고 두렵게 느껴진다면 작고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보자. 그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가까운 미래에 실행에 옮길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고 그것들을 실행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 보자.

(...)

빠르게 실패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성공하는 길이다.

125~1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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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는 '신중함'보다 '대담함'이 더 주목받는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결국 시작도 못해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일단 움직여 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부족한 부분은 진행하면서 채우고, 필요하면 고쳐 나가면 된다. 그제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빨리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성공의 길'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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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추구하는 목표가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하는가?'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방향을 점검하는 방법 자체를 잘 모르겠다면, 이뤄내고 싶은 목표를 달성한 삶을 상상해 보자. 그 안에서 당신의 표정은 어떠한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 삶이 당신이 원하는 삶일 가능성이 높다.

(...)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강에는 더욱 많은 기회와 경험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한 단계씩 자연스럽게 성장해 나갈 수 있으며 삶을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207~2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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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위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고, 달성한 후의 삶을 상상해 보자.


그 속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고, 반대라면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서두르지 말고, 지금 내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방향만 맞는다면 언제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니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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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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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두 눈은 가려지고, 조급함에 동동거리기 바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숨을 가다듬어 본다. 결국 언제고 꽃은 피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해결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믿고 천천히, 내가 하고자 했던 방향을 찾아 다시 나아가려 한다. 원치 않았던 상황 때문에 방향을 굳이 틀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끄러지더라도 내가 설정한 길을 따라가다 미끄러져 보려 한다. 필요하다면 그때 채우거나 고쳐나가면 된다.


오래 준비하고 고민했던 시간만큼,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이 나에게는 있다. 더불어 나를 무시하고 비아냥대는 부정적인 사람들의 말은 더 이상 귀담아듣지 않기로 했다. 기본적인 매너와 삶의 태도가 원래 그런 사람들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준비해 온 대로, 변화를 위한 사소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들을 하나씩 실행하며 일상을 바꿔나가면 된다. 처음의 다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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