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한예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1월
평점 :
사람들은 '몸보신'을 위해서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마음보신'을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는 몸보신만큼 마음보신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한 번씩 위안, 위로, 용기, 힐링, 행복, 격려 등이 담겨 있는 책으로 매번 조금씩 생기는 틈을 꽉꽉 채워주고는 하는데, 이 책도 그런 마음보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책 중 하나다.
특히 이런 마음보신을 위한 책들은 외부로부터 받는 충격(상처, 배신, 슬픔 등)들을 완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또 타인보다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현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책들을 주기적으로 접하며, 약간 수행하는 느낌으로 마음보신을 위해 읽고 또 읽는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을 전해주며 우리가 다시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더불어 살면서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말들을 건네며 괜찮다, 웃을 날이 곧 올 것이라 말해준다. 또 지금의 시련 또한 더 좋은 날을 위한 준비운동 같은 것이라 말하며 힘든 날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건넨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확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고 나면, 한 발짝만 멀어져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문장들이 틀리지 않은 말임을 알게 될 것이다.
=====
'그럼에도'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조건이든, 어떤 상황이든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겠다는 말 같아서. 그.럼.에.도 짧은 네 글자이지만, 이 안에는 농도 짙은 뜻이 들어 있다.
(...)
때로는 간절한 소망이자 애절한 속삭임이 되고, 완강한 다짐과 완곡한 외침이 될 말. 과거가 어떻든 지금을 바라보겠다는 의지이자,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중이다.
14페이지 中
=====
어떤 말에 붙여도 '그럼에도'라는 말은 긍정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 말에는 어떤 강인한 의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 이 말을 쓸 때만큼은 나도 모르게 더 강한 다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고 말 테야!'
=====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누구도 내 하루와 시간, 마음은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 가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나의 꿈과 소망을 억누르면서까지 살아갈 필요는 없다. 억지로 살아가지 말고, 나의 의지로 살아가자. 나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인해 움직이는 수동적 태도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는 능동적 태도로 살아가도록 하자. 타인의 첨언은 좋은 것만 흡수하고 좋지 않은 건 흘려보내면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믿고 후회 없는, 후련한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19~20페이지 中
=====
내 삶에 나의 비중보다 타인의 비중이 커지면 그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때로 '함께'라는 타이틀에 너무 매몰되어 나는 없고 타인의 말과 행동만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삶에 주인공인 내가 아니라 타인임을 명심하자.
내 인생에 '내'가 존재해야 '함께'도 존재할 수 있다. 나에게 이로운 것, 나에게 적합한 것,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등을 우선적으로 알아야 그때부터 진짜 '함께'를 누릴 수 있다.
타인에게 좋은 것이 다 나에게 적합하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타인의 이야기는 적절히 걸러듣자. 그리고 나의 의지와 나의 주관에 따라 삶을 설계하고 시간을 쓰자.
그래야 진짜 내 삶을 살 수 있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곳곳에 여백을 두어야 한다.
마음에 두면 쉼이 될 것이고,
시간에 두면 여유가 될 것이다.
사랑에 두면 돌아봄이 될 것이고,
나에게 두면 돌봄이 될 것이다.
비우고서야 보인다.
내 하루를, 나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가.
52페이지 中
=====
요즘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여백'에 대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여백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모르고 살았는데, 마음에, 시간에, 관계에, 나에게 여백을 둬보니 진정 왜 여백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틈이 있어야 무언가 들어올 여지가 생긴다. 우리의 삶에 틈을 만들어 여백을 두어보자. 그러면 삶이 한결 더 여유롭고 편안해질 것이다.
=====
놓쳐 버린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유효 기간이 지나 상해 버리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매사 아끼고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된다. 순간을 잡는 것은 나의 몫이고, 놓치면 나의 탓인 거니까. 그러니 부디 주어진 기회 앞에서 망설이지 말기를. 행복할 수 있는 순간들이 멀리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를.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삼키고 삼키다 이내 잊어버리지 않게.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접어 버리지 않게.
아끼고 아끼다 끝내 놓쳐 버리지 않게.
63페이지 中
=====
예전에는 아끼고 아끼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것, 귀한 것을 가장 마지막에 먹거나 사용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결국 쓰임을 다해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귀한 것일수록 지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 관계, 음식, 시간 등은 모두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그러므로 멀리 도망가기 전에, 그 쓰임이 다하기 전에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유지하려는 관계는 결코 좋은 관계가 아니다. 진정하고 솔직한 관계는 흘러가는 대로 두어도 곁에 남는 법이다.
73페이지 中
=====
한때는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관계를 좋게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때도 있었다. 먼저 연락하고, 챙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결국 이어질 관계는 이어지고, 애쓴다고 해도 끊어질 관계는 끊어진다는 것을.
타인에게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려고 애쓰지 말자. 특히 관계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그저 진솔하게 상대를 대하는 것이면 족하다.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관계와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될 것이다.
=====
우연히 본 교양 프로그램에서 한 강연자가 말했다.
"섬을 떠나야 섬이 보인다."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거리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비로소 거리를 두었을 때 보이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
그러고 보면 무언가 내게서 멀어지고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
사람의 마음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흙탕물처럼 더욱 탁해진다. 그럴 때면 잠시 거리를 두어 감정의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멀어짐은 또 다른 이어짐이 되어 남아 있는 마음을 다시 매듭지어 줄 테니까.
가까이 있으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 가지만, 실은 그 대상의 반쪽밖에 보지 못하는 격이다. 가끔은 먼발치에서 그 대상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바라보려는 시각도 필요하다. 관계에 있어서 멀어짐은 이어짐의 끝이 아니라 재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대상의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의 마음을 재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멀어짐의 시간이 지나면 보인다.
진짜 감정, 진짜 사랑, 진짜 인연이 보인다.
101~103페이지 中
=====
'진짜'를 발견하고 싶으면 조금 거리를 벌려보자. 너무 가까이에 붙어 있으면 진짜를 발견하기 어렵다. 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다면, 나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거리를 벌려보면 내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도를 볼 때조차도 코앞에 두어서는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를 중심으로 근방 전체를 살펴봐야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고 목표지점을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멀어짐은 지금의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가끔은 동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가져보자.
=====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
환하게 웃고 있을 그날의 나를 생각하며
묵묵히 걸어가자.
그리고 반드시 잘 될 나를 반갑게 맞이하자.
148페이지 中
=====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일로 우리는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쓴다. 불안해한다고, 걱정한다고 그 일의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없다.
그러니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현재의 나에 집중해 보자. 과정을 묵묵히 밟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 마음껏 기뻐하고 행복해하자. 그날을 위해 지금은 걱정하기보다 실행해야 할 때다.
=====
삶의 안온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있고, 우리는 그 기본만 충족되어도 보다 여유를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걱정의 양도 줄여야 한다. 기본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큼 주어지지는 않기에, 이 부분은 결국 노력으로 채워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돌보고 돌아봐야 한다.
기본만 충족되어도 행복의 반은 채워진다. 그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곧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다.
200페이지 中
=====
사람들은 행복을 꿈꾼다면서 정작 가까이에 있는 행복은 보지 못한다. 되려 닿지 못할 이상만 꿈꾸고 바라며 현재의 행복은 놓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삶은 기본만 충족되어도 이미 행복한 삶인데, 그 기본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들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면서 행복의 기본을 깎아먹는다.
먼 이상만 좇을 게 아니라, 삶의 안온을 위해, 안정적인 삶을 위해 매일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들을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상 이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어떤 불행이 찾아오는지는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보자. 나의 튼튼한 오늘과 내일과 더 먼 미래를 위해!
=====
마무리
=====
삶이 무너졌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상을 되찾는 일이다. 그런데 평소 일상을 엉망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아도 삶을 재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본을 지키면서 사는 것, 나를 제대로 마주하며 내 삶을 사는 것, 현재에 집중하며 사는 것들을 매일 같이 반복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더 빠르고 더 건강하게 다시 삶을 일으킬 수 있다.
걱정과 후회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만 그리며 꿈만 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정을 살아내야 한다. 묵묵히, 그리고 덤덤하게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야 내가 원하는 결과와 이상을 맞이할 수 있다.
살다 보면 걷는 구간, 뛰는 구간, 넘어지는 구간, 쉬는 구간 등 다양한 구간을 만나게 된다. 이런 구간을 매번 무사히 잘 건너가기 위해서는 나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또 그런 특성을 위해서는 나를 발견하기 위한 거리와 여백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이처럼 좋은 날을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하는, 우리가 굳건히 지켜내야 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든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삶의 과정을 성실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바라던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