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51 | 152 | 153 | 15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여자아이가 귓속말을 하는 표지가 인상적인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총 10편의 단편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가지의 단편 이야기는 주로 '죽음'과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무채색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신기한 건 읽는 동안은 서로 다른 각각의 단편으로만 여겨지던 이야기가 다 읽고 난 후에는 몇 가지의 주제로 압축된다는 점이다. '여성' '우울증' '죽음'과 같은 키워드로 꼽을 수 있는데 각 이야기들은 마치 모난 돌의 각 단면을 들여다보듯 개성 있는 스토리로 꽉꽉 채워져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의 화자가 여성인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해변의 소견'이나 '문은 조금 열어 둬' '트릭'은 남성이 화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목차>
트랙을 도는 여자들
무덤 산보
해변의 소견
녹색극장
문은 조금 열어 둬
미주와 근화의 이란성 쌍둥이 썰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
트릭
핑거 세이프티
우리의 마지막 잠

 

과거에도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특히 20세기를 거쳐온 사람들에게는 많이 공감되는 '여성'들의 삶과 이야기들이 녹아들어 있어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요즘 많이 뉴스에서 거론되는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위협이나 폭력성, 가부장적인 사회 인식 속 여성의 모습, 약자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사회 시스템의 부재가 그것이다. 예전보다는 좋아졌다지만 중요한 건 '여전히' 이러한 위협 속에 여성들은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해 각자 겪게 되는 트라우마와 우울증,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는 점은 현재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303호 여자의 죽음과 더불어 숨죽여 사는 름이와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우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강남역 살인사건 외에도 빈번하게 뉴스에서 언급되는 무차별적인 여성에 대한 폭력을 떠올리게 했다.

 

<해변의 소견>에서는 평소 온순하고 욕심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한 남자가 아들과 떠난 해변으로의 여행에서 보여주는, 느닷없이 낯선 여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언행을 하는 남자를 통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봤으며 특히 교통사고 현장에서 막말을 퍼붓는 남성 운전자의 모습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의 와이프와 아들이 괘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마디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가장, 성공의 기회를 연거푸 놓친 자신의 모습이 사실은 가장 불만스러우면서 모든 이유를 외부로 돌리고 있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의 한 단면도 엿보았다.

 

<미주와 근화의 이란성 쌍둥이 썰>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던 미주와 근화의 모습이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양면성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기 위해 미래는커녕 수익도 보장되지 않는 일을 하며 뒤에서는 누군가를 동경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근화는 스트레스 해소를 먹는 걸로 해결하는 섭식장애를 앓으며 점점 자신을 잃어 가는 삶을 살고 있다. 우연히 자신이 동경했던 한 유튜버 '미주'의 행적을 따라 방문한 동네에서 그 유튜버로 오해를 받아 그녀의 팬으로부터 선물도 받고 좋은 시간을 갖지만 곧 사칭을 알게 된 미주가 동영상에 파격적인 모습을 올리게 되며 화제가 된다. 이로 인해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작가팀이 그 동네를 방문하게 되면서 우연히 직접 만난 '미주'는 유튜브 영상에서와는 대조적으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모습의 미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그녀가 결국 행한 일은 이선혜에게 전화해 미주를 찾았다고 보고하는 것이었다.
당당해 보이고 화려해 보이던, 동경하던 미주의 망가진 모습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민낯을 본 근화의 심정은 어땠을까? 고소한 마음이었을까? 우쭐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마음이었을까?

 

<핑거 세이프티>는 소통의 부재와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많이 가는 내용이었다. 자식들 거느리며 안팎으로 경제력까지 책임지고 있던 엄마와 무능력하며 아들을 바라는 가부장 제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일탈.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부부 싸움 속 위축되어만 가던 나와 동생. 열두 살 이후 수도 없이 일탈을 감행하는 아버지를 열아홉이 되는 해 온전히 집 밖으로 내쫓고 완전히 법적으로 남남이 된다. 이후 엄마는 어느 순간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우울증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무던히도 속을 썩이던 아버지와 남남이 된 이후에도 엄마는 나보다 남편이 우선이었다. 나는 엄마와 동생만을 가족으로 생각했기에 아버지는 '그녀의 남편'으로, 할머니는 '그녀의 시어머니'라고 지칭한다.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지만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은 보호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원망 또한 깊다. 어느새 나 역시도 우울증에 걸려 여러 차례 자살시도를 한다. 사랑하지만 애증 하는 관계인 엄마와 나는 그래서 꼭 필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 이상으로 가까이 가지 않는 안전거리 유지가 필수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할 때 엄마는 나와 동생을 먹여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오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도 일찍 일어나 맛있는 아침밥을 해 먹이는 것으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대신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신경 써주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처럼 같이 외식을 하거나 잘한 일에 대한 칭찬을 해주거나 수영 강습에 찾아와 지켜보는 다른 엄마들처럼 자리해 주지 못했다.
어린 나는 여러 위험요소가 노출되어 있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했다. 가령 수영 코치가 자꾸만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히는 행동 같은 것들 말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도록 그런 여러 불안과 갈등이 표출되지 못하고 안에 계속적으로 갇히고 쌓이면서 결국 아이 역시도 우울증을 겪으며 자살시도를 번복한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느꼈던 심리 불안, 그리고 수영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성추행, 다른 가족들을 보며 느꼈을 박탈감,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조차 억눌러야 했을 '나'의 심리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이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미치거나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참고 참다가 우울증에 잠식되기도 하고, 버티다 버티다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죽음을 목도하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말이나 위로 없이도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폭력과 범죄에 노출되고 공포에 잠식당해 우울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약한 마음이지만, 그래서 더 그만큼의 끈끈함도 엿보인다. 그녀들의 생존이, 살아가고자 하는 안간힘이 스토리를 통해 그 자체로 인정과 존중을 하게 된다.

 

이는 좋고 나쁨의 평가로 표현되기보다,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저 담담하게 서술되기에 더 그렇게 와닿는 것 같다. <우리의 마지막 잠>에서도 상황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무감하게 툭툭 서술되다가 마지막은 '그러나 딜라는 죽었고 나는 살았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10편의 스토리를 통해 다시 한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과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우울'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상 속 위협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법과 시스템 개선,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의 시작은 유명한 범죄심리학자이며 프로파일러인 도경수가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산소를 방문하러 가던 산속 길에서 갑작스레 교통사고 후 납치를 당하는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눈을 뜬 곳은 마치 감옥을 연상시키는 좁고 불쾌한 공간이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차츰 사고가 일어난 시점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며 교통사고 후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다가왔던 뒤차의 운전자가 자신에게 클로로포름으로 입을 막고 마취주사를 놓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한 번씩 방문하여 링거액을 교체해 주는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 그리고 식사시간에 외부에서 문 사이의 작은 공간을 통해 음식을 넣어주는 누군가. CCTV를 통해 감시되는 하루 일과와 때가 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TV.

 

켜진 TV 화면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자신을 감금한 이는 누구일까? 그렇게 자기 스스로를 프로파일링 하며 가장 유력한 3명을 꼽아본다. TV까지 출연하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그였지만 아무런 단서 없이 정확한 범인을 특정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기회를 틈타 감옥 같은 그곳에서 도망을 친다. 회복되지 않은 컨디션으로 겨우 헤매고 돌아다닌 산길 입구쯤에서 겨우 다가오는 차 한 대를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한숨을 돌린 후 뭔가 서늘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운전자의 얼굴이 자신과 똑같았다.

 

이야기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차의 각 제목이 곧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다.

 


1부: 범죄심리학자
2부: 뮤지컬 제작자
3부: 미스터리 유튜버
4부: 성형외과 의사
5부: 면식범

 

모든 이야기는 6년 전의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교 정교수가 되고 첫 번째 범죄심리학 강의를 하던 날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아들 지웅이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길로 사건 현장에 도착한 그는 사건을 수습하고 이미 사망한 아이의 시체를 골프백에 담고 사건 현장을 은폐한 후 마침 최근 자신이 프로파일링 중인 미제 사건 중 하나인 '팔봉산&무악산 여아 살인사건'을 떠올리며 무악산에 아이를 유기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미제 사건과 비슷한 형태로 조작 및 은폐한다.

 

이후 도경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명세를 떨치며 승승장구하며 살아간다. 이후 아내와 협의하여 부부 싸움 후 이혼한 형태로 주변에 알리고 아들은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외진 시설에 이름을 바꾸고 입원시킨다. 그리고 그 근처 장모님이 곁에서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한다. 더불어 이 사건으로 인해 혹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를 딸 지원은 어느 바닷가 마을에 보안이 철저한 집을 마련해 주고 동료 형사를 통해 그녀를 들여다보고 지켜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6년 전 사건 이후 도경수의 가족은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타인과 동떨어져 생활하며, 가면을 쓴 생활을 이어간다. 핸드폰 속 숨겨진 앱을 통해 가족 단톡방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외부에는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것처럼 생활한다. 그러던 중 여느날과 같이 기일을 맞아 산소를 방문하던 도경수는 납치를 당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도경수 가족은 급물살을 타듯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한편 6년 전 그때 도경수의 아내인 박한나는 불안, 초조, 분노 같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돼 있을 때였다. 그럴 때 뮤지컬 카르멘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그녀는 모든 것을 일에 쏟아부었다. 그러면서 차츰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카르멘 캐릭터에 동화되었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자유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르멘은 그녀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6년 전 그때 그날은 아이들을 봐주던 자신의 엄마가 건강검진 일정으로 자신이 아이들을 돌보던 날이었다. 갑작스레 지적장애 3급인 아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그녀는 평소와 같이 줄넘기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주변 일대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디서도 지웅이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범위를 확대해 찾아들어간 2단지의 공사 중인 지하 커뮤니티센터 공사 부지 안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여자아이를 앞에 둔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들을 다그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지만 아들의 대답을 쉬이 듣기는 어려웠다. 평소 폭력성을 띠던 아들의 모습을 통해 편견에 사로잡힌 그녀와 남편은 아들이 그녀를 죽였으리라 짐작하고 미제 사건의 범행과 비슷하게 꾸며 사건을 은폐하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후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딸은 도경수가, 아들은 어머니 박한나가 맡아 각자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지역에서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며 조사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살아온 거짓의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낯설진 않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그 사람,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굴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되는 숨막힐듯한 전개속에서 진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면식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적장애 3급으로 어린 나이에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받아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었던 지웅. 점차 타인의 눈빛에 자주 의기소침해지고 불만이 쌓이면서 무작정 타인에 대한 적대심이 높아져 남들과 벽을 쌓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지웅을 가엷고 애처롭게 바라봤던 한 사람.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무시하는 행위들로 인해 고통받고 의기소침해지는 지웅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던 한 사람. 그의 인생도 지웅이 받는 사람들의 시선과 별만 다를 바 없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살인을 덮기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
내가 나임을 포기한 순간부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스스로 믿을 수 없다는 건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얼굴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게.

(327페이지 中)

=====


사실 6년전 사건에 있어서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범인이 누구였는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진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존재했다. 모든 일이 끝난뒤에 그들은 다시 삶을 살기위해 새로운 목표를 갖는다. 자신이 죽인 누군가를 이제는 살리기 위해, 그의 잃어버린 삶을 다시 되돌려 주기위해 다시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포기해버린 자기 자신부터 회복하고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지웅이의 삶을 되찾아 주는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겉모습만을 보고 섣불리 판단하고 타인을 무시하며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인해 빚어진 참사가 아닐까?

 

우리는 외모만을 보고 쉽게 누군가를 판단한다.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은 차별과 무시를 당하고 학대를 당하면서 그들은 점차 소외되고 의기소침해진다. 그런 일을 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자들이며 장애 아동, 노숙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면식범'은 그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식과 우리의 행동에 대해 꼬집어 말하고 있다. 한 번쯤은 우리와 우리 주변은 어떤지 생각해 볼 만한 소재다. 그리고 그런 차별과 무시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왔던 한 사람의 모습도 곱씹어 볼 만하다.

 

휘몰아치듯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숨 쉴 틈 없이 읽어내려간 것 같다. 집콕이 필요한 이때 미스터리 스릴러 한편 읽으며 이 겨울을 보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누군가가 나를 납치했다. 6년전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복수극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쫄깃쫄깃한 스릴러를 만끽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이데아 케이스릴러
장해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이 지옥인 사람들,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열린 새로운 세상인 가상 현실게임 '가족이데아'

 

술취해 자기만족감에 취해 사는 아버지, 항상 기죽어 살며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어머니, 공무원 시험은 몇년째 낙방하고 찌질하게 살고 있는 원형, 일진무리에 섞여 사춘기를 톡톡해 보내고 있는 여동생 원미. 원형에게 가족은, 버릴수도 그렇다고 끌어안을수도 없는 너무 버거운 사람들이었다.

 

지독히도 가난했고 어디에도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잠조차 두발 뻗고 잘 수 없는 현실공간속에서 원형은 하루라도 빨리 공무원이 되서 자신이 가족들을 구원할 수 있기를 바랬다. 어릴적부터 제법 머리가 좋았고 남들보다 이해력이 빠르고 암기를 잘했으므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 이 지긋지긋한 지옥속에서 탈출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날 게임 테스터 알바를 하게 된 원형. 용돈벌이도 하고 궁상맞은 현실과는 정반대되는 자신이 원하는 가족을 선택하고 맞이할 수 있는 말그대로 환상적인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게임속 세계에서 원형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지독한 가난과는 거리가 먼 가상세계 속 자신은 능력있는 재벌2세가 되어 맘껏 세상을 누비며 근사한 완벽한 가족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예상과 다른 게임속 결말을 맞게 되면서 어느새 테스터는 종료되고 만다.

 

이야기는 그렇게 원형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점차 과거, 게임, 이데아 세계로 확장되면서 가족들 각자의 진짜 이야기와 메타버스 속 세상이 교차되기 시작한다. 과거 어머니의 불행하고 끔찍했던 사이비 종교 입문과정과 숨겨진 결혼과 출산이야기가 나열되고 사이비종교 단체의 추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되며 한층 더 비참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한편 철없고 사고만 치는 동생인줄 알았던 원미의 진짜 일상과 진정한 친구로 믿고 동경했던 지희와 얽힌 이야기도 전개 된다. 순영과 결혼후 대기업에 입사하고 원형을 임신하면서 행복할 일만 가득할것 같았던 원섭이 횡령혐의건으로 얽히면서 그는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이야기와 더불어 1년뒤 출소후 자신의 세상에 갇혀 모든것을 타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아버지 원섭의 이야기는 그렇게 뼛속까지 고통과 아픔으로 가득찬 가족들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비록 끈끈하거나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불행과 고통속에서 '같이' 모여 살던 그들 가족에게 어느날부턴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아버지 원섭의 사망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중심에는 지희의 아빠 상원이 자리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물질적인 지원은 아낌없이 했지만 진짜 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상원은 갑작스레 지희가 자살을 하게 되면서 모든것을 내려놓고 딸의 복수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한번의 실수로 생긴 딸 지희를 버리고 간 여자로 인해 그는 자신의 꿈도 포기하고 16년간 미혼부로써 모든것을 지희에게 쏟아부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목표이며 꿈이었던 딸이 자살을 하면서 모든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어떤 유서도 남기지 않고 갑작스레 떠나버린 딸의 소지품에서 나온것은 피묻은 손수건과 립스틱이 묻은 담배꽁초, 그리고 일기장. 딸에 대해 정작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는 딸의 자살소식을 믿지 못하고 학교친구들을 수소문해 알아낸 이야기를 통해 같은반 친구였던 원미가 자신의 딸을 자살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굳게 믿기 시작한다. 그것은 손수건에 새겨진 WM라는 이니셜과 담배꽁초에 묻은 립스틱, 그리고 일기장의 내용과 친구들의 증언이 그를 그렇게 믿도록 안내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실제 경찰조사에서는 단순자살로 판명나 사건이 종결된다. 이 모든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상원은 모든화살을 원미와 그의 가족에게 돌리고 그 가족을 파멸에 이를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하기 시작한다.

 

이데아 소프트라는 회사를 만들고 16년동안 콘솔게임을 시작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성장해 온 상원은 자신의 이런 최신 AI기술과 VR기술을 접목한 '가족이데아'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 가장 먼저 원형을 공략한다. 그리고 그 가족 한명한명을 cctv를 통해 감시하며 가족 깊숙히 침투하기 시작한다. 게임속 하집사로, 원섭의 가상 후배 하진우로, 사이비 종교단체인 '헤븐'의 새멤버 하진우로 삐걱거리던 불안정한 원형의 가족속에서 오해와 불신을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점차 실행해 나간다.

 

상원이 직접적으로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진적으로 흘러간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고가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가상의 세계인지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VR기기와 컨트롤러를 통해 가상세계에 진입했다면 이후에는 그런 기기 없이도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자신이 어느 세계에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구분이 모호해진다. 메타버스속 아바타를 조종하듯 상원은 그렇게 원형의 가족들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종하고 마침내는 사이비 종교 '헤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데아 멤버스'라는 회사를 만들어 세상의 꼭데기에 우뚝 선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것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권력과 세상에 보여지는 이목속에서 휘둘리며 욕망하고 기대하는것들만 바라보고 사는 세상. 
한때 원형도 불행하고 암울한 현실과 가족속에서 욕망과 이상만을 쫓아 자신이 가족의 구원자가 되길 꿈꾸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게 다가 아님을 안다. 그래서 진실을 쫓아 여동생 원미를, 엄마 순영을, 이부형 에덱, 그리고 문정을 상원으로부터 탈출시키고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계속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그렇게 진행된다.

 

끝까지 끝을 보는순간까지도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갔다. 가상과 현실사이를 오가며 진실은 서서히 밝혀졌고 어둠의 민낯은 드러났다. 그러나 그 이후의 현실의 모습은 밝혀진 진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이 스토리의 가장 핵심은 가장 마지막 문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상원의 말대로 더 이상 뭐가 진실인지를 파헤치는 건 무의미했다. 현실과 가상현실. 두 세계는 처음부터 공존하고 있었다. 원형의 어린시절 꿈은 이루어졌다. 그는 가족을 구원한 영웅이었다. 하루의 절반동안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뉴스를 습관처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더 찾아보게 되었다. 자주 바뀌는 국가 정책과 지역마다 다른 지침으로 다소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처음 겪어보는 세계적인 팬데믹의 상황은 불안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격리 단계는 계속적으로 높아졌고, 재택근무로 전환되는 생활 외에도 모든 생활을 거의 타인과 마주할 수 없었기에 꼭 필요한 상황, 기본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뉴스 등을 통한 빠른 내용 파악이 필요했다.
언제 백신이 들어올지, 언제 맞을 수 있을지, 맞고 나서의 증상은 어떤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 확진자는 몇 명인지 등등 자가 격리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알아야 할 정보들에 대해서 매일매일 체크했다.

 

그렇게 약 2여 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 우리나라는 이제는 '위드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바이러스와 함께 공존하는 삶을 바라보고 준비 중이다. 이미 선 진행한 세계 각 나라들의 위드 코로나 이후의 상황은 제각각이다.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는 곳도, 혹은 갑작스레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위드 코로나는 먼 이야기인 양 백신 공급 자체를 받지 못해 기아와 질병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나라들도 있다.


정신없이 숨죽이며 지냈던 2년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백신으로 예비 대비를 하고 나니 문득 얼마나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고, 글로벌 시대가 마냥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뼈져리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까? 나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갑작스럽게 당한 바이러스의 공격은 비단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시작점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SF 영화에서 보았던 지구 멸망, 지구 빙하기나 사막화 같은 내용들이 이제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앞서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 펜타곤의 인식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어쩌면 이번 바이러스도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바닥 안만 들여다보듯 국내 정세, 국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만 볼 게 아니라 파악하기 쉽진 않지만 각 나라별 현황, 대처방안,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상황들에 따른 좋은 예시와 좋지 않은 예시들의 여러 사례를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이라는 책을 세계정세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세계 석학들이 진단하고 확인한 현재는 어떤지, 이후의 뉴노멀 시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석학들의 의견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 조금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막상 읽어본 책은 직관적인 도표와 사진, 깔끔하게 나누어진 단락들로 인해 내용을 파악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다. 책으로 출판되기 전 JTBC TV 방송으로 전파를 탔다고 하는데 책을 보고 나니 방송도 보고 싶어졌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백신의 욕망> <2부 노동의 재구성> <3부 국가의 이유>로 구분하여 팬데믹 시대의 현재와 과거 상황 진단, 백신과 의료시스템, 팬데믹이 가져온 미래, 미래의 주요 산업, 양극화와 불평등, 국가의 역할과 개인 정보 활용 등에 대한 주요 내용들을 안내하고 있다.

 

팬데믹은 왜 시작되었고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초 시작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소문과 의견들이 있었는데 석학들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한 덩어리로 묶여있는 지구라는 행성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치는데 극지방에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벌어지는 지구 곳곳의 변화들이 이런 바이러스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견이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현재 세계는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약소국이나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부족 사태까지 발생하여 더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석학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코로나가 직접적으로 식량위기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가 가져온 각국의 경제 위기가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하게 했고, 이는 식량의 가격을 상승시켰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식량위기가 초래된 거죠. 식량위기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위기로 인해 찾아옵니다.

53페이지 中
======

 

코로나를 단순한 문제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나에서 불거진 문제가 연결된 여러 부분으로 확대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번 팬데믹에 대해 곧 지나갈 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팬데믹은 미래에 발생할 생태적, 사회적 재앙의 프리뷰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지금까지 사고하던 방식과 생활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급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그리고 나라별 의료시스템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팬데믹 사태를 통해 보강하고 짚어봐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국영의료제도'다. 나라별 국영의료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 수 대비 대처 방법과 실 데이터 통계를 분석한 자료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도 안내해 준다. 

 

국영의료제도의 비율이 낮은 나라들은 경제력이나 정보력에 따라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국영의료제도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 되면 건강이 개인의 기본권이기에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의료 자체를 국영화한 영국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통해 급작스럽게 늘어난 확진자 대처 방법을 통해 국영의료제도가 앞으로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95%가 사립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5% 밖에 안되는 공공병원의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당장은 잘 컨트롤해서 넘어갔다지만, 미래의 또 다른 2차, 3차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다 안정적인 의료공급과 컨트롤을 위해서는 국영의료병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원격진료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와 사전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개발된 백신이라고 칭해지지만 그만큼 공급과 불평등에 대해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코로나 백신!

 

여러 많은 사람들과 나라에서 도움을 주었기에 여느 백신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만큼, 백신은 공평하게 지급되어야 한다. 팬데믹은 나만, 우리만 접종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으로 종식할 수 없다. 이미 과거에 에이즈 치료를 위해 진행했던 '트리트먼트 액션 캠페인'과 '도하 선언'과 같은 성공적으로 해결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도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공평하게 지급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 변이에 변이가 지속될지 알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이 사태로부터 안전해질 수 없다.

 

책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바이러스가 종식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세상은 크게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다. 2년 사이에 너무 많은 변화를 겪고 경험했기 때문에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이를테면 불필요한 대면 만남이 줄었을 때 얻어지는 긍정적인 효과 같은 것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뉴노멀 시대'라고 지칭한다.

 

그럼 새롭게 도래하는 뉴노멀 시대를 앞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우선 개개인 각자가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나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138페이지 中
======

 

팬데믹은 세계적인 혼란을 야기했지만, 반면 의외의 순기능도 이끌어 냈다. 예를 들면 로봇 발전과 같은 산업 부분이다. 위험한 상황이나 거리를 둬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로봇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효과도 불러왔다. 메타버스와 재택근무, 일상에서의 로봇 이용 등은 우리가 곧 흔하게 만나게 될 세상 중 하나일 것이다. 로봇은 라스트 마일에(뜻: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순간) 직면해 있으며, 추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에도 추후 미래도시에는 플랫폼과 인공지능, 가상현실이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것은 곧 SF 영화에서 봤던 꿈꾸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모두가 꿈꾸는 세상의 동일한 혜택을 받으며 살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혁신하지 못하면 점점 더 비참한 노동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래서 플랫폼을 소유한 자와 플랫폼을 잘 이용하는 자가 상위 계급을 새롭게 차지하게 될 거라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플랫폼에 빨리 적응해야 할 뿐 아니라 개인 스스로 플랫폼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빈부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지식, 특히 IT 지식을 빨리 습득해야 하며 개인뿐만 아니라 소규모 집단들 역시 서둘러 플랫폼화하여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혁신적인 변화 앞에서 분명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인류는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플랫폼 사업이 가속화됨에 따라 플랫폼 노동의 이름 또한 '긱 워커'와 '클라우드 워커' 같은 말을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모바일과 연계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보는 '클라우드 워커'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한다. 

 

<프랑켄슈타인> 배경이 되었던 산업혁명처럼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분명 많은 변화와 장단점을 가지고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시작된 거대한 변화 속에서 로봇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면서 상호보완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생겨나면서 인간의 직관적인 영역과 로봇의 노동력을 잘 결합하여 보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면 불안감과 공포로만 여겨지는 새로운 시대를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기술 포비아(앞으로 다가오는 게 무엇일지 모른다는 공포)를 극복하고 이용할 수 있는 도구로 AI를 활용한다면 직업을 잃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들을 위주로 하는 이상적인 미래도 꿈꿀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여러 가지 산업구조의 전환은 촉진되었고, 추후 뉴노멀 시대에는 기존의 노동이나 직업 또는 삶의 방식에 대해 분명 새로운 관점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AI의 발달로 인해 AI가 대체할 수 없는 노동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며 이전에는 '일'로 보지 않았던 일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안겨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노동으로 여기지도 않았던 노동의 재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봇이 가장 어려워하지만 인간에겐 꼭 필요한 필수 노동! 세상의 모든 노동이 멈춘 순간 오직 그 노동들만이 세상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노동이 우리를 살렸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키워드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건국의 단국 이념인 '홍인 인간'과 '인류애'를 키워드로 꼽아보는 건 어떨까?


팬데믹 앞에서 약화된 사회 불평등과 공동체의 문제를 돌아보고 바로 잡아가는데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보는 시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 사회의 틈을 메우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는 개인 정보 보호와 국가 통제가 대립되는 양상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이는 나라별 운영 방침이나 범주는 조금씩 달랐지만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고 이동경로가 오픈되는 상황 때문에 개인은 물론, 국가도 곤란함을 겪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에서 결과적으로 잘 통제된 나라는 오히려 안전하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보사회가 강화될수록 국가는 무엇을 어디까지 통제해야 할까? 책에서는 이제 정부 개입이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설 곳을 잃었으며 국가의 할 일의 영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위 작은 정부라고 말하는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약화된 공공의료 시스템을 다시 확장시켜 공공의료 시스템의 비율을 늘리는 방안과 더불어 공공의 가치를 강화하여 팬데믹과 같은 사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민주주의 내에서 민주 정치의 투명성과 독립적인 미디어를 통해 진실을 추구해야 하며 정부의 통제가 어둠에 놓여있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공동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회 자금 확보와 사회 상호주의를 끌어내야 하며 공공 서비스 윤리를 통해 응급상황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규모만 큰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이 신뢰하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여야 하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형태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정부형태를 갖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 주도로 디지털 혁신을 이룬 '에스토니아'의 예를 통해 스마트시티 구축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은 에스토니아는 1991년 소련 연방의 해체로 독립을 이룬 후 정부 주도로 IT 산업을 육성하고 디지털화를 진행했으며 전 계층을 대상으로 기초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현재는 공공서비스 중에 99%가 디지털화되어 있으며 개인은 물론 기업들은 정부와 디지털 차원에서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에스토니아 시민들은 젊은 층은 물론 노인층도 대부분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금융거래의 99%, 세금 신고의 95%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전자 투표 시스템 및 이 레지던시(전자 영주권) 제도를 도입하여 국경 없는 디지털 사회를 만드는 흥미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이렇듯 약 25년 이상 디지털 사회를 건설한 에스토니아의 경험은 팬데믹 상황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의학 분야에서도 디지털화된 의료제도와 의료기록 덕분에 코로나 사태도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 코로나를 겪으며 특히 보건 데이터가 전자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시민이 정보의 데이터 소유권과 접근 권한에 대해 소유하고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에스토니아 정부와 전자 데이터 관리 방식은 특히 더 고려해 볼 만하다.

 

전쟁과 같은 팬데믹의 상황,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할지 한 번 더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로벌 윤리의식이 살아있는 공생의 길.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A.C.10=after corona 10years)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51 | 152 | 153 | 15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