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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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절한 역사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며 살아간 한 가족의 코 끝 찡한 이야기!"



"어떻게 이 짧은 소설이 전 세계를 울렸을까?"


처음에는 책 표지의 이 한 문장에 시선이 꽂혀 읽게 되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읽길래 짧은 소설로 전 세계를 울렸다는 건지 궁금증을 안고 읽어보니, 과연 그럴 법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중반까지만 해도 대체 왜?라는 의문이 가득했는데, 후반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결론을 읽으면서 과연 '그래서 그랬구나'하는 이해에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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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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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나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어릿광대 삐에로를 가장 증오한다. 어릴 적 아버지는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아마추어 어릿광대로 분장하고 어디로든 달려나갔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끼리 보낼 수 있는 화창한 토요일과 일요일을 망치면서도, 아버지는 어릿광대 역할을 하며 보냈다. 심지어 그에 대한 대가를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수치스러웠지만, 그의 연기를 보면 희한하게 감동적인 무언가가 느껴지고는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를 가난뱅이 취급할 때면 아버지의 공연장을 따라가는 것조차 너무 싫었다. 실제로 우리는 가난뱅이가 아니었고, 아버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학교에서는 인기 있는 선생님이었고,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릿광대였다.


나는 평소 정상적인 아버지를 가진 이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다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즈음 아버지가 무대에 서는 이유가 단지 희극배우로서의 소명을 이루려고 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아버지가 어릿광대로 살아야만 했던 진짜 이유를 나는 아버지의 사촌 동생인 가스똥 삼촌을 통해서 듣게 되는데, 이를 통해 가스똥 삼촌 부부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된다.


처음에 나는 가스똥 삼촌 부부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속에 묻힌 진실을 듣게 되면서 비로소 나는 아버지가 하는 속죄의 의미와 가스똥 삼촌 부부의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그 진실로 인해 이 소설은 짧은 소설이지만 전 세계를 울린 소설이 된다.


아버지와 가스똥 삼촌은 젊은 시절 레지스탕스 세포조직에 일원이 된다. 당시 레지스탕스는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점령된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저항한 사람들로, 이 일로 두 번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지게 된다.


첫 번째는 변압기를 폭파시키던 순간이고, 두 번째는 인질로 붙잡혔지만 대신 자수한 사람 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추후 이 일의 전말을 알게 된 아버지와 가스똥 삼촌은 평생 그 일을 가슴에 묻고 자신들을 도와주고 살려준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각자 양심에 따라 살아간다.


아버지는 인질들을 지키던 보초병, 베르나르 비키를 기리기 위해 평생을 무상으로 어릿광대 역할을 하며 평생 몸을 낮추고 살았다. 자신들을 살려주기 위해 애썼던 희생을 기억하며 속죄하며 살아간 것이다.


가스똥 삼촌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편이 죽고 거기에 더해 자신들을 대신해 죽은 아내와 결혼함으로써 평생 책임을 이어 받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로써 평생 책임감과 양심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과거 아버지와 가스똥 삼촌의 잘못된 선택으로 누군가에게 목숨을 빚진 이야기를 듣게 된 후 나는 그렇게 증오하던 어릿광대를 받아들이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40년이 지난 후 레지스탕스라는 경력 뒤에 숨어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전범자 모리스 파퐁의 재판이 열리는 날, 나는 아버지의 어릿광대 옷을 입고 아버지 세대를 산 사람들을 대신하여 모리스 파퐁의 재판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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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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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베르나르야. 모두들 나를 베른이라고 부르지."

(...)

"어젯밤의 샌드위치는 내무반에서 준 내 식사였어."

(...)

"걸리면 나도 구덩이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 텐데!"

(...)

그가 먹거리를 찾아 나섰을 때도 우리는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단다. 그가 돌아와 장작에 구운 감자를 구덩이 밑으로 내려주더구나.

70~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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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들을 혼자 지켜보며 보초를 서던 베른은 사실 이들을 돌봐주고 살려줄 의무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구덩이 속에서 긴장하고 굳어있던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식량을 나눠주고, 또 긴장을 풀게 해주면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돕는다.


이런 그의 노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아버지는 아마도 그를 기리며 그의 직업이었던 어릿광대를 또 다른 직업으로 삼아 사람들에게 베푸는 일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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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에 역에 있는 변압기를 폭파했다고 자수한 그 사람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었어.

(...)

그 사람의 부인이 독일 놈들에게 그 사람을 넘긴 거야.

(...)

그 부인은 결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새신랑이 생사의 기로에 있었어.

(...)

그 부인은 죽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며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뜻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래서 독일 장교를 찾아가 남편이 변압기를 폭파시킨 범인이라고 고발했단다.

88~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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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상황을 가장 냉철하게 판단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바로 니꼴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남편의 말을 듣고 그녀는 일찍이 변압기를 폭파한 진범에 대해 추측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신이 화상으로 뒤덮여 죽어가고 있던 남편이었기에, 그녀는 그들을 살리고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직접 고발함으로써 빨리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후에 그녀를 찾아온 두 청년을 내치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준 것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인 나는 가스똥 삼촌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야 뒤늦게 그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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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의 남편은 침대에 누워 아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혼자서 변압기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했다고 자백했단다.

(...)

독일병이 그에게 총을 쏘자 몸에 감겨 있던 붕대가 날아가고, 그의 화상 입은 몸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렸다고 하더구나.

독일 놈들이 우리를 풀어준 이유가 바로 이거였단다.

(...)

그 남편은 두에 역의 전기공이었고, 변압기가 폭발하는 바람에 화상을 입었거든. 그 사람은 뼛속까지 화상을 입었어. 바로 우리가 그 사람을 죽게 한 것이지.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우리를 구해준 거야!

우리는 그가 역에 있는 줄도 모르고 변압기를 폭파 시켰던 거였어.

90~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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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고 둘러내고 양심의 가책 없이 잊고 살 수도 있는 시대였고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가스똥 삼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리 험난한 전쟁통에 혼란한 시대였다고 하지만, 아버지와 가스똥 사촌은 그때 자신들을 살려준 이들의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 그들이 목숨 걸고 내어준 친절과 신의를 끝까지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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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벽에 붙어 있는 <다리>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베르나르 비키의 영화"라고 씌어 있었다. 그가 바로 인질들을 지키던 바로 그 보초병이었다. 그 어릿광대 군인 말이다.


아버지는 빨간 머리 가발을 쓰고 평생 몸을 낮추고 살았다. 몸을 낮추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항상 사람들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살았다는 뜻이다.

96~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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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토록 증오로 가득 차게 만든 어릿광대가 사실은 자신의 아버지를 살아있게 만든 장본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의 심정은 어땠을까? 원망과 미움이 급격히 감사와 존중, 배려로 바뀌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마음을 이어받아 그는 아버지의 어릿광대 옷을 입고 전범 모리스 파퐁의 재판에 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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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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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같은 큰 사건이 지나간 뒤에 남는 것은 폐허와 죽음밖에 없다. 하지만 가끔 이 소설처럼 배려나 존중, 희생이 엿보이는 순간들을 간혹 목도할 때면, 어쩐지 온몸에 전율이 이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이 소설이 짧지만 전 세계를 울리는 소설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내용상 100% 허구적인 이야기는 아닌 듯하고, 저자가 첫 페이지에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것으로 보아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새롭게 각색해서 쓴 내용이 아닐까 싶다.


비록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희생한 이들을 끝까지 기리고 은혜를 잊지 않으려 베푸는 삶을 살았던 이들.


이들처럼 사람들이 양심적인 삶을 산다면, 아마 이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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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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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이별 연습을 시작한 삼대의 따뜻한 이야기"



처음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감동과 슬픔이 함께 몰려오는 이야기였다.


자꾸만 깜빡이는 기억력에 초조해진 할아버지는 요즘 부쩍 꿈속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자주 만난다. 그곳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손자와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연출된다.


그러다 어느새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가는 상황 속에서 할아버지는 손자 노아와 아들 테드를 구분하지 못하고 헤매는 일들이 잦아지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좋아하는 것과 통하는 것이 많아 가까이 지내는 반면, 아들은 성향이 달라 아버지와 데면데면한 상황. 하지만 이마저도 함께 할 날이 많지 않다.


할아버지 기억 속에서 현재가 녹아 사라지는 횟수가 잦아들수록, 이별 연습은 더 자주 반복된다. 완전히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이들 삼대는 천천히 헤어짐을 배우고 연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치매로 인해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 삼대의 이별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할아버지의 꿈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소 명랑하고 동화 같은 느낌으로 표현되지만, 실상 현실은 기억이 사라져 초조해하는 할아버지와 이를 지켜보는 아들과 손자가 매일 이별 연습을 하는 다소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이런 과정들이 당연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억을 잃고 난 후 그것이 남긴 공허함과 빈자리가 주는 여운이 깊어 씁쓸함과 허무함이 들이치듯 밀려온다.


반면, 다시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꿈속 이야기는 달콤하고 아름다워 더 눈시울이 붉어지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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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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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빛을 잃어가더라도 몸은 한참 뒤에서야 알아차리지. 인간의 몸은 어마어마하게 부지런하단다. 수학의 걸작이라 마지막 빛이 꺼지기 직전까지 계속 일을 하거든."

(...)

"우주에 인간보다 더 엄청난 수수께끼는 없거든. 할아버지가 실패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하니?"


"한 번 더 시도해 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라고요."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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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면 척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할아버지와 손자 노아는 통하는 것이 많다. 아들 테드와는 공동의 관심사가 적어 매번 부딪히는 일들이 많았는데, 다행히 손자는 할아버지와 취향이 비슷해 이렇듯 할 이야기도, 나눌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는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종종 이렇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손자와 즐겁게 나누고는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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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애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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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다. 어른들의 얼굴에서는 웃는 얼굴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어린애들과 노인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을 찾기가 쉽다.


과연 아이들의 기준에서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모두가 거쳐가야 하는 어른이기에 피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웃는 모습으로 어른을 지나보면 어떨까? 적어도 어린아이들의 시선에서 절대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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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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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무심코 읽었다가 본질을 알고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어쩌면 우리는 잊고 살지만, 매일매일 이런 이별의 연습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또 꼭 치매가 아니라도 기억이 사라져 가는 삶을 사는 것은 모두가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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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녘
권근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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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자연 이미지를 통해 삶의 시간과 흔적을 보여주는 시"



내심 기대를 하며 시를 마주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연속성이 없는 행동들을 이어가고, 거기에는 감정이나 흔적들이 잠시 머물거나 스쳐 지나가는 형상만 잠시 포착될 뿐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당황스러움과 멋쩍음만 남는다. 책을 보통은 내 경험과 이해에 기반해서 읽는데 반복해서 읽어도, 페이지를 넘겨도 도통 정체를 모르겠다.


이 시에 등장하는 사슴, 곰, 뱀, 나비 등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들이 취하는 행동과 상황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계절의 흐름을 네 개의 부로 나누어 배치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따르지만, 실제 소비되는 소재는 자연이나 동물이 주다.


연속성 없는 특정 장면이 툭 던져지듯 나열되고, 감정이나 상황은 설명되지 않는다. 동물이나 풍경 등이 감정이나 감각을 대신하는 것으로 추측되나 독자가 이것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결론에 다다르기는 어렵고, 그저 개인적인 여운만 남을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같은 시를 두고도 독자마다 느낌이 천차만별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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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무덤



앳된 소년 옆에

늙은 할매가 누웠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이면

할매의 몸에서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

가끔씩

기근이 잦아들면

멧돼지들은

이쪽까지 찾아와

앳된 소년을 괴롭힌다

할매는 쫓아내기 위해

몸의 풀들을 지그시 뭉갠다


앳된 소년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어색한 듯 조용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고

할매는 조용히 소년을 바라보며

뭉개진 풀들을 쓸어내린다

그러면 꼭 그날에는

비가 억수로 내린다

50~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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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시 중에서 그나마 조금 나의 방식대로 이해가 가능했던 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앳된 소년은 갈 곳 없이 헤매다 산속 어딘가에서 머무르고 있다. 늙은 할매는 이미 죽어 흙이 된 존재지만, 그런 소년을 위해 기꺼이 위험한 상황일 때마다 풀들을 지그시 뭉개는 방법으로 소년을 보호한다. 어쩌면 이것을 통해 소년이 머무르는 곳은 단순한 풀밭이 아니라 무덤 어딘가 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기근이 잦아들면 살아있는 소년을 노리고 멧돼지들이 찾아와 소년을 괴롭히지만, 그럴 때마다 할매는 조용히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년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만 이후 어쩐지 뻘쭘한 마음에 시선을 멀리 둔다. 할매는 그런 소년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뭉개진 풀들을 쓸어내릴 뿐이다.


그런 날이면 비는 억수같이 내리는데, 이것은 어쩌면 정비 혹은 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비를 흠뻑 맞은 풀들은 또다시 풍성하게 자라나고 이것은 곧 다른 의미에서는 소년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호, 성장, 생명의 순환 등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앳된 소년과 늙은 할매에 비유해 상황 묘사를 그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이 시집에 담긴 시들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각 동물들의 상징성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너무 궁금해진다.


오히려 이미지가 더 자연스럽게 그려져서 쉬웠을까 아니면 나처럼 의미나 이해를 찾지 못해 헤매었을까. 또 저자는 어떤 감각을 전달하고 싶어 이 시를 쓴 것일까.


뚜렷하게 무언가 잡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모호하게 다가왔던 시집 <사슴 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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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알아 참 다행이다 - 양장
꽃스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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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님을 통해 배운 사랑의 선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표지의 띠지에 저자인 스님의 사진이 있어, 종교적 색깔이 짙은 이야기로 오인할 수 있으나, 실제 내가 읽어 본 느낌은 스님이나 종교적 이야기라기보다는 오히려 한 사람의 깊이 있는 이야기로 더 다가왔다.


젊은 스님이 쓴 이야기답게 문장이나 전달 방식도 어렵지 않게 읽혔는데, 그래서 어쩌면 SNS를 활용한 소통 방식이나 요즘 세대와 더 잘 맞는 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인 스님이 절에서 성장하며 경험한 사랑과 지혜를 담고 있는 글로, 종교적 색채보다 오히려 현대적 해석 방식에 가까운 문체로 쓰여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스님의 연령대와 비슷한 2030 세대들이 쉽게 접하고, 공감하기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군다나 저자 본인의 성장담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심적으로 더 많이 와닿는다.


저자는 두 스님의 사랑과 온기 속에서 단단한 자기중심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는 결핍이 사랑과 온기를 만나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담고 있다.


저자가 수행을 통해 깨달은 삶의 지혜와 통찰을 우리 삶에 대입해 보며, 어떤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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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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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완전히 가질 수는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대신

기대를 내려놓을수록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

그러니 붙잡으려 하기보다

흘러가도록 허락해야 한다.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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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경험해 본 터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괴로워지는 것은 나 자신이다. 반면, 오히려 흘려보내면 평온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그만 마음에서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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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은 돈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 마음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다.


그게 가장 어렵고, 그래서 가장 아름답다.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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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를 때는 겉으로 보이는 부나 명예, 권력을 가진 사람이 멋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면 진짜 멋진 사람은 외형적인 무언가를 가진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소신껏 지키며 사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실제로 실천해 보면 이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자신의 소신과 중심을 잡는 연습을 매일 실천하며 살아가자.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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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에게 쏟아낸 무례한 말이나 비난은 집 앞으로 잘못 배달된 택배와 같다.


굳이 뜯어보고 내용을 확인하며 기분 나빠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내 것이 아니네' 하고 수령 거부하면 그만이다.

(...)

내 공간에 쓰레기를 쌓아두지 말자.

그냥 반송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대처다.

55~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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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지만 나 역시 이렇게 마음먹고 돌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누군가 잘못 배달한 말이나 비난을 사실 내가 모두 수령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기분 나빠질만한 어떤 것을 만약 전달받았다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반품하거나 수령 거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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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괴로운 이유는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고, 욕망이 없는 마음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망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감정이 없으면 수행할 이유도 없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끝없는 오욕락에 흔들리고, 그 욕망을 붙잡아 괴로워하고, 또 그 욕망이 사라질까 봐 괴로워한다.


그런데도 자꾸 부정하려 한다.

(...)

'그래야 한다'는 마음이 더 깊은 괴로움 속에 밀어 넣는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를 인정하는 것. 그 인정에서 수행은 출발한다. 알아차림은 인정 위에서 피어난다.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본 사람은 안다. 감정은 나를 망가뜨리려는 괴물이 아니라 그저 피었다 지는 작은 물결이라는 사실을. 물결이 있었음을 보고, 사라졌음을 다시 보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삶의 결을 바꾼다.

61~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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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기에 우리는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며 산다. 그런데 종종 어떤 이들은 이것 자체를 부정하고 끊어내려 노력한다. '화를 내면 안돼.', '욕망에 지면 안돼'와 같이 말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사람인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와도 같은데, 그러면 자꾸만 삶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그냥 그 자체로 흘러가는 감정을 인정해 주고, 알아차려주면 어떨까.


어떤 감정이든 피었다가 언젠가 사그라들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목도하고 그대로 흘려보내 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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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것보다

버릴 것부터 고른다.


하나를 덜면 중요한 게 또렷해진다.

정리는 공간보다 마음을 넓힌다.

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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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행하기에 앞서 비우는 것부터 실행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과 목적이 더 분명해진다.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계획을 덜어내 보자.


정리를 통해 공간을 넓히면, 마음은 배로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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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님이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라."

은사스님은 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계셨던 것이다.


자꾸 나를 밖으로 내보내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고, 나를 보게 하신 거다.


은사스님은 말 대신 기회를 주고, 통제 대신 여백을 남겼다. 나는 그 여백 속에서 배웠다. 진짜 스승은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사람이라는걸.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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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은 누군가를 양육하고 돌봄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말로, 특히 부모님들이 명심했으면 하는 문장이다.


"부모는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사람이다."


저자의 에피소드 중 개인적으로 꽤 인상 깊이 남았던 내용 중 하나였는데, 스님의 삶을 살아갈 아이지만 은사스님은 아이를 불교라는 종교에 가두기 보다 오히려 세상을 펼쳐 보여주고 직접 겪게 함으로써 스스로 선택하고 정진할 수 있도록 도왔다.


평범한 아이들이 겪는 것 이상의 삶을 피 끓는 청춘 시기에 직접 겪게 함으로써 저자는 아마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일찍이 자신의 길을 마음으로 정하고 쭉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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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사과해도 들은 사람의 기억엔 남는다.

"그냥 한 말인데"라고 하지만

그 '그냥'이 누군가에겐 생채기이다.


말은 무료가 아니다.

내뱉는 순간 값을 치른다.

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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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하는 말 중 하나다. 어떤 이들은 말을 쉽게 내뱉고, 쉽게 사과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 '그냥'은 없고, 이미 내뱉어진 말은 던져진 화살촉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말은 가급적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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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고민했던 밤들이 방향을 잡아준 적은 있었으나, 오직 '생각'만으로 매듭이 풀린 적은 거의 없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괴롭힐 때, 나를 벗어나게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생각을 멈추고 내딛는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것이 설령 어려운 길이라 할지라도 머무르기보다는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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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는 실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보통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행동하지 않아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계속 앉아서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작은 발걸음이라도 일단 실행해 보길 추천한다. 일단 움직이면 다음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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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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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을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실행해 보는 것으로 확장한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덮어버리기 보다,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보거나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저자는 비록 어릴 적 부모에 의해 절에 버려졌지만, 결핍을 결핍으로 두지 않았다. 스승이 스승을 섬기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했고, 생각이 많아질 때는 생각은 비우고 직접 실행하는 것을 통해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그렇게 하나하나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자신 안에 자리한 방향과 목적이 뚜렷해졌고, 중심이 확고히 잡혔다.


만약 그 모든 것들을 그냥 덮고 넘어갔다면, 과연 스승님들의 사랑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직접 체험하고 부딪히면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봤기에 어쩌면 저자는 책에 수록한 이 모든 것들을 알아채고 흔들림 없는 궤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삶의 방향을 잃었거나 상처 입은 마음 때문에 불안정한 일상을 살고 있다면, 저자가 직접 몸으로 습득한 지혜의 방법들을 내 삶에 적용해 보자.


▷기대는 내려놓기

▷내 마음을 우선으로 두기

▷무례한 말이나 비난은 수령 거부

▷내 감정은 인정하고 흘려보내기

▷비우는 삶

▷말은 아끼기

▷고민하기보다 실행하기


하나하나 실행하다 보면, 당신도 '나 자신'을 중심에 두는 현명한 삶에 익숙해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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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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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이자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



딸의 입장에서 엄마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어쩌면 더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너무 가까워서, 그냥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받아들여서, 오히려 나와 다른 공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의 엄마는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게 되는 것이다.


엄마도 엄마만의 삶이 있는데, 자식의 입장에서 우리는 왜 늘 우리 '엄마'로서의 포지션만 생각하게 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엄마라는 사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따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총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나의 엄마이지만 또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의 삶에 대해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와 엄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엄마는 무엇을 좋아했나, 엄마의 지인들과 있을 때 엄마는 어떤 것을 즐겨 하고 또 어떤 삶을 살았나 돌이켜보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담은 엄마의 모습은 가족들을 위해 희생만 하기보다 자신의 삶 또한 챙기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대리만족처럼 나 또한 조금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딸로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엄마의 기호와 취향, 일상을 지금부터 살짝 엿보면서 우리 엄마에 대해서도 새로 알아가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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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에피소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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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향 오사카에서는 노래 교실이란 것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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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오사카 아줌마들 노래 교실 사정에 정통한가 하면, 엄마가 노래를 열렬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노래방이 인생 과제가 된 느낌도 든다.

(...)

참고로 엄마는 노래가 바로바로 떠오르도록 노래방 전용 선곡 수첩을 갖고 다닌다. 수첩에 빽빽하게 애창곡명이 적혀 있으니 두툼한 노래방 노래책을 펼치지 않고도 신속히 선곡할 수 있다.

(...)

즐겁게 노래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게 참 좋다. 뒤돌아보면 크고 작은 고달픔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노래 한 곡 불러버리는' 그 감성이 좋다. 다른 사람들 노래를 들으면서도 역시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어느새 손장단을 맞추게 된다.

112, 114~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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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 스트레스 방법을 자녀가 지지해 주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종종 부모님 댁을 방문해 엄마가 엄마 지인들과 즐겨 하는 노래방을 함께 가고, 또 함께 노래 부르며 엄마가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행복해한다.


어린 자녀라면 창피해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미 철이 들어버린 딸은 그런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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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말하자면 선물 좀 받을 줄 아는 여자다. 뭔가 드릴 때마다 '어머, 기뻐라, 고마워, 마침 이런 거 갖고 싶었는데!' 하고 좋아하니깐 이쪽도 자꾸 선물하고 싶어진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이게 꽤나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취향이 아닌 물건에는 상대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좀 아닌데'라고 한마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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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선물 좀 받을 줄 아는 애티튜드를 가지고 있는 엄마를 발견하는 것도 내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이자 행운 아닐까?


그걸 지켜보는 나 역시 엄마를 보며 사랑받는 방법을 또 하나 배워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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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엄마는 독서를 좋아했다.

(...)

책 읽는 엄마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독서는 썩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저 읽을 공간과 시간이 없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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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고 나서 문득 몰랐던 엄마의 취미를 발견하게 되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저자도 엄마의 독서 취미를 알고는 꽤 놀라워했다. 이후 자신의 책을 살 때마다 자신이 볼 책, 엄마에게 선물할 책을 같이 골랐다고 하는 장면에서 어쩐지 사랑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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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성실한 여자다. 그런데도 딸의 잔꾀를 눈감아주었다.

(...)

그런 교육은 아이를 위하는 게 못 된다.

물론 그게 정론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기뻤다.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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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은 잠시 눈감아 줄 줄 아는 배려. 어쩌면 그 덕분에 저자가 잘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스스로도 자신의 잔꾀와 잘못을 알고 있었지만, 성실한 엄마가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을 알아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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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도 거든 적이 없다. 이불은 으레 엄마가 깔고 개켰다. 졸라서 키우기 시작한 기니피그도 결국 엄마가 돌봤다. 여름방학 숙제로 받은 한자 연습장을 채우는 것도 늘 엄마 담당....


이런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딸을 참 오냐오냐하며 키운 엄마였다는 게 드러난다.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하염없이 너그러운 엄마였다.


하지만 무슨 응석이든 받아준 엄마의 기억이 늘 가슴 한복판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나는 괜찮을 거야.

어째서인지 그 기억이 내게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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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다는 것,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스스로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아닐까?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사실 살아가면서 얼마나 필요한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릴 적 이런 사소하지만 나를 버티게 해주는 기억들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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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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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존재에서 내가 얻는 이익과 감정적 따뜻함에 파묻혀 사실 엄마 그 자체로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며 엄마라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엄마도 한 사람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사는 목표와 방식이 있을 텐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모르고 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들의 희생을 이제라도 돌아보고,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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