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런 매일이라면 좋겠어 - 사랑하고 싶은 오늘을 만드는 취미 이야기
반지현 지음 / 얼론북 / 2024년 6월
평점 :
"취미로 인해 더 특별해지는 일상!"
이 책은 한때 새로운 것들에 거침없이 도전하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낯섦도 기꺼이 포용할 만큼 각종 취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때를 말이다.
덕분에 청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오색찬란한 다채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고, 삶 전반의 여러 인생 공부를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회색도시에 갇히게 되면서 이런 생활도 한동안 막을 내렸지만, 이때의 경험 덕분에 다시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새로운 취미에 들어서는 과정은 나와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취미를 통해 활기와 행복감을 느꼈다는 점만큼은 공통으로 꼽는 취미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각종 취미에 입문하게 된 배경과 그 취미를 소화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세어보니 무려 17가지로,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취미로 칠 것이냐에 따라 가짓수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불현듯, 갑작스레 어떤 것에 반하게 되면 그것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의외로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과 같은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
또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의 갭 차이가 컸음을 알 수 있는데, 여러 경험을 통해 대체적으로 손으로 하는 것들(뜨개, 바느질, 도자기, 악기 연주 등)에는 취약한 면을 보였고, 운동이나 액티비티 한 것들(배드민턴)에는 강한 면모를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이런 조항에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라, 어떤 것들은 잘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과거 언젠가의 미련을 지우기 위한 취미도 있었고, 또 어떤 것들은 생각 외로 재미를 느껴 지금까지 오래도록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찰음식 만들기, 글쓰기, 마음공부, 배드민턴이 아닐까 한다.
읽다 보면 어떤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고, 관심이 커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몸이 움직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저자는 아마도 금사빠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것에 금방 마음을 내어주고, 또 그것이 흠뻑 빠져서 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일단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항상 퇴근시간만 바라보고, 주말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이내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주말을 아쉬워하며 또다시 회색도시에서 회색 인간으로 살아간다.
일상을 어떤 감흥도 즐거움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무한 루프 속에 일상을 가두다 보면, 아무런 성취도 보람도 즐거움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저 피곤하고 귀찮은 하루만 늘어갈 뿐이다.
그 반복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말뿐만 아니라 매일 퇴근 후의 시간이 행복하고 성취로 가득 찰 수 있다.
매일 눈 뜨는 아침이 설렘으로 가득 차고, 나만의 위로와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힘든 하루도 금방 지워버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풍요로운 날들로 하루를 채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관심 있는 것들이나 좋아하는 취미를 일상에 끼워 넣어 보자. 때로는 전혀 의외의 것들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다 보면 특정 일자, 특정 요일과 같은 날이 기다려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취미생활을 통해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더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를 새로이 알게 되지 않을까 한다.
한때는 이런저런 조건부를 붙여 '이래서 안 되고, 이래서 미뤄두고'를 시전하는 날이 많았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식물 키우기'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동안 너무 남을 위한 시간에만 올인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동네에서 참여해 볼 수 있는 여러 취미생활도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고, 더 나아가 서울시, 대한민국 내에서 내가 도전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게 된 것 같다.
간혹 너무 많은 취미생활을 하느라 재산을 탕진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데,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비싼 돈을 들여가며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내가 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다양하게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아는 것만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직접 해봐야 나에게 잘 맞는 건지, 내가 생각한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야 내 취향과 성향,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참여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일일체험을 통해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도전하다 보면 의외의 것이 의외로 나와 잘 맞을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쉽다고 생각했던 것이 의외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래 내용은 이 책을 읽으며 의미 있게 다가왔던 문장들을 위주로 담아보았다. 취미활동을 하며 달라진 일상, 새로이 알게 된 취향, 덕분에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충만해진 삶까지.
취미생활을 통해 저자가 무엇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문장을 통해 나는 어떤 영감과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제부터 풀어보려 한다.
=====
취미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주일 중 기다려지는 날이 차츰 늘었다. 퇴근 후의 시간표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기념일이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것처럼 취미가 있는 하루는 아침부터 마음이 살랑거린다.
(...)
취미가 있는 나는 이제 더는 금요일 퇴근만 손꼽아 기다리는 무표정한 직장인이 아니다.
게다가 취미의 성격에 맞춰 계절을 특별하게 기억할 만한 굵직한 이벤트도 덩달아 생긴다.
(...)
계절 위에 소중한 순간들이 한 겹 두 겹 포개진다. 봄에는 연극을, 겨울에는 연주회를 하는 삶, 올림픽 출전 선수는 아니지만 그에 맞먹는 두근두근한 긴장감으로 시합에 임해 보는 삶. 어떤가?
일주일에 기다려지는 날이 사흘쯤 있는 인생은 그리 쉽게 나빠지지 않는다.
30~31페이지 中
=====
일상에 몇 가지 취미생활을 추가하고 보니, '겨울'이 '봄날'이 되었다. 매번 주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꽤 자주 즐거운 날을 보상처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태껏 취미를 '선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이어도 좋다. 삶의 활력소와 설렘, 이벤트를 안겨주는 취미생활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려 보니 살아가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싶다. 바쁘고 정신없는 가운데 문득 돌아다 보면 뭐가 이렇게 허무한가 싶을 만큼 휙 지나가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스쳐 지나간 순간을 붙잡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반짝임으로 빛나고 있다. 그러니 마음을 다해 오늘의 연극을 펼쳐 보기로.
96~97페이지 中
=====
휙휙 지나가는 일상이 때론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멈춰서 돌아보면 그 순간마저도 반짝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작고 사소한 순간마저 최선을 다해 살아가 보자. 찬란하게 빛날 내 인생을 위해.
=====
이제는 안다. 발레는 몸이 유연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유연한 사람이 할 수 있다는 걸. 남들 앞에서 기꺼이 통통한 배와 엉덩이를 드러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소질이 없는데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을 낸다는 건, 언뜻 보기에 바보 같지만 실은 기특하고 대견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걸. 마음이 유연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발레를 한다.
139페이지 中
=====
발레와 같이 익숙하지 않은, 혹은 내 전부를 드러내야만 가능한 취미활동에 도전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은 쉽지 않다는 것을.
마음은 있지만, 몰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체형을 드러내야 해서, 용기가 나지 않아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물러서게 된다.
하지만 한 발짝만 떼어보면, 의외로 꽤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민하고 걱정했던 일이 실은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음을 유연하게 가져보자. 당신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도전할 수 있다!
=====
식물을 돌보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내 마음에도 힘이 붙었다. 바쁜 일상을 무기 삼아 내버려둔 것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제 더는 삭막해져만 가는 내 삶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한때 더 없이 좋아하고 아꼈던 것들, 일상을 알뜰하게 가꿔 주었던 것들을 되찾고 싶었다. 작은 것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곧잘 뺏기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생기로운 화초처럼 싱싱함이 흘러넘쳐 "시들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더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삶 속으로 기꺼이 초대하자고, 잃어버린 게 있다면 주워 오자고, 정성과 사랑으로 내 삶을 한번 더 다독여 보자고 마음먹었다.
189페이지 中
=====
좋아하는 것을 마음에만 담아 두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내 삶에 두고 보고 만지고 느껴야 더 큰 동기부여와 현실감을 가질 수 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에 두고, 오감으로 느끼고 표현해 보자. 그것은 곧 삶에 생기와 활력을 되찾아 줄 것이다. 내가 잃어버린 삶과 열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위안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쉽게 놓치거나 포기하지 말자. 인생은 한 번뿐이다.
*****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한 번 이상 도전해 봤던 취미생활과 지금 누리고 있는 취미 생활들을 한 번씩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취미생활을 하지 않을 때와 하고 있을 때의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한때는 취미생활을 시간이 있을 때,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며 그리고 경험으로 체득한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오히려 취미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삭막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았을 때의 나는 피폐했고 또 취미생활이란 것이 도통 없었다. 반면 일 외적인 것에 시선을 돌려 작게나마 취미생활을 가졌을 때는 적어도 설렘이나 기대감은 존재했다.
무언가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일상을 좀 더 생기있게 만들어주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취미생활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으면 분명 일상에 도움이 된다.
'한번 해볼까?'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어도 좋다. 정 뭔가 도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맨몸으로 뛰는 달리기도 괜찮다. 단순하다, 심심할 것 같다,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해보자. 해보고 아니면 접으면 된다.
저자가 경험한 여러 취미생활들 중에도 이러한 것들이 꽤 있는데, 직접 체험한 것과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는 분명 다름을 알 수 있다.
또 한번 해본 것과 마음이 동할 때 해본 것과는 천지차이 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과거 어땠는데, 혹은 이럴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의 소리는 잠시 내려놓고 '궁금하다'거나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든다면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저마다 살아갈 이유 혹은 목적을 찾아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럴 때 나에게 살아갈 힘과 위로, 열정, 성취, 만족감을 주는 취미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다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