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 : 30주년 기념 특별판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캐머런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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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영감을 일깨워 창조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법!"


최근 미래의 나를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몇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마침 이 책이 좋은 영감을 주었다. 특히 디자인 분야를 비롯해 삶 전반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내면의 아티스트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전 세계 500만 독자의 삶을 바꾼, 창조성 회복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책이었는데, 이번에 출간 30주년을 맞아 특별판으로 새롭게 선보였다고 한다. 그 덕에, 가독성 높은 편집으로 재탄생한 고급 양장본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읽다 보니 여러모로 욕심이 생겨서, 기록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새기게 됐다. 언젠가 창조성이 떨어지거나 용기가 필요할 때, 이 책에서 제안한 내용들을 다시 펼쳐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2주 동안 창조성과 정체성을 회복해 창조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주차별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각 주제별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본문 내용과 연습문제, 과제, 그리고 점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략히 각 장이 담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주 차 안정감 회복하기
첫 주에는 창조성 회복을 시작한다. 당신이 두려움을 덜 느끼면서 창조성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2주 차 자기 정체성 회복하기
창조성 회복의 핵심 요소인 자기 인식을 다룬다. 당신이 정체성을 찾아 당신 다운 모습을 갖추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3주 차 내면의 힘 회복하기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에너지의 폭발, 극심한 분노, 기쁨, 슬픔의 감정을 마주해본다. 마음을 열고 의식적으로 탐구하려는 요청을 받게 될 것이다.

■4주 차 진실성 회복하기
이번 주차에는 변화하는 자기 인식과 씨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독서 금지'라는 도구는 건너뛰지 말고 꼭 실천하기 바란다.

■5주 차 가능성 회복하기
갇혀 있는 상태로 머물 때 치르게 될 대가를 살펴본다. 아울러 성장을 가로막는 이유를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더 급진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6주 차 충족감 회복하기
창조성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 즉 돈 문제와 씨름해 볼 것이다. 지금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소비 점검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감정이 다소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7주 차 연대감 회복하기
창조성 회복을 위한 올바른 태도를 기르는 데 집중한다. 마음속 꿈과 연결된 진정한 창조적 관심사를 발굴하도록 도울 것이다.

■8주 차 강점 회복하기
창조성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걸림돌인 '시간'에 대해 다룬다. 창조적으로 살고 싶었으나 지금의 삶에 안주하도록 부추긴 상황이 무엇인지도 파헤쳐 본다.

■9주 차 연민감 회복하기
창조성을 가로막는 내면의 장애물을 마주한다. 감정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도전을 지지하는 여러 도구를 배울 것이다.

■10주 차 자기 보호감 회복하기
창조성을 회복하는 여정에 도사린 위험을 탐색한다. 창조적 흐름을 막는 해로운 패턴을 찾아볼 것이다.

■11주 차 자율성 회복하기
우리의 예술적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다. 성공을 어떻게 다뤄야 자유를 방해하지 않을지도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12주 차 신념 회복하기
창조성의 본질적인 신비로움과 영적인 중심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간다. 지금까지 익힌 여러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다짐도 새롭게 해본다.

저자는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독창적인 도구를 통해 창조성을 회복하고 훈련하도록 이끌고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도구를 적극 활용해 창의성을 일깨우고 회복을 돕는 활동을 장기적으로 해봐도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이 책의 내용 중 나에게 울림을 주거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삶에 적용해 봐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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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과 관련된 인상적인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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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상상력은 모든 인간 인식의 살아 있는 힘이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창조성은 보편성을 활용해 당신의 눈을 통해 흘러들게 하는 것이다.
-피터 코스텐바움-

가장 강력한 뮤즈는 우리 내면의 어린아이다.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빈둥거릴 시간이 필요하다. 하는 일 없이 꾸물거리면서 행복하게 놀아야 한다.
-브렌다 유랜드-

창조적으로 살고 싶으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조셉 칠턴 피어스-

창조적 작업은 놀이 같다. 자신이 선택한 재료를 활용해 자유롭게 탐구하는 것이다.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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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줄리아 캐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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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원칙)


저자는 사람들의 창조성을 일깨워 줄 목적으로 10년째 영적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껏 발견하고 계승하고 고안하고 정교하게 다듬은 여러 도구들을 나누고 가르치는 동안, 그들의 창조성을 막는 장벽이 무너지고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했다고 전한다.

더불어 그 모든 것은 단지, '위대한 창조주'가 우리에게 선물한 고유한 창조력을 발견하고 회복하는 단순한 과정만으로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만일 당신의 창조성이 막혀 있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도구들을 활용해 더욱 자유롭게 창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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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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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와 점검)

이 책의 각 장은 본문과 연습 문제, 과제, 점검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어떤 과제를 할지 선택할 때는 다음 두 가지는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과제와 거부감이 드는 과제를 먼저 수행하고, 어중간한 과제는 나중에 하라. 둘째, 우리는 대체로 가장 필요한 것을 거부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루에 한 시간, 가능하다면 약간 더 투자해서 일주일에 총 일곱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 할애하면 더 좋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할 때, '아티스트의 길'은 나선형 경로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 아티스트의 삶에선 완성이라는 게 없다. 그 길을 걷는 동안 어느 단계에서든 좌절도 겪고 보람도 맛볼 것이다. 길을 찾고 발판을 세워서 힘차게 올라가는 게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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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 회복을 위한 핵심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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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을 회복하는 데는 두 가지 핵심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바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다.


■모닝 페이지
창조성을 되살리려면 일단 그게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저자가 '모닝 페이지'라고 부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닝페이지란 간단히 말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세 쪽 분량으로 길게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이다.

다소 억지스럽게 말하면, 두뇌 유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모닝 페이지가 수행하는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닝 페이지를 쓰는 데 잘못된 방법은 없다.
모닝 페이지의 내용은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단편적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반복적이거나 과장되거나 유치하기도 하다. 화가 나 있거나 밋밋하기도, 심지어 어리석게 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다 좋다!

잠재의식 속에서 요동치며 당신의 일상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죄다 모닝 페이지에 쏟아내라.

▷모닝 페이지는 창조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 번째 도구다.
우리는 창조성이 꽉 막혀 있을 때 걸핏하면 우리 자신을 가차 없이 비난한다.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완벽주의자이자 고약한 비판자, 즉 우리 좌뇌에 거주하면서 진실을 가장해 독설을 쏟아내는 검열관에게 끊임없이 시달린다.

하지만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모닝 페이지를 펼치다 보면 점차 검열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모닝 페이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절대로 거르거나 줄이지 마라. 기분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검열관이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하지 마라.

뭐가 됐든 떠오르는 대로 세 쪽을 채워라. 그게 전부다. 세 쪽을 다 채울 때까지 무슨 말이든 써라.


■아티스트 데이트
아티스트 데이트는 일종의 시간 블록으로, 매주 두 시간 정도 당신의 창조적 의식, 즉 내면의 아티스트를 키우기 위해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말한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혼자 떠나는 가벼운 나들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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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 회복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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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 계약서)


창조성을 가르칠 때 저자는 수강생들에게 미래의 계약서를 작성해서 이 과정을 충실히 밟겠다고 다짐하도록 한다. 당신도 그렇게 해보라.


앞으로의 과정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계약서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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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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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지나친 압박에 아티스트가 되지 못한 사람들, 또 자신의 가치를 너무 낮게 보고 아티스트의 꿈을 인식하지도 못한 사람들은 흔히 그림자 아티스트가 된다.
(...)
모든 그림자 아티스트에게 삶은 놓쳐버린 목적과 충족되지 않은 약속으로 가득한 불만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그들은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연기를 하고, 작곡을 하고, 춤을 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에 그런 욕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
아티스트로서 회복하려면 어설픈 아티스트로 시작할 각오를 해야 한다. 누구나 처음엔 초보자다. 어설픈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아티스트가 될 기회가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67, 67,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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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현재 삶을 돌아봤을 때, 충족되지 않은 욕구와 불만이 쌓여 있다면 자신의 욕구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다시 초보자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각오를 다져보자.

현재를 제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당신은 분명 훌륭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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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을 키우는 핵심 요소는 우리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돌보면서 위대한 창조주와 연결된다. 이 연결을 통해 창조성이 펼쳐지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열린다. 우리는 위대한 창조주를 믿고 나아가면 된다. 거듭 말하지만, 위대한 창조주는 우리에게 창조성을 선물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만이 보답하는 길이다. 친구들 말에 휘둘려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마라.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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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은 이미 내 안에 잠재되어 있다. 스스로를 믿고 천천히 펼쳐나가다 보면, 분명 나만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타인의 말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성은 ‘독창성’을 뜻하는 또 다른 이름인 만큼, 타인보다는 오롯이 나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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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곧 연료다.
(...)
분노는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목소리이자 외침이요, 간청이자 요구다. 분노는 존중받아야 한다. 왜냐고? 분노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계를 알려주고,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보여준다. 아울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게 하고, 어디에 있을 때 싫어했는지 알게 한다.
(...)
창조성을 회복하려는 아티스트에게 분노는 건전한 신호다. 분노는 터뜨려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감정이다. 분노는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분노를 연료 삼아 분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분노가 보내는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다.
(...)
분노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예전 삶이 끝나가고 있음을 확실히 알려준다. 분노는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연료다. 분노는 도구일 뿐, 절대 주인이 아니다. 분노를 끄집어내서 활용해야 한다. 적절히 활용하면 분노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
분노는 우리가 배신당할 때마다, 또 우리가 스스로 배신할 때마다 즉시 알려준다. 분노는 언제나 우리에게, 이제 우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고 알려준다.
분노는 그 자체로 행동이 아니라 다른 행동을 촉구하는 초대장이다.
116~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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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노를 계기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나의 이익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긴 일이 있어선지, 이 내용이 더욱 깊이 와닿았다.

덕분에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던 일을 앞당겨 실행할 수 있었고, 그동안 내 안에서만 간절히 외치던 요구들이 물밀듯 터져 나올 수 있었다.

이렇듯 분노는 때로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하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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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우주는 가치 있는 계획, 특히 흥겹고 광범위한 계획에 선뜻 힘을 실어준다. 나는 멋진 계획을 세우고 나서 그것을 달성할 수단을 얻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어떻게'보다 '무엇'이 앞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러니 명심하라. '무엇'을 할지 결정하면 '어떻게'할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사실을.
(...)
꿈을 향해 작은 걸음을 내디딘 뒤 동시성의 문이 활짝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라. 자꾸 보다 보면 결국 믿게 된다. 당신이 직접 실험하고 그 결과를 본다면 절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일단 저질러라.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날 테니까."라는 격언을 기억하라.
123~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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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 크게 공감한다. 우리는 보통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보다,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민하느라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엇'을 먼저 결정하면, '어떻게'에 대한 문은 자연스럽게 열리게 되어 있다.

나 역시 이를 경험한 적이 있어, 분명하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일단 저질러 보면 분명 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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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나 예술에서 막힌 기분이 든다면, 독서 금지 주간을 두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읽지 마라.
(...)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오락물을 없애야 예술의 샘을 다시 채울 수 있다. 오락물이 없다면 우리는 다시 감각의 세계로 몰입하게 된다.
(...)
독서를 금지하는 시도는 우리를 내면의 침묵 속으로 데려간다.
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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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문장을 읽고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러다 장 전체를 읽고 난 뒤에는 확실히 납득이 갔다. 이 역시 최근의 경험을 통해 깊이 공감한 부분인데, 이런저런 일정 탓에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음속에 독서에 대한 갈증이 짙게 번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비록 독서에는 목마름이 있었지만, 다른 감각에 온전히 빠져들며 새로운 감각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끔은 명상이나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창의력을 일깨우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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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도 없는 큰 문제로 고민하거나 남이 해결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날마다 작은 행동을 한 가지씩 실천하라. 커다란 문제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작은 해법도 찾을 수 없는 법이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뿐만 아니라 지금 있는 것도 존중하면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변화의 큰 획을 그으려는 게 아니다. 물론 그런 변화가 올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 하는 일과 가정, 관계 등 현재의 삶을 창조적으로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237~2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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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에 허우적거리기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소소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삶에서는 더 중요하다.

별것 아니라고 여겨지는 일상을 지켜내야만 '창조적인 삶'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창한 변화를 꿈꾸기보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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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도 못할 목표를 세우면 두려움이 앞서고, 두려움이 생기면 일을 자꾸 미루게 된다. 우리는 그 상태를 게으름이라고 잘못 진단한다.

미루는 습관을 게으름 탓으로 돌리지 마라. 게으른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이다. 두려움은 아티스트를 방해한다. 멋지게 해내지 못한 것 같은 두려움.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성공과 관련된 두려움.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두려움에 대한 치료제는 단 한 가지, 바로 사랑이다.
2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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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을 찌르는 문장이다. 실상 우리는 '두려움'을 '게으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를 멈추게 하는 원인은 '두려움'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사랑'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애정'이나 '관심'이라는 말로 바꾸어 이야기하고 싶다.

무엇에 대한 강한 관심과 애정은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게 만든다.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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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을 되찾는 긍정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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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 아이디에는 'art'라는 말이 들어간다. 물론 예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기도 하지만, 내 삶과 재능에 대한 확신과 긍정이 깊게 스며들어 정한 이름이기도 하다.

저자가 제시한 창조성을 되찾는 긍정 확언을 읽으며, 내 안에 피어난 창조성의 출발점이 어디였는지를 문득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긍정 확언은 가까이 두고 자주 들여다보며, 창조성을 더욱 키워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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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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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라는 책 제목만 보면 예술이나 창의력 기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술가뿐 아니라 일반인 모두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상 속 아주 작고 사소한 일조차 어떻게 표현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그 점을 강조하며 우리 안에 잠재된 창의력을 일깨워 준다.

더불어 우리가 주저하며 실행하지 못하는 일들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지적하고, 이를 깨뜨릴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삶을 이끄는 동시에, 많은 부분에서 영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창의력과 영감은 이미 우리 안에 가득하다. 이것을 어떻게 일깨우고 활용할지는 오롯이 당신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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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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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로서의 삶과 아버지로의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캐드펠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에 벌어진 길고도 지리한 내전이 드디어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캐드펠 수사의 아들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앞선 이야기에서 '수사'로서의 캐드펠을 만나보았다면, 이번에는 수도원을 떠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된 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순다섯, 수도원에서의 오랜 세월을 뒤로한 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것이 그로서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은 신념을 안고,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수도원의 문을 박차고 마지막 여정을 이어간다. 내면 깊숙한 곳엔 불안과 갈등을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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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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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1945년 11월 겨울의 어느 날, 두 사촌의 전쟁이 차츰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의 이야기다.


■캐드펠 수사

예순다섯 살의 노수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슈루즈베리 수도원 소속.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수도원에서의 약속을 저버리고 길을 떠나게 된다.


■휴 베링어

캐드펠의 친구이자, 슈롭셔주의 행정 장관으로 코번트리까지 함께 하게 된다.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

캐드펠이 팔레스타인에서 젊은 과부를 만나 사랑해서 낳은 아들로, 당시에는 모르고 있다가 추후 아들임을 알게 된다.


■이브 위고냉

이브의 여동생 에르미나와 올리비에가 결혼함으로써 가족이 되었으며, 과거부터 끈끈한 인연이 있다. 올리비에가 행방불명되면서 그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우연히 캐드펠을 만나게 된다.


■로베르 보몽 백작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여 슈롭셔의 행정 장관인 휴 베링어에게 전달해 주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로저 드 클린턴 주교

코번트리에 있는 주교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스티븐왕과 황후의 회동을 11월에 성사시켰다.


■스티븐 왕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자신의 처세 전체를 파괴적인 전쟁으로 소진해왔다.


■모드 황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억울하게 스티븐 왕에게 왕권을 빼앗긴 것에 복수를 꿈꾸고 있다.


■조베타 드 몽토르

황후의 나이 든 시녀로 숨겨진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자보

황후의 젊은 시녀


■글로스터 백작 로버트

건장한 체구의 50대 남자로, 황후의 대의명분을 수호하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자기 이복누이의 곁을 굳게 지키고 있다.


■윌리엄

글로스터 백작의 큰아들로, 상속자다.


■필립 피츠로버트

글로스터 백작의 작은 아들로, 현재는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워 황후의 반대편인 스티븐 왕 편에서 싸우고 있다.


■드 술리드

코번트리에서 가슴에 칼에 맞아 죽었다.


■제프리 피츠클레어

용처럼 생긴 불도마뱀의 문양의 원래 주인으로, 클레어 가문의 서자다. 패링던이 스티븐 왕에게 넘어간 후 갑자기 죽은 뒤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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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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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거래로 패링던 성은 항복하게 되고, 이에 성을 지키던 수비 대원들은 지휘관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 다만 그에 불복한 이들, 황후에 대한 충성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은 자들은 왕의 손에 ‘봉급’처럼 분배되며, 그의 사람들에게 넘겨지게 된다.


이때 잠시 그들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친척이나 친구가 몸값을 지불해 주면 다시 자유의 몸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이 사람들의 명단을 입수한 로베르 보몽 백작은 즉시 휴 베링어에게 전달하고, 이를 받아든 휴 베링어는 그 안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이름은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로, 유일하게 누구에게 억류되어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그는 캐드펠의 유일한 아들이기도 했다.


이를 확인한 휴 베링어는 곧장 수도원의 라둘푸스 원장을 비롯해 캐드펠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되고, 이 일로 인해 캐드펠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수도원을 떠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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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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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과 휴 베링어는 코번트리에서 열리는 스티븐 왕과 황후의 회동에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전쟁 종식은 결국 성과 없이 끝나고, 캐드펠이 찾는 아들에 대한 소식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던 중 마지막 일정인 기도가 끝나갈 즈음, 갑자기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살인사건이 일어났음을 감지하게 된다.


쓰러진 이는 가슴에 칼을 맞은 채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이를 목격한 이는 코번트리에 도착하자마자 대립각을 세웠던 이브 위고냉이었다. 그는 단순히 어둠 속을 걷다 발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았고, 그렇게 미해결 상태로 일정이 끝난 이들은 각자 갈 길을 가게 된다. 이브 위고냉 역시 황후 일행과 함께 길을 떠나게 되는데, 그러던 중, 갑자기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한편 캐드펠과 휴 베링어는 조금 더 머물며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추측과 달리, 다른 용의자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또 죽은 브라이언 드 술리드의 소지품에서 알 수 없는 인장 반지를 발견한 캐드펠은, 그 문양을 따로 그려둔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서 왼쪽으로 둥글게 고개를 들고 있는 백조 문양은 분명 드 술리드의 반지였지만, 용처럼 생긴 불도마뱀 문양은 도무지 누구의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때쯤, 앞서 떠난 황후 일행 중 한 명이 돌아와 이브 위고냉이 납치되어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한다. 이에 캐드펠은 마음을 확실히 굳히고, 휴 베링어와 헤어져 아들을 찾으러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홀로 길을 나선 캐드펠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반지의 문양과 실종된 이브 위고냉의 행방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흩어졌던 사건의 파편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여러 정보를 통해 이브 위고냉이 라 뮈자르데리에 있을 거라 추측한 그는 정면돌파를 하기로 마음먹고 정문을 통해 들어가 필립 피츠로버트를 만나기를 청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만난 캐드펠은 단도직입적으로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와 '이브 위고냉'의 행방을 물으며 자신이 올리비에의 아버지이며 그들을 풀어주기를 요청한다.


하지만 필립은 이 요청을 단칼에 거절한다. 대신, 자신의 수족이었던 드 술리드를 죽였다는 혐의는 벗겨졌으니 '이브 위고냉'만 풀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캐드펠에게는 마음껏 머물다 가라며 여유로운 제스처를 취한다.


이브 위고냉은 그 길로 멀리 달아난 뒤, 주변을 살피고 다음을 도모한다. 이후 황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올리비에를 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황후는 처음엔 거절하지만, 필립이 그곳에 있다는 말에 곧장 군사를 이끌고 라 뮈자르데리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지난한 전쟁끝에 결국 부상당한 필립은 항복을 선언하고,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자신의 부하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던 캐드펠은 다시 만난 아들과 도모해 혼란한 틈에 필립을 밖으로 빼돌리게 된다.


그렇게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올리비에를 비롯해 이브, 필립까지 모두 무사히 빠져나온다. 이 일을 계기로 올리비에와 캐드펠은 물론,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필립과 그의 아버지 글로스터 백작도 화해의 정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알 수 없던 반지의 정체와 드 술리드의 죽음의 비밀도 함께 드러나게 된다.



=====

기억에 남은 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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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캐드펠이 가장 치열하게 싸워야 할 상대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스스로 선택하여 진심 어린 서약을 한 뒤 들어온 이곳,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슈루즈베리 수도원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마치 무거운 족쇄가 몸과 마음을 팽팽하게 조여 오는 것만 같았다.

(...)

결국 이번 결단은, 그가 수도원 정문을 나서기 전부터 이미 삶의 모든 것이 걸린 문제였다. 그럼에도 그는 갈 것이었다.

42~42페이지 中

-----


수도원을 떠나는 일은 인생 전체를 건 중대한 선택이었지만, 그는 결국 아들을 포기할 수 없어 떠나기로 결심한다. 온몸이 팽팽히 조여오는 듯 무겁고 심란했지만,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그런 그의 심경을 이 문장이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

그는 문득 두려움을 느꼈다.

(...)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번 여행의 목적을 이룬 뒤 겪어야 할지 모를 참담한 전락의 과정이었다.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길이 기나긴 어둠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까 봐,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조용한 일상을 결국 잃고 말까 봐 그는 두려웠다.

3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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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위해 인생 전체를 걸었음에도, 마음 한편에는 늘 불안과 초조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까 봐, 익숙한 일상을 영영 잃어버릴까 봐. 그럼에도 그는 결국, 다시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을 택한다.


위의 두 문장은 아버지로서의 삶과 수도사로서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고 긴장하는 그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

마무리

=====


캐드펠은 오랜 세월 수도원 생활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지만, 아들의 실종 소식은 그 평온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그리하여 그는 아들을 찾는 데 온전히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오랜 시간 머물렀던 수도원을 떠난다.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작은 단서를 좇던 끝에, 마침내 아들을 다시 품에 안게 되지만 이번에는 다시 평온한 일상을 잃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두려움을 억누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여러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선택의 갈림길에 선 캐드펠의 인간적인 면모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더불어 그의 내면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간 이야기였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도 살아가면서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이 이야기를 통해 깊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 그런지 가족, 삶,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천천히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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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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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움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도둑질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제대로 읽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앞서 프리퀄로 살짝 맛만 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약 400페이지의 분량을 한 번에 읽는다는 게 실상 쉬운 일은 아닌데,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읽어 내렸을 만큼 매우 흥미롭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였다.


더불어, 중후반부터 급격히 진행되는 속도감에 더해, 앞서 드러난 증거들이 줄줄이 연결되는 것을 보며, 더없는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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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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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웨일스&슈롭셔와 웨일스 국경지대)


□베네딕토회

베네딕토 규칙을 바탕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가톨릭 공동체. 청빈, 순결, 복종을 맹세하고 규율이 매우 엄격한 삶을 강조했다. 집단적인 예배도 중요시하여, 수사들은 하루에 일곱 번씩 모여 찬송하고 기도하는 성무일도를 수행했다.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잉글랜드 슈롭셔주에 위치한 수도원으로, 원래 성 베드로에게 헌정된 작은 목조 교회였으나 11세기 후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두 사도에게 헌정된 석조 건물로 개축되었다.


■성 위니프리드

홀리웰에 살았던 위니프리드에 관한 이야기는 중세 전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녀는 성 베이노의 조카이자 테비트라고 불리는 기사의 외동딸이었다. 크래독 왕자가 그녀를 겁탈하려 하자 달아났고, 분노한 왕자는 그녀의 목을 잘랐다. 하지만 성 베이노가 그녀를 되살렸고 새 생명을 얻은 위니프리드는 로마로 순례를 떠났다가 웨일스로 돌아와 귀더린 수녀회의 수도원장이 되었다고 전한다.


■캐드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약재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


■휴 베링어

캐드펠의 친구이자, 슈롭셔주의 행정 장관


■라둘푸스 수도원장

헤리버트 수도원장의 뒤를 이어 1138년부터 1148까지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수도원장을 지냈다.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

12세기 전반에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부수도원장을 지냈고, 1148년부터 1168년까지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수도원장을 지냈다. 성 위니프리드의 귀더린 순례를 담은 <성 위니프리드의 생애>를 남겼다.


■헤를루인 부원장

램지 수도원의 부원장으로, 수도원 재건을 위해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방문하게 되었다. 풍부한 경험과 권위를 갖추 인상적인 용모를 가지고 있다


■투틸로

램지 수도원에서부터 내내 그를 따라온 젊은 견습 수사로 악기 연주와 노래에 능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니콜

헤를루인 부원장의 신임 받는 하인


■설리엔 블런트

램지 수도원에서 수련하던 중 모든 걸 그만두고 가족에게 돌아가 일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으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유도 블런트

설리엔의 형으로, 무기를 다루는 훈련에 푹 빠져있다. 추후 수비대의 일원이 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도나타 블런트

설리엔과 유도의 어머니로, 슈루즈베리 수도원 근처 롱너 영지에 살고 있으며, 살날이 얼만 남지 않았다.


■제롬 수사

헤를루인 부원장의 오른팔과 같은 존재


■페르튀 레미

남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온 손님 중 하나로, 50대의 신사


■달니

레미가 사들인 노예로, 고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베네제

레미의 시중을 드는 하인


■앨드헬름

홍수가 났을 때 수도원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온 양치기로, 누군가에게 살인을 당함


■레스터셔 백작

로베르 보스라고도 불린다. 강탈당한 성녀의 관을 우연히 보관하게 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끼어들게 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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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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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년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8월 말, 에식스 백작인 제프리 드 맨더빌은 태양의 열기에 굴복하여 그 기회주의적인 긴 이력의 마지막 실수이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는 스티븐 왕에게 자신의 성과 영지와 직위를 모조리 박탈당한 후 1년 남짓 이곳저곳에 흩어진 비밀 근거지들을 수시로 출몰하면서 펜 지방을 완전히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약탈 행위를 막고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급히 쌓아 올린 성들 중 하나를 포위하여 제대로 함락시키려는 계획도 품고 있었다.


그러던 8월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날, 말을 타고 나가 성 주위를 돌며 자신의 군대 보급선을 차단한 요새를 함락시킬 방법을 궁리하던 중 찌는 듯한 무더위를 참을 수 없어 투구와 쇠사슬 갑옷을 벗어던졌고, 마침 성을 수비하던 평범한 궁수 하나가 쏜 화살에 머리를 맞게 된다.


제프리는 상처를 대단치 않게 여겨, 며칠 쉬면 나으리라 생각했지만 곧바로 열병이 그를 덮치게 되면서, 그대로 침대에 눕게 된 것이다. 스티븐 왕의 어떤 군대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8월의 태양이 해낸 것이다.


한편, 폭력적인 방법으로 램지 수도원을 탈취하고 수도원장과 수사들을 강제로 몰아낸 뒤 그 수도원을 강도와 고문자와 살인자들로 이루어진 제 왕국의 수도로 삼았던 제프리는 교회로부터 파문당한 후 사면을 받지 못한 터라 편안한 마음으로 죽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로써 땅에 제대로 묻힐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 9월 16일, 제프리 드 맨더빌은 사면 받지 못한 상태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의 잡탕 부대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한편 제프리가 죽기 직전 그의 부하들 중 몇몇은 최소한 영혼만이라도 지켜주고자 애를 썼는데, 그가 혼수상태에 빠져버리자 램지 수도원을 포함하여 제프리가 앗아간 수많은 교회의 재산들을 되돌려 주겠다는 포고령을 발표하게 된다.


제프리가 죽고 이 소식이 퍼져 램지 수도원 원장인 월터 원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면서, 그는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 뒤 부원장을 비롯해 무일푼으로 쫓겨나 친척집으로, 혹은 다른 베네딕토회 수도원으로 떠나간 수사들에게 소식을 알리는 일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램지 수도원의 두 사자는 램지 수도원의 재건을 위해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오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다.


램지 수도원의 재건을 위해 헤를루인 부원장과 견습 수사 투틸로는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당도하게 되고, 이곳을 기점으로 이곳저곳 마을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통해 노동력과 기부금을 거둬들일 계획을 짠다.


그 와중에 투틸로는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안치되어 있는 성 위니프리드의 유골에 지극한 관심을 보이게 되는데, 캐드펠은 이를 눈여겨본다.


더불어 헤를루인 부원장은 앞서 램지 수도원에서 수련하다 중도에 하차한 설리엔 블런트를 다시 불러들여 수사로 만들 꿈을 꾸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대신,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어머니 도나타 블런트가 가지고 있는 보석과 형이 벌목하여 말려둔 목재를 기부하기로 하면서 이 일 또한 일단락된다.


이때의 방문으로 인해 도나타 부인은 투틸로와 인연을 맺게 되고, 그의 음악적 감성과 능력을 꿰뚫어 보게 된다.


그때쯤 프로방스에서 온 페르튀 레미 일행이 지나가다 수도원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그들은 음악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던 중 홍수가 나게 되면서 수도원은 난리가 나고, 재건을 위해 떠나려던 헤를루인의 일정도 앞당겨지게 된다.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수사들은 귀중한 물건들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높은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여기에는 성녀의 유골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재건을 위해 모아둔 기부금과 물품들을 램지 수도원으로 보내야 했기에 그야말로 수도원은 북새통이 되었다. 이 때문에 수도원의 수사들뿐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빌려주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양치기 앨드헬름도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난 후 한시름 놓는 사이, 램지 수도원으로 떠난 일행 중 일부가 처참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위기는 시작된다.


그들은 램지 수도원으로 이동하던 중 중간에 도둑을 만나 모든 물건을 강탈당했다고 말하며, 이를 알리기 위해 자신들은 이곳으로 되돌아왔다고 전한다.


여기에 더해 홍수가 지나간 뒤 다시 물건들을 되돌려놓는 과정에서 성 위니프리드의 유골이 도난당한 것을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슈루즈베리 수도원은 발칵 뒤집히게 된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캐드펠은 고의적으로 자행된 일임을 깨닫고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때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상황은 더 복잡하게 흘러가게 된다.


살해당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은 투틸로로, 그는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던 사람이었다. 여러 정황상 그가 도난과 살인까지 저지른 것처럼 흘러가게 되자 곧 징벌방에 갇히게 되고 휴와 캐드펠은 증거를 바탕으로 더 면밀히 조사를 이어가게 된다.


한편, 도난당한 위니프리드의 유골이 레스터셔 백작성에서 발견되면서, 그 또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고 이로써 슈루즈베리 수도원, 램지 수도원까지 더해 성 위니프리드 유골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곳이 세 곳으로 나뉘면서 이들은 마침내 소르테스 비블리카라는 성스러운 의식을 치러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다.


그리고 이 의식을 통해 확실한 결론을 얻는 것은 물론, 믿지 못할 기적도 경험하게 된다.


그 기적 속에는

"형제끼리 서로 잡아 넘겨 죽게 할 것이며...."

라는 글귀가 남았는데, 이를 통해 풀리지 않던 마지막 조각까지 찾게 된다.


성스러움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도난 사건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며 인간의 욕망과 신념이 무섭게 부딪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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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투로 미루어, 문지기 자신은 이 일에 크게 놀라지 않았지만 헤를루인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운 듯했다.

(...)

"내가 먼저 가서 소식을 전할 테니, 형제는 쟁반을 갖다 두고 뒤따라오시오."

"수사님께서 순교자의 기질을 지니고 계신 줄은 미처 몰랐군요. 예, 먼저 가 계시면 곧 따라가겠습니다."

354페이지 中

-----


헤를루인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문지기를 위해 자신이 먼저 가서 이야기하겠다는 캐드펠에게 '순교자의 기질이 있다'고 하는 문지기의 말에서 위트가 느껴졌다.


아마도 문지기는 자신을 위해 애써준 캐드펠에게 우회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 했지만, 그는 도둑이었네. 게다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면 서슴없이 거짓말을 늘어놓았지. 그래도 도니타 부인한테는 참으로 따뜻한 태도를 보였는데...

3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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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틸로는 종교적 신념과 '성스러운 게시'라는 이름으로 성녀의 관을 훔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둑질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욕망을 신성함으로 포장한 왜곡된 믿음이며, 신의 뜻을 앞세워 자신을 정당화하려 한 무모한 윤리일지도 모른다.


캐드펠은 그런 투틸로가 도니타 부인에게 보여주었던 따뜻한 태도를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

마무리

=====


시리즈 책이라 중간부터 읽어도 괜찮을까 나름 고민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인물의 특성이나 관계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처음부터 읽는 쪽이 더 좋을 것 같다.


스토리는 생각보다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특히 중후반에 들어서서 사건을 풀어 헤쳐나가는 방식은 거의 코난급이다.


여러 번의 반전과 새로운 인물들이 계속해서 용의자로 떠오르는데, 범인을 추리해 보고 색출하는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한다.


막판에 마구간 신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해당 용의자를 전혀 용의선상에 올려놓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유일한 여성이자 여러 동기를 가지고 있었던 '달니'를 지목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굳게 믿는 신념과 윤리의식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이색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쉽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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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장들 - 흔들리는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하지만 단단한 말들
박산호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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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어른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나침반 같은 문장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는다. 누구에게나 삶은 처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좋은 어른을 꿈꾸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한 이들에게,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이 책에 담아 전한다.


우리를 흔들리게 하는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맞닥뜨렸을 때, 책 속 문장이 건네는 성찰과 조언을 통해 용기와 위로, 그리고 응원을 받아보면 어떨까 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일상에서 꼭 필요한 삶의 태도와 기술들을 실용적으로 담아내 더욱 유익하게 느껴진다.


마음을 함께 나누는 법, 거절하는 법, 변명하지 않고 맞서는 법, 끊임없이 배우고 나아가는 태도를 갖추는 법, 나답게 나이 들어가는 법 등 진짜 어른의 태도를 만나볼 수 있다.


내가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이 된다면, 책 속 문장에서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

유한한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까



유한하게 주어진 이 인생을 잘 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은 각자의 취향과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알아서 선택하면 되겠지만, '어떻게'에 대한 힌트는 앞서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을 보며 알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내가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그것에 좀 더 집중해서 살라고.

26페이지 中

=====


가끔 사람들은 삶의 유한함을 잊고 산다. 그래서 한없이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하지만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떻게’에 대한 답은, 나보다 먼저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경험은 정말로 좋은 스승일까



흔히 경험은 풍부하고 많을수록 좋고, 우리가 해온 경험이 우리의 세계를 확장하고 삶을 더 깊이 있게 해줄 거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론일 뿐이다. 세상에는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경험이 허다하며 내가 겪은 경험을 전체로 확장할 수도, 일반화할 수 없다.

(...)

경험이 풍부할수록 좋다는 통념이 위험한 이유는 그런 믿음을 본인 한 사람의 삶에 적용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타인, 특히 자식이나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30~31페이지 中

=====


보통은 풍부한 경험이 좋은 스승이 될 거라고들 말하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오히려 깎아내리거나 자신과 같은 방식을 강요하는 데 쓰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경험이 진짜 장점이 되려면, 결국 그걸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포용하거나 이해할 때 쓰인다면, 비로소 그 경험은 진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

인생에 변명하지 마



인생이란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고달파도 어느 선에 이르면 변명하지 않고, 핑계 대지 않고 책임져야 할 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니까. 그때 어떤 태도로 그 책임을 대하느냐가 어떤 어른이 되는지를 좌우한다.

(...)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인생은 원래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는다는 진실을 직시하면 변명할 수 없게 된다. 나를 둘러싼 상황과 환경과 사정이야 어찌 됐든 지금까지 내 인생을 만들어 온 사람은 나였으니까. 그러니 가끔 힘들어서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언제까지나 변명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언젠가는 변명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한다. 상대가 인생이든, 나 자신이든.

7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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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을 둘려보면, 책임지기보다 핑계를 대며 이리저리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평생을 도망 다니며, 늘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 착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 책임져야 할 시기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리고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마음은 더 무겁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일찍 현실을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조금 더 의연하고 유연하게 삶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때로는 팩트 폭력도 필요해



요즘처럼 각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 위로와 공감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없어선 안 될 필 수 요소가 됐다. 하지만 선배로서, 어른으로서 때로는 위로와 공감에 앞서 쓴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후배들, 젊은이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비위를 맞추겠다고 좋은 말만 하는 어른보다는 어렵지만 그 사람이 성장하는 데 절실하게 필요한 직언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가끔은 그런 어른도 필요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후배가 먼저 조언을 청했을 때에 한해서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비판을 날리는 것이야말로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므로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조심하자. 어른과 꼰대 사이의 선은 생각보다 구분하기 쉽지 않다.

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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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공감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가만히 들어주거나 곁을 지켜주는 게 최선일 때도 있고, 반대로 쓴소리를 통해 상대방의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도 있다.


한 끗 차이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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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성실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는지도 몰라



이제는 '성실'하다는 말에 울컥하지 않는다. '성실'이 재능이란 말에 전적으로 동의는 못 하지만 성실한 생활 덕분에 비뚤어지지 않았으니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어쩌면 노력은 우리를 배신할지 몰라도 성실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노력이란 순간의 열정과도 비슷하지만, 성실이란 그야말로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니까. 삶의 태도가 성실하다면 땅에 단단하게 발을 디디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더라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생활하는 '나'는 믿을 수 있으니까.

1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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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성실하다는 말이 부정적 의미로 느껴지던 때도 있다. 할 말이 없어서, 내세울 장기가 없어서 '성실함'이라는 말로 대체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성실이야말로 우리를 안전한 길로 이끌어 주는 최고의 행동지침이 아닌가 싶다. 그 태도 덕분에, 대단한 '무엇'이 되지는 못해도 적어도 일관된 삶과 루틴을 가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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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좋은 어른



느낌이 좋아서 다시 만나고 싶어 인연이 이어졌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예의를 깍듯하게 갖추는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예의란 단순히 상대의 나이에 상관없이 존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과 함께 격을 갖춰 상대를 존중해 준다는 뜻이다.

(...)

두 번째 공통점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

세 번째 공통점은 자기 관리가 잘 된 멋있는 어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관리란 나이에 상관없이 눈빛이 맑고 형형한 사람, 타인을 만날 때는 등산하다 온 게 아닌 이상 깨끗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올 줄 아는 사람, 언뜻 보기에도 일이나 다른 무엇에 자신을 혹사하지 않고 적절하게 건강을 돌보고 있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 무엇보다 욕망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충실하게 사는 자세가 맑은 안색과 눈빛에 드러나는 사람이다.

221~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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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상관없이 느낌이 좋은 사람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바로 저자가 언급한 세 가지 조건들처럼 말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을 만나 느낌이 좋았다면,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면 어떨까? 상대방에게 늘 예의 바른 태도로 대하고, 배려하며,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서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 태도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누군가에게 '느낌 좋은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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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도망치는 게 좋다



반백 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알게 된 이치 중 하나는 빠르게 해보고 빠르게 포기하면서 내 인생에서 나와 맞지 않는 것, 나에게 필요 없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솎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의 정수에 가까워지는 것들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 속 빈 강정 같고, 또 어떤 것은 알맹이가 꽉 찬 진짜배기인지 분별하는 안목도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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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버텨야 하는 순간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을 알아내는 감각이 노련해진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265~2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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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험을 해본다는 건, 어쩌면 나와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구분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생각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어떤 것들을, 직접 부딪혀 봐야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나에게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걸러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것'이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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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며 마음에 깊이 남았던 문장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특히 통념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내가 평소 '이건 아닌데' 싶었던 부분들을 저자가 짚어준 덕에 더 반갑고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많은 경험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이나, 인생을 변명 대신 책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문장들은 특히 더 마음에 와닿았다.


단순히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 속 '어른의 문장들'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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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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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사유하며 깨달은 단 한 번뿐인 삶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



'평생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이야기'라고 표현할 만큼, 이 책에는 저자의 내밀하고 아주 사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현재나 미래의 이야기보다 과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더불어 저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며, 과거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그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조각들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분명 어떤 순간은 눈물짓고 후회하며 보낸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웃고, 안도하며 보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총 14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가족사와 더불어 직접 경험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를 통해 가장 깊숙한 곳이 묻어두었던 내밀한 감정은 물론, 무심히 지나쳤던 사소한 일들까지도 되짚어보게 된다. 어쩌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는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저자는 마음속 깊이 간직해 온 가족사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이기도 하는데, 어머니의 노화와 죽음,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이 바로 그것이다.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만큼 사적인 이야기였음에도, 그는 그것을 숨기지 않고 담담히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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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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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 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바로 그런 상태로 우리는 닥쳐오는 인생의 무수한 이벤트를 겪어나가야 하고 그리하여 삶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부조리로 남아 있게 된다. 이 부조리에다 끝내 밝혀지지 않은 어떤 비밀들, 생각지도 않은 계기에 누설되고야 마는, 굳이 숨길 필요도 없어 보이는 사소한 비밀들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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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를수록 기억은 더욱 희미해지고 상상과 뒤섞일 것이다. 무엇이, 누가 실제로 어떻게 존재했는가는 모호해질 것이다. 기억에도 반감기가 있다면 그것은 언제일까.

20~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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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인생에 대해 서술한 문장인데, 어쩐지 그 자체로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문장이라 옮겨본다. 알려고 할수록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은 삶.


그것을 저자는 '중간에 보게 된 영화'에 비유하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혼돈과 끝까지 찝찝하게 남아있는 부조리에 대해 설명하며 그의 글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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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 먼 미래에 도달하면 모두가 하는 일이 있다.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

1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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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데, 문득 '나는 오늘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내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 삶에 개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미래에 도달하지만, 그저 시간을 흘려보낸 뒤 먼 미래에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역순이 아닌 정방향대로,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그 과정 끝에 올바른 마침표를 찍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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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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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칫 민감하거나 치부처럼 느껴질 수 있는 사적인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누구나 살아가며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감정과 경험들이지만, 작가이자 유명인으로서 털어놓기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덕분에 나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내 안의 더 내밀한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예측 불가하고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부딪히며 살다가,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진짜 인생에 대해 깊이 사유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을 계기로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가는 '나'라는 것을 기억하고, 오늘이라는 하루를 더 의미 있게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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